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난전2021년 01월 17일 04시 15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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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포효를 하는 거대한 미노타우로스 앞에서 바스톤・두에는 거친 호흡을 하고 있었다.
늘어선 기사들은 모두 만신창이였고 서 있기도 힘든 자도 있었지만, 모두 한결같이 눈앞의 마물에 대한 투쟁심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기습적인 폭발에 이어 마물의 습격을 연이어 받아, 겨우 바깥으로 나왔다고 생각했더니 중급 하위의 마물인 미노타우로스 5마리와 저급 마물과의 난전.
주위에 마물과 전사의 사체가 굴러다니는 와중에, 제대로 전투태세를 갖춘 자는 그를 따르는 부하 9명 뿐. 갑옷을 입을 시간도 없이, 겉옷만 입은 상태의 싸움을 강요당해, 일격만 맞아도 치명상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도 마지막 한 마리까지 몰아넣었다.
하지만, 앞으로 한 걸음인 승리를 눈앞에 두었음에도 여전히 필사적인 격전인 것은 변함없었다.
소머리의 마물이 자랑하는 흑갈색 거구가 규격 외의 괴력으로 거머쥔 거대한 도끼를 한번 휘두르는 것 만으로도 폭풍이 일어난다. 거기에 휘말려서 얼마나 많은 동료를 잃었는가.
무너진 신전의 기둥이 두세 개 부서져 널려 있었고, 방문했을 때의 엄숙한 분위기는 전란에 휘말려 피비린내만 난다.
흰색을 물들인 붉은 비말의 흔적이, 싫어도 참상을 일깨워준다.
부오오오오ㅡㅡ!!
피아의 거리를 좁히려고 발굽으로 지면을 깨트리며 미노타우로스가 달려나갔다. 둔중한 움직임이지만 2m를 넘는 거체의 질주는 박력만으로도 공포를 심게 만들 정도다.
제대로 연마된, 날 없는 피투성이의 도끼를 높게 들어 올려서 눈에 닿는 인간을 죽이려고 거품을 물면서 바스톤 일행에게 달려든다. 그에 맞선 그들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움직임이 단순한 적의 상대를 할 때 거리를 두었을 것이다. 산개하여 사방을 포위하고 틈을 봐서 공격하면 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들의 등 뒤에는 신전이 있는 것이다. 그곳에 숨은 힘없는 신관과 교황.
이 사태에 공모하지 않았던 그녀들을 지키기 위해서도, 도망치듯이 거리를 둘 수 없었다.
이대로는 그냥 치어 죽는 걸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들만 있는 것이라면.
매직스킬・성 《홀리 체인》
찬란하게 빛나는 마법진이 미노타우로스의 주변에 나타나자, 흰색으로 발광하는 사슬이 목과 손을 휘감아 구속하였다.
갑자기 포박당하자 소의 머리가 강하게 뒤로 당겨졌지만, 저돌적인 힘 앞에 사슬이 끼릭끼릭하고 금이 가기 시작한다.
"덮쳐라!"
바스톤의 지시에 맞춰서, 무기를 든 기사들이 일제히 돌격한다.
피폐해진 몸을 채찍질하며 내지른 혼신의 스킬이 깊은 상처를 입혀나가도, 아직 치명상에는 멀다.
그럼에도 뱃속 깊숙한 곳에서 소리치며, 검을, 창을 휘두른다.
여길 벗어나야 한다고, 동료의 죽음을 뛰어넘어서 얻은 승기를 놓칠 수 없다며 혼신의 일격을 선보였다.
"오오오오!!"
부하의 행동보다 늦게 바스톤이 뛰어오른다. 각력강화의 스킬을 발동시켜서 한 걸음에 미노타우로스의 품까지 날아오름과 동시에, 쇠사슬을 끊어버린 팔이 큰 도끼를 머리 위에서 내리쳤다.
품에서, 내려쳐지는 도끼와 교차하는 듯이 뛰어올랐다. 얼굴의 옆을 빛바랜 날이 지나갔고, 비틀린 몸의 등을 빠져나갔다. 풍압 때문에 얼굴의 피부가 가볍게 긁히면서도, 시선은 노려야 할 급소를 포착하여 주저하지 않고 쥐고 있던 검을 똑바로 찔러넣었다.
검 끝이 미노타우로스의 눈을 관통하여,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대로 후두부를 꿰뚫은 은검을 남기고, 바스톤은 거머쥐려고 뻗어온 손을 피하려고 머리 위를 뛰어올랐다.
새된 단말마의 목소리를 지르면서도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한 미노타우로스였지만, 그대로 목숨을 잃고 위를 향해 쓰러졌다.
그 모습에, 환희의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움직이는 마물의 기척이 없어진 것을 확인한 바스톤은, 신성기사에게서 빌린 은검을 허리에 차고서 뒷쪽을 돌아보았다.
척 봐도 괴멸이라고 할만한 상황이었다. 서둘러 기사들을 구호하러 달려오는 신관들. 신성기사는 조용히 치료의 마술을 걸고 있었지만, 필사적으로 말을 걸던 신관의 말이 조용한 기도로 바뀔 대마다, 또 하나의 귀중한 혼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걸 깨달았다.
등 뒤에서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바스톤은 침통한 얼굴로 정면으로 얼굴을 되돌리고 상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말을 걸었다.
"얼마나 움직일 수 있지."
"경상 43명은 힐링으로 바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상자 21명은......."
다가온 자는 이번 원정부대의 부관을 맡은 남자로, 베인 이마에서 흐르는 피로 얼굴을 적시면서 침통한 얼굴로 보고하였다.
공국이 풀어놓은 마물을 모두 쓰러트릴 수 있었던 건, 그 기습적인 폭발을 말 그대로 몸을 바쳐서 지켜준 기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과는, 무사히 일이 진행된 후에 하도록 하자. 지금은 아직 그 때가 아닐 것이라며, 어금니를 깨물며 마음을 다잡았다.
"절반인가. 120명으로 이 결과라면 나은 편이겠군."
"미노타우로스가 5마리였으니까요. 그런 건 용자의 담당입니다."
"맞아."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린 부관의 말에, 바스톤도 심드렁하게 말하였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이대로 여기에 있어도....."
"음, 어쨌든 신도의 마물을 소탕해야 한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들은 당분간 이 신도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미끼가 임무라고는 해도, 그 역할을 다했다며 안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애초에, 이 신도를 벗어나게 되면 기억상실에 걸리는 이상 왕국에 귀환하는 것도 어렵다.
지켜준 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도, 기사의 긍지를 다하기 위해서도, 달리 선택할 길 따윈 없었다.
"저기....."
등 뒤에서 젊은 목소리가 들렸다.
바스톤이 돌아보자, 교황 에이라・크란・아젤이 시중드는 엘프인 오르페아와 신성기사를 데리고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아름다웠던 흰 법의는 폭풍에 의한 흙먼지에 얼룩졌지만, 등을 펴고 걷는 모습은 성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전장에 씩씩한 모습을 비추었다.
"교황님, 아직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으니 부디 안으로."
"저만 안전한 장소에서 떨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들도 함께 참전하지요."
위험하다고 알고 있어도, 교도를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 예전의 원로원이 태연히 저질렀던 악행에 가까운 소행을 스스로가 하다니 결코 용서될 일이 아닌 것이다.
"신성기사가 같이 와준다면 정말 든든하겠습니다."
"저희들 엘프의 동포도 지금 이 자리에 모이고 있는 중입니다. 부상자는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오오, 그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뒷쪽의 염려가 없다면 저희들도 주저없이 나아갈 수 있지요. 지금까지의 무례를 어떻게 사과해야 좋을지."
"그건 모두 살아서 전투를 끝냈을 때에 듣지요."
옅은 하늘색 머리에 불타는 화염을 비추며, 굳세게 미소를 보이는 에이라.
본심이 담긴 립서비스에 진지한 대답을 듣자, 바스톤은 목을 울리며 웃었다.
의심에 가득 찼었던 주제에 염치도 없는 남자라고 자조하며, 바로 표정을 굳히고 부관을 보았다.
"어이, 지금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녀석에게 장비를 가지러 가게 해. 날뛰는 녀석들을 죽이자."
"예."
"교황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뒤를 쫓도록 하겠어요. 조금 전의 싸움을 생각한다면 지원에 가담하는 편이 연계를 취할 수 있어 보이고, 그리고ㅡㅡ"
뒤따르는 말은 작아서 들리지 않았지만, 섣불리 누군가가 주도권을 쥐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
완만하면서도 서둘러 준비를 갖추기 위해 움직이는 부하의 모습을 보면서, 바스톤은 내심 석연찮은 마음이 샘솟았다.
'생각한 이상으로 공세가 얕다. 외부에서 마물이 쳐들어올 기미도 없어. 어떻게 된 일인가?'
마을의 모습은 심각하였다. 여러 곳에서 신성기사가 싸우고 있었고, 마술의 빛이 화염 속에서 빛나는 것도 보였지만, 그것뿐이다.
마물의 수는 늘어날 기색이 없었고, 전선이 밀리는 분위기도 아니다. 여기저기 보이는 곳에선 뭉쳐서 움직이는 모습도 안 보였다.
'애초에, 어떻게 마물을 여기로 불러들였지? 인간만 쳐들어올 수 있는 성역의 도시를.'
납득이 가지 않는 일만 떠오르는 바스톤의 마음은, 안 좋은 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잘도 저질렀구나."
틸아젤의 높은 성벽 위에서, 피투성이의 머릿결을 휘날리며 바깥을 바라보는 미라가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목에 걸린 너덜너덜한 망토가 바람에 펄럭이며 나부낀다. 발치에 굴러다니는 매우 많은 양의 사체를 피하려는 듯 담장 위로 올라가서, 괴성을 지르며 하늘에서 습격해 온 '임프' 를 한 번 휘둘러 양단하니 쏟아진 피를 성가신 듯 닦아낸 후, 시선을 바깥으로 되돌렸다.
어두운 밤의 깊은 숲. 달빛을 받은 다수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숲 안에, 마물이.
처음에 숲을 지나갔을 때 마물과 조우한 것을 중요하게 봐야 했었나 하며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숲에 마물이 배치되었다면 상당히 위험해. 측면에서도 마물의 수의 이점을 살려 공격해 온다면....."
뒤에 이어질 대사는 나오지 않았다.
흘끗 신전 쪽을 바라보니, 마을과 다르게 집단으로 행동하는 기사의 모습이 건물 사이로 보였다. 신전의 상태를 보면 상당한 난전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무사하다고 알고서 조용히 안도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전원 무사하다고 해도 전력이 될지는 의심스러웠다.
"기억이 개찬된 날에는 바보처럼 된다는 모양이니."
바보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탄식했다.
".........니까.........미......"
팔짱을 끼고 바깥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하던 미라의 귀에, 들리지 않아야 할 목소리가 닿았다.
흐릿한 목소리는 고막이 아닌 뇌에 직접 전해지는 듯한 감각이, 마력의 떨림을 느끼게 하였다.
"묘비녀의 통신마술인가. 어이, 어디서 놀고 있는 거냐. 빨리 와."
"이.......이.....은 필......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화내는 건 분명하다.
"뭔가 신호를 해. 신호다. 네 거지같은 통신마술이어도 몇 번이나 말하면 알아듣겠지? 신호다 신호."
"............!!'
이번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꽤 화내는 건 틀림없다.
미라로서는 솔직히 어찌 되어도 좋은 일이다.
어떤 신호를 준비하나 하고 마을로 눈을 향하여 주위를 둘러본다. 그곳에 붉은 섬광이 수직으로 오르는 게 보였다.
일부러 하늘로 마술을 쏘다니, 신호임이 분명하다. 장소는 마을의 중심 부근이었는데, 아마 도중에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고 추측하였다.
미라는 이동강화의 스킬을 발동시켜서 한걸음에 높은 외벽에서 목적지를 향해 뛰어내렸다.
기세를 죽여서 낙하하려고, 발 밑에 있는 지붕에 착지하자마자 힘껏 내딛으면서 다시 한번 뛴다. 착지와 도약의 충격으로 몇몇 지붕을 부수면서도 접근하여, 벨트로이 일행을 확인한다.
뱀같은 마물 '베놈 바이퍼' 의 큰 턱을 포울의 방패로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차에 참전하려고, 뱀의 머리 위를 노리고 급강하. 그 머리를 밟아 부수고, 쉽사리 절명시켰다.
"늦다고. 집합시간 정도도 지키지 못하는 거냐 너희들."
베놈 바이퍼의 강함은 미노타우로스보다 약간 부족한 정도였지만, 벨트로이 일행에게는 고전할만한 상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자, 무심코 놀란다. 미라와 자신들의 역량의 차이를 똑똑히 보게 되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여러 일이 있었어요. 당신이야말로 어디에 있었나요?"
"여러 곳에."
어쨌든, 이걸로 모였다며 리발이 안도하면서 검을 집어넣었지만, 문득 깨달았다.
"저기, 미라 대장. 카론 씨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몸을 풀기 위해 어깨와 목을 돌리던 미라의 움직임이 멈췄다.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검은 의지의 기척에 얼어붙었다.
"지금, 내게, 그걸, 묻지 마."
"예........"
임무가 우선이라서 진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지 않을 뿐이지 꽤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죽일 기세로 시선을 보내자 리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구태여 추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하며 다시 마음을 억눌렀다.
"조만간 찾아낼 테니 신경쓰지 마. 알았나, 너희들도 죽고 싶지 않으면 묻지 마라."
그렇게까지 들으면 알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벨트로이도 포울도 마리안느도 카론이라는 인물에 짐작이 안 가서 석연치 않아 하는 정도였지만, 단 한 명 필미리아의 눈은 동요로 미세하게 흔들렸다.
"일단, 이 주변의 적은 모두 쓸어버렸습니다. 다른 곳에도 있겠지만, 이쪽은 신성기사 분들이 대처해주는 모양입니다."
"흠. 상황을 위에서 확인해 봤는데, 바스톤・두에의 부대도 움직이는 모양이니 이제 마을은 괜찮겠지. 슬슬 이동하자."
"왕국으로 귀환하는 건가요?"
"안됐군 포울・데르피. 사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게 되었다."
"네?"
거기서, 처음으로 지금 자신들이 놓여진 상황을 상세하게 듣게 된 그들의 얼굴은, 비탄으로 물들었다.
"정말, 입니까? 마물이, 숲을 점령, 하고 있다니......"
깜짝 놀랄 사실에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미라는 여전히 마리안느의 그림자에 숨어있는 필미리아를 가리켰다.
"그 계집을 주웠을 때 징후는 있었잖아. 공국 녀석들도 눈치채고 있었을 테니 이상하지는 않다."
"그럼, 그럼 빨리 정보를 갖고 돌아가야!"
"진정해라, 리발・오드・슈트라이프. 갖고 돌아간다니 어떻게 말이냐? 기억개찬의 마술을 벗어나는 건 애초부터 예정하고 있었으니 딱히 상관없다. 성공의 여부는 어쨌든 말이지. 하지만 마물 투성이의 숲을 벗어날 자신은 있나? 그리고 적의 전력도 파악하지 않았는데 무슨 정보를 갖고 돌아갈 셈인가."
적절한 대답에 말문이 막힌다.
신도나 언덕으로 진군해 온다고 한다면, 혼란을 틈타 빠져나가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제대로 진을 치고 있는 안을 돌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신성기사가 적이 아니라면 돕게 하는 것은?"
"바보를 데리고 다니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짐밖에 안돼."
"그, 그런가요."
이대로 시간을 소모한다면 패배는 필연.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소비하지 않기 위한 대책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당신만이라면 돌파할 수 있지 않나요?"
"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큰 효과는 없겠지."
"근본적인 문제인가요. 그럴 정도로 공국의 전력이 많다는 말인가요?"
"정확한 수는 모르겠지만 아마 세 배가 넘는 정도겠지."
"그건 수 말인가요? 아니면 마물의 강함인가요?"
"양쪽이다. 아마도. 여기에 쳐들어온 마물 중에 이상한 개구리나 미노타우로스가 섞여있었다. 꽤 강해."
"미, 미노타우로스를 쓰러트렸나요?"
"그 정도는 혼자서도 가능하잖아. 소 정도도 순식간에 죽이지 못한다면 용자라고 말할 수 없다고."
"그, 그런가요......어쨌든, 진위는 별개로 쳐도 고맙지 않은 건 틀림없네요."
"그래. 지금의 왕국의 전력을 생각한다면."
"사람이 부족하지만, 귀족들이 이겨준다면 달라지겠죠. 기대하는 건 안 되겠지만요."
미라와 마리안느의 대화가 이어지면 이어질 수록, 패배를 면할 수 없다는 마음이 북받쳐 오른다.
"저기, 용자인 기사들이 모이면 마물은 대처할 수 있겠지요?"
"그럼 좋겠지만."
어두운 표정을 짓는 사람들에게, 아직 그렇게 열세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마리안느도 그 사실을 깨달았다. 매도의 말이 적어진 미라를 보면 어렴풋하게 괜찮지 않을 거라 느끼고 만다.
신도에서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거운 입을 열지 못하고 생각에 잠기는 사람들.
"저기, 어쩌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겠어요."
거기에, 생각도 못했던 인물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뭐니? 미리아."
마리안느의 뒤에 숨은 채였던 필미리아가 살짝 얼굴을 드러내어 머뭇거리며 말을 걸자, 몇몇 예리한 시선이 모인다. 움찔 놀란 검은 고딕드레스의 소녀가 다시금 마리안느의 뒤에 숨었지만, 다시 조금씩 얼굴을 내밀었다.
"제 나라가ㅡㅡ"
"쫓겨났다고 말했잖아. 애초에 마물의 나라 따위 어디에 있다는 거냐. 바보같은."
"죄.....음음. 죄송해요, 몇 가지 거짓을 말했습니다."
미라가 검에 손을 대려는 걸 포울이 정면에 서서 바로 방해한다.
그 행동을 개의치 않고 뽑아 든 검자루가, 복부에 강하게 부딪혔다.
크으 하고, 포울의 숨이 새어나왔다.
"쿨럭, 미라 부대장!"
"물러서 포울・데르피. 거짓말하는 악마는 죽여야 한다."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미리아에게도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니!"
"그게 어쨌다고. 마물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아니면 정이 들었나? 이쪽의 선의를 배신했다. 그런 마물이라면 해가 돼. 아니면 네놈ㅡㅡ"
ㅡㅡ한꺼번에 베이고 싶은 거냐?
검에 담긴 힘이 강해짐에 따라, 중기사로서 건장하게 단련한 몸이 점점 후퇴한다.
"뭐야, 네놈들도 한꺼번에 죽고 싶은 거냐?"
이를 악물며 버티는 포울을 지원하기 위해, 리발과 벨트로이가 양옆에 서서 미라를 상대했다.
"미리아가 악의를 갖고 거짓을 말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미라 소대장각하께는 죄송하지만, 일단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좋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세세한 것이어도 뭔가 계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바보들이.
미라는, 코웃음을 한번 치고서 검을 되돌린 후 한걸음 물러서서 팔짱을 꼈다.
"좋을 대로 해."
그렇게 고하는 눈에는 적의가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그 적의를 벨트로이 일행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필미리아를 보호해야 한다는 일체감이 생겨나고 말았다.
자그마한 마물 소녀에 의해, 작은 균열이 점점 폭을 넓혀갔다.
"미리아. 진짜 일을 가르쳐주지 않을래?"
만들어진 구리 중갑을 마술로 대지에 되돌린 경장 차림의 마리안느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모두 아군이라며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필미리아는 두려움을 거두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사실 추방당하지 않았어요. 약초가 필요해서 그 숲에 들어온 것 뿐이고요."
".....잠깐. 이 부근에 마물이 사는 장소는 없는데? 미리아같이 지성을 가진 마물이라면 더욱. 도대체 어디에서 어디까지? 그 거야말로 바깥의 대륙이라던가ㅡㅡ"
"이세계에서, 왔어요."
침묵이, 튀어오르는 불씨와 바람소리만을 울리게 한다.
"제 나라는, 지금 이 숲을 넘은 앞에 있는 언덕 위에 있어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거의 반 개월 정도 전에, 이 세계로 와버려서요."
제정신인가?
"마물만 살아가는 나라였는데, 이상한 일이 생겨서 전이해왔습니다."
무슨 농담인가ㅡㅡ
황당무계한 필미리아의, 그야말로 망상이라고 해도 좋을 이야기에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같은 마물도 많이 있고, 정말 멋진 나라예요."
하지만, 한 사람의 눈매가 변했다.
"어이, 계집."
차가운 미라의 목소리에 필미리아의 자그마한 몸이 더욱 움츠러들었다.
"거기에, 이상한 마물은 있나? 흰색의 이상한 옷을 입은, 야수의 손을 한 마물이다."
"어, 저기, 음.....있어요. 군의 간부 중에 그런 모습을 한 사람이......"
질문의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며 여러 명이 미라에게 눈을 향하자, 등줄기가 얼어붙는다.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입술이 반월을 그리며 기분 나쁘게 일그러졌고, 예쁜 치아의 잇몸 사이에서 큭큭하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얼굴을 상기시키며 유쾌하게 웃는 표정은 요염하였고, 동시에 무섭게도 보였다.
"그런가, 그런가그런가. 그럼 갈 수 밖에 없겠구나."
"어, 대장 무슨."
"어이, 거기로 가서 손을 빌리려는 말을 할 셈이겠지?"
"미, 믿어주시는 건가요?"
제일 악랄했던 미라가 의욕이 든 것에 왠지 기분 나쁨을 느낀 필미리아의 물음에, 표정은 그대로인 채 몇 번이나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믿지, 당연히 믿지. 살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구만."
어깨를 떨며 유쾌하다며 소리죽여 웃는 모습은 기분 나쁘기만 하였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는, 제일 싫어하던 인간이 믿게 되는 바람에, 강제로 향하기로 결정되었다.
벨트로이와 포울 일행으로선, 의심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필미리아를 믿고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결의하였고.
미라 만은, 그런 일은 상관 없다는 듯 목적인 보물의 거처를 생각하였다.
"참고로, 높은 사람에게 부탁해서 협력을 의뢰하자는 게 미리아의 제안이지?"
"예. 왕은 마물의 나라에서 유일한 인간이니, 분명 들어주시지 않을까요. 만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지만요."
".....뭐야?"
"그 사람은ㅡㅡ"
이어지는 소녀의 말에, 큰 반응을 보이는 자가 두 사람.
한 사람은 매우 놀랐고, 한 사람은 희색이 만연하여.
겁먹은 표정인 '척' 을 계속하는 귀여운 소녀는, 머릿속에서 들은 단어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로 이 흐름이면 되는 걸까?'
마음 속에서 중얼대는 말은 누구에게도 닿을 리가 없었고, 그녀도 아직 회의감을 품으면서도 주어진 역할에 몰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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