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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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1월 25일 21시 26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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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53/





     에이라 일행에게서 들은 이 세계의 사정은, 카론에게 여러 고민거리를 안겨주게 되었다.

     제일 먼저 관련될 것 같은, 아제라이교를 신봉하는 나라를 어떻게 대할 지가 이후의 일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콜드론 연봉을 끼고 같은 대륙에 존재한다는 사르탄과도 가능하다면 협력체제를 취하고 싶다. 다만 강대한 군사력을 갖고 있어서 위협이 되는 뉴엘 제국과 손을 잡는 건 매우 곤란하다.

     사르탄은 제국 때문에 이라 대륙에서 도망쳐 온 난민이 건국한 나라여서 제국을 적대시하는 모양이지만, 마물의 나라와 천칭에 올렸을 때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불명확하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도 판단할 수 없다는 게 곤란하다.

     어느 시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카론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의식이 갑자기 끊긴다.

     소리의 주인을 찾아보니, 뒤에 서 있던 루슈카가 어느 사이에 옆으로 와서는 살짝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선만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정무실에 몇 명의 군단장이 서서 자신을 걱정하는 듯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류미엘과 필미리아가 대면하는 소파의 오른쪽을, 그라도라와 에레미야, 그리고 슈젠이 왼쪽을 점령하고 있다.

     왼쪽은 왕국의 방문에 동행하는 자들이다. 모두 제각각 심각한 표정을 만들고 있었는데, 에레미야는 머리를 끌어안으며 천장을 올려다 보기까지 한다.

     왜 이렇게 되었느냐고 한다면, 오른쪽에 앉은 두 명이 원인이다.


     "이게 고기용, 이게 물고기용, 이게 디저트용입니다."

     "........손으로 먹으면 되잖아."

     "그라도라 씨?"

     "식사에 예절 따위 없잖아. 먹는 밥이 맛있나 맛없나 쪽이 중요하잖아."

     "그 맛있는 요리를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해, 주변을 배려하는 일이 중요하다구요. 결국은 마물이라고 듣게 되면 카론님의 이름에 먹칠하게 되니까, 제대로 기억하라구요?"

     "알겠나요? 손은 테이블 위에 올리지 않는다! 등을 의자에 대지 않는다! 냅킨은 허벅지 위! 닦을 때는 안쪽 가장자리! 자리를 뜰 때는 등받이에 건다! 소리내어 수프를 마시지 않는다! 후루룹하지 않는다!"

     "터진다.......터지겠어......"

     

     지옥도다. 시험 전날에 공부를 가르치는 우등생과, 그에 견디지 못하고 고통받는 열등생을 떠올리게 한다.

     테이블 위에는 몇몇 식기가 교차로 늘어서 있었고, 류미엘이 하나씩 손에 들며 설명하고 있었고, 그걸 듣는 그라도라는 보는 그대로 인간의 예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필미리아는 매너강사가 아닌 교관같은 스파르타 식으로 가르쳐주고 있어서, 강한 어조로 말하는 걸 에레미야와 슈젠이 기억하려고 필사적이었다.

     왜 이런 일이 카론의 눈앞에서 일어나느냐고 한다면, 왕국행 멤버로 선택된 단장들에게 매너를 가르쳐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매너를 배우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들어 카론이 초대하였기 때문이다.

     네 시간 이상 붙잡아 놓은 사과도 겸하여 식사에 초대된 에이라 일행의 예의범절을 보고, 루슈카가 무심코 인식하여 얻은 정보를 토대로 지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왕국에서도 통할 것이다.

     

     '하지만, 여긴 진짜로 이세계인가?'


     그렇다. 이 매너도 카론을 고민하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었다.

     모르는 세계다. 모르는 세계일 터인데, 어째서?

     세워진 과정이 전부 별개일 터인데 왜 지구와 비슷한 풍습과 나라가 만들어졌는가?


     '운이 좋았다는 한 마디로 끝내기에는 너무나도.....'


     "카론님, 역시 어딘가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신 게....."

     "아......미안하다. 조금 생각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불러놓고 실례되는 태도였구나."

     "카론님을 모시는 것 만으로도 영광의 극치입니다. 왕께서 우리들 종복을 신경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그런가.....?"

     "카론님은 상냥하시니 저희들 하나하나를 신경써주시는 건 매우 기쁜 일이지만, 그게 부담이 되어버리면 본의가 아닙니다. 무리는 하지 않도록, 부디....."


     조금 생각하고서, 다른 화제로 전환하려고 루슈카에게서 시선을 돌린 후, 소란스러운 그라도라 일행을 보며 그녀에게 들릴 성량으로 말했다.


     "사르탄의 정보는 들어왔는가?"


     약간의 침묵 후, 포기한 듯한 탄식이 들린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 탓으로 해둔다.


     "먀르코의 부하가 몇몇 정보를 올리긴 했지만, 핵심이라고 할만한 정보는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핵심......"

     "예."


     뭘까. 가만히 있어도 '물론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요' 의 스탠스인 그녀에게 직접 묻는 건 약간 주저되었기 때문에, 약간 에둘러 말해본다.


     "그렇게나 어려운가?"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날림이긴 해도 마술장벽을 왕궁 주변에 전개하고 있어서 무리하게 돌파하면 이쪽의 행동을 알리게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렇군, 마술장벽을 속일 수 있는 부하는 먀르코에게 없었지."

     "마술 특화의......다시 말해 류미엘의 부하나, 알버트, 필미리아, 그리고 약간 특수하지만 코드홀더의 군대라면 알려질 위험없이 돌파할 수 있겠죠. 그 이외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흔적을 남길 위험성이 있습니다."


     단순한 공성마술장벽이라면 카론이나 베이오스여도 마음껏 들여다 볼 수 있지만, 둘 다 눈에 보이는 일만 알 수 있기 때문에, 먀르코가 이끄는 '고양이풀' 을 활용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뭐, 무리하게 탐색할 필요는 없겠지. 교황에게서 들은 바로는 큰 힘이 있는 것도 아닌 모양이니. 그보다 뉴엘 제국과 남측의 세 나라에 대한 경계를 높여둬."

     "원하시는 대로."

     

     말하지 않아도 그녀라면 알아서 행동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로 꺼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납득하기로 했다.

     의식을 눈앞으로 되돌려보니, 여전히 지도자 두 명이 설명하고 있었고, 학생 세 사람은 제각각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이 방법 저 방법을 쓰고 있었다.


     "......."


     미라와의 일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잘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도 카론의 앞에서 필요 이상으로 꾸미는 듯한 행동이 줄어든 느낌도 들었다.

     자신과 마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아."


     뭔가를 떠올린 것처럼 손을 맞댄 루슈카의 드문 행동에, 연기같다고 느끼면서 눈으로 물어보았다.

     

     "그 코드홀더, 실은 소환했습니다."

     "코드홀더를?"


     한순간 소환시스템을 말하나 생각해서 굳어졌지만, 그럴 리 없다고 생각을 고치고서 루슈카가 불렀다는 마물을 떠올렸다.

     사방수호의 임무를 맡고 있는, 아포카리스페에서도 희귀한 기교종인 랭크 10의 마물이 어째서 여기에?

     류미엘처럼 성에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부를 이유가 없다고 입을 열려 했지만, 그녀가 자신의 권한을 사적으로 썼을 리는 없을 터여서 즉시 물어볼 만한 이유를 떠올렸다.

     

     "왕국과의 회담에 필요한가?"


     정답이었던 모양이어서, 루슈카의 미소가 깊어졌다.


     "이쪽이 마물의 나라인 것은 왕국도 잘 알고 있겠지만, 카론님을 항상 모시게 하는 건 인간으로선 어렵겠죠. 제가 동행하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카론님 대신에 지휘를 맡을 자가 따로 없으니까요."

     "뭐, 확실히."

     "그래서, 장비를 환장하는 걸로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 될 수 있는 그녀를 카론님의 근시로 발탁했습니다. 파티 등을 할 때에는 그녀가 지켜줄 것입니다."

     "......다른 자로는 안되는가?"


     국내에도 인간과 별 차이 없는 모습의 마물은 많이 존재하는데. 그런 마음이 담긴 카론의 물음에, 루슈카는 엄격한 시선을 보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역시 병사에게 왕의 근시를 맡기는 것은......"

     "그런가. 아니, 미안하다. 그 정도나 날 생각해주고 있는데도."

     "카론님께서 부하에게 보내는 신뢰에는 매우 기쁘게 생각하지만, 만일을 염두해서 호위를 시켜야 합니다. 그 전에 한번 만나지 않으실래요? 그런 소녀이지만, 카론님과 만나는 걸 고대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듣고, 카론은 시끌벅적한 단장들을 그대로 놔둔 채 루슈카가 말한 방으로 향했다.

     객실만 있는 계층의, 귀빈용이 아닌 일반 구역으로 전이해서 방황하니, 한 방의 앞에 메이드복을 입은 인형이 서 있었다.

     손을 몸 앞에 모으고 서있는 인형 '포비든 오토마타' 는, 카론의 존재를 눈치채자 정중한 동작으로 고개를 향하며 천천히 인사를 하였다. 아름다운 조형이지만 마디의 질감이 돋보였고, 노출된 관절에 끼워진 구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이 드러내었다.

     

     "........코드홀더는 있는가?"


     물어보자, 인형은 눈에 옅은 파랑색을 점멸시키면서 천천히 문 앞에서 물러난 후 다시 깊게 인사를 하였다.

     카론이 문의 손잡이에 손을 대어도 깊게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 판단했지만, 만일을 위해 노크를 해서 확인해둔다.


     "마스터, 들어오세요."


     호칭이 조금 신경쓰였지만, 허가를 얻었기 때문에 천천히 손잡이를 돌리며 문을 열었다.

     그곳에 있던 자는ㅡㅡ백자의 피부를 한 미소녀였다.

     

     "오랜만입니다, 마스터."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팔로 아슬아슬하게 숨겨져 있던 나체가 보이고 말았다.


     "으앗!"


     타앙! 하고 힘껏 닫은 문이 진동하면서 이상한 정적에 휩싸였다.

     문 바깥의 마네킹같은 메이드 인형이, 인형에게는 있을 수 없는 경악의 표정을 띄우고 있었지만, 카론은 고개를 숙이며 하아하아 거리며 거친 호흡을 진정시킨 후 외쳤다.


     "옷 정도는 입어둬!"

     ".......? 보기 싫은 모습입니까."

     "그런 게 아니라....!"

     

     문 저편에서 무기질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어조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드홀더는 마스터께서 만드신 창조물입니다. 그걸 마스터가 인식하는 일에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알았으니, 옷을 입어."

     "코드홀더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마스터께서 말씀하신다면. 레가드, 착용의 보조를 요구합니다."


     그녀, 코드홀더의 말에 포비든 오토마타가 눈을 파랗게 점등시키며 문의 안으로 들어갔다.

     5분 정도 지나, 이번엔 레가드라고 불린 포비든 오토마타가 안에서 문을 열고 카론을 들였다. 앉은 위치는 변함없이, 소녀는 손발을 재주껏 움직이며 일어서서 깊이 인사했다.

     검고 시크한 원피스를 보고 살짝 가슴을 쓸어내린 카론은, 안내를 따라 창가의 커다란 소파에 앉고, 뒤늦게 마주 보며 앉은 소녀를 다시 한번 관찰하였다.


     "......그런 옷도 갖고 있었나? 그리고 장비가 얼마 없군."

     "루슈카님이 대여해주셨습니다. 군의 비품이라고 하셨습니다. 백팩 유닛 '리베리온' , 그리고 추종식 기동병장 '코요나 키토리' 는 성 안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격납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전투시에는 검은 하이레그 형의 장갑을 두르고, 거대한 병기를 준비해서 싸운다. 하지만 보통 때에는 항상 전투에 대비하는 것이 아닌, 이렇게 평범한 소녀같은 모습도 한다며 의외라고 생각하였다.


     "마스터, 무슨 용건이십니까? 오더가 있다면 즉시 행동 가능합니다."

     "아, 아니, 루슈카가 여기 와 있다고 해서 말이야. 조금 얼굴을 보러 온 것 뿐이다."

     "그렇습니까.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지식' 과 '순종' 을 부여한 것이 이유인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그녀에게선 진지하게 대하려 하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왕국 방문 시의 호위로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움직여 줄 자로서는 최적일 것이다.


     "내가 부재 시엔 어떻게 하기로 되어있지?"

     " [엑스마키나204] 가 이끄는 정찰부대에 의한 북방대륙, 가칭 마왕령의 감시를 메인으로 활동하도록 오더가 내려졌습니다."

     "마왕령......뭔가 움직임은 있었나?"

     "관측기기로는 고농도의 마력과 방해마술의 돌파가 불가능했습니다. 현재 마왕령 주변해역의 관측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현재까지 공유된 서버데이터로는 마물의 무리가 총 6번 동과 서로 날아갔습니다."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는데....."

     "정보의 중요도와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하여 지극히 낮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전 세계에서 내려주신 오더를 토대로 활동하고 있으니, 변경과 요망이 있을 경우는 전해주신다면 곧장 제 12단에 통지하겠습니다."


     챙, 머신 아이가 소리를 내며 눈동자를 수축시킨다. 그것이 데이터 링크의 표시인 걸까.


     "그럼, 이후 관측가능한 주변 대륙의 움직임은 전부 나와 루슈카에게 보고해줘."

     "라져. 오더의 변경을 각 부대와 공유합니다."

     

     순식간에 끝낸 모양이어서, 다시 고개를 숙인 코드홀더는 무표정하게 얼굴을 갸웃하였다.


     "다른 용무는 없으십니까?"


     애초에 그렇다 할 용건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돌아가도 되지만, 약간 장난기가 솟고 말아서, 농담을 입에 담아보았다.


     "용건도 없이 여기 있으면 불편한가?"


     자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

     그러자, 코드홀더는 활이 끊어진 듯한, 컴퓨터의 전원이 내려간 듯한 소리를 몸 안에서 울리고는, 커다란 눈을 부릅뜬 채 정지하고 말았다.

     전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자 다시 같은 소리를 내며 동공을 열고서 몸을 부르르 떤 후 고개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마스터의 언동에 의해 기능부가 오버히트하여, 보존데이터의 손상을 회복하기 위해 강제 셧다운 후 재기동하였습니다. 영상, 음성 모두 최고품질인 서버에 다중 록과 다중 백업을 하여, 보호 우선도를 최고로 설정하여 미래영겁 보관해 두겠습니다."

     "응, 응? 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다시 말해, 용건 없이 머무르는 것을 코드홀더는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음, 그거라면 나도 기쁘다."

     "그렇습니까. 그건, 코드홀더도 같습니다. 저도, 기쁘다, 의 감정에 속하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리한 강철의 손톱으로 얼굴을 가리며 미소짓는 표정을 짓는 코드홀더였지만, 눈은 역시 웃고 있지 않다.

     그녀 나름의, 최대한의 감정표현일 것이다. 꽤 귀여운 면이 있다.

     레가드가 마련해 준 홍차를 마시려고 컵을 손에 들자, 그 타이밍을 잰 듯 머릿속에 신호음이 울렸다.

     시야에 반투명하고 작은 창이 나타나자, 그곳에는 알버트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빈 손으로 허가의 버튼을 누르자, 희미한 잡음 후에 칼칼한 노인의 목소리가 고막이 아닌 어딘가에서 울렸다.

     

     [카론님, 왕국과의 회담일이 지정되었으니 보고를]


     왔는가, 하고 자연스레 다부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방이 분위기가 싸늘한 것으로 변화하였다.


     "호오?"

     [저쪽의 희망에 맞춘 형태가 되고 말았지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쪽은 스케줄에 맞는가?"

     [몇 가지 카론님께서 채택하실 필요는 있습니다, 계획은 세워놓았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가. 그럼 저쪽의 생각에 따르도록 하지. 좋을 대로 깔보게 냅둬. 마지막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도 흥미는 있겠지?"

     [핫핫하! 따라나서지 못한 걸 오늘처럼 분하게 여긴 날은 없소이다! 부디 카론님의 옆에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만, 어쩔 수 없군요]


     왕국의 전력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지금, 아무리 얕보여져도 위협은 아니다.

     지금 무렵 미라는 귀찮은 국내 정세에 혀를 차면서도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 모양이지만, 우리들은 우리들의 승리를 위해 조용히 나아갈 뿐이다.


     "그래서, 언제가 되었지?"


     통화의 저편에서 알버트가 유쾌함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고 알고 말 정도의 끈적한 어조로, 짐짓 점잔을 빼며 보고하였다.


     [저희들의 퍼레이드 개최는, 1주일 후입니다]


     정무실에서 들었던 회의 내용을 되새기면서 홍차를 머금고, 카론은 첫 외교에 대한 불안을 숨기며, 알버트에게 지지 않도록 무리하게 웃었다.


     "그럼, 성대하게 해야겠군. 그렇지?"





     "라며 허세부 게 부끄럽네......"


     최근 마음의 진동폭이 이상해진 자각이 있었지만, 그 때의 그건 역시나 서늘해지는 면이 있다.

     왕 다운 행동을 하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결과를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의 객기와도 비슷하여 그만 몸부림치고 말 것 같았다.


     "마스터?"


     그리고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는 코드홀더의 눈 또한 양심에 찔리는 것이었다.


     "심박, 체온의 상승을 확인. 발열의 가능성도ㅡㅡ"

     "괜찮다. 아무 일도 아니니 내버려 둬."

     ".........라져. 대기합니다."


     왕국은 지금 쯤 뭘 하고 있을 것인가. 그녀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지시를 내리긴 했어도 불안은 떨칠 수 없다. 일단, 맵을 보는 한 인생의 죽음은 지금 맞이하지 않을 것 같다.


     "마스터."

     "뭐지. 지금 약간 바쁜데."

     "지상에서 접근하는 소리를 확인. 수는 8. 이쪽으로 접근해옵니다."

     

     무릎 꿇은 채 귀를 기울이고 있는 코드홀더가 가져다 준 정보는, 카론의 이마에서 땀을 솟아나오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바로 장비를 되돌려. 내게 대한 공격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결코 움직이지 마."

     "오더의 갱신을 합니다."


     두터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엔, 코드홀더의 손발은 이미 바뀌어 있었다.

     나타난 자는, 그야말로 산적같은 모습의 남자들이다. 모피의 옷을 두르고, 거친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작게 손을 조작하여 시야의 캐릭터 데이터를 습득하는 상태로 전환하여 남자들을 보니, 그 안에 용자는 없었다.

     없는, 가.


     "나와."

     "뭐야, 이야기는 끝났나?"


     낮게 협박하는 목소리에 지지 않겠다며 씩씩하게 행동하자, 그걸 참을 수 없었던지 혀를 차며 대답하였다.

     자물쇠가 벗겨져 열려진 걸 보고 망설이다가, 순순히 붙잡힌 채 바깥으로 나갔다.

     코드홀더의 손을 쥔 카론을 전후에서 포위하고 연행하는 산적의 수는 일곱 명.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서,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이미지와 다르구나.'


     여기에 전이했을 때엔 이미 감옥의 안이었다. 전이해 온 카론들을 발견한 것은 선두에 있는 두령이라고 짐작되는 남자였다.

     그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니 위화감이 있다.

     걷는 법이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 제일 신경쓰였다. 그들 모두 일부러 다리를 좌우로 넓게 벌리고 걷고 있는 걸로 보였다.

     그리고, 태도에 건방진 느낌이 안 든다. 거친 일에 익숙한 분위기는 있지만, 그걸 보여줄 기색은 지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카론이 그린 산적의 이미지와 다른 것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쳐도 사람을 협박하는 것이 생업인 집단같지 않은 게 기묘하다.

     나간 바깥은 희뿌연 구름이 달을 가려서, 그 미세한 빛을 나무들이 가린 탓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소리는 없었고, 저벅저벅하고 지면을 밟는 말굽의 소리만이 어두운 저편에서 들려왔다.


     "여기다."


     역시 말수는 적었고, 대열을 따라서 말 쪽으로 걸어갔다.

     꾸욱, 하고 가볍게 손을 쥐니, 신호로서 꾸욱 쥐어진 것을 확인한 카론은, 다시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우리들은 어떻게 되지?"

     "조만간 알게 된다."

     "그럼 지금 가르쳐주지 않겠나. 형편이라는 게 있어서 말야."

     ".....상처는 주지 않아. 그건 약속하지."

     "뭐?"

     "똑똑해 보이는 귀족님이라면 눈치챘겠지. 우리들의 예정으론 여기에 오는 건 다른 녀석이었다는 뜻이다. 실패한 이상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정해뒀다."


     믿어야 할까, 아닌가.


     "그리고."


     처음으로 남자가 돌아보고, 카론이 아닌 그 뒤를 조용히 따라오는 코드홀더에게 눈을 돌렸다.


     "저런 괴물과는 관련되고 싶지 않아."


     그건 이쪽도 같은 마음이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

     말이 희뿌옇게 보이는 거리가 되자, 처음으로 뒷편에 마차가 달려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타라."

     "배웅이라도 해주는 건가?"

     "농담 마라."


     마차의 문에 손을 댄 남자는, 농담이겠지라며 코웃음쳤다.


     "연봉같은 곳을 누가 넘어가겠냐고."


     그렇겠지, 라고 내심 동의를 표했다.

     어두운 암흑을 달리는 마차가 숲을 달려가자, 으스름달이 높게 드리운 봉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맵에 표시된 자신들의 점은, 레스티아 대륙의 서쪽에서 점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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