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 자각
    2021년 01월 29일 02시 03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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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60/





     코드홀더에게 안겨진 채 카론이 지시한 지점은 뒷골목의 끝이었다.

     충격 없는 부유감과 바람만이 느껴지던 도약을 끝내고, 지면에 착지한 마을소녀가 무릎을 굽혀 군복의 남자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그 광경을 옆에서 보면 어떻게 비추어질지 신경쓰였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모퉁이를 돌아온 추격자가 여유만만하게 흑요의 칼날을 끼운 목검을 메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유도할 생각이었나? 제국의 앞잡이들. 우리들의 나라에서 무슨 짓을 할 셈이냐."

     "이야기가 비약되지 않았나......? 난 제국의 인간이 아니고, 상인을 속이지도 않았다."

     "하! 거짓말 마라 악당! 상인은 '제국의 옷을 입은 남자에게 협박당해서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 라고 증언했다!"

     "애초에 말야, 우리들이 믿어줄 거라 생각했어?"

     "......흠, 확실히."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빴습니다 라고 할 수는 없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난 제국의 인간이 아니고, 상인에 관해선 저쪽이 지시한 금액을 받아들인 것 뿐이다. 그냥 그게 문제라면 잉여분을 반환해도 불만은 없는데, 어떤가?"

     "안됐지만, 우리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상인의 이야기가 아냐. 제국에서 흘러 들어온 자가 수상한 움직임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그게 설령 의혹이라고 해도."


     카론은 관자놀이를 눌러서 배의 아픔을 참고서, 다시 한 번 입을 열려고 했다.


     "마스터!"


     코드홀더의 외침과 동시에 시야가 홍련의 빛으로 물들여졌다.

     앞에 선 코드홀더가 손을 휘둘러서 다가오는 새빨간 화염을 날려버렸지만, 그 열기는 카론의 얼굴을 강하게 어루만졌고, 수증기같은 열기가 여파로 남겨졌다.

     범인은 누나 쪽이었다. 그녀의 갈색 피부를 비추는 화염은 목검에서 쏘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횡베기를 한 것만으로도 도신에서 화염이 흘러나왔다.


     "어때? 순순히 따른다면 편안히 죽여줄 텐데? 조금은 하는 모양이지만, 그런 것 따윈 이ㅡㅡ"

     

     놀이 정도로 휘두른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진짜 화염을 쳐낸 코드홀더에 감탄하던 여자는, 화염에 닿아서 불타버리고 만 코드홀더의 팔에서 보이는 쇠와 태엽을 본 순간 맹렬한 미소를 얼굴에 띄웠다.


     ".....이제 변명도 못 하겠구만. 제국의 더러운 꼭두각시 인형이. 기분 나쁜 네놈들에게 어울리지 않은가."

     "자동인형......? 하지만, 저런 정교한 것이 완성되었다고 들은 적은....."

     "자 포기해. 깨끗이 불태워 줄 테니까!"


     우위인 입장을 고수하는 누나와, 뭔가 신경쓰이는 동생. 통각이 없는 코드홀더는 망가진 의수를 신경쓰지 않고 카론의 수비에 전념하였고, 카론은ㅡㅡ



     "그런가. 다시 말해, 너희들은 나의 적이라는 말이로군."


     그 말을 들은 것 만으로, 여자의 다리는 무의식적으로 반 걸음 물러섰다.

     

     "우리들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우리들에게 검을 뽑았다. 이 나의 사랑스런 부하에게......상처를 입혔겠다?"

     카론의 정신이 단번에 부정적으로 기울어졌다.

     뇌리를 달리던 노이즈가 적에 대한 동정심을 치워버렸고, 왕국의 일도 있어서 쌓이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같이 날아가자, 생각은 한 가지에 고정되었다.

     

     "누나. 저 녀석 위험한 게."

     "쫄지 마 라셰라! 어차피 싸우는 건 그 인형 뿐이다! 저것만 부수면 간단히 죽일 수 있어!"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 뭔가 할지도......일단 병사를 기다리고 나서."

     "시끄러! 제국병을 앞에 두고 도망칠 수 있겠어! 반드시 죽인다! 너도 어머님께 맹세했잖아!"

     "글치만 이 녀석 뭔가 있다고! 정상이 아냐!"

     "제국 녀석은 정상이었던 적 따윈 없어.......! 해야 한다고! 우리들이 여기서 이 녀석들을ㅡㅡ"

     "......코드홀더, 명령이다."

     "예."


     뼛속까지 추위가 스며들 듯한 왕의 목소리에, 기계구동의 부하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며 귀를 기울였다.


     "놀아줘라. 이 나에게 대항하는 어리석음을, 죽음으로 용서해 달라고 비참하게 구걸하게 될 정도로 말이다."

     "예스, 마이 마스터."



     적의 앞에서 말다툼을 시작한 남매의 앞에,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서 시야를 가렸다.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은 굉음과 수증기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즉시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늦은 회피. 그리고 그 물체를 확인했다.

     그건 거대한 철판이었다. 아니, 요상한 반짝임을 발하는 광택의 미스릴 칼날이다. 두껍고, 폭넓고, 장대한, 자루가 없는 날. 키가 큰 여자의 두 배는 되는, 인간으로선 다룰 수 없는 그것은 쪼개진 지면에서 천천히 떠올랐고, 왼쪽 건물의 벽을 난폭하게 베어버리면서 주인의 곁으로 돌아갔다.

     가는 곳의 끝을 눈으로 쫓아보니, 그곳에 있던 것은 마을소녀가 아닌, 노출이 많은 검은 장갑을 몸에 부착하고 뾰족한 손발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인형이었다.

     등에는 연결된 거대한 기계와, 좌우에 떠 있는 이상한 사이즈의 도신.

     바이저의 안에서 오드아이가 표적을 포착하여 구동하자, 가느다란 손톱 끝을 세운 기교의 괴물은 조용히 섰다. 막대한 마력을 핵열로 바꾸는, 백팩유닛 '리베리온' 의 슬라스터에서 열기가 방출되었다.


     "어명입니다. 조용히 있으면 쓸데없는 부상 없이 효율적인 절망을 선사하겠습니다. 유감이지만, 제게 있어 중요한 것은 당신들의 죽음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죽고 싶어하는 지의 여부이기 때문에."


     슬라스터가 중후한 소리를 내며 상하로 열리고, 외부에서 빨아들인 마력을 정면으로 향한 포구에 집중시켜 나갔다.

     얼마 안되는 수의 기교종에게만 허용된 특수병장. 그 중에도 올라운드로 기능하는 과금치트 무기가 주인의 명령에 기뻐하여 울음소리를 내었다.


     "누나!"


     마을소녀의 변모에 울 듯한 소리를 내는 동생에게, 누나는 아무 대답도 안 했다.

     명백하게 인지를 초월한 존재의 앞에서, 소중한 동생의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급격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망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절대로 이길 수 없어. 병사들이 와도 전멸해. 이런 걸 날뛰게 하면 나라가 사라져버려. 글치만, 글치만, 제국에 머리를 숙이는 짓 만은......!'

     

     전부 자기가 뿌린 씨앗이다. 겨우 둘이라고 방심하여 얕본 책임이다. 적어도 동생 만이라도!


     "위험해!"


     그렇게 결정하고 동생을 밀쳐내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누나의 허리를 끌어안고 밀어낸 동생 쪽이 빨라서 여자의 손은 허공을 지나쳤다.

     옆으로 누우며 쓰러져가는 자신의 감각이 슬로우 모션이 되어서, 방금 전 있었던 자신의 위치에 있던 장소를 빛의 기둥이 관통하는 것이 보였다.

     마술과는 다르게, 강제로 마력을 모은 빛은 단말마와도 같은 귀청이 먹먹해질 소리를 내며 직진하였고, 가옥 수십 채를 꿰뚫은 후에도 계속 빛을 내었다.

     만일 직격했다면 먼지도 안 남기고 소멸시켜 버렸을 밀도의 섬광. 그걸 쏘아낸 코드홀더는, 일부러 그러는 듯 고개를 갸웃하였다.

     

     "빗나갔습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동생이 움직이는 타이밍을 노렸던 주제에 얼빠진 태도를 보이는 코드홀더였지만, 힘의 차이가 역력함을 알게 된 두 사람에겐 이를 깨물 여유도 없었고, 일어설 힘조차 상실하였다.

     포개진 두 사람을 오드아이는 차갑게 분석하였고, 손을 드는 것에 맞추어 커다란 도신의 끝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괴물....."

     

     여자의 탄식을 카론은 코웃음쳤다.


     "그 괴물을 진심으로 만든 건 네놈들인데? 이놈저놈 할 것 없이 내 생각도 모르고 제멋대로 하기는. 바보취급 당하는 것 만큼 열 받는 것은 없어. 이, 이 나를 바보취급한 대가는 뭐가 어찌된다 해도 갚게 하겠다! 네놈들도, 왕국도, 대드는 녀석은 전부 죽여버린다! 힘으로 따르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세계라고 한다면 그 말대로ㅡㅡ!"


     지직, 지직.


     "ㅡㅡ...........?'


     다시 강해지는 노이즈. 시야도 생각도 흑백으로 물들어버리는 그 감각에, 마음이 바로 저항했다.

     밀고 들어온 파도가 빠져나간 듯이 미쳐 날뛰던 마음이 정숙을 되찾았고, 개인 시야로 본 광경은 그 상흔.

     그것이 자신이 일으킨 것이라고 또렷한 머리로 이해하였지만 죄의식은 생기지 않았다. 여자의 기센 얼굴에서 나오는 절망감을 보니 흐뭇함조차 느껴진다.

     그런 자신이 기분 나빠지고, 동시에 까닭 모를 불안이 덮쳐왔다.


     "......이건 적이다."


     그래서 죽이는 건가. 자신은 그런 생각을 하는 인간이었던가.

     괴물이라고 중얼거린 여자의 눈은, 누구를 보고 있었나?



     "그 쯤에서, 부디 용서해 주지 않겠습니까?"

     

     자신보다 어린 남자의 목소리였다.

     

     "마스터, 위입니다."

     "위?"


     먼저 눈치챈 코드홀더의 시선의 끝을 쫓자, 추격자인 남매와 비슷한 복장 위에 경장의 갑옷을 걸친 남자가 지붕에서 몸을 드러내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보였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살육전을 시작한 것을 저쪽이다. 이제 죽을 것 같으니 용서하라고 들어도 말이지."

     "네, 물론 당신의 말씀대로입니다. 만일 당신이 객사를 당했어도 전 용서해 달라고 하지 않았겠지요. 이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에, 아니, 저 두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겁니다. 저는, 이 아이들의 아버지니까요."


     남자는 가벼운 움직임으로 지붕에서 뛰어내리고, 코드홀더와 2인조 사이에 착지했다.

     

     "둘러싸여 있습니다."


     자세를 유지한 채 코드홀더가 중얼거리자, 남자는 그걸 놓치지 않고 바로 양손을 저으며 과장스럽게 표현했다.


     "괜찮습니다. 그들은 소란을 듣고 온 것 뿐이니. 제가 있는 이상 움직일 수는 없지요. 전 싸우지 않을 거고, 이 아이들도 아무 짓도 안 할 겁니다. 자, 맨손 아닙니까?"


     확실히, 남자는 금장식만 둘렀고 무기 종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이 내방자인 건 잘 알고 있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더더욱 들어줄 수는 없다."

     "그건......곤란합니다. 이유를 여쭤보아도 될지요?"

     "단순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 목숨의 가치는 우리 쪽이 가볍지만 네놈들의 목숨을 쥐고 있는 건 이쪽이다. 가족이라며 무고죄를 덮어 씌우게 할 정도의 나라라면, 이대로 계속하는 편이 낫다."

     "과연. 그럼 약속하지요. 저의.....하자르나트라크의 이름으로 두 분의 죄를 묻지 않겠습니다."

     "........음?"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 것 같다고 느낀 카론이었지만,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아버님! 제국의 인간을 못 본체한다는 말씀입니까!"


     아버지의 등장에 제정신을 되찾았는지, 여자가 동생을 끌어안은 채 몸을 일으키며 남자의 등에다 외쳤다.

     하자르는 직선적인 그녀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만둬라, 이리셰나. 확증이 없는데도 단정짓고 움직인 건 너희들이지 않느냐?"

     "그런 걸 갖고 있으면 또 다시 좋을 대로 당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 때도."

     "그만두라고 말했다."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톤만 낮춘 목소리로 혼난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이대로 있는 편이 제일 좋은 모양이군. 또 그 여자에게 습격당해서 같은 짓을 당할 염려도 줄어들 것 같고."

     "매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어머니를 잃어서 약간 여유를 잃고 말아서요. 전부 아버지인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뛰어난 영업맨을 방불케 하는 진지한 대응은, 용모와 음색에 멋지게 매치되었다. 깊게 고개를 숙인 아버지의 모습에 남매가 뭔가 말하려는 걸 보고, 문득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있었지, 이런 일.'


     자신의 대신 고개를 숙인 아버지의 작게 움츠러든 등을 보고, 반항심을 표하면서도 죄송함을 느꼈던 것이다.

     얼마든지 냉혹해질 것 같았던 마음이, 사람으로서의 감성에 닿아서야 겨우 평소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크게 심호흡을 한 후, 가볍게 손을 올렸다.

     그것 만으로도 의도를 깨달은 코드홀더는 백팩유닛을 공간에 수납하고서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카론의 대각선 뒤에 섰다.


     "알겠다. 이후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다면 창을 거두지. 다만 그건 우리들에게 죄가 없었다고 증명되는 것이 전제다."

     "감사합니다. 현재 그 조사를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주시면 하겠습니다."


     얼굴을 든 하자르의 얼굴에 안도의 기색은 없었다. 그가 이렇게 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지만, 지금의 카론으로선 건드릴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음? 어디로?"

     "이만한 소란을 일으켰으니, 이대로 마을에 돌아가는 건 그만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도주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었다. 


     "그러니, 오해가 풀릴 때까지 저희들이 돌봐드려야겠지요. 물론 이주할 생각이 있으시다면 불편함이 없도록 전면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고마운 이야기지만, 조금 과도하지는 않은가?"

     "그 만큼의 일을 자식들이 했습니다. 아버지로서도 왕으로서도, 제가 올바르게 있고 싶을 뿐이니까요."

     "그런가. 그거라면 호의를 받아서......어....."


     일어선 두 사람을 옆에 세우게 하고, 하자르는 절규하는 카론에게 "아아." 라고 일부러 그러는 듯 목소리를 내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하자르나트라크. 이 항만상업국가 사르탄에서 분수에 맞지 않게 왕의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이시여?"


     자그마한 난민의 어촌을 일대 국가까지 성장시킨 상업의 천성을 가진 자. 그 이름을 들었던 것은 교황 에이라와의 대화 도중이었다.



     카론과 코드홀더가 하자르에게 안내되어 따라온 곳은, 물론 사르탄의 궁전이었다.

     방은 역시 진흙으로 만들어졌지만, 그들의 전통도예라고 생각되는 복잡한 자수가 새겨진 형형색색의 빌로드가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더욱 아라비안같구나. 타지마할 같은 건물이기도 하고."

     " [가네샤] 의 권속이 이런 문양의 저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있었나."


     고급진 쿠션의 위에서 책상다리를 하며 주변을 흥미롭게 둘러보고 있자, 하자르가 남매를 데리고 돌아왔다.

     

     "너는 무죄였다고 확인되었다. 미안했다."

     "이리셰나. 오해로 사람을 죽이려 했던 자가 할 만한 사과가 아니다."

     "하지만 아버님, 이 녀석이 헷갈리게ㅡㅡ"

     "이 이상 내 얼굴에 먹칠하는 짓을 할 것이냐?"

     "큭......"


     어딜 가나 가정사는 힘들다. 다만, 가족의 문제를 이 이상 들고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하자르 왕은 어떻게 나의 일을 알고 있는 건가. 그리 쉽게 밝혀질 정도로 우리 나라는 허술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노려보는 이리셰나와, 아직 사과하지 않은 동생 라셰라를 무시한 카론의 태도에, 하자르는 곤란한 듯 미소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신호를 받고서, 김이 올라오는 요리와 호사로운 과일을 접시 위에 올린 여자들이 계속 다가왔다.


     "그럼, 식사를 하면서 대화하지요."


     도대체 이 젊은 왕은 무엇을 알고 있는 건가. 내밀어진 잔을 받아들면서 웃는 카론의 눈에는 리페리스에서의 나약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이 위기에 의해 이제야 다듬어진 왕으로서의 자각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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