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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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1월 26일 20시 11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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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55/





     드디어 녀석들이 찾아왔다.

     왕국기사들은 입에 담지 않았지만, 공포로 몸을 떨고 있었다.

     사람들은 집안으로 피신하여 겁먹은 듯 닫아놓은 창문 틈새로 들여다 볼 뿐이었고, 쓸데없이 거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신을 마술장식으로 두른 검은 강철로 완전히 덮어버린 코볼트가, 대열을 무너뜨리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거리를 나아갔다.

     무력 뿐만이 아닌, 재력까지도 갖추었다는 걸 병사들의 차이로 보여주려 했지만, 정작 국력의 차이를 과시한 것은 세 마리의 마물이 지키는 마차였다.

     군복은 입은 커다란 늑대인간이 선도하고, 좌우로 여우고양이 수인과 한 팔을 망토로 감춘 소년을 대동한 마차는, 두 마리의 목왕준마가 이끌며 성문을 넘어왔다.


     ㅡㅡ드디어 마왕이 찾아왔다.


     "라고, 바보같은 녀석들은 생각하고 있겠구만."


     똑바르게 성을 향하고 있는 무리를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라는, 기분 나쁜 음악만 울리는 거리의 모습을 먼 눈으로 보며 코웃음을 쳤다.

     지금 무렵 성 안의 귀족들은 교만했음을 후회하며 서둘러 계획을 다시 짜고 있을 것이다. 재삼 충고했었는데도 적당히 흘려버린 것이 나쁘다. 꼴 좋다고 생각하자 입가에 심술궂은 미소가 떠오르고 말았다.


     "미라 대장, 심술맞은 얼굴입니다."


     그걸 지적한 자는, 옆에서 모습을 보고 있던 리발・'폰'슈트라이프였다. 미라는 눈만 흘끗 돌려서 모습을 확인하여, 옆에 선 것을 보고는 눈을 되돌린 후 다시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영향받은 건 아닙니까?"

     "실례잖아. 난 '천뢰' 를 수여받은 용자이며, 새로운 기사단장이라고? 뭐, 입장 상의 계급일 뿐이고 강자 축에 들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하지만, 너무 편을 드시는 건......"

     "그럼, 이길 수 있겠어?"


     카론에게, 라기 보다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편드는 듯한 어조를 느끼게 하는 그녀의 언동 때문에, 취임하고 얼마 안 있어 나라의 중진들이 꺼리게 되었다.

     국왕 알드윈리페리까지도, 결사항전의 태세를 취하려 하지 않고 대등한 교섭을 주장하는 그녀에게 실망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래선 미라 단장님이 독립되고 맙니다. 아무리 주변 귀족들이 그 나라에 동조한다고 해도, 기사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해도, 왕과 막료가 결정한 일에 반기를 들만한 기개가 있는 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그렇겠지. 네놈들이 마지막까지 나에게 붙어 있다면 존경의 말 밖에 할 수 없을 거다."

     "그럼 어째서......이제부터의 리페리스 왕국을 짊어질 당신이, 굳이 나서서 명예에 먹칠하는 짓을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이제부터 왕국을 짊어질 귀족님의 고마운 충고인가?"

     "......놀리지 말아주십쇼."


     유격부대의 공적으로 귀족의 자리를 되찾은 리발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미라에게서 눈을 돌렸다.


     "성의 상태는 어때."


     너무 괴롭혀도 불쌍하다고 느꼈는지, 미라가 화제를 돌렸다. 리빨도 의도를 깨닫고서 숨을 들이쉬면서 평소의 모습으로 대답했다.


     "생각대로입니다. 마리안느 양까지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뭘 하고 있는 거야 그 녀석들은."

     "역시 기사로서 회담의 장에 참가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아니, 아마 부모에게서 뭔가를 들었겠지. 프란루쥬 가문은 재무대신을 배출한 일도 있는, 수전노 집안이니까. 국왕의 편이긴 하지만 돈이 들어온다고 하면 눈의 색이 바뀌는 것도 당연해. 기사의 자리를 버리라고 할 정도로 강하게 권유한 건가."

     

     미라는 좌우로 나뉘어진 검은 대열의 중앙을 나아가는 사치스런 마차를 바라보면서 "덕분에 따님은 고지식하다고." 라고 덧붙인 후, 성문에서 벗어나 혼자 걸어갔다.


     "미라 단장!"

     "거기서 기다려."


     복장은 다르지만, 선두에서 걷고 있는 거대 늑대는 검은 색안경을 끼고 주변을 위협하면서 걷고 있었다. 카론이라면 '늑대 양아치' 라고 표현할 것이다.

     목적의 장소까지 도착한 마차는 손을 든 늑대의 지시에 딱 멈추었고, 동시에 스프리건이 연주하는 고적 소리도 멈추었다.


     "여어 인간. 아니, '천뢰' 미라사이파 기사단장."

     "......분명 그라도라였나. 개의 머리로 잘도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포상으로 뼈다귀라도 줄까?"

     "그 때의 말은 고치겠다. 다음 번엔 좀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러니,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앙?"

     

     허리에 매단 검자루에 손을 대며 당당하게 정면에서 시비를 거는 은발의 여자에게, 그라도라는 응하지 않았다.

     미라가 기사들의 눈을 모아서 저들이 우리들과 대등하다고 과시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도. 그 결과가 미라사이파의 용자로서의 격을 올린다고 알고 있어도.

     왕의 앞에서는 전부 무의미한 것이다.


     "너무 귀여운 부하를 괴롭히지 말아주겠나."


     마차의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바로 금색의 털을 휘날리며 달려온 수인 여자가 약간 서투른 몸짓으로 문을 열고, 발판을 준비하여 재빠르게 펼쳤다.

     눈부신 백금의 그림자에서 걸어나와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미라의 기억에 있는 모습보다 더욱 치장하고 있었다.

     

     "마중 수고했다. 오랜만이구나 미라사이파."

     "......하하, 꽤 왕 같아졌구만."


     그건 아마도 동작 때문에 그럴 것이다. 서 있는 모습과 동작 하나하나가 기품과 우아함을 겸비하고 있다. 마차에서 내려오는 동작과, 검정을 기점으로 한 화려한 의상이 서로 어울려 시선을 독점하고 말아서. 조금 전의 미라와 그라도라의 대화 따윈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어울리잖아."

     "그런가. 비웃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합격선이려나."


     일국의 왕에 대해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미라 쪽이었지만, 카론은 탓하지 않는다.

     이미 싸움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미라는 기사단장이 된 용자로서 이 위협에 맞서려는 것을. 반면 카론은 마물의 왕으로서, 용자 따위에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게 행동하는 걸 주변에서 요구 받고,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 오늘은 중요한 이야기도 있어서 친구를 데리고 왔다."

     "친구.......?"


     먼저 공격한 건 카론이었다.

     신흥국의 왕이 친구라고 부를 상대는 자국 안에만 있을 테고, 만일 바깥에 있다 해도 나만 있지 않을까. 그런 자신만만한 의문의 대답은, 카론의 목소리에 재촉되어 마차의 안, 문의 가장자리를 쥔 자그마한 손을 보고 이해했다.


     "진심으로 나라를 쪼갤 셈인가, 카론......"

     "내 생각은 변함없다. 손과 손을 맞잡으면 최선이다. 하지만, 그를 위해선 수단을 고를 셈은 없어."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며 괴로운 듯 중얼거리는 미라에게, 카론은 냉담하게 내뱉었다.

     마음 깊은 곳에 겁쟁이를 숨긴 남자이니 천천히 신중하게 일을 진행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상상을 상회하는 대담한 계책은, 왕국에 더욱 큰 충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그 생각을 맞아 들었다.

     알현실에 안내된 두 인간을 보고, 왕국의 귀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만큼 이 소녀가ㅡㅡ아제라이교 최고위, 에이라크란아젤 교황이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왕과 같이 나타났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잘 지내셨나요, 알드윈 폐하."


     생글거리며 말을 걸자, 알드윈은 동요하면서 재상을 맡고 있는 의형을 바라보았다.

     알드윈의 옆에 서 있는 작고 살찐 남자, 라그롯보르노아도 무엇부터 물어야 좋을지 모른 채 시선을 방황하고 있었다.

     '신도를 빼앗겼나' 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고, 듣기 싫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예하께서 참가하신다고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양국 간에 회의를 한다고 들어서, 카론 폐하께 부탁하여 동석하였습니다. 레스티아 대륙의 이후를 좌우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한다면, 저도 참가하는 것이 지당하지 않겠습니까?"


     신도에게는 사후보고만 하거나, 마물의 나라를 없애는 데에 몰래 협력을 취하도록 계획했던 자들의 눈에는 절망감이 서려있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번 회담은 전후처리를 목적으로 한 국가 간의 회담입니다. 신도에도 막대한 피해가 나온 것은 파악하고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왕국 영토의 한 도시인 딜아젤이 참가하는 것은 약간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가요. 그건 죄송합니다. 대륙에 어떤 위기가 닥쳐와서, 그걸 에스텔드 바로니아 분들이 힘써준 덕에 해결되었다고 들어서요. 리페리스의 입장도 생각치 않고 무례한 행동을 한 점, 부디 용서해주세요."


     이렇게 주빈인데도 무시당한다면 보통 불만 하나 정도는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테지만, 마물의 왕은 이상할 정도의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재상 따위에겐 흥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음!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 이런 제멋대로의 행동은 자중해 주시오. 신도 딜아젤은 우리 나라에 속한 도시이며, 결코 귀국의 영토가 아니오."

     

     불쾌감이 단어의 마디마디마다 내포되어 있어서, 가면 아래에 숨어있던 마물에 대한 증오가 얼굴에 드러났다. 자리를 통제하는 건 라그롯일 터인데, 무언, 무반응, 무책임한 태도를 관철하는 카론 쪽이 눈에 띄었다.


     "재상, 물러나게."


     다시금 추궁하려고 몸을 일으킨 라그롯의 모습을 숨기려는 듯, 알드윈이 이제야 입을 열어서 불온한 공기가 떠오른 자리를 수습하였다.


     "먼저, 재상의 무례를 용서해주게. 우리들은 마물의 위협에 떨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선량하다고는 해도 선입견을 떨쳐낼 수는 없다는 점 명심해주지 않겠는가."

     

     알드윈이 말을 걸자, 카론도 이제야 입을 열었다.


     "물론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짐도 이 자리에 부하를 동행시키지 않은 점, 그쪽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음. 그럼 다시 소개하지. 짐은 리페리스 왕국 23대 국왕 알드윈리페리라고 한다. 이 자는 짐의 의형이며 재상을 맡고 있는 라그롯보르노아 후작이다."

     ".........매우 실례했소이다."


      역시 카론은 라그롯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걸로 다루고 있다고 보일 정도로 명백하게.


     "그래서, 카론 공. 바로 본제에 들어가고 싶지만, 이 자리에서 전부를 채택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부끄럽지만, 일 개월의 유예를 받았음에도 우리들은 귀국에 대한 대응을 결정짓지 못하였다."

     "물론 알고 있다. 이쪽으로선 빠르게 결단을 내렸으면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의 요청이 통하지 않는 편이 곤란해지지. 시간이 필요하다면 조금 더 기다려도 상관없다. 이렇게 서로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고, 그 앞에 보다 좋은 관계가 있다면 기쁘게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겠다."


     이상할 정도로 우호적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마침 잘됐다며 알드윈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 후 제안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 이상은 양측에 있어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교황님도 걱정하고 계시니 말이다. 거기서, 일단 둘 만으로 대화를 해보지 않겠는가."

     ".......이유를 물어보아도 좋을까?"

     "먼저 말했지만, 우리들은 서로를 너무 모른다. 양측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도, 다른 사람을 제외하고 대화해보고 싶은 것이다. 이건 짐의 개인적인 부탁이지만 어떠한가. 3일 체류한다고 들었으니, 시간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만."

     "흠. 좋다."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알드윈의 행동은 시간벌이에 불과한 것이라고 조금만 생각한다면 알 수 있을 터인데, 카론은 그걸 두 말없이 승낙해버린 것이다.

     준비한 플랜이 전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그럼, 즐거운 대담을 하도록 합시다. 알드윈리페리 공."


     미소짓는 남자의, 푸른 색이 섞인 검은 눈동자의 안에 있는 생각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알드윈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인간인 왕이라고 듣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왕이야말로 끝을 모르는 공포를 품은 괴물이 아닐까.

     하지만,


     ".........우욱."


     약간 토할 것 같은 소리를 들은 자는 없었고,


     '회견할 때의 매너도 조사해 뒀어야 했구나.'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음을 알 도리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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