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거래2021년 01월 31일 11시 27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64/
하룻밤 지나서, 갑갑한 구름이 낀 아침.
사르탄에선 평소대로의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계단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카네라의 숙소' 의 점주 리게스는 노골적인 시선을 소리나는 쪽으로 향했다.
그게 기대하던 인물이 아니라고 알게 될 때마다 노골적으로 미온적인 대응을 했기 때문에, 벌써 부인에게 네 번이나 잔소리를 들었다.
그 때마다 반론하고 싶었던 리게스였지만, 당신은 모를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그렇다. 부인은 모르는 것이다.
아침에 이어 밤에도 눈에 띄는 2인조의 대응을 했었던 자신이 아니라면 알 리가 없다.
'큰일 나버렸다......'
별로 뭔가 민폐를 끼쳤던 것은 아니다. 아니, 이리셰라 왕녀가 사과하러 왔던 건 민폐였다.
그 시점에서 묻고 싶은 일은 산더미처럼 있었다. 그래서 만일 왕녀를 동반하지 않고 돌아온다면 질문공세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다.
금전적으로 어려워 보였던 남자는, 더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되어 돌아온 것이었다.
이걸 큰일이 났다고 말하지 않으면 뭐라 말해야 할 것인가.
다시 들려온,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 왕년의 경험에서 그 수가 넷이라고 눈치채고, 리게스는 모습을 보려고 몸을 일으켰다.
선두에 서서 내려온 사람은, 잘 만들어진 옷을 잊은 예쁜 귀족 소녀. 이어서 검은 코트와 검은 옷의 남자.
그리고, 선두의 딸과 같은 스커트 차림의 소녀가 두 명.
"혀, 형씨 형씨!"
그대로 나가려고 하는 걸 급히 불러서 세운 리게스에게, 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천천히 다가왔다.
"무슨 일이라도?"
"아니, 뭐냐니.......그야......"
당연히 시선은 남자를 따르는 소녀들에게로 향했다.
늘어난 두 사람은 둘 다 갈색 피부. 사르탄 출신일 것이다.
얼굴은 두꺼운 흰색 베일로 가리고 있어서 보이지 않지만, 한 사람은 신장으로 볼 때 꽤 어린 듯 하다.
다시 남자의 얼굴을 본다.
어제보다 피곤한 얼굴을 짓는 것은 제쳐두고, 그다지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용모다.
그런데 설마, 여자를 둘이나 더 새로이 품다니.
그냥 리드당할 뿐인 남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이렇게나 손이 빠른 남자였을 줄이야.
".......여러가지 사정이 있다. 가능하다면 질문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그야, 뭐, 나도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그렇지만.......돈도 추가로 받았고. 하지만."
"부탁이니, 아무 것도, 묻지 말아줘. 알겠지?"
말의 단락에 맞추어서, 검지가 카운터를 두드렸다.
어떤 이유인지는 리겔이 모를 것도 아니었다. 둘이서 화목하게 지내려고 생각했던 그 날 여자가 둘이나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복잡한 무언가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저 기가 세보이는 소녀를 납득시켰는가.
아니, 그 시점에서 자기가 오해했을 가능성도 있다.
남자는, 울 것 같을 정도로 필사적인 얼굴이었다.
그런 남자에게 해줄 대사는 정해져 있다.
"알았수다, 묻지 않겠수."
같은 고생을 하는 사람의 온정이다
안도한 듯 표정을 푼 남자에게, 이것 만은 말해두고 싶었다.
"형씨......꽤 하는걸."
"기쁘지 않다고."
좋은 집안 출신의 인간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리겔은 카론에게서 배웠다.
스윽 내민 따봉에 즉시 반응한 카론의 얼굴에는 험상궂음이 다시 늘어났다.
"괜찮겠습니까? 쓰레기같은 상인을 소개해준 건 저 남자인데요."
"지금 쓸데없는 일을 일으킬 필요도 없어. 그리고 저 상인이 쓰레기였던 것 뿐이고 점주가 나쁜 건 아니잖아. 신세 지고 있기도 하고."
"알겠습니다."
마을로 나온 카론은, 딱히 정처도 없이 걸어다녔다.
여자를 셋이나 데리고 다니는 건 매우 눈에 띄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에 둘 수도 없었다.
자신이 선택했지만, 일부러 곤란해지는 쪽을 선택하고 만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하고 있다.
'왜 난 성가신 쪽으로 나아가려 하는 건가.'
자가 일이지만 참 이상하다며, 카론의 입에서 한숨이.
"저기, 카론......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이리셰나가 쭈뼛거리며 카론에게 말을 걸었다.
주변을 신경 써서 경계하고 있는 그녀와 다르게, 카론과 호드홀더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모여서 바깥으로 나가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 방이 노려지는 편이 위험합니다. 지켜낼 자신은 있지만, 도주로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계속 몸을 두는 건 불필요한 리스크가 됩니다."
"하지만."
"그리고, 저는 탐지능력을 갖고 있으며, 마스터는 저보다 훨씬 고차원의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다면 곧바로 대응하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다."
인간 세 명을 지키는 건 코드홀더 뿐이다.
좁은 장소에서는 실력을 발휘할 수 없고, 여차할 때 카론 만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도 어렵다.
손패가 한 장 뿐인 현재, 폭탄을 끌어안았다면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조금 더 있으면 원군이 온다. 이 두 사람을 데리고 있는 시점에서 적대는 확정. 내가 전력을 갖추지 않아도 그건 변함없어. 다만 성가신 점은, 이 두 사람 이외에도 변태한 마물이 있는지 없는 지와, 또 하나.'
갑자기 멈춰선 카론에 맞춰서, 뒷열도 멈췄다.
"조금 나서볼까."
그렇게 말하고 이동한 곳은, 좁은 골목의 안이었다.
어떻게 보아도 쉴만한 장소는 아니어서 이리셰나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카론과 눈으로 대화한 코드홀더가 불가시의 마술을 전개하였다.
네 명을 휘감은 엷은 막은 그들을 주변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게 하였다. 마술로 조사하면 바로 발견되겠지만, 실수라도 하지 않는 한 시각으로는 발견되지 않는 편리한 것이었다.
카론은 다시금 걸어가서, 골목을 오른쪽으로 나아가서 다시 큰길로 나온 후 조금 전 들어갔던 골목과는 다른 쪽의 골목으로 들어가서, 적당히 쌓여진 나무상자 위에 앉았다.
"일단, 어제의 이야기를 정리하자."
무슨 행동인지 확 와닿지 않았던 이리셰나였지만, 같은 모습을 한 작은 아이의 손을 쥐고 깊게 끄덕였다.
"지금 이 나라는 마왕군의 지배하에 놓여져 있다. 마......마......"
"마례장군 그웬타. 육팔육목의 [키마이라] 가, 어머니를 죽이고, 저희들에게서 피부와 목소리를 빼앗아서, 이르・나・바넴궁전의 지하에서 스콜라님을 사용해서 기묘한 의식을 하고 있는, 사르탄의 원적이에요."
"으음.....그랬었지."
이리셰나가 갖고 있던 정보는, 카론이 리스크를 떠안게 되어도 얻으려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어제 밤 좁은 방 안에서, 분함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는 모습은 가슴을 뛰게 하였지만, 카론은 충분한 보답을 얻었다고만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님은 자신들이 인질이 된 것 때문에 따를 수 밖에 없어졌어요. 스콜라님도, 저희들의 목숨과 바꿔서 자신을....."
"그 스콜라는 누구지. 가끔 이야기에 나오던데, 제국에서 망명해 온 공주와 너희들의 관련성을 모르겠군."
이리셰나는, 말해도 좋을지 조금 고민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 따위 없다며, 눈을 감고 크게 들이마신 후 각오를 다진 후 말하기 시작했다.
"그건ㅡㅡ스콜라님이 '천름' 의 용자이며, 대 마왕군의 비장의 수이기 때문이에요."
뉴엘 제국의 비원은. 사르탄과 마찬가지로 잃어버렸던 대륙의 탈환이다.
그를 위해 제국이 취한 행동은, 병기개발에 의한 전력의 증강.
그리고, 용자끼리의 교배에 의한 혈통의 엄선이었다.
세계를 구한 용자의 자손에 해당하는 제국의 귀족 '13영웅' 의 자손들을 짝지워서, 강력한 용자를 만들어 낸다면, 그 9명의 기사조차 뛰어넘을 자가 탄생할 거라고 그들은 생각하였던 것이다.
"많은 아이를 낳고, 그 중에서도 강한 아이들 끼리 아이를 만듭니다. 근친인 것도 상관없이 짝지운 끝에 태어난 자가 스콜라님이라고 아바마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는 일절 공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용자라고 아는 사람은 매우 적지만요."
"결국, 대 마왕군의 무기로서 자라온 용자가 사르탄으로 도망왔기 때문에, 제국은 중요한 비장의 수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는 건가."
"예. 처음에는 제국도 힘을 써서 데려가려고 침략 비슷한 행동에 나섰지만, 스콜라님은 그 전부를 격퇴하셨어요.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자, 황제는 몇 가지 조건을 붙여서 스콜라님의 사르탄 체류를 허락하게 되었어요."
"대충 상상은 되는군. 제국의 전함이 당당히 항구에 정박하고 있으니, 우호까지는 안되어도 비슷한 것은 맺었겠지."
카론의 생각에, 이리셰나는 긍정하였다.
"그건 사르탄에게도 마침 좋은 것이었어요. 제국과 싸울 수 있을 만큼의 전력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고 있던 저희들에게 그 시간은 유용했고, 제국함대를 단기로 괴멸시킬 정도의 힘을 가진 그녀가 아군이 될 가능성도 생겼지요. 온건파도 과격파도, 스콜라님이라는 쐐기에 의해 강하게 이어졌던 것이에요."
설령 그녀를 제거하려고 움직였다 해도, 제국 상대로 맞설 수 있는 용자를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뜻밖에도 제국의 공주에 의해 사르탄이 연명하고 있는 꼴이라니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저기."
두 사람의 대화에 끼여든 것은, 이리셰나의 그늘에 숨어있던 작은 키의 아이였다.
목소리는 중성적이여서 남녀의 구별이 안된다 모습만 보면 소녀다.
하지만, 카론은 그에게 눈길을 주었다.
"뭐지, 라셰라 왕자."
"저는,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스커트를 펼치면서 슬픈 듯 얼굴을 들며 카론을 보는 라셰라.
"내가 보호하고 있다고 알리지 않기 위해서다. 그웬타라는 녀석에게 있어 너희들은 하자르를 움직일 열쇠가 된다. 일부러 살려둘 정도였으니, 도망쳤다고 알게 되면 혈안이 되어 찾고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카론은 조금 전 지나왔던 골목으로 눈을 돌렸다.
그를 따라서 이리셰나와 라셰라도 쳐다보자,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아이들이 다가왔다.
달리면서 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골목 안으로 나아가자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해지더니 아이답지 않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기분 나쁜 광경에, 이리셰나는 무심코 입을 가렸다.
"어때. 판별할 수 있겠나?"
카론이 묻자, 코드홀더는 보라색과 오렌지색의 오드아이에서 구동음을 울리며 들여다본 후, 고개를 좌우로 절래절래 저었다.
"판별은 불능. 하지만, 생체반응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미약합니다. 죽은 몸, 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지도."
"나로선 전혀 구별이 안돼. 조금 성가시군."
"저 아이들은......"
"아마 너희들과 같은 꼴을 당한 아이들의 피부겠지. 어떻게 움직이며, 의태하고 있는지는 아직 불명이지만."
콘솔을 조작하면서 잡담을 하는 듯한 분위기로 말한 내용에, 이리셰나와 라셰라는 말문을 잃었다.
카론은 숙소의 점주가 한 이야기에서 가설을 세웠다.
그것은, 인신매매의 소문이 마왕군의 장군에 의해 생겨났다는 것이다.
보통 그런 소문이 있다면 마을이 더욱 경계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마치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처럼 평온하였다.
육인형을 만들었다면, 납치한 아이의 가짜를 부모에게 되돌려 보내는 걸로 잘 수습된다.
너무나 비 인도적인, 하지만 효과적인 계획.
이틀 후에는 제국이 움직여서, 사르탄은 불바다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본국에서 독립된 제국군을 노리고 마왕군이 쳐들어온다.
카론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마 마왕군의 목적은 달성되었을 것이다.
마례장군이 좀 더 카론을 경계하여, 은폐하는 일이 주력했더라면 이야기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 [키마이라] 에게 그런 힘은 존재하지 않았을 텐데. 최상위종인 [허수 자르가] 라 해도 먹는 것밖에 못하고, 애초에 여섯 팔을 가진 모습의 키마이라는 없어. 형태를 바꾸었을 가능성.......슈젠이나 구치나시처럼 변화하고 있다고 해도, 좀."
"키마이라라고 하는 것이 거짓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있을지도 모른다. 종족이 알려진다는 말은 약점을 알리게 된다는 뜻도 돼. 먼저 거짓을 유포하는 걸로 혼란시킬 속셈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영리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데. 허술하다고 해야 할까, 정말 제대로 된 작전을 이행하는 것 치고는 대충하는 듯한......음~ 어떻게 할까.'
"마스터, 베이오스이 마왕령에 움직임이 있었다는 보고를 올렸습니다."
"그래."
"목표도 이동을 개시한 모양입니다."
".......탐지되고 있었나. 마왕군의 장군보다 유능한 모양이로군."
"중급 하위의 마술에 상응하는 기능을 탐지하지 못하는 편이 오히려 문제입니다. 경계 레벨을 올려도 괜찮을까요."
"맡기겠다. 이쪽을 눈치챘다고 한다면 왕녀와 왕자의 존재도 알아챘겠지. 어딘가에서 접촉하려고 해서ㅡㅡ의외로 빨랐군."
무엇이, 라고 누가 묻는 것보다 빠르게, 코드홀더의 등에 거대한 도신이 출현하였다.
숨을 삼킨 이리셰나가 서둘러 라셰라를 자기 뒷쪽에 숨겼다. 당돌한 살의에 경계하였지만, 그 칼끝은 이리셰나와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또 만났군."
여유만만한 카론의 목소리에, 짜증섞인 느낌으로 혀를 차며 대답했다.
천천히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거친 옷을 잊은 듬직한 남자. 감옥에서 카론이 만났던, 두령이라고 생각되는 남자였다.
항복한다는 듯 손을 올리며 나온 산적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도 냉담한 관록을 내뿜는 카론의 모습에, 마스크 사이에서 들여다보는 눈을 험상궂게 만들며 분노를 표출하였다.
"조용히 나가줬으면 좋았는데."
"그렇게 못하게 한 건 너희들 아닌가? 도대체 어디에 소속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든 건 사르탄과, 마왕과, 제국 탓이다."
"전부 상대하는 거냐. 욕심은 몸을 해친다고."
"인간의 사정에 정상을 참작해주는 쪽이 오히려 몸을 해친다고 배웠던 참이다. 안됐지만, 우리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유의에 따라서 세계를 상대하도록 하겠다."
산적이 경계하는 듯이 검자루에 손을 댄 것을 보고, 카론은 비웃음을 내비쳐 보였다.
처음으로 경계할만한 상대라고 인식된 것이 이상하게도 기쁘게 느껴졌고, 동시에 적대당한다고 인식되는 것으로 우호적인 감정이 지워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불쾌함을 무마하려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자, 두 번째 만남이다. 자기소개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산적은 주변에 시선을 돌렸지만, 그 앞에 동료가 없다는 것은 맵으로 확인해 놓았다.
눈조차 움직이지 않고 상대하는 카론과 코드홀더를 보고, 산적은 체념한 듯 후드를 벗었다.
이마에 상처가 있는, 예리하고 사나운 남자였다.
모습을 드러낸 산적의 얼굴을 보고 반응을 나타낸 자는, 카론도 코드홀더도 아닌, 이빨을 깨물며 증오를 드러낸 이리셰나였다.
"하인켄・그레이크로우!? 어째서 당신이 사르탄에!"
확실히 이름을 불린 하인켄은 껄끄러운 듯 이마를 긁고는, "이런 때에는 내가 말하게 하라고." 라며 허리에 손을 대며 크게 탄식하였다.
"뭐, 네게는 들켰겠지만 다시 소개하지. 뉴엘 제국군 중장 하인켄・그레이크로우다. 이래 뵈어도 뉴엘 제국 '안아르바'의 수장이다."
그렇게 말하며 허리춤에서 꺼내든 것은, 정박하고 있는 전함에 걸려져 있던 군기와 같은 문장이 새겨진 명판이었다.
딸기 덩굴로 가장자리를 꾸민 은색 명판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고 분노를 증폭시키는 이리셰나였지만, 그것은 공포를 뜻하기도 했다.
악명높은 제국의 암살부대를 이끄는 남자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자유자재의 전투술을 응용해 수많은 사람들을 어둠에 묻어버린 살육의 전문가를 앞에 두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카론의 제정신이 의심될 정도로 두려워하였다.
하지만, 카론은 두려워할 여유가 없었다.
'어라? 사르탄이 아니었나?'
카론은 대뜸, 하자르의 하수인이라고 생각했었다.
거기다, '안아르바' 라고 들어도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다.
".......스콜라를 구하고 싶은가?"
여기선 이 자리를 적당히 넘기려고, 관계가 있을 법한 이름을 꺼내어보는 카론.
하인켄은 턱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숙이고, 곁눈으로 이리셰나 일행을 노려보았다.
"구하고 싶었지. 스콜라님이 이 바보같은 꼬마들에게 정을 붙이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도 여기엔 없었다고."
두 사람의 생존을, 하인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몸을 희생해서 구하려고 했던 자를 죽일 정도로, 암살자란 냉혹한 인간이 아니다.
"마례장군은 나와 부하들이 함께 덤벼도 이길지 어떨지 몰라. 사르탄에 흥미는 없지만, 스콜라님 만큼은 어떻게 해서도 구하고 싶다."
그것은 제국의 의지이기도 하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왕, 나와 거래하지 않겠나?"
경박해 보이는 태도로 카론에게 물어보는 하인켄이었지만, 그 내심으로는 격하게 거칠어져 있었다.
마왕군은 아니지만 몬스터의 손을 빌리다니 사실은 선택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그렇게 있을 수 만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거래, 말인가. 우리에게 이득이 없다."
"제국과의 충돌을 뒤로 미룰 수 있다. 당신의 부담이 줄어드니까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다. 서로 편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윈윈이라고?"
회색 눈과 검은 눈이 교차한다.
쓸데없는 교섭은 그만두라고, 양쪽의 눈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 우리가 너희들의 사정을 일일이 봐줘야 할 도리는 없을 텐데."
"아니, 당신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있다. 난 그걸 마련할 수 있지."
"원하는 것?"
ㅡㅡ용자란, 신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은가?
카론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하인켄이 말하는 지식이란 어느 정도의 내용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세계에서 온 표류자인 카론에게 있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의 진리에 닿는 것이라고 한다면, 목에서 손이 튀어나올 정도로 필요한 것이다.
"제국이 목표로 하는 건 마물의 토벌만이 아냐. 그걸 태어나게 하는 여신 게르하의 제거다. 그를 위한 용자의 힘, 그 원천이 무엇인지를 조사해왔다. 어떤 조건으로 태어나는지, 어떤 요소가 각성시키는지도."
하인켄의 거래는, 공수표를 구두 약속으로 교환하는 것에 가깝다.
만일 거짓이라면, 그냥 적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끝나고, 카론이 꼴좋게 이용당했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하지만.'
만일 해명할 수 있다면, 자유자재로 용자를 생성하고, 동시에 생성하지 않는 선택도 취할 수 있다.
만일 신과 접촉할 수 있다면, 이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수중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만일 그렇다면.
3분이나 듬뿍 생각한 후, 카론은 겨우 입을 열었다.
"난 너희를 믿지 않는다."
"당연해."
"그래서 또 하나 조건을 달겠다."
하인켄이 묻는 것보다 빠르게 카론이 말했다
"스콜라・아이언베일의 신병을 우리들이 확보한 경우, 그대로 받겠다."
".....뭐야?"
"난 스콜라라는 자를 마왕군에게서 구출하는 협력은 한다. 하지만 거래는 거기까지다."
어디까지나, 이 거래는 천름의 용자를 현재 상황에서 구하기 위한 것이다.
"뭐, 그쪽이 빨리 잠입해서 구한다면 될 뿐. 나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하인켄은, 앉아있는 카론을 내려다보며 살기를 내뿜었다.
코드홀더가 자세를 취했지만, 카론은 시치미를 뗀 얼굴로 오니같은 표정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죽음의 구현인 도서관의 망령에 비한다면, 인간 한 명이 내뿜는 죽음 정도로는 꿈쩍도 안 한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열 받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은 싫지 않아."
"난 나보다 바보같은 녀석이 취향인데. 편해서 좋다."
"하! 확실히 그거 좋군. 그럼, 우리를 위해 열심히 정리나 해."
그렇게 말을 남기고, 하인켄은 바람처럼 지붕으로 뛰어올라서 호쾌하게 달려갔다.
그걸 보며, 카론은 눈을 떼고 있던 맵의 정보를 확인했다.
사르탄의 바깥, 콜드론 연봉의 산기슭에 모인 파란 점을 보고, 천천히 일어서며 무방비하게 등을 뻗으며 커다랗게 숨을 토했다.
여러가지로 예상 밖의 일도 있었지만, 해야할 일에 변함은 없다.
준비는 갖춰졌다.
이젠 카론이 명하기만 하면 움직인다.
이제, 신도 때에 느꼈던 망설임은 없다.
ㅡㅡ이것이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패도인 것이다.
"시작하자. 유린을."
라고, 단단히 마음먹은 카론이었지만, 그만 존재를 잊고 있던 두 사람의 시선을 눈치채고 흘끗 눈길을 향했다.
"이게 마물의 왕....."
"대단해......."
용자에게 필적하는 제국의 장군을 상대로 당당하게 행동하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에 느낀 것이 있던 모양인지, 이리셰나와 라셰라가 경외의 뜻을 표하였다.
몸둘 바를 몰라서 반대쪽을 향하자, 그곳에는 오드아이를 격하게 움직이며 영상 데이터를 고해상도로 보존하는 코드홀더의 모습이.
"........"
왕의 행동이란, 구경거리의 측면도 있는 것이다.
그걸 이런 상황에서 떠올린 카론은 , 갑자기 밀려오는 피로에 쓰러질 것 같았지만, 얼버무리려는 듯 콘솔을 조작하였다.
728x90'판타지 > 에스텔드 바로니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 폭거 (0) 2021.02.01 15 키메라 (0) 2021.01.31 13 움직임 (0) 2021.01.30 12 방아쇠 (0) 2021.01.30 11 교섭 (0) 2021.01.29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