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연회2021년 01월 27일 19시 01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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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는 귀족의 무대다.
국가 수뇌끼리의 회담을 끝낸 후 열린 환영회에는 많은 귀족이 참가하여, 늘어선 호화로운 식사를 앞에 두고 환담으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번 연회에서 특히 주목은 모은 자들에게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관심이 향하고 있었다.
백작가의 여식, 마리안느・폰・프란루쥬.
귀족으로 금의환향한 미남, 리발・오드・슈트라이프.
지금 가장 빛나는 '천뢰' 의 전속부대로 발탁된 젊고 유망한 기사였으며, 용모도 포함해 장래가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일컬어진다.
두 사람은 계속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내며, 품위있는 행동을 빈틈없이 해내며 걱정이 서린 얼굴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마리안느는 언제까지고 나타나지 않는 대장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요, 미라・사이파......!'
사실은 그녀가 가장 주목되어야 한다.
그것도 마리안느를 지치게 하는 원인 중 하나였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백작가의 후계자도 그녀의 열린 가슴 부위를 몰래 쳐다보며 미라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이젠 못 참고 진절머리가 나려고 했지만, 익숙한 미소를 띄우며 얼굴을 들자ㅡㅡ등 뒤에서 다가오는 그림자가 마리안느를 드리웠다.
"실례. 잠깐 빌려도 괜찮을까?"
그 목소리는 위엄이 있었다. 마리안느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다만 그림자의 크기가 목소리의 주인의 체격을 나타내고 있었다.
"앗.....가, 각하....."
"괜찮겠지?"
겁먹은 모습의 후계자가 짜낸 목소리에 비해 압도적인 분위기가 방출되자, 젊은 남자들은 이곳저곳으로 물러났다.
마리안느가 천천히 돌아보니, 키가 큰 남자가 무기질한 눈으로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친 남자의 얼굴이었지만, 그 눈의 박력은 딸과 많이 닮았다.
"오랜만입니다, 사이파 공작각하. 몸은 괜찮으십니까?"
"나름대로 괜찮지만, 역시 여러 일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니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미라에게도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고 들었으니 늙은 몸을 부추겨서라도 참가할 수 밖에."
미소라고 부를 만한 건 아니었지만, 약간 드리워진 가마를 본 마리안느는 그리움마저 느꼈다.
전 왕국기사단 부단장, 베일・폰・사이파 공작은, 주변을 바라보며 모이던 시선을 떨쳐낸 후, 마리안느를 슬쩍 창가로 데리고 갔다.
"그리 딱딱하게 안 해도 좋다."
베일은 그렇게 말했지만, 마리안느는 변함없이 딱딱함이 남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도그마 단장의 오른팔로서 활약하신 각하를 앞에 두고 위축되지 않을 자는 없습니다."
"자네 아버지는 겸손이라는 말을 몰랐지만 말이다. 내 딸과 다르게 아버지를 닮지는 않았는가. 그리고, 미라가 용자에 도달했다고 한다면, 이 노구에게 가치 따윈 없지 않은가."
"그럴 리는....."
"뭐, 그 이야기는 됐다. 내가 듣고 싶은 건, 그 나라의 일이다."
그 나라란, 역시 에스텔드 바로니아일 것이다.
"먼 친척이라고는 해도, 왕족의 피를 이은 라돌 대공의 반역에 우리 나라가 굴한 것은 정말 유감이다. 그 궁지를 구해준 은혜는 설령 간섭이긴 해도 느끼고는 있다. 하지만, 역시 마물의 나라라고 들으면 믿기에 무리한 이야기겠지."
"그렇겠네요."
"미라의 말로는, 카론 왕은 이야기가 통하는 녀석이라고 하지만.....아무래도 그 애는 빠져버린 걸로 보인다. 뭐, 나와 비슷하게 서투르고 무뚝뚝했던 아이가 갑자기 이상해진 편이 더 충격이기는 하지."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음. 아니, 그 이야기는 됐다. 일선에서 물러난 내가 가볍게 성에 올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자세히 조사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마리안느 양, 자네라면 객관적으로 경과를 지켜보았을 것 같아서 찾아왔다만, 어떤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얼굴을 맞대고 질문을 받자 곧바로 말로 꺼낼 수는 없었다.
"교활하며 잔인한 인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려 깊고 총명하였습니다. 그 정도의 마물을 거느리는 데도 교만한 모습도 없었고.....이건 사견이지만, 성의에는 성의로 대하는 왕이라 봅니다."
"흐음. 확실히 조금 전의 모습을 보면 그런 분위기는 있었지. 그럼, 구심력은 어떤가."
"거기까지의 모습을 보여준 일은 없었지만, 그 왕에게 적대하지 않는 한 마물들도 이를 드러낼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겠구나."
지나치게 노골적인 말투이긴 했지만, 그도 그럴 것이 여태까지의 왕국 측의 대응은 이것도 저것도 악수에 불과하였다.
"이제부터 만회하겠습니다."
교환한 약속은 절대적이다. 설령 상대가 마물이라고 해도.
그 의지를 느꼈는지, 베일은 흐음, 하며 아래턱에 손을 대고 시선을 리발 쪽으로 향한 후 마리안느를 다시 보았다.
"그런가. 자네가 그리 말한다면, 그렇겠지."
"미라는 그에 관한 걸 아무 것도 말씀하지 않았나요?"
"모습이 이상하길래 어딘가 정신을 당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아아......"
실제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상당한 일이겠지만, 확실히 그 변화는 여러가지로 의심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소녀, 라기에는 좀 동떨어진 변화라는 느낌도 들어서, 그냥 기묘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마리안느에게도 드러내지 않는, 구애되는 마음이 있다. 아버지라면 뭔가 다를지도 모르니 0물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목에서 말이 나오려 하였다.
작게 페일을 부르는 목소리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웅성거림에 지워졌다.
소리가 나는 곳에 있던 자는, 기사의 정장을 입은 무뚝뚝한 얼굴의 미라. 그리고 그녀를 뒤따라오는 매우 좋은 기분의 알드윈이었다.
"이제야 왔는가."
우아한 발걸음으로 상석을 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페일이 중얼거렸다.
마리안느도 그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인파의 틈새에서 한순간 보였던, 불만과 성가심을 숨기려 하지 않는 미라의 태도에 그만 내뿜고 말아서, 서둘러 입가를 가렸다.
"제군."
환담의 소란이 알드윈의 한 마디로 조용하게 바뀐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커다란 위기가 닥쳐왔고, 소중한 것을 많이 잃었다. 하지만, 그 대신 새로운 미래가 탄생하였다. 먼저, '천뢰' 미라・사이파."
소개를 받고 한발 앞으로 나선 미라가, 가벼운 인사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것 만으로도 서로 짠 것처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래도, 저런 점은 성장하지 않았네요."
정말이지, 라며 어이없어 하면서 일의 경과를 지켜보는 마리안느는, 문득 뭔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은 느낌이 들어 옆으로 고개를 향했다.
"무슨 일 있나?"
".......아니요."
기분 탓인가.
"그리고, 새로운 나라도 나타났다. 바로 왕국의 위기를 구해준 에스텔드 바로니아다."
주역의 소개는 간소했다. 혐오가 느껴질 정도로.
이건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존재를 암암리에 인정하지 않다는 뜻을, 여기에 와서도 다시 시사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누군가가 알드윈에게 지시를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후작가의 여식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어서, 가만히 진행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에스텔드 바로니아 국왕 카론님, 입장하시겠습니다."
의전장이 낭랑하게 그 이름을 부르자, 화려한 음악과 함께 대문이 다시 열렸다.
자연스레 모든 시선이 그곳으로 모였다.
장엄한 음악에 맞추어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온 자는, 낮과 전혀 다르지 않은 호화로운 검정을 두른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
그리고, 그 이상으로 눈길을 끈 자가, 옆에 선 산뜻한 소녀였다.
"세상에......"
"저건 마물......인가?"
"예뻐......"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누구도 움직힘 하나 없이 미소녀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웃지도 않는 남자는 찌르는 시선의 추함에 신경쓰지 않았고, 태연히 자랑하는 듯 새로운 시대의 소녀를 데리고 나아가 알드윈에 옆에 선 모습은, 그 쪽이야말로 용자인 것 처럼 보였다.
섬뜩, 하고 마리안느의 등줄기에 오한이 달렸다.
질척한 오물처럼 기분 나쁜 악의가 드러난 쪽으로 얼굴을 돌렸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페일도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이 이상한 파티가 그냥 끝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기우로 끝났으면 한다.
또 남자들이 몰려온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자신에게 어금니를 깨물면서, 마리안느는 미라가 움직여주기를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
귀족의 교류.
뭐냐 그건.
춤추는 건가.
자랑만 하는 건가.
그런 카론의 의문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남자들을 보고 융해되었다.
'에로 할배가!'
다가오는 남자들은 인사도 대충 한 후 코드홀더의 일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도중부터는 카론을 완전히 무시하는 자 까지 있었다.
"마스터."
말을 건 코드홀더의 시선을 쫓자, 미라가 대화에 열중인 알드윈의 틈을 타서 카론의 옆까지 소리 없이 다가왔다.
불쾌한 듯한 얼굴에 약간 희색을 띄우며, 작게 손을 든 미라가 다가오는 남자를 가볍게 물리치며 카론의 옆에 선 후, 어느 사이에 훔쳤는지 급사가 들고 있던 쟁반을 내밀었다.
"먹을래? 아무 것도 먹지 않았지?"
"미안."
미묘한 표정을 하는 카론을 보고 미라는 작게 웃었다.
"평소에 좋은 걸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닌가?"
"아니....."
"뭐, 이 정도다. 이래 뵈어도 식재는 고급이지만, 조미료가 말이지."
서양의 이미지라면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는 인상이었지만, 이런 면에선 문화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보다 소개해주지 않겠나? 오늘 처음으로 보았는데, 어디에 있었지?"
"아, 내 부하다. 인사해."
"북방수호총괄, 제 12군단장을 임명받은, 코드홀더입니다."
"미라・사이파다. 그래서, 이건 애인인가 뭔가인가?"
"왜 그렇게 되지.....단순한 호위다. 그라도라 일행을 데리고 다닐 수도 없으니 말야."
"그것도 그런가. 하지만, 그쪽을 데리고 다니는 편이 얕보이지 않고 끝날 거라 생각하는데?"
"넌 어느 쪽의 아군ㅡㅡ"
"실례합니다. 미라・사이파님께 편지가."
급사가 은쟁반에 올려진 편지를 들고 미라에게 내밀었기 때문에, 카론의 말은 중단되었다.
"......수고했다."
편지를 받아든 미라는 바로 내용물을 확인했다.
"누구지."
카론의 물음에, 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리고, 카론에게 손짓 만으로 '여기에 있어' 라고 지시를 한 후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일부러 그러는 듯한 수상함에 뒤를 쫓을까 생각한 카론은, 옆에 있던 코드홀더를 보면서 다시 한번 잘 생각하고,
"가자."
그렇게 고하고, 재빨리 떠나간 미라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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