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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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1월 21일 07시 36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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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46/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보낸 군대는, 거대한 마물을 상대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우위를 점하였다.

     

     고블린 궁병이 공국군을 조금씩 반원형으로 감싸안듯이, 천천히 좌우로 진을 넓히면서 계속 곡사를 쏘았다.

     스프리건은 정지한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으며 모든 마력을 보조와 회복에 썼으며, 고갈되면 마력약을 복용한 후 다시 제 역할로 돌아갔다.

     그리고, 공격의 핵심인 코볼트는ㅡㅡ


     "왕! 왕!"

     "키잉, 왈왈!"


     귀여운 강아지의 울음소리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지만, 자아내는 광경은 가열차다.


     두려움은 없다.

     왕의 군세로서 영광있는 전투의 첨병이 되는 건 목숨을 걸만한 명예인 것이다.

     두렵지 않다.

     동료이기 때문이 아닌, 같은 나라의 병사이기 때문에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무릎이 허물어지려는 순간, 전신에 희뿌옇고 따스한 녹색 빛이 휘감긴다.

     그와 동시에 점점 상처가 회복되어, 만신창이였던 육체를 고쳐나갔다.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고맙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ㅡㅡ아아, 이걸로 다시 그 분의 검이 되어 싸울 수 있다.


     광기어린 맹신과 집착과 신앙이야말로, 화면을 통해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생명의 모습일 것이다.

     

     윈도우는 높은 위치에서 그런 전사의 모습을 축소시켜서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남자는, 적 유닛의 상세한 대응을 리스트에서 선택하였고, 지시를 내린 손끝을 힘없이 내렸다.


     "예상대로는 되었지만....."


     그 목소리에는 낙담이 약간 담겨 있었다.

     알현실에서 일부의 경과를 맵 윈도우로 확인하고 있던 카론은, 왕국군의 한심함과 공국군의 엉성함에 어이없어 하였다.


     "이런 것이....."


     리얼한 전쟁을 체험한 일이 없는 일반인이 전쟁을 논하는 건 번지수가 틀린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카론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발크로프스나 프람 리자드를 돌진시켜서 포대로 삼는다니. 바보같이 정면으로 부딪히게 하면 이긴다고 대공은 진심으로 생각한 건가? 아무래 그래도 너무 바보같아.

     아니, 그 기사단의 상태를 보면 그래도 낙승이었나...... 탐사마술은 너무 좁고, 공격과 방어에 너무 힘을 기울인 나머지 백병요원은 그냥 방치했었지. 그렇게나 책략이 없으니 용자에게 기댄다 해도 어려운 게 당연한 법이야."


     날림의, 어린애 장난같았던 이 전쟁은, 카론이 지금까지 경험해 온 화면 안의 전쟁보다도 뒤떨어졌다.

     기사단의 레벨은 14~25, 공국은 22~24. 하지만 에스텔드 바로니아는 16~24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다양한 수단으로 압도한 것이다.

     가령 괴조의 강습을 받고 있었다고 해도, 왕국의 수단이 많았다면 쉽게 발견하여 빠르게 대응하였을 것이다.


     이 정도의 마법은 조금만 훈련하면 누구라도 쓸 수 있고, 이 정도의 활 스킬은 어느 정도 쓰게 하면 배울 수 있다.

     기사라고 하는 직업에 고집을 보이는 왕국의 모습을 보면, 기사 외의 어떤 직업도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걸로 보였다.


     "이 인식의 차이는 이세계여서 그런 건지 조사하는 편이 좋을지도. 깨닫지 못하는 건지 깨닫지 않은 건지도 조사하고 싶고.....앗차."


     코볼트의 체력이 노랑이 된 것을 눈치채고, 3행 3열의 유닛을 배치한 소대에 회복을 지시하자, 곧바로 영창을 캔슬한 9마리의 스프리건들이 초급 회복마술을 사용했다.

     

     "부상, 은 입고 있나. 체력이 0이 될 때까지 싸우는 게 게임이지만, 현실에선 그렇게 할 수 없지.....당연하지. 살아있으니까."


     게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아야 할 일은 아직 산더미처럼 있다.

     특히 전투시스템에 관해선 되도록 빨리 해명해두고 싶다.


     그 생각은, 참상을 눈앞에 두며 하기에는 너무 매정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까.


     "카론?"


     지켜보던 구치나시히메가 말을 걸자, 그녀가 있다는 걸 떠올린 카론은 원래의 자신을 감추려고, 열중하던 얼굴을 무기질하게 바꾸었다.

     그 모습에, 여우는 꼬리를 바닥에 대며 섭섭한 듯이 웃어보였다.


     "뭐야?"

     "아니.....어떤 상황인가 하고 신경쓰여서. 그, 일부러 신병들만 모으지 않았더냐."

     "여러가지로 조사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말이다."

     "호오, 예를 들면?"

     "레벨이 오를지 어떨지, 려나."

     "레벨......네가 자주 입에 담는 우리들의 힘의 지표말이구나."


     그것도 알고 있었나 하며 감탄하면서, 카론은 맵을 계속 확인하였다.


     "그래. 이 세계에서도 경험이 쌓이면 강해지는지 조사해두고 싶었다."

     "그렇구나."

     "지금까지 길러온 전법이 통할지도 알고 싶었지만."

     "후후, 약해서 이야기가 안되었느냐?"

     "......어느 정도의 성과는 올렸다고 말해두지."


     카론이 표정을 어둡게 하는 걸 보고, 구치나시히메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다른 쪽의 전투는 어떠하느냐? 에레미야는 작은 싸움을 수습하러 갔었지?"

     "그래. 에레미야는 '평소의 전력' 을 맡겼으니 문제없어."

     

     일단 확인하기 위해 맵을 전환하자, 대단한 속도로 이동하는 워캣의 군세가 인식되었다.

     공국의 마물을 순식간에 사냥하며, 넓은 초원을 대거 질주하는 모습은 마치 격류와 같았다. 


     "다만, 알버트가 말이지......"


     그렇다.

     그게 제일 의문이었다.

     카론의 앞에 나타난 영상에는, 넓고 어두운 방 안에서 일렁이는 고치에 감싸인 남자와, 찬연하게 빛나는 붉은 화염을 두른 용자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

     음성은 들리지 않았지만, 움직임 만으로도 언쟁을 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만 그 자리에 알버트의 모습은 없었다.

     맵 위에 비춰진 사람의 명부를 보면 확실히 그곳에 있었고, 위치도 이름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해도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몰래 듣고 있는 건가?


     주전장의 전황을 파악하면서 때때로 눈을 향해보았지만 아직도 알버트의 움직임은 없었고, 곧 용자와 악당의 전투가 시작되려 하였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오랜만의 전쟁을 이겨야겠다며 그 영상을 옆으로 치웠다.


     그렇게 함과 동시에 알버트가 움직였다는 것을 카론은 눈치채지 못했고,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게 된 것은 이 전쟁에서 제일 흉악한 진조가 모든 것을 끝낸 뒤였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 남자를 죽여야 한다.

     나라를 위해.

     그리고 세계를 위해.

     마왕부활의 정보를 퍼트려야 한다.


     "그럼, 슬슬 시작하지요. 이 이상의 문답은 무의미할 테니."


     도그마가 등 뒤에서 메고 있던 대검을 들었고, 그에 응하여 바레일도 지팡이를 들었다.

     단순한 나라 사이의 전쟁이 아닌,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재앙의 서장.


     결코 패배가 용납되지 않는 전쟁의 도화선이ㅡㅡ


     

     "오, 벌써 끝입니까? 아직 듣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만."



     갑작스럽게, 노려보는 양측과는 다른 장소에서 태연한 노인의 목소리가 끼여들었다.

     팽팽한 공기를 찢어발긴 주인 쪽으로 얼굴을 향했지만, 그곳에 모습은 없었다.


     "........누구십니까?"


     나타난 것은, 기척이 희박한 예복 차림의 노인이었다.

     도그마가 곁눈질로 그란버드 공작을 확인해보니, 저쪽도 명백한 당황스러움과 적개심을 노인에게 향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완전한 제 3자가 난입해왔다는 말이다.


     노인은 옷깃을 고치고, 깊게 인사하였다.


     "저는, 에스텔드 바로니아 제 3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알버트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들어올린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드리워진 그림자에 보이는 무수한 안구가 환상이라고 착각될 정도로, 온화한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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