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충돌2021년 01월 19일 17시 32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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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서 점점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태양이, 보랏빛 하늘을 비추어갔다.
안개로 가득 찬 평원에, 2천 명의 기사와, 말에 탄 300명의 기사가 의연하게 늘어선 광경은 장관이었다.
콜드론 산맥의 흰 눈꼬리가 태양으로 빛날 무렵엔, 리페리스 왕국기사단의 진영은 거의 준비를 끝내었다.
라지실드와 검은 대검을 등에 메고 검은 애마를 탄 용자, '강검' 도그마・제르딕트는 눈부심 때문에 눈을 가늘게 하면서 청과 백의 갑주를 입은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선두에 선 자들은 숙련된 병사였으며, 그들에게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몇 열 뒤로 눈을 돌려보면, 몸을 떨면서 이제부터의 일에 두려워하는 자도, 언제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동요하는 자도 보이고 만다.
그것도 어쩔 수 없다고. 용자인 도그마조차 생각했다.
반대측으로 눈을 돌려보면, 꿈틀거리는 각종 그림자가 중저음을 울리며 점점 다가오는 것이 확인되었다.
어느 것이나 인간과는 동떨어진 이형의 그림자. 악명높은 공작을 따르는 군세가 다가오는 광경은, 옛날 이야기로 들었던 그 대전을 방불케한다.
이런 전투는 그조차도 경험한 일이 없다.
인간을, 마물을, 나라를 해하는 모든 것을 자랑하는 대검으로 베어왔던 그였어도. 전례없는 대규모의 마물의 군대 따위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무리지어 이동하는 마수를 정벌했던 정도였고, 지금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는 천지차이였다.
"많구나."
말로 달리면서 얼추 세어가니, 내쉬는 숨이 희미하게 하얗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형의 그림자가 많이 눈에 띄어서, 엄격한 얼굴을 험악하게 바꾸었다.
"단장님."
후방에서 뒤쫓아온 젊은 측근기사를 눈치채고, 도그마는 고삐를 당겨서 말을 세우고 돌아보았다.
"뒤는 어떤가."
"마술부대는 최후방에서 전개를 끝냈습니다. 치료마술사도 후방에 배치되었습니다만, 장해물이 없는 평원의 전투이니 기대는 할 수 없습니다."
도그마가 시선을 더욱 멀리 해보니, 푸른 로브를 입은 자들이 기사들에게 둘러싸이면서 정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싸움의 주역은 바레일・오더가 이끄는 마술부대다.
높은 화력으로 적 전력을 압도하는 그들을 기사들이 지키고, 적의 침공을 막아내야 한다.
보통이었다면 여기까지 걱정은 하지 않았겠지만, 회의에서 각지로 파병하여 주민들을 구출하는 일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중견부대의 대부분이 그쪽으로 파견된 것이다.
주민을 내버리는 자는 기사가 아니라고 호언하는 도그마였지만, 그것과 이 불안은 별개였다.
"하지만, 휘말리지만 않으면 이기니 재주껏 도망쳐라, 라는 전언을 받았습니다."
도그마는 그 전언에 미소를 띄웠다.
"무모한 말이다. '큰불' 의 마술은 아군조차 도망치기 힘든 위력인 것을."
"통신마술로 일단 연락은 해줄 거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진형을 마술에 맞춰서 바꿔야겠군요."
측근이 마법진이 그려진 자그마한 종이를 꺼내어 도그마의 목에 갖다 대었다.
마술을 쓸 수 없어도 통신마법같은 간단한 마술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스크롤은 순식간에 불타올랐고, 목에는 마법진이 전이되었다.
"이번 전투는 바레일 공이 핵심이다. 우리들은 적의 발을 묶고, 후방으로 못 가게 전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사기로는....."
도그마와 마찬가지로, 측근도 또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는 모양이다.
병사와 기사들은 오랫동안 전쟁을 경험한 일이 없다. 마물 정벌의 경험조차 없는 자도 적지 않다.
"왕은 너무 소극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정도의 수를 공국이 갖추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빨리 대응해뒀어야 합니다."
"그런 말 마라. 신도의 원로원과 이어져 있어서 손을 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심한 이야기다. 실컷 경계해 놓고서 이 꼴이라니 주변국한테 비웃음 당해도 어쩔 수 없어. 핫핫하."
"웃을 일이 아닙니다!"
화내는 모습에 "미안미안." 이라며 여전히 웃으며 사과한다.
"하지만, 오늘을 넘기면 그것도 끝난다. 리페리스 왕국은 대국으로서 크게 약진하겠지."
공국이 힘을 잃으면 왕국을 압박하고 있던 방해물이 전부 치워지는 것이다.
신도에서 원로원이 실각된 것은 낭보였으며, 모든 것을 왕국의 손에 거머쥐는 일도 가능하다.
"그를 위해선, 어떻게든 우리들의 정의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익숙한 중견들이 각지로 파견되지 않았더라다면 주민의 구출도 이룰 수 없는 일이었으니."
"역시 올바른 판단이라고는, 저. 이 전력으로는 역시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돌아갈 수는 없을까요."
"안되겠지. 여기가 꿰뚫리면 그만큼 피해는 늘어난다. 무엇보다, 기사가 백성을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킨다는 말인가."
기사도같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누구도 신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사가 되었다면 기사로서의 역할를 다할 의무가 있다.
나라의 명운을 앞에 두고, 언제까지나 약한 소리를 내뱉을 수는 없었다.
"아~아~ 들리나 강검~"
고막이 대기를 거치지 않고 목소리를 잡아낸다.
도그마는 목에 새겨진 마법진을 누르며 먼 후방으로 눈을 돌리며 대답하였다.
"들린다. 상태는 어떤가 큰불 공."
도그마의 가벼운 어조에 바레일은 코웃음을 쳤다.
"바보같을 정도로 마수들이 투입되는 걸 보고 있으니 난처해져. 평소와는 다르게 후퇴할 가능성은 생각할 수도 없겠구만."
"맞다. 저런 수를 상대로 우리들은 섬멸전과 동시에 대공의 살해까지 해내야 하니."
"정말 이러니까 마물은 싫은 거다."
조종 당하는 마물이라면, 피해를 보고 도망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상대하는 기사단도 후퇴를 용납할 수 없게 되어, 어느 쪽이 근절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하는 것이다.
"서로 힘냅시다."
"내가 말라죽으면 네놈들 모두에게 저주 하나라도 선물해 줄 것이니 각오해둬라!"
불온한 말을 남기고 음성이 뚝 끊겼다.
"뭔가 말씀하셨습니까?"
"뭐, 평소의 독설이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며 웃고, 도그마는 다시 한번 공국군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난처한 일이지만, 동시에 마음에 차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몸 안에 흐르는 고고한 피의 목소리다.
"자, 출진할까."
"예. 따르겠습니다."
도그마는 기수를 되돌리고 전열의 중앙까지 돌아갔고, 방패와 함께 든 검은 대검을 한 팔로 드높게 치켜들었다.
슬슬 그 때가 왔다고, 병사들에게 알려준다.
"왕국의 방패이자 검이여!"
맑은 새벽의 공기를 진동시키며, 도그마의 큰 목소리가 왕국군에게로 울려퍼졌다.
진정되지 않던 공기가 단번에 팽팽해졌고, 모두가 위풍당당하게 검을 든 용자를 주목하였다.
"사악한 공국의 군세가 왕도의 바로 목전까지 진군하였다. 여기서 우리들이 맞서지 않는다면 내일은 없다. 이 정도의 위기를 맞이한 일은 건국이래 한 번도 없을 것이다."
도그마의 소리가 들렸는지, 서로 짠 것처럼 공국의 군도 다리를 멈췄다.
"그 영웅들이 넘어섰던 많은 시련, 그 단편이 우리들의 앞에 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 없다!"
인간을 흥분시키는 힘이 그 목소리에 강하게 담겨있었다.
"우리에겐 구국의 영웅이 된다! 그 아홉 기사와 이름을 나란히 할 날이 드디어 찾아왔다! 지금 여기에 우리들, 리페리스 왕국기사단의 영웅담을 시작하자!"
그 선언에 호응하여 은색 빛이 일제히 하늘로 치켜올랐고, 폭발하는 듯한 함성이 일어났다.
목이 쉴 정도로 외쳐대는 용사를 자랑스럽게 보고, 도그마는 달려오는 괴물의 대군을 향해 몸을 돌렸다.
"훌륭하십니다."
작은 소리의 칭찬에 천진난만하게 웃고서, 얼굴을 굳히고 대검을 눈앞으로 내리쳤다.
'전군, 돌겨어어억!!"
대륙의 패권을 결정하는 전란의 도화선이, 드디어 불붙었다.
왕국군의 진격에, 공국군도 바로 움직였다.
대열도 뭐도 없이, 그냥 발이 빠른 것들부터 앞다투어 돌진하는 무책임한 진군은, 차라리 왕국군으로선 다행이었다.
공포를 떨쳐내려는 듯이 외치는 병사도 각종 무기를 들고 초원을 달린다.
그 머리 위를, 선명하게 빛나는 유성군이 추월하였고, 착탄과 동시에 격한 불꽃이 주변으로 퍼져버렸다.
마력으로 생겨난 불꽃은 마수를 집어삼키고, 계속 불타올랐지만, 그럼에도 야수의 무리는 멈추지 않았다.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나아가는 '래핑코트' 의 눈에, 하늘에 그려진 거대한 진홍색 마법진이 비춰졌다.
그것은 두세 개로 이어진 술식을 커다란 원이 둘러싼 삼중영창의 묘기. 바레일이 '큰불' 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된 왕국 최고의 고위마법의 찬란한 빛.
"드넓게 불타오르는 기라성이여, 모여들어 맹렬한 업화로 사악한 만물을 쓸어버려라!"
오른쪽 눈동자에 붉은 불길을 띄운 왕국 최강의 대현자는, 인간의 틈 사이로 시야에 비춰지는 무리를 포착하고서, 용자에 합당한 힘의 일부를 해방하였다.
개체보유스킬・《용자Ⅱ》
개체보유스킬・《프레임부스트Ⅱ》
스탠스스킬・《작염마문》
스탠스스킬・《트라이볼티지》
매직스킬・화 《아그니라인》
"휘말리지 말라고!"
아득히 후방에서 지팡이를 휘둘러, 유쾌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너털웃음을 짓는 바레일이 세 갈래의 선두에 띄워진 마법진에 힘을 담자, 하늘에 떠오른 거대한 원에서 한 줄기의 섬광이 내려왔다.
규웅 하는 소리를 내면서 횡으로 베듯이 내리쬐어진 광선이 마물을 대지와 함께 융해하였고, 궤적을 쫓아서 불타오른 불기둥이 순식간에 병사들의 시야를 홍련으로 물들였다.
그것에 아연실색한 기사들을 내버려두고, 도그마가 이끄는 기마대는 겁먹은 기색 없이 불의 울타리를 건너 돌격을 감행하였다.
날개없는 세 팔의 거대한 사마귀가 도그마의 정면을 머리 위에서 뻗은 팔을 휘둘러봤지만, 미세한 감속과 맹렬한 가속만으로도 쉽사리 칼날 사이를 빠져나왔다.
개체보유스킬・《용자Ⅰ》
개체보유스킬・《영웅Ⅰ》
스탠스스킬・《기승특성Ⅳ》
웨폰스킬・대검 《브릿츠 블레이드》
휘두른 대검이 단단한 복부에 파고들었고, 기세를 죽이지 않고 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사마귀의 상체가 지면에 주저앉았다.
"루벤트, 부대를 나눠서 좌우로 돌아가! 잡것은 맡기겠다!"
쇄도하는 마물을 피하면서 칼을 내리치기를 반복하는 도그마는, 시야에 들어온 부하에게 소리를 질렀다.
시야가 교차하고, 고개를 돌린 것을 확인하고서 애마의 고삐를 휘둘러 더욱 속도를 올려 따라오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대형일수록 움직임이 둔중하지만 간단히는 죽지 않고 웬만한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싸운다고 한다면 다리를 멈춰서 요격해야 하는 것이 철칙이다.
기마대의 역할은 기동력을 살려 소형 마물을 격멸하는 것에 있어서, 도그마는 그 안에서도 성가신 것을 골라 토벌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웨폰스킬・대검《스탠배쉬》
날아드는 검붉은 도마뱀의 머리를 대검의 옆면으로 강타하여 기절시키며, 도그마도 말과 함께 몸을 기울여 오른쪽으로 향하며, 무리 안에서 떨어져서 아군을 향하였다.
선두집단이 충돌하자, 노성과 비명, 포효와 규환이 그치지 않는다.
힘껏 달린다면 구할 수도 있는 거리.
하지만 도그마는 주어진 역할을 다하지 않은 채 경솔히 움직일 수는 없었다.
다시금 전장을 둘러본다.
어떻게 라돌 대공은 이만큼의 마물을 갖춘 것인가. 감시는 계속 해왔을 터인데. 내통자가 있었다면 성가시겠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의 전력을 국내에 숨겨두는 것도 무리가 있다.
아니, 그보다 이 만큼의 마물을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 거지. 테이머의 모습은 커녕 대공조차 보이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있나......?'
왕국이 대공의 힘을 오판한 것은 결코 왕의 기회주의만이 원인은 아니다.
주변 지역의 마물만이라면 왕국의 병력으로도 어려움 없이 승리할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 전장에 있는 건 각종 다양한 마의 화신이었고, 그 중에는 이 대륙에 살지 않는 것까지 섞여 있었다.
예리한 안광은 먼 곳에 보이는 공국을 주시하고 있었다.
'뒤에서 암약하는 누군가가 있다. 그것도 이 정도의 마물을 누군가에게 알려지는 일 없이 공급하고, 따르게 할 정도의.'
설마라고 생각했지만, 도그마는 그 가능성을 버릴 수 없었다.
생각에 잠겨들었던 시야에 백과 녹의 바람이 달려오는 것을 포착하였다.
서둘러 말의 배를 차고서 병사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타워실드를 든 중장기사에게 돌격하는 표범은, 폭풍을 가르며 예리한 발톱과 이를 들이댔다.
두텁고 튼튼한 방패를, 휘어진 송곳니가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뒤에 숨어있던 기사를 덮쳤다.
몸부림치는 기사를 휘둘러내어 장난삼아 주변 사람들도 상처입히고, 송곳니가 부드러운 피부를 파먹어간다.
"오오오오오오!!"
웨폰스킬・대검 《오버 바스터》
말 위에서 뛰어서, 공중에서 종으로 한번 회전하며 저주받을 산꼭대기의 패자 '닐브레' 의 목을 향해 대검을 내리쳤다.
도그마의 눈동자에 피어오른 붉은 빛이 궤도에 선을 그었고, 지면을 깨부시면서 정지한 귀신의 형상에 피가 흩뿌려졌다.
"무사한가!?"
내려온 병사를 확인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는지 고통의 표정은 띄운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해낼 수 없었다고 생각한 것보다도 빠르게 다시 애마에 올라타서 다음 표적을 찾았고, 젊은 기사에게는 손에 부치는 마물을 솔선하여 노려나갔다.
주변에는 참상이 펼쳐져 있었지만, 아직 기사단 쪽이 마물을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새파란 신예를 편성하면서도 가혹한 훈련을 거듭해온 성과가 발휘되어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모두가 무사하다고는 할 수 없다. 마물들이 널려있는 시체를 탐하는 틈을, 울면서 검을 내려치는 자고 많이 보인다.
과연, 마물이 전부 쓰러졌을 때, 어느 정도의 기사가 서 있을 것인가.
"단장님! 여긴 저희들에게 맡기시길!"
이런 일에 구애되는 도그마의 생각에 응하듯이, 덮쳐오는 난잡한 무리를 사냥해오던 부대장이 장창을 옆구리에 품고서 단숨에 교전하는 수라장으로 뛰어들었다.
"부탁한다!"
도그마도 점찍었던 목표를 향해 돌격하였다.
세 마리째의 닐브레를 토벌하였을 대, 도그마의 시선 끝에 마물의 본대가 좌우로 길을 여는 것이 보였다.
둔중한 소리를 내며 갈라진 길 앞에서 나타난 것은, 예상대로의 성가신 마물의 모습이었다.
"바레일 공!"
울퉁불퉁한 등에서 한기를 내뿜는 도마뱀이 큰 입을 벌리고 있다.
'미노타우로스' 와 '예티' 를 상대로 고전하는 왕국군은, 그걸 탐지하고서 회피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순간적으로 목을 누르며 외친 이름의 주인은, 도그마를 향해 두 배에 가까운 성량으로 노성을 질렀다.
"듣고 있다고 멍청한 놈! 통신마술로 외치지 마, 정신이 흐트러져!"
바레일・오더의 눈에도 그 모습은 보이고 있었다.
옥동척이라는 이명을 가진 마물 '브람 리저드' 가 내뿜는 냉기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얼려버린다.
그 위력에 대응할 수 있는 건 바레일 뿐이었고, 조바심에 급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에에이! 열화를 내뿜어 한랭을 무로 돌리는, 붉은 가호로 지켜다오! 《프레임 월》 !"
개체보유스킬 《롱 레인지 캐스트》.
바레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마술의 장거리발동에 의해, 브람 리자드가 노리고 있던 진로 위에, 문양의 띄워진 반투명한 노란색 벽이 전개되었다.
돌파하려고 계속 냉기를 내뿜는 브람 리자드였지만. 그 냉기를 신경쓰지 않고 직진해온 마법의 화살에 정수리가 꽂히자, 주변의 마물에게 냉기를 퍼트리며 절명하였다.
"본인이 큰불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 따위 모르겠지만, 네놈들에 대한 대책은 예전부터 해 놓았다! 이 대현자를 가볍게 보지 말라고 대공!"
하지만, 왕국 최강의 마술사인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하아, 후우.....좋아, 다음 걸 내놔."
그렇게 말하고서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옆으로 손을 내밀자, 젊은 마술사가 옅은 보라색의 작은 병을 건네주었다.
이것은 오드의 묘약. 마력이 담진 액체이며, 체내의 오드를 회복시켜주는 고가의 물건이다.
쭈욱 들이키고 병을 버리자, 이미 굴러다니던 두 개의 병에 맞아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아무리 바레일이 최강의 마술사라고 해도 저항할 수 없는 것이, 마력의 양이다.
거기에 또 하나.
"뭐냐 저건."
적진의 최후방.
난잡하게, 우직하게, 맹렬하게 나아가는 군세의 안에서 제일 눈에 띄는 적안은, 떠오른 햇살보다도 강하게 불타오르고 있다.
북쪽 대륙에서 '발크로프스' 라고 부르는 용암의 피부를 가진 거대한 외눈거인.
화계통의 마술밖에 못쓰는 바레일에게 있어서는 최대의 난적이었으며, 동시에 저것이 이 전장 최대의 장해라는 걸 눈치챘다.
"전언철회. 얕보지 않았다고 대공. 하지만 이렇게나 마물이 많다면 외국의 개입도 의심스럽구나. 아니, 오히려....."
그 생각은 도그마와 동일한 결론.
하지만 구태여 입으로 내놓지는 않았고, 몸 안에 차오른 감각을 느끼며 다시금 조준을 하여, 화력으로 밀어붙일까 뒤를 쳐야 할까 고민하던 참에,
".......잠깐."
문득 멈췄다.
"탐사마법은 어떻게 되었어!"
"어떻......다니요, 적 진영의 마물의 해석에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아냐! 주변에 반응은 있느냐 하고 묻고 있다!"
바레일의 뒷편에 있는 커다란 마법진을 둘러싸고 파문처럼 일렁이는 대기 안의 마나를 느끼며, 움직이는 물체를 탐색하는 마술사들.
여러 명이서 동시에 발동시킨, 반경 10km에 달하는 거대한 탐사마법이었지만, 전방에 되풀이되는 전투 이외에는 일절 잡히는 것이 없었다.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 대답에 만족하지 못하고, 바레일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생각하였다.
이 전장에는, 제일 성가신 마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물들은 각종 다양한 것들이었지만 결국은 땅을 기는 자들이어서, 마법의 내성이 없다면 마술사에게는 좋은 목표다.
후방에 진을 친 성가실 마술사를 확실히 노리려면, 당연히 거리를 좁힐 수단이 필요해진다.
시선을 위로 향하여, 하늘에 뜬 청명한 하늘을 보았을 땐 이미 늦었다.
그것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하늘을 노려라! 어쨌든 마구 쏴라!"
무엇을, 하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둥실 떠있는, 거대한 하늘을 더럽히는 몇몇 검은 점이 습격을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니라, 마물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하는 종족.
하늘을 나는, 마조의 무리다.
어른 2인분은 될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전장으로 급강하하는 쌍두조의 발에는, 사각형의 꾸러미가 쥐어져 있었다.
선두에 있는 새를 향해 몇 번이나 쏘아지는 마술을 나선 강하로 회피하였던 새였지만, 탄막을 피하지 못하고 직격당하자 그대로 기사단의 중심으로 추락하였다.
직후, 폭발.
바레일의 마술에도 뒤지지 않을 폭염은 결코 마술이 아니다.
인간의 지혜에 의해 생성된 물건은, 마술 이상으로 효율좋게 주변을 날려버렸다.
"젠장. 젠장맞을! 잘도 저질렀구나 그란버드・라돌! 어디에서 이만큼의 새와 화약 따윌 긁어모은 거냐!"
분노와 증오에 으르렁거리는 바레일의 머리 위, 다가오는 독수리의 발에서 두 개의 꾸러미가 배달된다.
힘들게 우세하였던 왕국의 전력이, 단번에 녹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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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의 생애를 통틀어 가장 난해한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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