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사건2021년 01월 28일 14시 26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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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화에서 코드홀더의 복장.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의상.
어제는 호된 꼴을 당했다며, '카네라의 숙소' 의 점주 리게스는 벗겨진 머리를 만지면서 내심 투덜거렸다.
어딘가의 귀족이 사랑의 도피라도 한 것일까. 이 나라에 귀족제도는 없으니 바다를 건너왔거나, 만의 하나 산을 건너왔다거나. 어느 쪽이라고 해도, 사르탄에서 사는 인간이 아니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는 복장의 2인조가 밤늦게 찾아왔다.
그것도, 잠든 남자를 여자가 양손으로 들고서, 다.
단순한 사랑의 도피라기 보다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검은 옷의 남자를 빼앗은 듯한 구도. 행동거지가 좋은 걸로 보아 양쪽 모두 상당한 재산을 가졌다고 생각했으며, 이 자들을 받아들이면 성가신 일이 생길 것도 쉽사리 예상되었다.
"아~아, 왜 받아들였지."
부인과 자식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아렌하이트에서 건너와서 고생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의 손도 빌리지 못하고 길거리를 헤매던 걸 구해준 부인이 아니었다면 지금 쯤 자신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런 은혜를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다라는, 보통은 드러내지 않을 상냥함 때문에 나쁜 짓을 해버렸다며 남자는 후회하고 있었다.
"당신! 카운터에 섰으면 흐느적거리지 말라구요!"
둥근 의자 위에서 볼품없는 자세로 있는 걸 발견한 부인의 엄격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조금 지나자, 가게 안의 계단을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렸다.
"오는가....오겠지...."
부탁이니 그 바보같이 눈에 띄는 복장이 아니길, 하고 리게스는 강하게 눈을 꿈뻑거리면서 계단을 확인했다.
내려온 자는, 그 화려한 복장과 약간 달라져 있었다. 남자는 검은 코트 그대로였지만, 소녀 쪽은 흰 브라우스에 다크브라운의 보디스, 자락이 긴 남색 스커트를 입어서 수수하게 바뀌어 있었다.
머리에도 스커트와 같은 재질의 스카프를 두른, 이른바 던들이라는 민족의상. 이거라면 마을에서도 녹아들 수 있겠지만, 그걸 입은 자의 미모는 사람을 매혹시키고 말 것이다.
리게스도 무심코 침을 삼키며 천사같은 외모의 소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말았다.
"어젯밤은 민폐를 끼친 모양입니다."
눈앞까지 온 검은 옷의 남자의 피곤한 얼굴이 눈앞에 와서야 겨우 자아를 되착은 리게스는, 헛기침을 크게 세 번 하고 나서 진지한 얼굴을 만들었다.
"신경쓰지 마슈. 돈을 받았으면 손님은 손님이니."
"......그렇습니까."
"형씨, 어디에서 왔수? 설마 제국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만일 제국민이라면 일부러 사르탄을 골랐겠습니까?"
"뭐, 그렇지."
밀정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눈에 띄는 복장으로 그런 눈에 띄는 등장은 하지 않을 거라며 납득하였다.
"그런데, 그녀가 절 대신해서 지불해줬다고 들었는데, 며칠 분이었나요."
"이틀 분. 내일까지 저녁밥과 침소를 돌봐주겠수다. 아니면 좀 더 내줄 것이우?"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지만, 수중에 돈이 그다지 없어서. 어딘가에서 환전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좋은 곳 모르십니까?"
곤란한 표정의 남자를 잠시 바라본 리게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 순간 무심코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무일푼으로 사르탄까지 도망 온 자신과 아주 약간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하하핫! 무슨 도피행인지 보면서 생각했는데! 그런가그런가! 하아~ 재밌구만 형씨."
그렇게 돈이 없는 게 재미있나 하며 이상하게 생각하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리게스는 질 나쁜 종이를 꺼내들고서 유쾌하고 난폭하게 글자를 써내려갔다.
"자, 내가 아는 보석상의 주소. 그리고 맛있는 음식점과 나름 괜찮은 옷가게도 써두었으니 가보슈. 뭐 나 같은 녀석이 가는 가게이니, 당신 정도로 좋은 집안 사람이 갈 만한 곳은 아니겠지만."
"고맙습니다. 정말 살았습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오. 그 아가씨한테서 눈을 떼지 마슈. 여긴 힘이 있으면 누구든 벌 수 있는 상업의 나라. 좋은 곳이지만 치안은 그리 좋지 않아. 그런 미인이라면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가격표가 붙어있는 일도 있다는 말이요."
".......그런 곳이 횡행하고 있습니까?"
"아니, 사실 누가 없어졌다 같은 말은 듣지 못했으니, 결국 소문이겠지만..... 하지만, 소문으로 듣는 걸로 충분하지 않겄수?"
의미심장하게 에두른 대사에, 남자는 "그렇군요." 라며 한번 끄덕였다.
"힘내시오. 제국민이 아니라면 사르탄은 누구든 받아들이는 나라이니."
"아, 고맙습니다."
떠나는 그 등을 보면서, 리게스는 예전의 자신을 겹쳐보았지만, 저렇게 평온하지는 않았다며 코웃음을 쳤다.
"쳇, 믿음직하지 않은 형씨구만. 하지만 뭐, 그러니 도망치지는 않겠지만 말여."
저건 상당한 부자다. 하지만 자력으로 버는 인간의 반짝이는 눈이 아니다. 아마도 차남이나 삼남이고,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인정받지 못한 사랑을 성취하려고 하는 것이겠지.
"잠깐 당신! 멍하게 있을 정도라면 여기 좀 도우라구요!"
"예예예, 알았수다!"
어렴풋이 청춘을 느꼈지만, 어차피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은 부인의 엉덩이 밑이다. 저 성격이라면 그럴 테고, 저 기센 아가씨라면 그럴 거다. 제멋대로인 상상에 불과했지만, 굳세게 살아야 한다고 남자를 동정하면서, 리게스는 무거운 허리를 들고 부인의 목소리가 난 쪽으로 걸어갔다.
바깥으로 나온 남자와 소녀ㅡㅡ카론과 코드홀더는, 받은 메모의 정보를 맵에 비추어 맞춰보며 이동을 시작했다. 카론이 휘갈긴 문자를 해독하면서 이끌었고, 그 뒤를 마을소녀같은 복장의 코드홀더가 주변을 경계하면서 따라갔다.
"마스터, 먼저 이쪽으로."
"보석상이다. 자금을 확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해."
"자금......"
"에스텔드 바로니아와 이 세계는 통화가 다르다. 아직 불명이지만, 리페리스와 사르탄이 다른 통화를 쓸 가능성도 있고. 그걸 알아보는 목적도 있다."
"그럼 저희들이 평소 이용하는 바로니아 통화의 환율을 확인해야겠네요."
"아니, 그건 안 한다."
올려다 본 코드홀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론은 인벤토리에서 한 닢의 금화를 꺼내어 코드홀더에게 내밀었다.
"우리들이 화폐라고 인식하고 있어도, 국가의 신용이 없으면 결국 단순한 연화.....겉보기에 좋은 코인에 불과하지."
나라의 문장이 새겨진 정교한 금화를 받아든 코드홀더는 멀뚱히 쳐다보았지만, 그녀로서는 역시 익숙한 걸로만 보였다.
"그 도적에게서 받았다는 화폐를 기억하나?"
"데이터 폴더에 화상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걸 화폐라고 했으니 그렇게 인식했겠지만, 만일 아무 말도 없이 건네줬다면 뭐라 생각했을까?"
"단순한 쓰레기입니다. 동화라고도 할 수 없는 먼지입니다."
카론의 얼굴이 떨더름해졌다.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 라며.
"으음! 뭐, 그래. 그것과 마찬가지로, 화폐의 가치는 서로의 나라 끼리 정하는 것이다. 그 후에야 겨우 경화라고 부르는 것이 되고. 이건 왕국과의 사이에서 결정지을 예정이었지만......"
카론은 찌릿찌릿, 하고 배가 아파오는 걸 느껴서 가슴을 움켜쥐면서 이어나갔다.
부탁이니 폭주 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메세지를 보냈지만, 루슈카와 다른 단장들에게서 믿음직한 답신이 올 때마다 더더욱 불안을 느꼈다.
"아아아아......"
"마스터?"
무심코 입에서 나오는 신음에, 코드홀더가 급히 따라붙는 걸 손으로 제지하고, 헛기침을 한번.
"어쨌든, 지금은 이 나라에서 쓰는 돈이 필요하다. 이건 최우선 사항이다."
맡겨두라고 웃는 카론의 눈에는, 자신감과 생기가 없었다.
◆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보석상을 방문한 카론.
상인은 낮게 제시한 금액에 "그 정도인가" 라며 납득을 한 카론을 보며 실실 웃고 있었지만, 이야기가 끝나려는 순간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잘 모르겠지만 좋은 조건에 거래를 끝낸 카론에게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돌아보기 직전까지 정숙히 서 있었던 코드홀더의 손이, 상인이 본 적 없는 무서운 모양의 기계로 변해있었던 것을.
그 결과, 생각보다 높게 거래를 끝낸 현재, 숙소의 점주가 써준 주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는 중이었다.
"후후......"
어둡고 삼엄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게의 제일 안에 있는 테이블에서, 카론은 상인에게서 받아 든 동화를 손으로 만지며 중얼거렸다.
"꽤 높게 팔았구나."
카론이 내놓은 아이템은, 인벤토리에서 꺼낸 아이템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제일 레어도가 낮은 것을 골랐었다.
어쨌든 이걸로 당분간은 안심이다.
"마스터,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요."
의식 바깥에 있던 마을소녀 스타일의 코드홀더의 차가운 눈이, 한 나라의 주인이 돈으로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듯 느껴져서, 카론은 재빨리 돈을 품에 넣고 진지한 표정을 만들었다.
"다음, 인가."
묵직하게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솔직히 카론으로선 무위도식하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될 뿐이어서, 돈만 손에 넣는다면 딱히 다음 일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숙소의 점수와 보석상이 제국의 이름을 꺼내든 것은, 자신의 모습이 뉴엘 사람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제국과 적대하는 사르탄에서 그런 착각을 누구나 한다면 성가신 일이 일어날 것이고, 무엇보다ㅡㅡ
"왜 그러십니까?"
어디에 있어도, 코드홀더가 눈에 띄는 것이다.
머리와 눈도 그렇지만, 어쨌든 그녀의 외모가 사람의 눈길을 끌고 만다.
"가능하다면 숙소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다."
그리고 여기엔 이제 오고 싶지 않다.
"시찰은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먀르코의 일손이 비면 이쪽으로 돌리면 될 뿐이다. 신도에서 시찰하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해서 말이야, 가능하다면 조용히 지내고 싶다. 왕도에 대한 대응도 지시해야 하고."
"알겠습니다. 마스터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좋아. 그렇게 정했으면 빨리 식사를 끝내버리자."
일단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고, 카론은 테이블에 놓여진,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한 메뉴판을 열었다. 안에는 난폭한 글자로 쓰여진 들어본 일이 없는 식재와 요리들. 보는 것 만으로는 고기인지 생선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적당히 주문할 수 밖에 없다.
음음 하며 소리내면서 고민하는 카론을 가만히 보고 있던 코드홀더였지만, 센서에 반응을 느끼고 눈만으로 확인을 하였다.
아무래도 동료와 대화하면서 일어서서 다가오는 남자가 다섯 명. 소리를 확대해서 들어보니, "저런 상급품 글케 흔치 않다니까." 같은 상스런 말을 들었다.
"마스터."
"응?"
"불한당이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진짜인가."
급전개에 따라오지 못한 채, 카론은 과격한 파괴음과 함께 날아가는 문을 보았다.
산산조각이 나서 옆으로 튀어나간 파편이, 딱하게도 입구와 같이 서 있었던 주민들을 휘말리게 하며 벽에 빨려들었다.
그 소리의 근원지에는 아라비안나이트를 방불케 하는 터번을 두른 2인조가, 손에 마카위토르라고 부르는 목검과 비슷한 무기를 쥐고서 주점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오, 저 녀석인가?"
안 좋은 태도가 음색으로 드러나는 여자가, 노란색 눈으로 카론을 보며 가리켰다.
"그런 모양이네."
또 한 명은 약간 지성을 느끼게 하지만, 역시 여자와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소년이었다.
2인조는 놀란 표정의 카론의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손에 든 목검을 얼굴 앞에 내밀며 큰 소리를 쳤다.
"너냐! 상인을 속여서 높게 팔아치웠다는 제국의 스파이가!"
"......음? 잠깐 기다려. 그건 뭔가의 오해다."
"문답무용!"
"우오오옷!"
카론이 변명할 틈도 없이 휘둘러진 목검.
도망치려고 의자에서 벗어나는 것보다도 빨리 몸에 부유감을 느꼈는데, 그렇게 인식할 틈도 주지 않고 가속하여 벽을 파괴하고서 상점의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단순한 인간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전개와 행동에 사고도 정지되어서, 그냥 지금 자신이 코드홀더에게 안겨진 채 공중을 날아다닌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오더를. 마스터, 저 저열한 생물을 처분하는 오더를 요구합니다."
"도망치게 둘까 보냐~! 라셰라, 앞으로 돌아가!"
"무리라고 누나, 따라잡는 게 겨우야."
"사르탄의 평화는 어떻게 해서라도 지킨다! 이봐 기다려~!"
"마스터, 명령하신다면 10초도 안 지나 조용히 시킬 수 있습니다. 결단을."
불행. 재난. 아니면 편의주의인가.
더욱더 빨리 돌아가고 싶어진 카론이었지만, 이대로 바보같이 사건을 일으키는 일 만은 최악이라고 생각해서, 코드홀더에게 어떤 지점을 지시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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