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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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1월 25일 09시 24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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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이라는 시간은, 카론에게 나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난민의 대응이 늦어진 것. 1차산업의 회복의 전망이 서지 않았다는 것.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해 소극적인 행동을 한 것.


     마물들은 쓸데없는 전쟁을 피하는 방침에 납득은 하고 있어도, 결코 인간의 밑으로 가겠다는 걸 좋게 보고 있는 게 아니다.

     마물의 왕에게, 만마를 다스리는 자에 합당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박해받아 온 역사도 있어서, 자신들은 계속 최강이라는 것을 왕을 통해 보고 싶은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다.

     그들에게 있어, 왕은 지고한 것이다.

     신보다 아득히 멀면서도, 마에 다가와서 같이 살아가는 유일무이한 존재인 것이다.

     그 주인이 인간에게 아양을 떨어버리면, 그 밑에 있는 마물도 똑같이 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만큼은 사절이다ㅡㅡ라고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지만, 군의 영리한 자들은 매우 흔쾌히 카론의 작전에 찬성하였다.


     "그래서, 이런 카론님의 생각을 홍보지를 작성하여 알릴 준비가 끝났다. 내일이라도 전 세대에 배포할 계획이다."

     "그거 잘 되었군. 지고한 왕의 전략을 생각 못하는 자들에게 일부러 알려주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쓸데없는 불신......아니, 카론을 숭배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 터이니, 불안을 없애두면 손해 없을 것이니라."

     

     군사탑의 중층에 있는 원탁의 방.

     라운드 테이블 위에 내걸린, 천구의와 비슷한 샹들리에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어두운 방에 모인 세 명은, 입을 열자마자 먼저 카론의 계책을 찬미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카론이 직접 왕국 방문계획의 멤버로 발탁된 루슈카는 북쪽에 앉았고, 알버트는, 서, 구치나시히메는 동쪽에 포진하였다.

     그녀들이 선택되었다고 들었을 때, 슈젠은 공포에 전율하였고, 필미리아는 얼굴을 굳힐 정도의 멤버들이었다.

     '충의', '냉철' 의 [아노마리스], '조화', '교활' 의 [진조]. '음란', '교활' 의 [회명백호].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브레인이 모인다면, 도출되는 건 절대적인 승리 이외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방향성이 전혀 자중하지 않는 폭주 루트 투성이가 될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단속을 위해 또 한 명을 초대하였다.


     "돌아가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펑펑 흘리는 자는, 등을 둥글게 말며 남쪽에 앉은 류미엘이었다.

     아무리 슈젠이 군의 밸런스를 잡도록 부탁했다고는 해도, 이 멤버만큼은 너무하다.

     구치나시히메가 만일의 때를 위해서 부르긴 했지만, 그 속셈은 알고 있다.


     "어이어이, 류 씨,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겠느냐. 우리들은 진지하게 이제부터의 일을 생각하고 있느니라."

     "절대 거짓말이에요! 생사에 관여되지 않으니까 하면서 참지 않을 셈이겠죠!? 그리고 제게 아슬아슬한 라인을 찾게 하고, 마지막으로 '류미엘도 승낙했다' 고 말할 셈이겠죠? 저 알고 있다니까요!"


     마치 그럴 셈은 전혀 없다는 식으로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던 구치나시히메였지만, 눈물 지으며 외치는 류미엘의 항의를 듣고 갑자기 눈을 돌렸다.


     "정말, 우리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그렇지 않나요?"

     "맞는 말이오. 나라의 미래에 크게 관련된 행사가 될 거라 인식하고 있고 말고."

     "두 분 다 양심의 가책은 없는 건가요.....? 껄끄러워하는 구치나시히메 쪽이 귀엽게 보이네요."

     "뭐? 그럴 리가 있나. 이 음란여우보다 내 쪽이 예쁜 게 당연하잖아. 웃기지도 않은 말을 해버리면 그 눈을 떼서 장식해버린다."

     "앙? 가오나시 변태같은 무뚝뚝한 호색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소악마 요소가 가득한 내 쪽이 귀여운 게 당연하지 않느냐."

     "오?"

     "할 거냐?"

     "그런 일로 일일이 다투지 말아주세요! 정말......슬슬 대화를 시작하지 않겠나요?"


     이대로는 수습이 안될 것 같아 류미엘이 제지했다.

     몇 초 동안 서로 노려보단 루슈카와 구치나시히메였지만, 등을 보이듯이 시선을 떼고 나서 이제야 본제에 들어갔다.


     "그럼, 왕국으로의 원정......그것도 카론님을 동반한 행군에 누가 동행하는 지부터 정할까."


     단순한 원정과는 경우가 다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카론을 왕국까지 보내고, 현지에서의 안전을 확보해야만 한다.

     라고는 하지만, 실은 이미 누구를 보낼지 거의 정해두었다.


     "그라도라는 확정이겠네."

     "미라사이파에 대한 견제인가."

     "우리들에게 협력적이지만, 그래도 대비해둬야 하느니라."

     "그리고 에레미야인가."

     "여차할 때에 카론님을 왕국에서 탈출시키는 데 최적이지."

     "그리고 슈젠 공이구나."


     발은 느리지만, 진정한 모습이 되면 왕국 정도는 짓밟을 수 있다.

     혹시 무언가를 당한다면 즉시 움직이게 할 비장의 수로서 멤버에 더하였다.


     "저기, 여러분은 가지 않는 건가요?"

     "난 내정의 일이 있어서. 그렇게 다른 자에게 맡길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난 그 용자와 싸운 뒤이니, 쓸데없는 다툼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

     "난 왕국의 중진들에게 뒷작업을 해둬야 하니, 쓸데없이 얼굴을 내밀 수는 없지."


     뭔가 불온한 대사가 들린 느낌이 들지만, 건드리지 않기로 하였다.

     불린 것 치고는 재빨리 결정된 느낌이 드는 류미엘은, 왜 이런 이야기로 불렸나 하고 고개를 갸웃하였다.

     그보다, 이 정도로 끝날 거라면 이 멤버조차 필요없는 게 아닐까.

     허탕을 치게 된 류미엘이, 이제 끝났다며 일어서려 하자,


     "그럼 시작하자. 우리들의 실력을 카론님께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루슈카가 테이블 위에 탁! 하고 종이를 펼쳤다.

     그에 맞추어 남은 두 사람도 자랑하듯이 제각각 종이를 꺼내 들며, 마치 강적과 싸울 때 같은 맹렬한 미소를 띄웠다.

     일촉즉발의 공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류미엘은 눈에 띄게 동요하며, 일단 남들이 자신만만히 꺼내든 종이를 세워서 들여다보았다.

     

     에스텔드 바로니아군 양식 정비계획서

     카론님의 멋부리기 작전.


     과연.

     이건 싸울 만 하다.


     "역시 카론님은 청렴한 흰색이 어울린다! 평소에 시크한 검정에서 한번 벗어나서, 이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상징하는 색을 입으셔야 한다!"

     "아니, 그 왕국에 카론님의 위관을 알리기 위해선, 고급진 주홍색과 호화로운 금색이 당연하지."

     "바보냐 너희들은. 카론은 그 검정이기 때문에 위엄이 넘쳐나는 것 아니겠느냐. 검정과 자주색으로 품위있게 장식하는 게 제일이니라."

     

     류미엘은 아련한 눈을 하며 이해하고 말았다.

     분명, 이 주제가 아니었다면 자기가 불리는 일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을 거라는 것을.

     이제 오늘은 이 주제에 모든 시간을 소비할 셈이다. 어느 사이에 무기까지 꺼내 들고 카론을 칭찬하면서도 자기 주장을 실력으로 인정받게 하려고 한다.

     이건 단순한 구설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상처의 치료 때문에 부르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게 외칠 때에는 이미 늦어서, 제각각 과격하면서도 아름다운 웨폰스킬이 해방되었다.

     그들의 논쟁? 은 밤새 진행되었고, 그 결론은 결국 이 날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카론이 제일 필요로 하는 건 정보다.

     그런 요지의 말을 대화 도중에 무심코 중얼거렸더니, 루슈카는 "맡겨주세요." 라며 흔쾌히 승낙하고, 불과 이틀 만에 카론의 요구를 충족시킬 자리를 만들어 보였다.

     그건 기쁜 일이다. 하나를 듣고 열을 안다는 것은 이런 일인가, 라며 칭찬해도 좋다.

     다만, 막상 그 자리에 도착하자 카론이 맨 먼저 생각한 것은.


     '우와......'


     동정이었다.


     "이번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쓰지 않는 방 시리즈 중 하나인 회의실은, 알현실과 같은 층에 있다.

     그곳에 모인 자는, 신도에서 불려온 교황과 엘프 일행이었다.

     알버트와 루슈카, 그리고 구치나시히메는 상석에 앉은 카론과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고, 그 시선에 노출된 교황 에이라크란아젤은, 이마에 큰 땀방울을 띄우면서도 당당한 행동거지를 보여주었다.


     "늦었지만, 신도를 구해주신 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제라이교의 총본산임에도 부정에 물들어, 그걸 자정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저희들을, 곤경에 처하면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신 은혜는 평생 잊는 일 없이, 대대손손 구전되겠지요."

     "그렇게 송구스러워 하지 마라. 무리한 일을 강요한 것은 우리들 쪽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이 원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올 따름입니다."

     

     이것은 에이라의 거짓없는 본심이다.

     신도를 입막음 시키면서도 불간섭한다는 이상한 관계에서, 왕국과의 우호를 구축하기 위한 어엿한 관계로 바뀌었다.

     받은 은혜는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그에 보답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기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말해봤자 진정될 것도 아니겠지. 뭐, 일단 앉아주게. 그곳의 두 사람도."


     명을 하니, 세 사람이 쭈뼛거리며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오르페아가 내준 자리에 앉는 시에레를 보며, 카론은 별 뜻 없이 말을 걸었다.

     

     "다리를 고치지 않겠다고 말했다던데, 그 뒤로 부자유스럽진 않은가?"


     시에레의 몸이 과장스럽게 튀어오르는 걸 보고, 무심코 탄식하였다.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덕분에, 정말 쾌적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박해당하는 일 없이, 유유하게 나날을 보내게 된 것도 모두ㅡㅡ"

     "아니, 이제 됐다. 아첨을 듣고 싶어서 부른 게 아니다. 송구스러워 하기만 해선 나도 진정되지 않아."

     "죄, 죄송합니다....."

     "탓하는 게 아니다. 다만.....아니, 그만두자. 결론이 안 날 것 같으니."


     과도하게 존경받는 일에 익숙치 않은 탓에 비꼬는 듯한 말투가 된 것을 반성하면서, 카론은 알버트에게 눈으로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고,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지팡이의 장식을 울리면서, 알버트는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럼, 이제부터 세계 정세의 강의를 거행하겠습니다."


     

     먼 옛날, 이 세계는 형이상의 저편을 떠다니는 수많은 목숨이었다.

     허무를 방황하는 혼을 안타까워하여, 창세신 아제라이는 그 팔에 한 줌의 모래와 한 방울의 눈물을 품어, 바다와 육지를 창조하였다.

     아제라이는 자라나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태양의 남신 자하나와 월성의 여신 게르하를 낳고서, 다시금 형이상의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어, 고고한 혼을 모아서 다시 세계를 창조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자하나와 게르하는 아제라이의 말에 따라, 별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바라보았다.

     그 중에서 자하나는 강하게 살아가는 자들에게 부성을, 게르하는 힘껏 살아가는 자들에게 모성을 일깨워주었다.

     두 신의 생각은 아제라이의 말에서 점점 벗어나게 되어, 투쟁에서 혼의 반짝임을 찾아낸 자하나가 세계에 마력과 마법을 가져다 주었고, 게르하는 자신의 자식으로서 마물을 낳았다.


     "이것이, 아제라이 교에 전해지는 신화의 서두가 됩니다."


     장식이었다고는 해도, 교황으로서의 지식은 제대로 갖고 있는 에이라가 낭랑하게 이야기하였다.

     칭송하는 듯한 기분 좋은 구절은 하나의 서사시를 듣는 것 같이 느껴졌다.


     "지금은 몇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아제라이교는 창세신 아제라이를, 아르마 성교는 남신 자하나를, 겔드교는 여신 게르하를 신봉하고 있지만, 이 신화의 시작은 모두 통일되어 있습니다."

     "신이 세계를, 말이냐."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재미없다는 듯 팔짱을 끼던 구치나시히메다.

     루슈카와 알버트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그들에게 있어 창조주는 카론이다.

     그걸 아는 자로서는, 모든 것의 위에 신이 있다고 말해도 확 와닿지 않는다. 그 위에 카론이 있는 것이니, 결국 신 따위는 왕의 앞에서는 일개 괴물에 불과하다고, 카론의 위대함을 말로 내놓지 않은 채 찬양하고 있었다.

     그런 열기가 담긴 시선을 받고 있는, 과금으로 마물을 만들었던 남자는, 에이라를 정면으로 바라본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아포카리스페에선, 배경 스토리는 없었다.'


     무신론자인 카론은 자세한 내용엔 관심이 없었지만, 하나의 캐릭터로서 생각한다면 신에 상응하는 힘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흥미가 솟았다.


     '있긴 하지.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텍스트가 붙은 마물. 하지만 그곳에서 꺼내고 싶지 않은데. 그 녀석들.'


     충성도가 높고 종족으로서의 능력도 높고 강력한 마물이기는 하다.

     단지, 용도가 한정적이며 다루기 어렵고, 타종족과의 친화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풀어줄 수는 없었다.

     분명 나라의 상황이 호전된다면, 그에 관해 모두와 상담하려고 일단 머리 한쪽으로 치워두었다. 너무 반응이 없었던 탓인지 불안에 휩싸인 에이라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렇군. 꽤 흥미롭구나. 그건 성서 등의 서적에 기록되어 있는가?"

     "아, 예."


     반응이 있었던 것에 안도한 에이라도 미소지었다.


     "시원성서라고 불리는 것이 있어서, 그걸 기반으로 각 교파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사본도 있는데 드릴까요?"

     "그래. 부탁한다."

     "다만, 열도국 카무히는 독자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어서, 그곳은 그다지 잘 알지 못하네요."

     "상관없다. 그래서, 다음은 각국의 일을 들려주게."


     그 성서는 류미엘과 바하랄카에게 맡겨서 여러가지로 조사하게 하는 걸로 하고, 카론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한 장의 커다란 종이를 꺼내들어, 가볍게 펼치며 긴 책상 위에 펼쳤다.


     "이런 지도는 갖고 있나?"


     그것에 그려진 것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대륙이 정확하게 그려진 지도였다.

     

     "뭐야 이건......이렇게 정밀한 것이......"

     "봐봐. 북쪽 대륙까지 그려져 있어. 하지만, 이렇게 그려져 있어도 이게 맞는 건지 우리로선....."

     "카란드라에는 마도식의 성구의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요......"

     

     소곤대며 대화하는 것을 보니, 드문 모양이다.


     "저기, 저희들은 레스티아 대륙의 지도는 있습니다만, 다른 대륙의 지도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표로서 시에레가 대답했다.

     양쪽 팔꿈치를 탁자에 대고, 얼굴 앞에서 손가락을 맞잡는다. 낮게 목소리를 낸다.


     "가르쳐 주지 않겠나. 이 세계의 일을."


     에이라가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육망성이 떠오른 눈동자로 카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먼저, 네 대륙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에레는, 손 앞으로 당긴 지도에 허가를 얻고 펜으로 둥글게 표시했다.


     다섯 개의 대륙과 하나의 군도지역이 고급스런 종이에 그려져 있었는데, 시에레는 이 고급지에 낙서를 하는 듯이 메모를 하는 데에 저항감을 드러냈지만, 주변의 압박에 져버려서 각오를 다졌다.

     중앙에 있는 레스티아 대륙에서 남쪽에 있는, 가로로 긴 대륙을 불균형하게 세 곳으로 나누고, 원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서쪽에 있는 세로로 긴 활 모양의 대륙에 하나.


     "남측의 루사리아 대륙의 서쪽은 수인연합 바밀리아, 동쪽은 아렌하이트 성왕국이 다스리고 있고, 북쪽은 마술국 카란드라가. 서쪽 이라 대륙에는 가장 높은 군사력을 보유했다고 일컬어지는 뉴엘 제국. 이 네 나라가 대국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왕국은 어떻게 된 건가."

     "국제회의에선 5대 국가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역사도 얕고 군사력도 낮기 때문에, 정확히는 대국의 반열에 들지 않습니다."


     확실히, 대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병사의 수도 얼마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많은 문제를 품고 있습니다. 예전엔 이라 대륙의 북쪽에 있었던 뉴엘 제국이었지만, 마왕전역 때에 북측의 마왕령에서 들고 일어난 마물들에 의해 지금의 위치까지 내몰렸고, 지금도 아직 그 잔당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갈된 토지 탓에 식물이 자라지 않아서, 바밀리아에서의 수입으로 식량을 조달하고 있다는 것도 유명합니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모르겠지만, 마물의 위협이 언제나 존재하며 식량도 적다고 한다면, 군사력이 있어도 대놓고 다른 곳에 시비를 거는 짓은 안 할 것인가.


     "남측은 전쟁이 없지만,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어서 항상 긴장상태입니다. 바밀리아와 겔트. 아렌하이트는 아르마 성교, 카란드라는 아제라이교를 믿고 있습니다."


     기본은 아제라이 교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면, 아마도 카란드라가 양쪽과 다투는 것은 교파의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바밀리아와 아렌하이트는, 당연하게도 인간과 마물의 대립구도일 것이다.


     "남은 소국은, 동측 스오우 군도를 다스리는 열도의 나라 카무히. 동북측의 리온대륙에서 소규모의 전쟁을 되풀이하는 아인연합 사탈하츠와 인간의 나라 그리온. 리페리스 왕국과 이젠 멸망한 라돌 공국. 그리고 이 레스티아 대륙의 서쪽, 콜드론 연봉의 저편에 있는 항만상업국가 사르탄. 주요국은 이 일곱국이 전부입니다."


     거기서 시에레가 이야기를 끝내었다고 보고, 카론은 고개를 갸웃하였다.

     중앙의 레스티아 대륙. 서쪽의 이라 대륙. 북동의 리온 대륙. 서쪽의 루사리아 대륙.

     이 세계에는 다섯 가지의 대륙이 있는데, 북쪽에 있는 대륙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 북쪽의 대륙에는, 지금 뭐가 있나?"

     

     무언가의 마술에 의해 인식을 방해당해서, 베이오스조차 볼 수 없었던 지역은 몇 군데가 있다.

     카란드라와 그리온은 안다. 나름대로의 방어를 하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이곳은?


     카론의 물음에, 시에레는 표정을 흐리며 천천히 대답했다.


     "여긴.....마왕이 태어난 대지. 이름을 잃은 대지이며, 흉악한 마물이 존재한다고 하는 미답의 땅입니다."


     미답.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사람의 눈을 경계하고 있다.

     그것은, 그 대공이 말했었다고 하는 마왕의 존재임이 확실하다고 카론이 처음으로 인식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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