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장 항구의 나라> 1 생각2021년 01월 24일 11시 38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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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자문을 해봐도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에스텔드 바로니아 국왕, 카론.
여러 마물을 통치하는 만마의 주인.
중앙 대륙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장본인.
그런 남자가ㅡㅡ어두운 감옥 안에 갇혀 있었다.
"음~......"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있는 틈새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 아래에서 팔짱을 낀 카론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돌벽은 두텁고 튼튼했고, 세워진 쇠창살은 꿈쩍도 안 할 것 같아 보였다.
더러운 바닥이어서 앉지도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벽에 등을 기대고 계속 멍하게 있었다.
미라를 가둬놓았던 감옥과도 비슷한, 먼지투성이인 이 어두운 곳에 방치된 후 약 1시간 정도.
부하와는 문제 없이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이후의 예정을 생각한다면 소동을 벌이고 싶지 않아서, 눈에 띄는 행동은 약간 삼가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이런 곳에서 머물고 있을 수는 없다.
그건 알고 있지만, 완전히 성가신 일에 휘말린 몸으로서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어디의 사람들인 걸까.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 뭐가 목적일까.
이 세계에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에, 뒷사정이 있을 것 같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싶다고도 생각하였다.
그런 느긋한 판단을 고른 것은, 당연히 카론에게 그만한 힘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이 감옥에는 카론 뿐만이 아니라, 또 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 자는 여기에 방문할 때 적당하다고 생각하여 데리고 온 바로니아의 한 축인데, 연약한 소녀라고 판단된 덕분에 같은 공간에 갇혀졌다.
정확히는, 조용하게 있도록 엄명을 내렸기 때문에 그걸 따르고 있는 것 뿐이었다.
퉁ㅡㅡ
하지만, 역시 기다리는 데 한계가 온 모양이어서, 소음과 함께 지팡이를 찧는 듯한 단단한 소리가 카론의 옆으로 다가왔다.
대각선 앞으로 다가온 것은,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서 가장 인간과 가까운 종족이면서, 가장 인간과 먼 종족이기도 했다.
가늘고 아름다운 유선형 보디를, 하이레그 형태의 레오타드와 비슷한 검은 장갑과 오렌지색의 벨트로 감춘 소녀.
무릎부터 밑에는 날카롭게 조합한 강철의 의족이고, 팔꿈치부터 아래는 복잡하게 겹쳐진 강철의 의수.
몸의 튼튼함과 어울리지 않는 삼엄한 디자인으로 채색된 흑철의 소녀거, 헬멧의 틈새에서 뻗어나온 자주색에서 주황색으로 변하는 그라데이션의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면서 카론의 앞에 서자, 장착된 등의 꼬리로 밸런스를 잡으면서 아슬아슬한 구동음을 내며 무릎을 꿇었다.
"대기오더보다 1시간 2분 경과. 마스터, 이 이상의 구속은 상황으로 추측하건데ㅡㅡ소용없음, 으로 판단합니다."
바이저에 가려진 창백한 얼굴을 들고, 녹색 빛을 발하는 모노아이로 주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랭크 10의 기교종, [엑스마키나001].
그 이름은ㅡㅡ
"코드홀더, 새로운 오더를 요구합니다."
개체수가 얼마 없는 기교종의 소녀를 무릎 꿇린 채, 카론은 피곤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하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했지만, 아직 해답을 내지는 못했다.
"조금 더, 기다려줘."
그렇게 말하고, 카론은 다시 생각한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위험에 대한, 가장 올바른 판단을.
◆
공국과 왕국의 전쟁이 종결되자, 에스텔드 바로니아는 전후처리로서 여러 외교를 집행하게 되었다.
영토, 교역, 연계. 어디까지나 대등한 입장으로서 양국의 사이에서 맺어진 조약은 신중하게 협의를 진행하였다.
루슈카가 이끄는 제 16단은 처음으로 맞이한 제대로 된 외교에, '드디어 이 때가 왔다' 며 진짜 역할을 맡게 되어 의기양양해 하며 쓸 수 있는 자는 누구든지 써주겠다며 지금 제일 활기에 차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에스텔드 바로니아는 군사력을 배경으로 한 강행적인 외교를 하고 있다ㅡㅡ고, 리페리스 왕국의 내정관은 생각하고 있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왕국에게 요구한 보답은 크게 나누어 세 가지.
모반한 귀족의 영토 중 3분의 1을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양도한다.
이후의 창구로서 영사관을 설치하고, 관계는 돈독히 한다.
재화가치를 정산하여, 적당한 거래를 하도록 조정을 한다.
내용만 보면, 영지의 일을 제외한다면 대등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제안을 받은 왕국은 카론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욕심을 내어 우위를 점하려 하지도 않았다.
알버트를 대리로 열린 회담에서 열린 정보는,
"납득하지 않았다, 고?"
알현실에서 보고를 들은 카론이 냉담하게 중얼거렸다.
"예, 아무래도 저쪽에선, 이쪽이 요구를 무리하게 받아들이게 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바보같은. 압력은 무엇 하나 걸지 않았잖아. 그게 아니면 알버트, 네가 그렇게 만들었나?"
가만히 내려다보자 작은 노구는 찔끔 떨었지만, 해명하려는 듯 서둘러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일은 전혀! 왕의 뜻에 따르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요청을 전해두기만 했습니다! 맹세컨대 카론님께 민폐를 끼칠만한 일이 없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럼 왜 그 자리에서 그렇다고 대답했는데도, 그런 바보같은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냐."
회담에서 알버트가 전한 내용에 모자란 점은 없다.
호호할배 같은 태도로 정말 성실하게, '코볼트를 데리고 가서', 카론의 말을 그대로 전한 것 뿐이다.
이 인원배치는 카론과 알버트의 인식에 차이가 났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인데, 어디까지나 쓸데없는 두려움을 주지 않기 위해 배려해 주려다가 나타난 결과다.
'저급한 마물 따위에 겁먹다니 기사의 수치같은 놈들' 이라며 자기 부하에게 불평을 말하는 귀족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고 알버트가 말했지만, 그에 대해선 이제 흥미도 없었다.
결국, 이미 1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왕국과 이야기가 무엇 하나 진전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뭔가 요구는 있었나?"
시간이 걸리는 이야기라고는 생각했지만, 언제까지나 감감무소식이면 불만도 생기게 된다.
"......왕국은, 카론님과 직접 대화를 하고 싶다고 요구해왔습니다. 대등한 입장이라면 국왕 끼리 한번 얼굴을 맞대고, 조직의 수장끼리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 주장은 어디까지나 현장을 모르는 대신들에 의한 것이며, 기사단장인 '뇌정' 미라・사이파와 구출된 각지의 귀족들은 관여하지 않았고, 반대의견도 많았다.
"그래서, 저쪽에선 카론님을 초대하고 싶다 합니다."
이에 대해선 알버트도 화가 났다.
그냥 정상회담을 요구할 뿐이라면 아직 참을 수 있겠지만, 왕에게 방문을 요구하다니 입장을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닌가.
구해진 쪽 주제에 자기가 윗사람인 듯한 발언을 하는 어리석은 자를, 그 용자들처럼 잿더미로 만들어 줄까 하고 진심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가. 고생했구나."
그런 생각을 달래는 듯, 격려의 말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아닙니다, 왕께서 품은 것에 비한다면 이 정도는 사소한 일이지요. 그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시 한번 서로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렇군....."
카론은 손 끝으로 윈도우를 조작하여 리페리스 왕국을 확인하였다.
시스템 상으론 동맹국이 되었지만, 그곳에 있는 내부 감정은 별개다.
자국에 적대치가 표시되는 것처럼, 외국에도 똑같은 수치가 표시되어 있다.
왕국의 것을 보니 나라의 수뇌부가 상당한 마이너스 감정을 뜻하는 적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기사와 서민, 지방귀족은 평균을 내면 내츄럴에 가깝다.
미라나 일부 기사들만이 플러스를 뜻하는 파랑이었지만, 그걸로 사태가 호의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알버트. 어떻게 해야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물과 기름인 이상, 이 차이를 메꾸는 건 하룻밤 만으론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본대를 투입하는 편이 원만히 진행되겠지요."
"그런 말 마라. 모두 이 방침에 맞추어 움직였다. 이제 와서 무효로 해버리면 모두의 고생은 물거품이 되어버려."
알버트도 고려했었던 모양인지, 고개를 세로로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런 상대는 체면을 신경쓰고 마니까요. 방문을 하려 해도 서순이 중요하겠지요. 여기선 저쪽에서 여기로 오도록 하고 싶습니다만."
"이 나라에 당당히 찾아올 만한......미라 정도로 대담한 녀석은 그렇게 없다고."
"핫핫하!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렇다면, 역시 스스로 갈 수 밖에 없겠군요. 그것도 성대히, 호화롭게, 호사스럽게, 말입니다."
"흠, 무력이 아닌 재력을 과시하라?"
"예. 우리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국력을 시정잡배들에게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 나라를 얕보고 있는 녀석들에게 금전을 보여주면, 신도에 있던 노인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은 없을까?"
"물론 가능성은 큽니다. 거기서, 부가적으로 또 하나의 가치를 들고 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가치?"
"우리나라에 당연한 듯 존재하고, 저렴한 마도구, 펠라이트입니다."
응? 하며 시선을 위로 올리고, 알현실을 비추는 조명을 보았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선 당연하게 쓰여지고 있는, 전기도 불도 필요로 하지 않는 마법의 조명기구.
확실히 신도의 마을에는 볼 수 없었던 걸 보면, 이 세계에선 희소한 아이템인가.
"그렇군....."
하며,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신도와 왕국에 파견된 일이 많았던 알버트가 말하는 것이라면 꽤 가치가 있을 거라며 납득하였다.
어쨌든, 이걸로 시기는 미정이지만 왕국에 가는 것이 확정되었다.
지금도 허울 뿐인 왕인데, 가마까지 타버리면 더욱 분수에 맞지 않는다.
특히 미라는 비웃을 것이다. 틀림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약간 기대되는 마음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 세계에 오고 나서 제대로 된 외출은, 무리하게 해석해도 신도에 두어 번 발걸음을 한 것 뿐이다.
자신의 나라조차 제대로 걷지 못한 남자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모순되었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이세계의 풍경에는 설레이는 부분이 있었다.
"그럼, 이후의 사정을 루슈카와......구치나시히메도 포함해서 조정해 줘."
"......그 여우도 말입니까?"
드물게도 분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걸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카론은 이 계획에 이 세 명을 포함하려고 결정했었기 때문에 변경은 없다.
'이 세 명은, 정말이지.'
불신감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너무 우수한 나머지 영문 모를 방향으로 일을 진행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조금만 더, 적어도 적대하지 않는 상대에 대해선 인도적인 방법을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싸움에 얽히지 않는 이 작전을 통해 제각각의 생각하는 방식을 알려는 속셈이었다.
"어쨌든, 경과보고를 해준다면 어느 정도 재량은 인정하지."
그리고 무슨 일로 부딪혔는지 가르쳐 줘.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세 명의, 게임의 설정된 것이 아닌, 살아있는 그들의 성격을 알기 위해.
어차피 다른 방법 따위 생각나지 않으니 알버트의 제안에 따르는 카론.
깊게 고개를 숙인 알버트가 싱긋 웃은 이유도, 루슈카와 이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상담했던 내용도, "왕은 정말 힘든 일이구나" 라며 의심에 찬 눈을 하는 카론이 그 전말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모든 것이 준비된 후였다고 티끌만큼도 생각하지 못했다.
◆
에스텔드 바로니아는, 지금 축제로 한창이었다.
이 세계에 온 후로 축제만 하는 느낌도 들지만, 평소의 북적임과 그렇게 차이는 없었기 때문에 표현 방식의 문제가 있기는 하다.
다만, 이번엔 더욱 흥청거렸다.
전쟁이 일어나면 제 1 선의 부대가 활약이 많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해도, 이번의 이례적인 발탁에 의해 신병들이 전쟁에서 대활약을 한 것이다.
거리에서는 '신병응원 캠페인' 등이 열리고 있어서, 저랭크와 저레벨 병사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주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덕분에 비번인 병사들이 주야 가리지 않고 마시며 야단법석. 그에 편승해서 다른 병사들도 소란을 치웠고, 주민도 섞여서 큰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유서깊은 정식집 '풀 블루존' 에선 더욱 큰일이 벌어졌다.
"오늘은 그라도라가 사준다고 하니 마음껏 먹고 마시도록. 자, 그럼 건배~"
우오오오! 라며 함성을 지른 50마리의 코볼트들이, 잔을 들고 주최자의 선의에 감사를 표하며 일제히 요리와 술에 손을 댔다.
이 강아지 부대는, 앞선 전쟁에서 활약했던 보병의 일부였으며, 슈젠이 아닌 그라도라의 부하들이다.
그 전쟁에 참가한 자들은 그라도라 휘하의 코볼트와, 효우에 휘하의 고블린과 스프리건이다.
본래라면 그들의 대장이나 그라도라가 돌봐줘야 하지만, 마침 그들의 휴가와 동시에 쉬게 된 사람이 슈젠이라며 떠넘긴 것이다.
아니, 이 자리에도 계급이 위인 자가 있긴 하다. 그라도라의 오른팔이며 부대장을 맡고 있는 늑대인간 여자가.
"저기."
등 뒤에서 걸어온 말에, 천천히 얼굴을 드는 슈젠의 옆에, 그 여자가 걸터앉았다.
흰 사냥복과 검은 롱스커트. 약간 상반신의 노출이 눈에 띄지만, 드러난 피부는 푸른 기운이 감도는 회색의 털로 뒤덮여 있다.
손끝과 코끝은 백색이었는데, 가지런한 털을 보면 얼마나 손질을 하고 있는지 명백히 알 수 있다.
"죄송합니다. 모처럼의 휴가인데 그라도라가 무리한 말을 해서....."
[루나루갈브] 라는 랭크 8의 수인종, 제 2단부단장인 하루나는 죄송하다는 듯이 사과했다.
"됐어, 한가한 건 사실이니까."
검붉은 팔을 들어 주점의 마스터를 부른 후, 하루나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것 만으로도 알아챘는지, 그녀의 앞에 작은 잔이 놓여졌다.
"하루도 비번이니 마시지 그래?"
"아, 아니요! 제가 그라도라의 돈을 쓸 수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런 걸로 뭐라 말할 정도로 속이 좁지 않다고."
"그래도......"
"하루의 포상도 겸하고 있지 않아? 우리들보다, 부단장 쪽이 바쁘게 움직인 건 사실이니."
그 정도는 했다며 다시 한번 권하니, 이제야 잔을 손에 들고 작게 감사를 표한 하루나는 분홍색 액체를 입에 머금었다.
"하지만, 휴가라니 생전 처음이네."
"저희들 사관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전쟁이 끝나자 군의 근무체계가 크게 개편되어서, 단장 클래스도 휴가를 주도록 변경되었다.
"그런데 말야."
핥듯이 마시던 하루나가, 슈젠의 음성을 듣고서 등줄기와 귀를 세웠다.
"이 세계의 인간은, 어땠어?"
이번 전쟁에선 왕이 모든 것을 지휘했기 때문에 전장에서 지휘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아득한 후방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었다.
"그렇네요. 솔직한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역시 이전의, 그 세계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위협이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오."
군의 본대조차 필요하지 않았던 저속한 전쟁. 어린애 장난처럼 왕의 놀이로 끝나버린 전쟁.
그걸 보고, 그녀는 위협이라고 입에 담았다.
"역시, 그 여기사가 용자의 힘을 발휘한 것은 잊을 수 없겠죠. 그리고 그 피가 얼마나 많은 인간 속에 흐르고 있는지도. 그 피의 농도 때문이지도 불명인 지금은 우리들 같은 고관이 고전할 만한 적이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만일 그 전쟁을 더욱 내버려두고 피해가 늘어났을 경우, 용자후보라고 불리는 인간들에게서 용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섣불리 공격하는 짓은 되도록 회피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하루나도 미라・사이파는 죽일 수 있을 텐데."
"예. 저도 이겼을 테죠. 구치나시히메님께서 고전하셨다고 들었지만, 그거야말로 어린애 놀이와도 같은 것. 그 용자가 세 명이 더 있다 해도 그분에 닿는 일은 없어요.
하지만 이후로도 그 소질을 갈고 닦는다고 한다면, 역시 무서운 존재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진짜의 무서움을 얕볼 수는 없어요."
겨우 혼자서 군을 압도하며, 태연하게 단장급과 대등함 이상으로 싸우는 인간의 모습이 뇌리에 새겨져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 울기로 경쟁하는 코볼트들에게서 동떨어져 진지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
거기에, 조용히 새로운 잔이 놓여졌다.
앞을 보니, 늙은 고블린의 주름진 얼굴이 있었다.
"지금 정도, 일 잊어도, 좋지 않은가?"
이 나라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고블린의 말에, 슈젠과 하루나는 얼굴을 마주 보며 작게 웃는 것이었다.
휴가라는 것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실감하며, 감사를 표하려는 듯 잔을 들자 고블린은 카운터의 일로 돌아갔다.
"지금은, 그럴까요."
"그래."
하루나는 잔으로 살짝 건배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귀여운 부하들을 향해 걸어갔다.
동경의 대상이었는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환성에 휩싸이며 당황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술을 즐기려는 노력을 하는 슈젠.
잠들어 버릴까 하며 상체를 카운터에 드러눕히고 있었는데, 문득 바쁘지 않은 점원들 중에 부족한 것을 느끼고는 엎드린 채로 소리를 내었다.
"마스터? 그 바깥에서 온 엘프는 어디 갔어~?"
고블린은 잔을 닦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루슈카님이, 오늘 아침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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