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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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1월 29일 12시 04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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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61/





     "먼저 사르탄의 현재 상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눈앞에 놓여진 요리에 손을 대지 않자 하자르가 입을 열었다.


     "지금, 사르탄에는 몇몇 손길이 뻗쳐오고 있습니다. 하나는 제국, 또 하나는 마왕입니다."


     마왕군은 각지를 침공하고 있었는데, 제국과는 이미 몇 번이나 교전하며 전선을 넓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먼 옛날의 전쟁에서 대패한 경험 때문에 대마병기를 계속 만들어 와서 호각으로 싸우고는 있었지만, 양측 모두 결정타가 부족한 상황. 거기서 양국이 눈독을 들인 것이 사르탄이었다.

     상업국가라며 과장되게 일컬어지고 있지만 결국은 소국. 서로 맞붙고 있는 이라 대륙에서 우열을 가르려면, 측면을 공략할 거점이 될 이 토지를 빼앗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사르탄은 그에 대항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았고, 도망치려 해도 콜드론 연봉이 레스티아 대륙의 중심으로 향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제국은 협력이라는 이름의 종속을 요구하였고, 마왕군은 분명하게 침략을 선언하였다.


     "맞선다 해도 패배는 필연. 한번이라면 몰라도 두 번이나 나라를 욕보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 때, 당신들의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내가 겉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왕국을 방문했을 때다. 다시 말해 정보는 왕국의, 우리들 에스텔드 바로니아에게 원한이 있는 자에게서 얻었다는 뜻이 된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마왕군 간부와 손을 잡은 자에게서 도달한 정보입니다."


     카론의 뇌리에 산적들의 모습이 스쳤다.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왕국과 관계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바로는 믿지 못했지만, 그쪽의 종자 분의 힘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아무리 제국이라 해도, 그녀 정도로 강력하고 정교한 기계인형을 만들 기술은 없습니다."

     "그런가."

     "그렇기 때문에,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하자르는 정좌한 자세를 고치며 기세좋게 고개를 숙였다.


     "아버님!? 무얼 하시려는 겁니까!"

     "아버님! 머, 머리를 들어주세요!"


     도게자에 가깝게 깊게 머리를 숙이며, 양 어깨를 딸과 아들에게 잡힌 채 하자르는 부끄러울 느낄 틈도 없이 외쳤다.


     "부디, 사르탄을 구해주시길 바랍니다! 이것 밖에, 우리들에게 남겨진 길은 없습니다!"


     그런, 사르탄의 애원을,



     "허나 거절한다."



     카론을 확실하게 거절했다.

     하자르는 고개를 숙인 채 경직되었고, 라셰라는 아버지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 눈을 부릅뜨고 카론을 노려보았다.

     그럼에도 관계는 없었다. 지금 카론이 느끼고 있는 것은, 하자르에 대한 불신감이었다.


     "너........!!"


     이리셰나의 분노의 앞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덤비려고 움직이려던 그녀를 견제하는 듯, 코드홀더의 팔이 움직였다.


     "그것이, 사르탄 왕녀의 행동인가."

     "시끄러! 너 따위에게 들을 이유는 없어!"

     "그런가. 그럼 그게 사르탄의 방식인가? 의심되면 베고, 따르지 않으면 베는 나라라는 걸 왕녀 자신이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겠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예쁜 얼굴을 흉측하게 찌푸리는 이리셰나였는데, 어째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카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리셰나, 라셰라, 그리고 모두, 방을 나가지 않겠습니까."


     이제야 입을 연 하자르의 대사는, 카론과 혼자서 상대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양쪽 어깨를 거머쥔 두 사람의 손을 들어올리는 힘에서 움켜잡는 힘으로 바뀌었지만, 하자르는 고개를 숙인 채, 이번엔 강하게 말하였다.


     "방을 나가라. 이건 명령이다."


     명령이라고 한다면 따를 수 밖에 없다. 급사인 여자들은 누나의 손을 살짝 쥐고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는 라셰라를 따라서 방을 나섰다.

     

     "왕이란, 꽤 어려운 것이군요. 아무리 지나도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떠보는 듯한 눈동자가 카론을 쏘아보았다.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당신 딸의 악행도, 거짓된 미담도. 손을 빌리고 싶다고 하면서 실제로 하는 건 우리들에 대한 선전포고인가?"

     "이쪽의 사정에 휘말린 점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주변에서 사람이 떨어지려 하지 않아서."


     그것은 이리셰나의 일도 포함한 것일 터.


     "어쨌든, 이걸로 이제야 당신과 정직하게 대화할 수 있겠군요."

     "상인의 말은 어느 시대에나 수상하다고 정평이 나 있지."

     "그럴 셈은 없답니다? 저희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제시한 정보를 선택하게 할 뿐입니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말로 자기 형편에 알맞게 진행한다는 것도 추가해 두지."

     "뼈아프군요. 하지만, 아무래도 매매를 하찮게 생각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라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 만큼의 일을 해놓고서 무슨ㅡㅡ"

     "당신은, 왕의 의무를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숨을 삼키려 하는 것을, 참았다.


     "........"

     "전 안목에 자신이 있습니다. 이걸로 단순한 평민에서 옥좌까지 올라갔다고 단언할 정도로 신용하고 있는 제 안목이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당신이ㅡㅡ왕의 위세로 자신을 치장할 뿐인 인간이라는 것을."


     격노해도 될 장면이지만, 카론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자신이 계속 직면하고 있던 문제를 똑바로 듣게 되자, 지금도 가슴에 담긴 의문이 부풀어 오른다.


     

     "이 이상 우리 왕에 대한 모독은 허용할 수 없습니다. 부디 오더를."

     "아니, 기다려."


     구동음을 내며 자세를 취하는 코드홀더를 무심코 제지하고 말았다.


     "무엇을, 이해하지 못는다는 뜻인가?"

     "그렇군요....제멋대로인 상상이지만, 냉철한 판단을 내릴 기준이 애매하지는 않습니까? 본래라면, 당신은 이리셰나를 용서하면 안되었습니다. 무고죄를 만들어 습격했으니, 제가 카론왕이라고 알고 있던 것도 결부시킨다면 얼마든지 그녀의 처분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자비에 불과한 걸 꽤나 물고 늘어지는군."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리셰나는 왕족입니다. 국왕으로서 행동할 거라면 최소한 금전이라도 요구하는 편이 옳습니다. 상응하는 보상을 시키는 것이 대등 이상의 교제라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만난 것이라면 더욱더."

     "......이 나라에 흥미가 없었을 뿐이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렇겠군요. 적당히 대응하는 것도 납득은 갑니다. 그럼 어떻습니까. 왕국이 쓸만하지 않다면 저희들을 써보고 싶지는 않습니까? 그 나라보다도 도움이 될 텐데요?"

     "그 나라의 불순분자를 제거하면 된다."

     "이것도 제멋대로의 상상이지만, 왕국 내에는 수지가 안 맞을 만큼의 수가 당신의 적이 되었겠지요. 저긴 그런 사상의 나라입니다. 외부에 깊게 관여하려고 하지 않지만, 내부로는 절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그래서 라돌 공국이 언제까지나 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디까지 꿰뚫어 보고 있는 건가. 얼마 안되는 정보를 구사하여 진실에 도달하는 지능과 미모와 미성 이상의 무기, 그것이야말로 하자르의 안목이었다.


     "마을의 모습을 보셨다면 아실 겁니다. 이 나라는 수인과 아인도 살고 있어서 이종족에게 관대합니다. 인간과의 공존도, 어렵지는 않습니다."


     남색의 미남의 목소리는 그럴듯하게 들린다.


     "어떻습니까. 저와 손을 잡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민 손을 보고, 카론은 눈꺼풀을 닫았다.


     "이것 만은 가르쳐주게."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무엇입니까?"

     "왜 그녀를 동석시켰나. 나에 대한 태도가 극렬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겠지."


     카론이 그렇게 묻자, 하자르는 미세하게 슬픈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이전엔 영리한 아이였습니다. 직설적인 자신을 재주껏 억누르고 사르탄의 왕녀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있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아무 것도 구할 수 없다고 느끼고 만 것이겠지요. 맞설 수 있는 강함이 소중한 것을 구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버린 모양입니다."


     약간 의미를 바꿔서 생각하고 있지만, 하고 하자르는 덧붙였다.


     "이런 자리라면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꽤 안되는군요."

     "그런 모습을 보고 냉정히 있을 수는 없겠지."

     "말씀하신대로 입니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이것 만은 본심에서 나온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다시 내밀어진 손을, 카론은 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짧게 한숨을 쉬고 자신도 상처하나 없는 손을 내밀어,


     탁, 하고 가볍게 쳐냈다.


     "당신은 우리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꽤 얕본 모양이군. 그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겠다."


     이번에야말로 거짓없이 경직되었을 하자르에게, 마물의 왕 다운 표정을 지으며 고하였다.


     "하나. 조심하지 않는다면 우리 군은 언제든지 이 땅을 밟겠다."


     손가락을 하나 세웠다.


     "둘, 이야기를 들고 오기에는 한발 늦었구나. 나는, 나아가야 할 길을 이미 선택했다."


     또 하나.


     "그리고 셋."


     세 번째 손가락을 세우고 나서, 놀랄 거라고 확신하는 사실을 고하였다.


     "콜드론 연봉은, 우리들이 수중에 넣었다"


     순식간에, 하자르의 표정이 변했다.

     경악하여 눈을 부릅뜬 하자르를 그대로 두고, 카론은 재빨리 일어서서 발길을 돌리고 아무 말 없이 넓은 방을 뒤로 하였다.

     

     지나치는 민족의상의 관리들의 기이한 시선을 무시하고, 호쾌하게 궁전을 떠나서 그냥 앞만 바라본 채 숙소로 걸어갔다.


     "훌륭하십니다."


     코드홀더의 말에, 카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그 남자는 진심으로 저희들에게 환심을 사려고 했을 것입니다. 제국과 마왕 사이에 끼워졌고, 어느 쪽도 그 나라의 이득이 안 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상인 근성으로 또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려 했습니다. 카론님이 거절했으니 저쪽은 드디어 뒷배가 없어져서, 위대한 왕에게 모든 것을 바칠지 죽음을 선택할지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잘 들어라, 코드홀더."


     카론님 지상주의의 극치에 도달하려던 그녀였지만, 곧바로 씩씩한 목소리를 내며 데이터의 바다에 있던 의식을 현실로 되돌렸다.


     "예."

     "그 남자가 내민 손을 거절한 것은.....여러 추측도 이유는 되지만 그것 만이 아니다."


     코트를 휘날리며, 카론은 선명한 홍채색 기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의, 소중한 것이 상처 입었다. 그걸 그냥 용서할 생각 따윈 없었다."


     이번 일로 이제야 눈이 뜨였다. 아니, 이 세계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을 터였다.

     사랑과 평화를 주장할 뿐인 대화의 의미는 없고, 힘을 기울여야만 처음으로 의미가 생겨난다. 나라의 인식을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결과가 이거다. 모두 자신이 뿌린 씨앗이다.


     "미안했다. 쓸데없는 상처를 입히고 말았구나."

     "......핫!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 왕을 모시는 인형이며, 이 몸의 모든 것은 당신의 것. 완구처럼 사랑하는 것도, 쓰레기처럼 난잡하게 다루는 것도 모두 당신의 마음대로 입니다."

     "그런가. 정말 믿음직하구나."


     슈우우우웅, 하고 과격한 구동음과 함께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돌아가는 하드디스크처럼 끼릭끼릭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이 걱정되었지만, 카론은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그대로 채팅창을 열고, 손은 움직이지 않은 채 생각 만으로 문자를 입력했다.


     ㅡㅡ카론국왕폐하 : 루슈카, 상황은 어떻게 되었나?


     곧바로 대답이 왔다.


     ㅡㅡ제 16단단장 : 만사 문제없음. 현재 왕국의 모반자를 모조리 밝혀내는 도중입니다.

     ㅡㅡ카론국왕폐하 : 그런가. 우리들을 습격한 상대에게서 뭔가 정보는 얻지 못했나?

     ㅡㅡ제 16단단장 : 아무래도 마왕을 자칭하는 불온한 자의 수하도 섞여 든 모양이라, 그쪽도 탐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왕국에 있는 자들로서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ㅡㅡ카론국왕폐하 : 글쎄?

     ㅡㅡ제 16단단장 : 그 인간 여자는 단순한 장기말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왕을 해하였다면 하수인에 상응하는 보답을 주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습니다. 우리에게서 왕을 빼앗은 녀석은 패.....으음, 어쨌든 보복해야 한다고 간청합니다.

     ㅡㅡ카론국왕폐하 : 그렇군. 하지만 도마뱀 꼬리자르기로 끝내기에는 수지가 안 맞다. 몰래 돌아다니는 마물은 당분간 그대로 냅둬. 어차피 아무 것도 못한다.

     ㅡㅡ제 16단단장 : ........그럼, 북쪽으로 병사를 보내지 않으시는 건가요? 

     ㅡㅡ카론국왕폐하 : 다만 동향을 살필 동안 만이다. 그를 위해선 '조금 세게 나가도' 상관없다. 알았나?

     ㅡㅡ제 16단단장 : 모두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담이 있는데요.


     길의 중심에서 카론은 다리를 세웠다.


     ㅡㅡ카론국왕폐하 : 뭐지?

     ㅡㅡ제 16단단장 : 제 8단을 사르탄 근해에 배치해도 괜찮을까요?


     제 8단. 바로니아의 17기둥 중 유일하게 바다에 특화한 군단이며, 많은 해수와 어인으로 편성되어있다. 바다에 인접한 이 땅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전력이다. 각하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승낙하자 답신은 멈췄고, 이야기가 끝난 모양이어서 채팅창을 닫으려 하기 직전에 문자가 떠올랐다.


     ㅡㅡ제 16단단장 : 정말 잘 결단하셨습니다.


     그걸 읽은 카론은, 갑자기 뜨거워진 눈시울을 강하게 닦으며 빠른 걸음으로 숙소를 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카론의 잠자리는 여태까지 중에 제일 좋았다.

     창가를 바라보니, 코드홀더가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마스터, 눈을 뜨셨습니까."

     "그래......"

     "물을 길어왔으니, 써주십시오."


     카론은 침대 가로 이동하여 얼굴을 씻고, 타월로 얼굴을 닦고 나서 일어섰다.

     일단 아침식사를 할까 생각하니, 코드홀더가 갑자기 손바닥을 입구의 문으로 향했다.


     "뭔가?"


     물음에 대답은 없었고, 대신 노크 소리가 났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저기, 이른 아침에 죄송해요. 밑에 뵙고 싶다는 손님 분이 찾아오셔서...."


     스탯을 확인하니, 점주의 부인인 모양이다. 코드홀더에게 손을 내리라고 지시하고, 만일을 위해 누구인지 맵으로 확인하는 카론.

     

     "으음?"


     하고, 기묘한 목소리가 나왔다.

     카론은 몸단장을 하는 동안에도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방을 나와서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더욱 표정을 찡그렸다.

     카운터 옆에 놓여진 의자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자는, 갈색 피부가 비치는 선명한 황색과 녹색의 의상 차림의 여자.

     

     "무슨 일인가. 이야기는 이미."


     말을 끝내는 것보다 빠르게, 이리셰나는 고개를 깊게 숙이며 외쳤다.


     "어제는 미안했다! 간단히 용서해 줄 거라고는 생각치 않아! 하지만 뭔가 배상하게 해줘!"


     어제와 달라진 태도에 카론은 놀라, 지는 않았다.


     "대체 뭐냐 너는......"


     왕족이 민중의 눈이 보는 장소에서 날뛰거나, 커다란 소리로 사과하는 건 좋지 않다는 말이다.

     이리셰나의 독단인지, 하자르의 책략인지. 모처럼 사그라 들었던 위의 아픔이 다시 시작되자, 카론은 천천히 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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