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도주2021년 01월 17일 18시 08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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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는 신도를 뒤로 하고, 숲을 내달린다.
등 뒤를 쫓는 소리에서 도망치려는 듯, 늘어선 나무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달리는 5명과 업혀진 1명은 몇 번이나 후방을 확인하면서 막연하게 앞으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미라・사이파! 책임지고 어떻게든 해봐요!"
"바보같은 말 마. 저런 수를 상대로, 편하게 이길 수 있을까. 끝내버리기 전에 네놈들이 죽어도 책임지지 않아도 좋다면 생각해 보겠지만."
"생각해 달라고요! 당신 탓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기복과 장해물을 가볍게 건너며 선두를 달리는 미라. 그녀는 후방에 의식을 향하려고 하지도 않고, 목적지인 언덕 만을 노려보며 의욕없는 목소리로 마리안느에게 대답하였다.
"숨어서 빠져나와도 괜찮았는데 당신은 진짜!"
"시끄러워. 시간이 아깝다. 죽을 기세로 달리면 죽지 않으니까 대단한 일도 아니잖은가."
"죽을 기세로 죽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아아 정말! 당신들, 저것들을 저와 미리아에게 접근시키면 죽는 것보다 아픈 꼴을 맛보여 주겠어요!"
"왜 우릴!?"
그렇게 말해도, 지금도 거듭된 전투로 매우 피로한 상태인데, 이상할 정도로 의욕을 보이는 미라가 정면으로 강행돌파를 하는 바람에 공국에게도 쫓긴다는 콤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아 진짜! 어떻게 된 거냐고 미라 소대장은! 우옷, 위험해!"
"나한테 묻지 마! 뭐였더라? 카.....카......카몬이라는 이름을 듣은 직후였지. 적, 어도! 왕국엔 그런 이름의 녀석, 없었잖아!"
"허, 허, 허, 허억!"
"뭔가, 알고, 있을, 리발이, 저런 상태라, 니!"
미라의 엄격한 훈련을 계속 받았던 벨트로이는 다른 두 명보다도 여유가 있지만, 미라처럼 아무 피로도 느끼지 않고 움직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약간의 여유는 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언제까지나 목적지에 다가가는지 조차 모른 채 달리는 건 헛수고와 다름없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소리를 지르는 자가 필미리아였다.
"조금 있으면 숲을 빠져나와요! 그렇게 되면 분명!"
"조금이라니 어느 정도 말인가요!? 아아아아, 이렇게 몇 번이나 성역을 더럽힌 저는 아제라이님께 버려지고 말 거예요!"
"신이 있다면 신도도 여전히 평화로웠겠지. 결국 모든 건 인간의 업보다. 얼빠진 짓을 하면 신도 죽는다는 걸 기억해둬 신자."
"저런.......! 그런 말 밖에 안 하니까 당신이 싫은 거예요!"
"난 네놈이 좋다고. 놀리면 정말 재밌는걸."
"끼이이이이이!"
"싸, 싸우면 안돼요."
이젠 한계가 가깝다. 아니, 애초에 이전부터 한계는 왔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밀행동을 할 예정을 무시한 미라에게 비난이 향하는 것도 당연하였다.
"흥."
그걸 눈치채고 있어도, 미라는 아무 말도 안 한다.
"슬슬 빠져나와요!"
외치는 필미리아의 목소리에, 일시적으로 생각을 전환한다.
일이 끝난다면 물어보면 된다. 방법을 불문하고.
점점 주변의 나무 사이의 간격이 넓어졌고, 시야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달려달려달려!"
"포울! 속도가 떨어졌다고!"
"그런 말을 해도오오오!"
숲을 빠져나왔다고 해도 안전하지는 않겠지만, 첫번째 체크포인트를 확인했다면 힘이 들어오는 것도 다르다.
헐떡이듯이 호흡하면서 점점 다가가는 출구.
상체를 쑥 내밀며 다섯 명이 뛰쳐나간 끝에 보였던 것은ㅡㅡ.
단순한, 아무 특이함도 없는 언덕이었다.
달과 별의 빛이 내려오는, 기념비도 석상도 아무 것도 없는 그냥 언덕일 뿐이었다.
설마 속았는가. 그 생각이 각자의 머리의 한편에 떠오르는 것보다 빨리 필미리아가 외쳤다.
"좀 더 가까이에! 아직 환시의 범위에서 빠져나오지 않았어요! 조금 더 가면 보이니까요!"
허튼소리 같아도 필미리아의 말을 믿고 무너질 듯한 다리에 힘을 담아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도주극을 이어나간다.
여기까지 온 이상 다른 선택지 따윈 없었고, 점점 거리를 좁히는 위협에게서 볼품없이 도망치는 모습은 용자답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활로라고 결정했던 것이다.
조금 더. 조금 더 채찍질하며 움직이는 것도 한계에 가깝다.
최후미의 포울이 약간 거꾸러지는 것 만으로도 손톱이 닿는 거리까지 쫓겨왔다.
마리안느의 등에 타면서 뒤를 주시하던 필미리아의 손이 올려지려 하였다.
거기서, 깨닫는다.
"앗, 저건, 뭐지!?"
그 물음은 포울에게서 흘러나왔다.
언덕 정면에서 흙먼지를 내며 뭔가가 접근하는 게 멀리서 보였다.
그것도 보통이 아닌 속도다.
진로를 바꾸려는 것보다도 빠르게 미라의 눈에 흙먼지의 정체가 비춰졌고ㅡㅡ순간, 즉시 외쳤다.
"너희들 엎드려!"
갑자기 미라의 노성이 들려서, 반사적으로 몸이 따르려고 무릎을 굽혔다. 엎드릴 셈이었지만 모두 구르는 것처럼 쓰러졌다.
무심코 반응하여 움직였지만, 다시 일어서서 달릴 기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덮치려는 듯이 예리한 손톱을 세운 엔비캣이, 제일 가까운 포울을 습격하였다.
이판사판의 판단.
그 대답은.
"히얏하하하하!!"
소리높여 웃는 괴물의 일격에 의해 사라졌다.
웨폰스킬・망치 《소와르크리니에르》
쓰러진 그들의 머리 위를 뒤덮는 칠흑의 폭포.
옆구리에 든 망치가, 범상치 않은 속도로 접근하여 가로베기를 자아냈다.
포울을 찢어발기기 직전이었던 엔비캣과, 그 옆에 선 두 마리도 함께 옆으로 밀어내듯이 휘둘러 버린다.
부서지는 소리도 뭉개지는 소리도 안 들린다. 다만 강렬한 타격음만 울렸고, 왼팔 하나로 움직임을 멈춘 망치의 끝에서, 사라지지 않은 파편이 투둑 떨어졌다.
궤적을 쫓아서 뿌려지는 선혈을, 누운 자들은 놀라며 올려다본다. 누구의 이해도 쫓아올 틈은 없지만, 3m 가까운 이족보행의 거대 야수는 큰 입을 벌리며 유쾌함에 가득 찬 얼굴로 다음 목표를 쫓아 한걸음 내디뎠다.
개체보유스킬 《악식의 독니》
웨폰스킬・망치 《뷸캬리테》
쏟아진 피에 젖은 포울을 넘어서, 흉악한 밀도의 마력을 발하는 늑대에 겁먹은 공국의 마물의 머리 위를, 한 손으로 휘두른 해머로 용서없이 단죄한다.
한번, 두번, 세번.
순식간에 덮쳐오는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마물이 풍선처럼 터지며 몸의 형태를 만들던 부품이 근처로 흩뿌려졌다.
지면을 충격의 여파가 달린다. 진동이 수습될 무렵에는 피바람이 흙과 동시에 지면으로 돌아왔고, 깨끗해진 앞에는 하늘로 치켜들며 드높게 웃는 늑대가 있었으며, 포울의 발치에는 직경 5m에 달하는 함몰된 대지가 있었다.
"뭐냐.......이거......"
몸의 떨림은 분명 진동만이 아닐 것이다.
생물로서의 공포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야수의 강함을 기피하고 있었다.
일을 끝내고, 아연실색하여 바라보는 인간들을 핥아보듯이 내려다보는 야수는 망치를 어깨에 메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하였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하지만 미소를 연기하는 그라도라는, 이 앞의 전개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싸울 준비를 진행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왕의 지시가 내려와서, 재빨리 향하라고 들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재빨리 달려오긴 했지만, 이런 상황이 되어있을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던 것이다.
용자라고 한다면 랭크3의 마물 정도는 재빨리 죽여버리면 되는 것을, 꼬리를 말고 도망치다니 너무 빈약해서 웃음도 안나온다.
일단 류미엘이 주선해주겠다는 연락은 있었지만, 육체파의 전력과 두뇌파의 전력 차이 때문에, 당분간 그녀가 여기까지 도착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이. 아무래도 여기에ㅡㅡ아."
숲에 걸려있던 마술은 '해제' 하였기 때문에 오는 것도 당연했지만, 시간벌기로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 참에, 옆에서 검격이 오는 것을 탐지하여 망치를 들었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린다.
"무슨 셈이냐, 인간."
그냥 팔을 들어올 린 것 뿐으로, 밀어내려 하던 검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힘을 주입하고 있는 기사ㅡㅡ미라는, 입가를 올리며 기분나쁘게 웃었다.
"뭘 할 건지는 알 바 아니지만, 기분이 안 풀려서 말이야. 조금 내 분풀이를 위해 놀아주지 않겠나."
미라가 노리고 있던 건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여기서 달려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석연치 않았던 그라도라였지만, 미라의 표정을 보고 한 가지 확신했다.
움직이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미라는 검을 밀어내는 힘에 맞추어 후방으로 뛰었고, 다시금 그라도라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측면에서 뒷면으로 돌아가려는 듯이 달렸지만, 그녀의 궤적을 뒤쫓듯이 망치가 휘둘러졌다.
속도는 망치 쪽이 약간 빠르다. 찰나의 판단, 한걸음 크게 도약하여 속도를 무리하게 끌어내림과 동시에 후방으로 공중제비하는 요령으로 고기를 다지는 무기의 끝을 회피한다.
착지 직후, 우회할 때의 배에 가까운 속도로 정면에서 승부를 건다.
거대한 망치를 되돌릴 틈을 주지 않는 접근. 휘두르는 쌍검을 수평으로 세우며, 목을 베려고 뛰어올라 순식간에 가로로 휘둘렀다.
막을 틈은 없다. 확실하게 잡았다.
"......장난이 지나치군, 계집."
하지만, 헛수고로 끝났다.
끼익끼익하고, 목을 베어버렸을 검이 비명을 울리는 것을, 미라는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목을 갸웃한다.
받아낸 것이 아니다. 단순한 체모가 수많은 마수를 베어버렸던 일섬을 막아내는 광경에, 피로로 쓰러진 사람들도 경악에 휩싸인 눈을 부릅떴다.
어떤 강검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일컬어지는 용자의 자손이 자아낸 회심의 일격을, 무방비하게 받아내면서도 의연하게 선 마물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분명히 눈앞에 서 있다.
"칫......"
혀를 차기를 한 번.
단순한 놀이였지만, 그럼에도 죽일 생각은 있었다.
"그렇게나 죽이고 싶은 거냐."
물음에, 미라는 비웃었다.
"당연하잖아? 난 용자이니까, 그리고 이 정도의 놀이로 뭐라 말하는 건 속 좁은 게 아닐까?"
축복과 저주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 걸까.
"그래서? 넌 저 녀석이 말하는 마물의 나라의 주민으로 봐도 되겠나."
"그렇다고 쳐도 순순히 가르쳐줄 거라 생각했냐 계집. 입장을 알고 있는 거냐? 이대로 네놈들을 한꺼번에 졸라 죽이는 것도, 그 질러진 마수의 먹이로 하는 것도 마음ㅡㅡ읏, 예예, 알고 있어요. 그러니 그렇게 외치지 마, 단순한 놀이잖아....."
맹렬한 야수같은 미소를 띄고 있던 그라도라였지만, 물을 끼얹듯이 닿은 염화에 지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하였다.
어느 정도 숨을 골라서, 일어설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한 벨트로이 일행은 눈앞의 늑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판단이 안섰다.
"미라 대장......"
포울의 음성에 담긴 것은 공포다.
그럼에도 용자후보냐고 묻고 싶어지는 꼴사나운 모습에 화가 치밀던 미라였지만, 그녀가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도 빨리 움직인 자가 있었다.
"그, 그라도라님!"
휘청휘청하며, 늑대 앞에 걸어간 자는, 전력으로서 무엇 하나 기대하지 않는 연약한 마물이었다.
두려움에 쉽싸인 건 그들도 변함없었지만, 과감하게도 소녀는 앞으로 나아가서, 스커트를 활짝 펼치면서 떨리는 다리로 인사하였다.
"저희들을 지켜주신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자랑하는 제 2단장, 그라도라님. 도와주신 일, 저, 정말 감사드립니다."
말을 주저하면서도 품격을 느끼게 하는 행동거지는 창천에 피어로는 흑장미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저 자들은 제 몸을 구해주신 은인입니다. 부디 거친 행동은 삼가해주시길. 부디."
지금 필미리아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답. 한심함을 곱씹으면서도 벨트로이 일행은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ㅡㅡㅡㅡ푸훗."
지금, 뭔가가 터져나온 듯한 소리가 들린 느낌이 들었다.
"음음! 아~.......이쪽은 애초부터 그럴 셈이다. 왕에게서 분부도 받아놓았지. 약간 문제아가 있는 모양이지만,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못 본 체 해주지."
"호오, 목에 칼날까지 맞은 주제에 꽤 관대하구나."
"관대? 날벌레가 닿은 정도로 소란피우는 바보가 어디 있다고. 그리고, 놀이였잖아?"
"......."
"미, 미라 부대장각하! 참아주세요!"
"시끄러, 날 만지지 마."
상대도 안 하려는 태도에 미라가 천천히 자세를 잡는 걸 리발이 서둘러 말렸다.
소란스러운 외야를 무시하고, 마물 두 명은 눈을 맞춘 채 대화를 이어나갔다.
"왕에게서 보호를 약속해주시다니, 중요하게 생각하시나 보네요. 정말 기쁘게 생각해요."
"뭐, 단순한 시민이어도 지키는 것이 왕이니까."
찌릿한 분위기가 마주 보는 마물에게서 흘러나온다. 단순한 시민과 병사가 흘리는 공기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삼자 삼색의 껄끄러운 분위기가 풀리지 않은 채 노려보는 중, 미라는 멀리서 자그마한 그림자가 달려오는 걸 제일 먼저 눈치챘다.
달려온다고는 하지만, 불안한 걸음걸이여서 좌우로 휘청거리며, 속보 정도의 속도였기 때문에 달리는 기력만 남은 것처럼 보여졌다.
헥헥대며 숨을 들썩이고 있는 자는, 평소였다면 분명 절세미인이라고 했을 엘프였다.
"우엑, 헤엑! 그라도라, 씨...사람.....헤엑헤엑!"
무릎을 떨면서 멈춰선 엘프는, 지팡이에 기대고서 괴로운 듯 서 있었다.
무릎을 꿇는 것은 용서할 수 없었는지, 지탱하는 황금색 지팡이가 전후좌우로 흔들려도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거다 그거. 긴급사태라는 거다."
"알고, 알고 있어요......헤엑! 후우.....하지만, 당신은 이 사태를 수습할 만한 지식도 언변도 없잖아요? 그를 위해 따라나선 게 저였는데, 당신도 정말."
"알았다알았다알았다고! 내가 나빴으니 잔소리는 그만해줘. 머리가 아파오잖아."
"정말.....에레미야보다는 어느 정도는 머리가 돌아갈 테니 말하지만, 왕의 일이기 때문에 냉정함을 잃으면 안 된다구요?"
상태가 나아진 엘프의 말에 반항하면 왠지 자신이 아이같은 태도를 취한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추궁하고 싶은 눈으로 바라보는 엘프에게서 도망치듯이 귀를 탁 닫고서 그녀의 뒤로 물러났다.
그라도라의 모습에 석연치 않아 하면서도, 엘프는 손으로 머리를 다듬고 다시 자세를 고친 후, 양지를 떠올리게 하는 온화한 얼굴로 깊게 고개를 숙여보았다.
"용자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이번에 우리 나라의 백성을 구해주신 점, 말로 감사를 다 표현할 수 업습니다. 왕을 대신하여 이 류미엘, 마음속 깊이 감사를 전하겠습니다."
위압적으로 일을 진행하려던 그라도라와는 다르게 유려한 말투로 정중하게 대하여, 더욱 용자후보들의 머리를 혼란시켰다.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붙잡을 기색도 없고 처리할 모양도 없고, 풀어두고서 우호석으로 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 뿐인가, 그들의 존재를 위험시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아무래도 왕께서 당신들에게 신세를 진 모양이네요. 그것도 포함하여, 소소하게 은혜를 갚고 싶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마중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보, 은?"
"예. 저희 께선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뭔가 신경쓰이는 점이라도 있으신가요?"
"실례하지만, 저희들의......아니, 지금의 정세를 알고 계시지는 않나요?"
"물론 알다마다요? 이미 그를 위한 행동을 일으켰지만, 별 수 없는 일이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으실 거예요."
싱긋 웃는 류미엘에게, 거짓을 말할 셈은 없었다.
여러 감정은 있겠지만, 그녀는 왕에게서 받은 내용만 말해두었다.
말해주지 않은 것은, 들려줄 필요가 없다고 해석한 것일 뿐인 이야기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그쪽은 뭘 원하는 거지? 공국의 찬탈인가? 아니면 왕국인가? 설마 세계정복같은 허황된 말은 하지 않겠지?"
"물론, 인간 여러분과의 우호입니다."
미소지으며 약간 열린 눈이 미라의 얼굴을 바라본다.
길가의 돌이라도 보는 듯한 금색 눈동자가 그녀를 흘겨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분명한 '자애' 가 있었다.
야생견을 사랑하는 듯한, 자신보다 하위인 자를 딱하게 여기는, 토 나오는 위선의 사랑이.
"어찌되었든, 자세한 일은 나중에. 먼저 여러분을 안내하도록 하겠어요. 동행해주실 건가요?"
숲을 건넌 앞의 전란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인간 뿐일지도 모른다.
마물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개와 고양이의 다툼 정도 밖에 안될 것이다.
정말로 여기에 들어와서 좋았던 걸가. 정말로 조력을 요청해야 할까.
떨쳐낼 수 없는 불안을 떠안은 채, 그들은 어두운 건너편에 아직 보이지 않는 마성으로 초대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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