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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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12일 19시 23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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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스타로사는 눈앞에서 우중충한 분위기에 감싸인 엘리나를 내버려 둔 채 탁자 위에 준비된 과자를 계속 먹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다만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테스타로사는 엘리나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어......."



     엘리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테스타로사의 귀에도 들려서, 다음 상황을 대비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엘리나는 쌓여있던 분노를 터뜨렸다.



    "나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고!"



     테스타로사는 엘리나가 책상을 두드릴 것을 예상한 듯이 자신의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 직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나가 화를 내며 책상을 두드린다.

     거기서부터 더 많은 불평, 불만,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데! 우리가 아무리 어필해도 지크는 알아차릴 기색도 보이지 않고, 애초에 연애결혼이 인정되는 것은 서로가 동등한 신분이 아니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고, 기사단에 입단한 뒤로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줄었으니, 이제 어쩔 수 없잖아!"

    "그래."

    "그래?? 마치 남의 일처럼--"

    "이미 남의 일이잖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헛수고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크를 좋아했잖아! 그럼 조금 정도는 생각해 줘도 좋잖아!"

    "왜 내가? 이제는 상관없는데? 그건 너무 넘겨짚은 거 아냐?"

    "그, 그건 그렇긴 하지만 ....... 친구로서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겠어?"

    "그럼 기꺼이. 빨리 포기하고 다음 사랑을 찾아보렴."



     가장 단순하고 상쾌한 대답이었다.



    "싫어!"

    "그럼, 열심히 해봐."

    "큭....... ....... 어떻게 노력하면 돼?"

    "역시 포기하는 게 최선이야. 나도 한 번은 꿈꿔봤지만, 현실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레오루드의 공적이 전부 지크의 것이라면 ......!"

    "망상은 그만둬. 듣기만 해도 슬퍼지잖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걸까 ......"



     감정적이고 금방 폭주하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엘리나도 이제는 이해했다.

     지크프리트와 맺어질 미래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크 군 주변에 있는 여자들 중에는 포기해야 할 사람이 많아. 그래도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심한 것 같지만, 왕녀인 크리스티나는 지크와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

    "뭐!? 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야. 하베스트 변경백의 약혼녀가 누구인지 떠올려 봐."

    "...... 실비아 제4왕녀 전하!"



     엘리나는 테스타로사의 말을 이해했다.

     본래 왕녀인 크리스티나가 자작인 지크프리트와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미 레오루드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다른 왕녀나 왕자가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레오루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레오루드가 왕가에 들어갔으니 크리스가 누구에게 시집가든 상관없다는 거네......"

    "그래. 만약 크리스가 평민과 결혼해도 왕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그만큼 하베스트 변경백의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고."

    "그런 거...... 그런 것은......"



     치사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엘리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엘리나는 그저 나빴던 자신의 운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엘리나는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답은 늘 같았다.

     자신이 잘못했다. 그 외에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레오루드를 탓하고 싶지만, 엘레나의 인생에서 그는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

     레오루드 때문에 인생이 어긋난 것은 클라리스를 포함해 하베스트 공작가에서 근무하던 하인들 정도다.

     반면 엘리나는 레오루드로부터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은 것이다.

     단지 일방적으로 적대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레오루드와 지크프리트는 엘리나에게 특별한 존재다. 한쪽에는 애정을, 다른 한쪽에는 증오를.



     그리고 어느 쪽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레오루드는 이미 엘레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목적을 위해 앞만 보며 달리고 있다.

     지크프리트 역시 엘레나의 호의를 눈치채지 못한 채 타고난 정의감으로 기사로서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엘레나가 이토록 애타게 사랑하고 있는데도 외면당하고, 가증스러운 남자는 상대조차 하지 않는다. 너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좋아, 나는 ......"



     친구로 생각했던 테스타로사가 증오하는 레오루드와 정략결혼을 한다고 생각한 엘리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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