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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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1월 18일 17시 23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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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41/


     ※ 이 편은 넘겨도 됨.





     예전에 세계를 구했던 아홉 명의 기사.

     그들이 강림했던 성지, 디에르고르테 언덕에 갑자기 나타났다는 마물의 나라.

     필미리아에게서 들었음에도 의심스러웠던 그 존재는, 그라도라의 난입에 의해 멈춰섰던 장소에서 약 100걸음. 앞으로 나아는 것 만으로 환시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그 위용을 보였다.

     드리운 밤의 장막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거대한 벽이 눈앞에 출현하였고, 반짝이고 있던 별빛은 하늘로 흐르는 마도광에 의해 희미해졌다.

     은월의 아래에는 흑철의 거대한 외벽이 서 있었고, 그보다도 높게 하늘로 솟은 계단같은 세 탑이 보였다.


     그에 더해, 그들을 놀래켰던 것은 정말로 존재한 도시의 외관 뿐이 아니었다.

     벽의 주위에는 크고 작은 가건물이 늘어서 있었는데, 코볼트와 기가스가 횃불에 기대어 건축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 것이다.

     먼 바깥 숲에서는 오크가 한데 모여 야간도 신경쓰지 않고 벌채와 나무심기를 하고 있었고, 둘러쳐진 울타리 안에서는 산양의 뿔이 돋아난 양의 모습을 지켜보는 고블린들이 여섯 다리의 곰을 타고 배회하고 있었다.

     고도의 문명은 인간에게만 있다고 믿고 있던 이 세계의 주민으로선, 너무나도 자극이 강한 광경이었다.

     마리안느가 현기증으로 쓰러지려 하는 걸 옆에 있던 필미리아가 서둘러 지탱하였지만, 무거움이 질 것 같은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성지가......마물에 점령되었다니...."

     "아, 머시기교의 그거였던 모양이네. 미안하지만 이쪽도 생활이 걸려 있다."

     "거짓.....거짓이에요.....아아 그런, 아제라이님....."


     리발도 아제라이교의 신도였기 때문에, 마리안느 정도는 아니었지만 놀란 눈을 하고서 흔적도 없는 언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인가?"

     "고블린이 가축을 돌보다니? 탈것이 아니라 식용으로? 농담이지?"

     "어이 개, 저 건축을 하는 녀석들은 무슨 마술로 사역하고 있는 건가?"

     "바보이긴 하지만 손익을 생각할 정도의 머리가 있는 것 뿐이다. 그리고 누가 개냐 망할 놈이."

     

     선두를 미라와 그라도라가 나아갔고, 그 뒤를 리발, 마리안느, 필미리아가 따라갔다. 벨트로이와 포울이 후미를 맡았기 때문에, 가장 끝을 미소 짓고 있는 류미엘이 뒤따라갔다.

     마치 다른 시대에 남겨진 듯한 마음을 얼버무리기 위해, 벨트로이는 우쭐해 하며 눈앞을 걷는 필미리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미리아, 여기선 이게 보통이야?"

     "예.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선 모두 규율을 중시하고, 규칙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어요. 그것만으도 막대한 은총을 입고, 쓸데없는 다툼 없이 끝나니까요. 종족 사이의 다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들도 배려하여 나라가 만들어졌어요."

     

     집에 돌아와서 기쁜 것도 있을 것이다. 가벼운 발걸음과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눈이 죽은 마리안느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어이, 벨트로이."


     돌아보고 그 얼굴을 쳐다보니, 포울은 아마 이 상황을 제일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느긋하게 있어도 괜찮을까? 신도는 마물이 습격하고 있고, 왕국도 위험하다고?"


     초조함을 내비치는 포울에게, 벨트로이는 마물에게서 얼굴을 숨기는 듯이 포울 쪽으로 입가를 가까이 했다.


     "따를 수 밖에 없잖아. 아니면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포울이 흘끗 하고 등 뒤의 류미엘을 보니, 왜 그러냐면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보였다.


     "나로선 무리다."

     "지금 뭘 생각했냐 너."

     "글치만ㅡ....."


     미라도 마리안느도 아직 앳된 모습이 남은 용모였기 때문에, 귀가 길다는 것 이외에는 마물로 보이지 않는 성숙한 미녀의 향기에 눈이 아찔해지는 기분은 모르는 것도 아니다


     폐에서 올라오는 공포에 떨면서, 거대한 문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어떤 지옥인가.

     어떤 마경인가.


     내달리는 생각 끝에 보인 해답은ㅡㅡ별하늘도 사라지게 하는 빛에 가득 찬 마물의 낙원이었다.




     "뭐야, 이거......"

     

     그곳은 빛에 가득 찬 향락의 도시였다.

     목조와 석조로 된 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활보하는 다양한 마물들은, 밤이 된 것도 관계없이 음악과 소란 속에서 시끌벅적하게 대화하고 있다.

     팔고 있는 물건은 어느 것이나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고, 거리 한 켠에서 파는 먹을 것조차 새롭다.


     이것이 마물의 상식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보아왔던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농담이지...."


     부탁하듯이 흘러나온 누군가의 대사.

     

     그런 와중에, 미라만은 주변의 모습에 눈을 돌리며 정보를 얻고 있었다.

     좌우의 집들은 반듯하였고, 전부 계산하여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통치자와 주민의 관계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렇게나 기능에 충실한 개발을 실행할 만한 자금과 권위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때문에, 보면 볼수록 미라의 안에선 의문이 용솟음쳤다


     '그 남자가 왕? 힘없고 평범한 도련님이 마물을 통솔한다?'


     하지만, 미라의 안에선 하나의 결론이 났다.

     마물을 죽이고 사람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시스템으로 살아온 그녀에겐, 누가 적인지는 처음부터 관계없었다.

     공국과 이 나라, 상대하는 것이 앞인가 뒤인가 정도다. 손을 빌려주든 은혜를 입든, 최종적으론 죽여버리면 된다.

     하지만, 그 남자의 일 만은 걸린다.

     아무 것도 모르고, 허세도 없으며, 곤란한 듯 웃는, 그 남자가.


     '그러니, 만일 마물의 꼭두각시라면 마물을 죽여서 구해준다.'


     그렇지 않다면ㅡㅡ


     "........?"


     어떻게 해야 할까.

     

     "뭐가 이상하지."


     마물이 묻자 올려다본 시선이 교차한다.


     "딱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미라로서는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지을 셈이었지만, 늑대는 그 눈매를 기억하고 있었다.

     마물을 발치에 굴러다니는 개미 정도로만 보던, 그 세계의 용자의 눈.

     다시 뇌리를 스치는 불안을 떨쳐내지 못한 채로, 그라도라도 또한, 다른 선택지 따위 없이 주인에게 이물질들을 인도할 수 밖에 없었다.






     ㅡㅡ제 15단단장 : 일행 분의 도착을 확인.

     ㅡㅡ제 16단단장 : 라져......아니 잠깐. 너 근신 중이었잖아.

     ㅡㅡ제 15단단장 : 근신하고 있었느니라. 관할에서.

     ㅡㅡ제 16단단장 : 제 1 성벽 안이라 해서 얼쩡해도 괜찮을 리 없잖아!

     ㅡㅡ제 2단단장 : 뭐든 상관없지만 누군가 좀 대신 해줘. 이제 내 역할도 끝났잖아?

     ㅡㅡ제 16단단장 : 부자연스럽잖아. 조용히 에스코트나 해.

     ㅡㅡ제 5단단장 : 후후후, 개가 에스코트라니.....그 목에 목줄은 달았니ㅡㅡ?

     ㅡㅡ제 3단단장 : 호호오? 그라도라 공에겐 그런 취미가 있었나?

     ㅡㅡ제 2단단장 : 너희들 진짜 각오해 두라고.

     ㅡㅡ제 7단단장 : 한가한 녀석들이오. 본인은 작전을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ㅡㅡ제 5단단장 : 전 이미 현장이에요~

     ㅡㅡ제 7단단장 : 본인도 조금 있으면 준비 끝이오~

     ㅡㅡ제 4단단장 : 저기저기, 긴장감 부족하지 않아? 좀 더 진지해지자.

     ㅡㅡ제 7단단장 : 나설 일도 없는 녀석은 가만히 있으시오.

     ㅡㅡ제 4단단장 : 오?

     ㅡㅡ제 14단단장 : 여, 여러분? 너무 소란 피우면 카론님께 민폐가 되니까......



     ".......시끌벅적하구나."


     시야의 옆에 흐르는 채팅을 바라보면서, 왕성의 테라스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는 카론은 난간 위에서 석장을 움켜쥐며 약간 즐거운 듯 중얼거렸다.

     전 NPC들의 대화는 예전부터 생각했던 자신의 망상과 꼭 들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고만 있어도 질리지 않았지만, 슬슬 역할을 다하려고 공중에서 손을 저어 윈도우를 옆으로 이동시켰다.


     카론이 있는 테라스에선 남쪽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거리가 비추어졌지만, 보고에 있는 그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아직 도착할 기미도 없다.


     카론의 사상은 일관되게 인간과의 협조노선이다.

     문제는, 리페리스 왕국이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나라로서 인정할지 어떨지다.


     "어떻게 해야 할까.....돈으로 매수하는 것보다 편한 건 없겠지만 말이야. 당연하지만 마물이 살아가긴 힘든 세상이구나."


     지금 에스텔드 바로니아와 카론이 원하는 건 물건이 아니다.

     토지를 잃고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벗어나는 것보다도 먼저, 어떻게 해서라도 원하는 것이 있다.


     그 최종라인은 양보할 수 없고, 만일 어느 쪽이라도 거절해버린다면 그 때에는ㅡㅡ.


     "하아...."


     어느 쪽이든, 지금은 먼저 용자후보와의 교섭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떻게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은데.


     "미라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겠구나."


     그 중의 한 명과 너무 관련되어버린 것이 신경쓰였다.

     쿠치나시히메 탓에 쓸데없는 다툼이 생긴 데다 상처까지 입히고 말았다.

     

     "절대 좋은 방향으로는 나아가지 않겠지....."


     만의 하나, 미라를 회유하지 못하게 된다면 필미리아에게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얼굴을 들고 크게 한숨을 들어마시며, 눈에 띄는 군청색이 데려오는 일행을 발견하고 길게 숨을 내뱉었다.


     "좋아."


     긴 머리카락을 헝클어리며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서, 로이엔타레가 기다리는 성내로 몸을 돌려 강한 의지가 담긴 눈으로 앞을 바라보며 강하게 내딛는다.

     칠흑의 천을 휘감은 키메라의 앞을 지나쳤지만, 바로 옆에 있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말을 던졌다.


     "로이엔탈, 속히 루슈카와 알버트를 불러줘. 이후의 일을 상담하고 싶다."

     "알겠습니다."


     배우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모두.....모두 왕의 뜻대로. 당신을 위해 살고 죽는 것이야말로 저희들의 희망."


     이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다스리는 자는 장기말 따위가 되지 않는다

     어떤 때에서도, 카론은 '플레이어' 인 것이다.



     ㅡㅡ제 1단부단장 : 카론님은 너무 늠름하시고 훌륭하십니다.

     ㅡㅡ제 16단단장 : 자세히 말해. 상세한 내용을 화면에 띄워서 군의 홍보지에 게재하라고. 빨리!

     ㅡㅡ제 14단단장 : 저기, 죄송한데요. 이 대화 카론님도 보고 계시니 제멋대로 대화하는 건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ㅡㅡ제 16단단장 : 뭐라고!?

     ㅡㅡ제 15단단장 : 진심으로 말하는 거냐 넌. 드디어 뇌까지 아공간에 빨려들었는지 걱정되지 않느냐.

     ㅡㅡ제 16단단장 : 오? 오? 뭐야 싸울 거냐?

     ㅡㅡ제 2단단장 : 어이 싸우려면 다른 곳에서 해 시끄럽다고! 잘도 왕이 보고 있는데도 다투고 있구만 너희들!

     ㅡㅡ제 1단단장 : 그럼, 먹어볼까?

     ㅡㅡ제 15단단장 : ....? 기다려라 할드로기아, 그건 무슨.....


     ※ 이 채팅은 삭제되었습니다. 



     "........아직 해명할 게 많구나. 키메라의 능력이 채팅까지 미치다니 어떻게 된 일이지? 권한을 가진 것도 아닌데. 이런 때에 이상한 의문을 만들지 말라고 진짜."


     왜 이렇게 결의한 타이밍에 맞춰서 문제가 일어나는가.

     무심코 머리를 싸매고 싶어졌지만, 이제와서 그 마음을 표현할 수도 없다.

     정말, 이라고 쓴웃음 섞인 말을 내뱉고, 카론은 부하를 이끌고 당당하게 나아갔다.







     이상한 공간이었다.

     통로는 좁았고, 좌우로 돌기둥이 늘어선 어두운 통로는 안쪽의 희미하게만 보인다.

     조금씩 손이 떨리는 걸 참으면서, 그들은 안내된 장소에 선 채로, 왕좌에 앉은 남자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라의 문장이 새겨진 황금의 의자에 앉아있으니, 분명 그는 왕일 것이다.

     옆에 아름다운 미녀를 세우게 하고, 조용히 용자후보의 얼굴을 둘러보고 있다.


     이상하다.

     이 방의 현란함도, 마물들의 무서움도, 이 왕의 앞에선 모든 것이 희미해진다.


     그는, 아무 것도 없다.


     군복의 여자가 띄우는 농밀한 마력의 냄새는 피부가 곤두설 정도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데, 왕 만은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곳만 도려낸 것처럼, 마물을 다스리는 왕에게는 있을 수 없는 무재능.

     그것이, 그냥 강함을 보이는 마물보다도 두려워서 견딜 수 없다.


     "잘 왔다 낙원에."


     아직 밤은 끝나지 않았다.

     마물이 가장 구가하고, 인간이 꺼려하는 암흑은, 그들이 선택한 길을 빈틈없이 덮어버린다.

     싱긋 웃는 무력한 인간은, 이 자리에서 가장 어둠에 사랑받는 괴물로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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