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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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1월 23일 07시 04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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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49/





     아포카리스페는, 플레이어가 마물의 왕이 되어 세계에 맞서는 이야기로 생각되었다.

     사실 운영진도 그렇게 선전했고, 플레이를 시작한 초반엔 박해를 받으면서 마물의 나라를 강대하게 해나가는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어가 느낀 컨셉은 달랐다.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주류이며, 플레이어는 사악한 적으로 취급받는 것이다.

     용자와 영웅은 인간의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주려고 싸웠으며, 그 노력을 짓뭉개며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는 마왕.

     그 구도가, 오랫동안 플레이해온 카론의, 아포카리스페에 대해 품은 인상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하나는 용자와 영웅의 강함에 있다.

     플레이어는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강한 용자나 영웅이 소속된 국가를 피하여 눈길을 끌지 않는 정도로 행동해야 하였다.

     그리고 강해진 마물로 반역하는 것이 정석적인 플레이로 취급되었다.


     인간의 레벨 상한은 몬스터와 같은 100이지만, 보정은 그걸 넘어서 작용하기 때문에 최강 클래스의 용자 쯤 되면 수치로 따진다면 150정도까지 올라간다.

     영웅은 그렇게까진 안되지만, 그럼에도 인간 측 유닛을 전부 70부근까지 끌어올리는, 괴물같은 자도 존재했었다.

     그걸로 전체의 게임 밸런스를 조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용자와 영웅에 대해 과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 점에 이유가 있었다.


     또 하나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용자와 영웅은ㅡㅡ갑자기 돌연변이처럼 각성한다.

     최강의 기사, 난폭한 산적, 심지어 널려있는 농민조차, 위기에 맞닥뜨리면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각성하는 것이다.

     급격히 레벨이 오르고 보정이 붙어서, 손쉬운 전쟁이 갑자기 지옥도로 바뀌는 일도 있었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중규모의 마을을 파괴당하여 판잣집 신세로 돌아간 뼈아픈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카론은 인간의 왕이지만 주역은 아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악의 두목에 불과했고, 언제나 찬란한 빛에 휘감긴 인간은 반기를 들어왔다.

     

     용자란.

     영웅이란.


     그야말로 인류의 희망이며, 이는 곧 마물의 절망이 된다.

     그것은 슬프게도, 이 세계에서도 변함없다는 걸 증명하고 말았다.





     "하아아아아!!"

     

     웨폰스킬・《버팔 엣지》

     웨폰스킬・《일렉트론 제미니》


     황금의 불꽃을 눈동자에 깃들이며 진정한 용자로 거듭난 미라사이파는, 조금 전의 실력 차를 뒤집어 보려고 질풍같은 검격을 자아내었다.

     속도도 확연히 올라갔고, 검의 무게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번개로 된 검이 유능했다.

     받아내면 얕게나마 베어버리는 예리함에 더하여, 대는 것 만으로도 흐르고 마는 전류가 약간이지만 움직임을 둔화시킨다.

     불꽃과 전기가 몇 중으로 겹치며 외벽의 위를 밟게 비춘다.


     "칫!"


     혀를 차는 자는 구치나시히메다.

     미라가 쫓고, 구치나시히메가 물러선다.


     구치나시히메는 접근전이 장기가 아니다.

     거기다 특수한 성능을 가진 근접무기와 상성이 안 좋다.

     일격이라도 들어간다면 형세는 다시 구치나시히메 쪽으로 기울겠지만, 둔중한 주먹으로는 번개처럼 꺾이면서 달려드는 미라를 포착하기에는 너무나 느렸다.

     서로에게 결정타를 입히지 못한 채, 격한 응수는 섬광을 튀기면서 반복되었다.


     서로가 새로운 수를 내미는 걸 주저하고 있었지만, 먼저 움직인 자는 미라였다.

     바늘구멍을 꿰려는 듯한 찌르기가 목을 향하여 화살처럼 쏘아졌지만, 미세하게 늦은 구치나시히메의 손톱이 진로를 방해했다.

     방전하면서 손톱의 곡면을 미끄러진 검을 다시 한번 내딛으며 밀어보았지만, 불과 몇 밀리미터를 남기고 손톱 사이에 끼워져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검을 붙잡는다면 필사적으로 뺄 것이라 판단한 구치나시히메의 팔이 크게 휘둘러졌다.

     하지만, 그곳에 미라는 이미 없었다.


     "터져라!"


     고유 웨폰스킬 ・《파열되는 벼혼》


     검을 버리고 뒤로 물러선 미라가 벌린 손을 강하게 움켜쥐자, 구치나시히메가 쥐고 있던 뇌검이 폭발했다.


     "우왓!"


     매직스킬・뇌 《그로우 스킨》


     압축된 번개가 족쇄를 벗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것에 놀라면서도, 순식간에 방어술식을 자아내어 막아내었다.

     순간 조합한 것은 저레벨의 뇌속성으로 된 막이었는데, 빛이 사라진 끝에 보인 것은 작게 금이 간 막과, 크게 함몰한 성벽의 통로였다.


     "최악이다...... 나중에 고쳐야 하는 건 나거늘....."


     아름다웠던 성벽은 부분부분 검게 타버렸고, 몇 군데에 커다란 함몰이 생겼다.

     그리고,


     "아."


     뚝, 하고 이마에 한 줄기의 핏줄이 솟았고, 그걸 문질러 없앤 구치나시히메가 중얼거렸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흙먼지 저편에서 뇌광을 두른 미라는, 성가시다고 바람을 베어버리며 무뚝뚝하게 구치나시히메를 바라보며, 솟구치는 힘에 입가를 들어올렸다.


     "닿았다."


     히죽, 하고 구치나시히메의 입가가 움직였지만 뻔뻔한 미소는 그대로다.

     

     "무엇이냐, 칭찬해줬으면 하는 것이냐?"

     "내 검은 닿았다. 너에게도, 그 개에게도, 나의 검은 닿아!"


     스탠스스킬・《신뇌의 자세》

     스탠스스킬・《질풍의 검기》


     압축된 번개가 강하게 발광한 순간, 잔상을 남긴 구치나시히메의 등 뒤에 돌아가서 쌍검을 휘둘렀다.

     그 속도에 구치나시히메의 반응은 역시 약간 느렸고, 들어올린 팔로 막은 것은 칼날이 눈앞에 도달한 때였다.


     "닿는다! 내 검은 닿는다!"


     떨쳐진 충격에 몸을 맡기며 뒤로 물러서자, 다시금 발광하며 구치나시히메의 사각에서 나타나서 검을 휘두른다.

     힛 앤 어웨이로 전환하여, 너털웃음을 지으며 덮쳐오는 연격에 대응하면서, 구치나시히메는 상성의 나쁨에 불쾌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최강 클래스에는 아직 먼 미라였지만, 날렵함은 구치나시히메보다 높다.

     속도에 특화된 미라의 공격은 예리하고 가벼워서 위협으로는 느끼지 않았지만, 자신의 공격이 맞지 않는 것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었다.


     "아아 진짜 짜증나!"


     인간 따위에게 농락당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크게 휘두르기를 두 번 하였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미라의 검이 구치나시히메의 배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전력을 다했음에도 상처는 약간에 불과했다.

     결정타에 모자란다. 그럼에도, 그 약간의 반응은 미라에게 충분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안에 깃들어왔던 그 목소리가 지금은 이제 들리지 않는다. 반푼이를 부추기는 미련의 원성도 깨끗이 그쳤다.

     그것은, 자유였다.

     이것이 용자가 보고 있던 세계인가 하면서, 얽어매고 있던 저주에서 해방된 고양감에 미소를 억누를 수 없었다.

     흉악한 마물에게 붙잡힌 인간을 구출한다는 이상적인 상황에, 용자의 본질이 환희하고 있었다.


     취해버린 것이다.

     이 이상 없을 상황극에.


     "인간이......"


     그 미소를, 구치나시히메로선 참을 수 없었다.

     언제나 용자는 노려온다. 그 세계에서도, 이 세계에서도.

     그것은, 마물에 대한 살의가 아니라 좀 더 다른 이유라고, 잘 이해하고 있었다.

     군단장들이 마음 속에서 생각했지만 결코 입에는 담지 않았던 무수한 전쟁의 진실.

     용자와 왕의 만남을 연출한 이유 중 하나가 적중한 것은, 이 예상 밖의 미라의 강함보다도 성가신 문제였다.


     "하지만, 닿는 것 만으론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


     슈욱, 하고 바람조차 갈라버리는 커다란 손톱의 일격에, 미라의 반응이 아주 약간 느려졌다.

     뒤로 뛰어서 자세를 가다듬은 후 뜨겁게 느껴지는 얼굴을 매만지자, 살이 까졌는지 커다란 찰과상을 입고 있었다.


     ㅡㅡ스친 것 만으로 이건가.

     조금씩 힘에 익숙해지고는 있지만, 아직 검은 요호와 여전히 차이가 메꿔지지 않는다.

     저 거대한 야수의 팔을 다음에 맞는다면 이번에야말로 승부가 나고 만다. 볼의 아픔이 그 생각을 머리에 일깨워줬다.


     "애초에, 어째서 넌 여기까지 온 것이냐. 아무리 지금이 종전 후의 축제로 소란스럽다고 해도, 경계하고 있는 녀석도 있거늘."

     "그건 가르쳐 줄 수 없겠는데."

     ".........흥, 보나마나 누군가 안내해 줬겠지. 그런 짓을 했다는 말은 나와 같은 일을 생각한 녀석인가."

     "글쎄, 어떨까."


     그런 일, 미라로선 대답할 의리는 없다.

     아무래도 좋았다.


     '구하는 거다. 내가.'


     용자의 환영은 마를 없애라고 원통함의 분노를 외쳐댔다.

     하지만, 본질은 그런 나쁜 충동이 아니다.

     고동과 함께 달리고 있던 망령의 허언에서 해방되어, 평상시처럼 강하게 생각하고 만다.

     마의 손길에서 인간을 구하라고, 가진 재능이 노래하는 듯이 힘을 부여해준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그 소리조차 자신의 생각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우드득하고 이빨을 깨물면서, 불필요한 감정을 부수고 삼켰다.

     구치나시히메의 휘두르는 동작으로 다시금 가볍게 튕겨져 버렸지만, 바로 자세를 고치고 힘을 모았다.

     유일하게, 이 여우에게 품은 분노 만큼은 자신의 것이라고 되뇌이며 다시금 위로 들기 위해 검을 들었다.


     "달려라, 울어라, 하늘의 백광이여 적을 꿰뚫어라!"


     고유웨폰스킬・《일렉트로 피어스》


     구치나시히메에게 준 공격으로 발생한 전하를 목표로, 뇌검이 허공을 내달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두 벼락이, 몇 번이나 굴절하면서 쫓아간다.

     막을까, 피할까. 순식간에 쫓아오는 두 벼락을 보던 구치나시히메는 막는 것을 선택하였다.

     

     매직스킬・뇌《크라스터 필드》


     무영창으로 전개된 창백한 반구의 고치는, 강도가 즉석의 방어술식보다도 단단했다.

     찌르는 검이 검 끝에 빛을 만들며, 굉음을 울린다.

     막기는 어렵지만 아직 막을 수 있는 위력이라며, 구치나시히메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이 만큼의 마력을 주입했다면 소모는 격심할 것이다. 버티기만 하면 다음에야말로 주먹을 꽂아줄 수 있다.

     한 팔을 내밀어 필드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공격할까 생각하다ㅡㅡ다음 충격에 눈을 찌푸렸다.


     "여, 연격!?"


     뇌명이 그치지 않고 비약한다.

     빈 손에 계속 뇌검을 만들어 스킬을 발동시키며, 미라는 끊임없이 금색의 검을 던졌다.

     성벽이 여파를 받고 깎여나갔고, 발밑을 도너츠 모양으로 움푹 패이게 하였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잡는 것을 포기한 새로운 검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압축된 번개가 퍼렇게 빛나고 있다.

     "하아아아아아!!"


     고유 웨폰스킬・《궁그닐 블레이드》


     이 하나의 투척만큼은 푸른 일섬이 되어, 어스름을 일자로 내달리며 고치를 뚫었다.





     빛이 멈추었을 때, 미라는 검을 지팡이 삼아 어떻게든 서 있었다.

     이걸로 이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떨리는 무릎을 질타하며, 추한 모습만큼은 보여주지 않겠다며 버텼다.


     그 떨림은, 사력을 다 했기 때문ㅡㅡ이 아니었다.


     

     "아아~, 최악이야."


     그건 구치나시히메의 목소리였지만, 무리하게 목소리를 만들고 있는 듯한 노이즈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성벽 위에는 없다.

     그보다 위.

     둥실거리며 뜬 암흑에 휩싸인 무언가가, 세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네가 나빴던 것이니라. 그런 짓을 당한다면 이제 봐줄 수 없지 않겠느냐."


     월광을 파먹은 어둠은 갈기갈기 흩날리는 풀처럼 벗어나며 조용히 사라졌다.

     만진다면 뭐든지 죽일 거라고 착각이 들게 하는 광기를 품은 어둠을 휘감은 것은, 달빛보다도 아름답게 빛나는 하얀 짐승이었다.


     각성했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제야, 올바르게 이해했다.


     절망이란 어떤 것인가를.


     "그리고.....아니, 이건 네게 말할 건 아닌가. 그럼ㅡㅡ잘 있거라."


     짧은 대사를 남기고, 떠올랐던 암흑이 작은 구체가 되어 미라를 쫓았다.

     저것은 만지면 안되겠다며, 검을 투척하여 견제를 시도하고서 등을 돌린 채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비참하다고 생각할 틈도 없다. 전신에서 땀을 비오듯 흘리며 번개처럼 질주하는 미라.



     구체와 검이 충돌한 찰나ㅡㅡ거대한 칠흑이 퍼졌다.



     빛을 왜곡시키면서 집어삼킨 허공은 그보다도 빠르게 미라의 하반신을 탐하였고, 일정한 크기로 퍼지면서 소리없이 수렴되어 사라졌다.


     어둠이 파먹은 자리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남아있는 것은, 잃어버린 대기를 메꾸려는 듯 휘몰아치는 바람과, 검은 촉수로 미라를 잡은,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구치나시히메 뿐.

     

     "정말, 인간이란 어리석구나."


     바라보는 끝에는 엄청난 피가 흐르고 있었고, 허리에서 밑부분을 잃은 무참한 모습.

     그렇게나 짖어댔으면서 이 꼴이라니, 그리 생각하면 웃음을 멈출 수 없다.


     "넌 죽게 하지 않아. 카론이 필요로 하는 한. 그러니, 필요없어졌을 때 다시 놀자꾸나, 미라사이파."


     대답은 없다.

     그걸로 상관없다.

     결국, 이 인간의 가치는 세계를 알기 위한 샘플에 불과했으니까.

     소란에서 멀어진 정숙 속에서, 회명백호는 왕성을 바라보았다.

     너라면 이걸로 알았겠지, 라며.


     "저기 카론, 그녀는 네가 말하는 레벨로 몇이었느냐?"


     해방된 어둠의 틈새에서, 숨기고 있던 상처가 드러났다.

     최후의 투척에 의해 꿰뚫린 그것은 구치나시히메가 방심한 결과였으며, 이 세계의 기준이기도 했다.

     물어보면 대답해 줄 것인가. 아니면 화낼 것인가.

     아니, 어느 쪽이어도 좋다.

     분명 지금 이 순간은, 카론의 눈을 독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한층 더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에스텔드 바로니아.

     마물의 나라.

     그 존재가 리페리스 왕국에 알려진 것은, 공국과의 전쟁이 끝나고 하룻밤이 지난 후였다.

     

     "마물의 나라가, 디에르코르테의 언덕에......?"

     "그것도, 그 나라의 손을 빌려서 승리했다니."

     "그런 농담을 누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인가!"


     무언을 관철하는 국왕의 옆에서, 늙은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바레일 공과 도그마 공은 어디로 사라졌나!"

     "그 나라에서 죽은 게 아닌가?"

     "바보같은 말 마라.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용자란 말이다."

     "하지만 대공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은."

     "어쨌든, 임시라도 다음 기사단장을 임명해야 한다."

     "그럼 누구를."


     여러 번 뒤집히는 화제는 어느 것이나 결론을 낳지 못한 채 끝이 안 났다.


     "먼저."


     배에 힘을 주고 말하는 왕의 강한 어조에, 소란스러웠던 목소리가 자연스레 조용해졌다.


     "먼저, 상대를 알아야 한다. 모르는 상태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쓰러트려야 할지, 쓰러트릴 수 있는지. 허황된 거짓말을 많은 병사가 입 맞추어 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된다면, 바로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용자가....."

     "전쟁이다. 그런 일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얼마나 평화에 젖었길래 망령을 피우냐 비웃음 당할 거다. 틀린가?"


     공국을 내버려뒀다는 일에 대한 뼈아픈 비판이 담겨있는 말에, 반론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먼저 다음 기사단장을 결정해야겠군. 나라를 지키는 요직이다. 누군가, 적당한 자는 없는가."

     

     얼굴을 맞대던 사람 중에서, 한 남자가 일어섰다.


     "그럼, 추천하고 싶은 자가 있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그 남자의 이름은, 누구도 떠올리지 못했다.

     다만 이전부터 이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였던 중진이라고 하는 것만 알고 있었다.

     마술에 조예가 깊은, 바레일의 제자였던 자도 이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이, 본 기억은 없지만 잘 알고 있다는 모순을 풀어낼 자가 없는 이유는, '마술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럼 누구를 추천하겠는가. 에....."

     "아, 잊으셨습니까? 그럼 다시 한번 이름을 대도록 하지요."


     ㅡㅡ전, 알버트라고 합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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