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 방아쇠
    2021년 01월 30일 03시 30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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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62/





     이리셰나의 존재는, 무관심을 선택한 카론에게는 방해꾼에 불과했다.

     그 회담에서 몰아세웠으면서도 다시 그녀와 같이 행동해버리면 하자르에게 다시 소재거리를 줄 염려가 있었고, 그 이전에 화약고같은 이 나라와 관련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 때문에 결렬되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배상할 거니까! 어이, 부탁이다!"

     "시끄러. 조용히 해."


     화를 내면서 말하자 이리셰나는 입을 다물며 매달리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숙소에서 입씨름을 하면 친절한 점주에게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 코드홀더를 데리고 예정도 없이 거리로 나왔지만, 반응하지 않자 초조해진 이리슈나는 어디로 가든 따라다녔다.

     "아버지에게서 왜 교섭이 결렬되었다고 들었나?"

     "......듣지, 않았어."

     "그런가. 그럼 가르쳐 주지. 우리나라는 이 나라와 손을 잡을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알았으면 돌아가."

     "그, 그럴 리 없잖아? 사르탄은 장사를 잘하는 나라이니, 왕국 따위 보다 훨씬 힘이 될 거다!"

     

     하자르와 이리셰나 모두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겉으로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카론의 생각과 크게 동떨어져 있는 이상 마물의 왕을 움직이게 할 말을 하지 못했다.

     카론과 코드홀더는, 아직도 따라오는 이리셰나를 무시하면서 그냥 걸었다. 향하는 곳은 항구의 옆에 있는 커다란 시장이다.

     상업의 국가라면 여러 상품이 모여들 것이고, 세계의 기술 수준을 판단하는 자료가 많이 존재할 거라 생각했다.

     

     '제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정말로 잘 모르겠군.'


     손을 잡지 않겠다고 정면에서 거절한 상대다. 다시 말해 장래에 적대할 가능성이 있으니 제지하지 않을까 카론은 생각했다.


     시장은 역시 활기찼다. 좁게 늘어선 노점에서 위세 좋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날아들었고, 오가는 사람들도 지지 않겠다며 웅성거렸다.

     7할은 인간이었지만, 그 중에는 수인과 아인도 많이 섞여 있어서 하자르가 말했던 대로 타종족과의 융화에는 저항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서 느끼는 듯한, 같이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샘솟지 않았다.

     신도에서도 약간 느끼고 있던 소외감. 겨우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마물의 나라와 비교하면, 인연 없는 인간의 나라에서는 아늑함을 느낄 수 없었다.


     "좀 더 빨리 눈치챘더라면....."

     "마스터?"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어서 가볼까."


     시장의 웅성임은 카론의 침울한 기분을 곧바로 없애주었다.

     흥미를 끌만한 것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카론은 가게의 앞에 서는가 싶으면 재빨리 이동한다고 한다는 기묘한 행동만 하였다.

     이리셰라가 보기엔 검지를 바쁘게 움직이면서 움직이는 걸로만 보일 것이다.

     시장까지 왔는데, 상품에 손을 대는 일 없이 왔다갔다 하기만 할 뿐. 코드홀더도 말없이 따라갈 뿐이고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리셰나의 관찰하는 시선을 느끼면서도, 카론은 옆에서 보면 기묘하다고 밖에 비추어질 움직임을 이어나갔다.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 아포카리스페 덕분이지만.'


     카론이 하고 있는 일은, 콘솔 윈도우를 완전히 활용한 정보수집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는 카론만의 만능기구에는, 막대한 정보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식재료의 이름은. 무구의 능력치는. 아이템의 효과는.

     어디에 존재하는 지도 모를 데이터베이스는, 수집된 정보의 전부를 카론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전부가 아냐.'


     하지만 그건, 당연하게도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는 것에 한정된다.

     아포카리스페와 다른 세계라서일까. 그래도 전혀 스테이터스가 안 보이는 무기나 방어구는 없었다는 것 만은 다행이었다.

     동시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스탯도 들여다 보았다. 이쪽은 문제없이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안심이었다.


     '미라 정도로 강한 자는 역시 없구나. 왕국의 병사와 비슷한 정도인가. 용자후보 같은 것이 있다는 말은, 그게 인간의 평균적인 강함이고, 대국을 좌우해온 것은 용자였다는 뜻인가?'


     약 한 시간 정도를 반복하고 나서, 카론은 다음으로 함선의 기술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이리셰나의 모습은 어느 사이에 사라져 있었다. 역시나 계속 정처없이 쫓아다니는 건 괴로웠을 것이다.


     "정말로 사과하고 싶었을 뿐이었나? 그렇다고 해도, 감시할 생각으로 따라오는 정도는 해도 괜찮았는데."


     갤리선이 해상에 늘어선 광경은 장관이었지만, 그보다도 사르탄의 동향을 조금만 알고 있던 카론은 콘솔을 바라보면서 당혹감을 토로하였다.


     "통상기동의 센서범위 이탈을 확인. 궁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런 듯 하군. 꽤 이동이 빨랐는데, 뭔가의 스킬이라도 쓴 걸지도 몰라."


     카론도 맵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는 따라올 거라 각오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이리셰나가 돌아간 것도 납득이 안되었다.

     하자르와 이리셰나의 언동이 너무 짝이 안 맞기 때문일까.

     아이를 가진 적이 없는 카론으로선 알 수 없는 감정이 있다고 해도, 하자르가 이리셰나를 방치하는 건 좀 다른 느낌이 든다.

     이리셰나도, 아버지에게 반발하고 있는 행동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또 어영부영하게 태도를 바꿔서 찾아왔다.

     신경쓰지 말라고 자신에게 들려주어도 신경쓰여서 견딜 수 없다.

     무심코 시선을 돌리자, 항구의 가장자리에 떠 있는 한 척의 전함이 보였다.


     ".........어?"


     목조의 범선이 많은 항구에서 겨우 한 척 이채를 띄고 있다. 적색과 흑색의 장식이 걸려 있었고, 상인의 나라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호전적인 생김새다.


     "자, 잠깐 실례합니다!"

     "우옷! 뭐야 당신. 깜짝 놀랬잖아."


     근처를 지나가던 어부를 급히 불러세운 카론은, 전함을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저 배는 어디의 배인지 알고 계십니까?"


     어부는 바보같은 말을 하는 녀석이라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깨를 거머쥔 카론의 손의 힘을 느끼고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뉴엘 제국의 배잖아. 자, 비켜줘."


     카론의 손에서 힘이 빠진 것과 함께, 어부는 어깨를 털고서 재빨리 걸어갔다.

     

     '어째서지?'


     그 의문은 전함이 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게 아닌, 그걸 은폐하려고 하지 않았던 사르탄에 대한 것이었다.


     '그 어부가 태연히 받아들인 걸 보면, 제국의 함선이 입항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라는 건가? 내게 제국의 위협이 어떻다고 말했다면, 여기 만은 절대로 보일 수 없는 장소였을 것이다. 젠장, 맵으로는 누가 어느 나라의 인간인지 알 수 없어! 궁전의 안은 아직 들여다 볼 수 없고.....'

     "마스터, 누군가가 이쪽을 노리고 있습니다."


     대상을 선택하여도 이름과 직업과 패러미터, 스킬까지만 확인할 수 있다.


     "마스터."

     '그 교섭도 일부러 화내게 만들려고 유도당한 느낌이 들어. 적대가 목적인가? 이득 따윈 아무 것도 없다고. 코드홀더의 힘을 보았으니 싸워서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텐데.'

     "마스터."

     '정보의 중요성은 이해하고 있을 터. 잘 모르는 나라를 상대로 전쟁하는 위험을 감수할 의미가 없다면 신중히 움직이는 게 보통이다. 어째서 이렇게 단순히...... 마물에 대한 증오? 하지만 그 대응은.....'

     "실례하겠습니다."

     "우옷!"


     생각에 몰두하던 카론을 정중히 미는 감각.


     뭘 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카론이 돌아보자, 무표정한 코드홀더를 붙잡고 목덜미에 나이프를 대는 여자, 라고 생각되는 모래색의 더워보이는 코트 차림의 사람이 보였다.

     후드 밑에는 눈과 입 이외를 붕대로 빙빙 두르고 있었다. 잘 보니 손과 발까지 붕대로 감고 있다.

     곳곳이 곪은 진액과 피로 변색된 붕대의 사이로 드러난 부분에서 검붉은 살이 보인다. 화상이 아니라, 고문 끝에 피부가 벗겨진 듯한 모습이다.


     "움직이지 말, 아줘."


     코드홀더는 순순히 따랐다.

     카론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한 이 여자를 처리하는 건 간단하지만, 척 보아도 유괴당했다가 도망친 듯한 여자다.

     카론도 처음엔 놀랐지만, 바로 여자의 정체를 찾아보려고 콘솔을 조작하였다.

     그 도중에, 이제와서 이 나라에서 뭔가를 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테이터스에 표시된 여자의 이름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약이, 필요하다. 상처를 입히, 고 싶지 않다 . 그, 그것만으로, 도 , 좋다."

     "잠깐, 알겠다. 약은 갖고 있다. 상처에 잘 듣는 거다."


     카론은 인벤토리에서 꺼낸 약병을 보여주었다.

     여자는 바로 빼앗으려고 했지만, 구속하고 있었을 팔이 코드홀더에게 붙잡혀 있는 탓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서둘러 코드홀더에게서 떨어지려 발버둥쳤지만, 작은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강한 힘에 꿈쩍도 못했다.


     "이 읏, 크아.......!"

     

     쥐어진 부분에서 쉽게 피가 배어나왔다.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견디기 어려운 격통이 달리는 몸으로는 아주 약간 만지는 것만으로도 말로 다할 수 없는 아픔이 된다.


     "진정해. 조건을 들어준다면 넘겨주겠다."

     "하앗, 하앗......어떤?"


     자신이 우위에 있지 않다는 걸 이해하고, 여자는 노릴 상대를 착각했다는 것을 후회하면서 저항을 그만두었다.

     카론은 주변이 웅성거리는 걸 보고 코드홀더에게 지시를 내렸다.


     "알겠습니다. 연산개시, 술식구성, 주위지정, 카운트, 3, 2,....... <인비지블 팔랑크스> 기동"


     코드홀더의 머리 위에서 반구형으로 펼쳐진 마술은 세 사람을 집어삼키며 모습을 숨겼다.

     병사를 부르려던 여자도, 도와주려고 하던 남자도, 갑자기 사라진 일에 놀라고 있었지만, 세 사람에겐 관계없었다.

     카론은 약을 던져줬지만, 코드홀더는 구속을 풀지 않았다.

     먼저 넘겨주게 되자, 그녀는 카론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나 그녀는 원하고 있었고, 한번 손에 넣은 것을 빼앗기는 절망에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네 집까지 안내해. 이야기는 그때부터다."


     

     카론이 안내된 곳은, 다 허물어진 창고였다.

     붕대 모습의 여자는 코드홀더에게 붙잡힌 채 안으로 나아가서, 예전엔 관리인이 살았다고 생각되는 작은 방으로 안내하였다.

     잡동사니만 있는 방 안은 어두웠다. 이 안 만큼은 정돈 되어 있었고, 발바닥에 깔린 더러운 이불 위에 아이가 누워있었다.

     코드홀더의 손을 벗어나자, 여자는 곧바로 아이에게 달려갔다.

     카론에게서 받아든 약의 뚜껑을 열고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그러자 희미한 빛의 아이의 전신을 휘감았고, 보는 사이에 상처를 치유시켜 나갔다.


     "아, 아아, 다행이다......"


     아이에 매달려서 우는 여자가 진정되는 걸 기다린 후, 카론은 근처에 있던 나무상자에 코드홀더가 깔아놓은 고가의 천 위에 걸터앉아서 말을 걸었다.


     "슬슬, 괜찮을까?"

     "예. 고 맙습, 니다."


     상처를 아프지 않게 누르면서 눈물을 닦던 여자는, 카론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깊게 고개를 숙였다.


     "이름은 뭐지?"

     "......에일이에요."

     "흐음. 그럼 에일. 자네와 동생은 어째서 그런 모습이 되었지. 항구에서 소문난 인신매매단의 소행인가?"

     "그, 래요."

     "과연. 간신히 도망쳐 온 건가."

     

     엎드린 채의 여자의 스테이터스를 다시 확인하고, 카론은 "이건 제멋대로의 상상이지만," 이라고 전제를 두고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사르탄의 왕 하자르는 나라를 멸망시키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구나."


     갑자기 하자르의 이름이 나와서, 코드홀더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하였다.


     "어째서 회담장에서 무례를 범했는가. 어째서 제국과의 관계를 날조했는가. 손을 쓸 수 없는 딸을 옆에 두었는가. 감시의 눈을 붙이지 않고 방치했는가. 이 나라를 쌓아올린 수완과는 정말이지 연결지을 수 없었다."


     여자의 몸이 떨렸다.


     "하지만, 당신의 등장으로 전부 풀렸다. 아,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 목으로는 힘들겠지. 음, 제국과의 관계는 나쁘겠지만, 항구에 정박하고 있는 것에 의문을 품지 않을 정도로는 교류가 있다. 하지만 지금 바로 전쟁이 일어날 듯한 상황은 아냐. 그럼, 그 왕은 무얼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여자는, 부자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서 덮친 것 뿐이었다.

     사르탄의 왕과 이어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남자는, 모든 것을 깨닫고 있다.

     그것이 이제부터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 에일이라고 했지. 난 약을 하나 더 갖고 있는데, 어때."


     기세좋게 얼굴을 든 여자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환희가 아니었다.

     부들거리며 강아지처럼 떨며 손을 좌우로 저으면서 도망치는 듯 뒤로 물러났다.

     카론은 꺼내든 병을 손 안에서 돌리면서, 여자의 모습을 냉담하게 내려다보았다.


     "왜 도망치지? 상처가 낫는 것이니 기뻐해야 하잖아? 나으면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예를 들면......다시 마물에게 피부가 벗겨진다, 라던가."


     놀라서 움직임이 멈춘 순간을 노려서, 카론은 병의 뚜껑을 한 손으로 재주껏 벗기고는 여자를 향해 던졌다.

     호를 그리며 하늘을 나는 병에서 장밋빛이 액체가 흘러나와서, 피하려 하던 여자의 후드에 닿았다.

     치익, 하는 소리가 나며, 여자의 몸에 희뿌연 빛이 났다.


     "그, 런......"


     상처에 달라붙어 있던 붕대가 벗겨지고, 여자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고개숙이며 절망하는 표정을 보이지 않아도, 카론은 확신을 갖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 뵙겠습니다, 에일.....아니, 사르탄 왕녀 이리셰나. 만나서 영광입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요."


     체념한 여자는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풀린 붕대의 안에 있던 얼굴은, 조금 전까지 카론의 뒤를 쫓아다녔던 성가신 왕녀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캐릭터명에는 제대로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본래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동일인물의 존재를 나타내는 문자.

     이 여자도, 틀림없이 이리셰나였다.


     '망가진 쪽이 거짓이라는 경우는 거의 없지. 그렇게 된다면, 저쪽이 나한테도 알지 못할 방법으로 이리셰나를 가장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제국에 의한 것? 그것도 생각할 수 없어. 그렇다면 이건......'


     검은 미소가 카론의 입가에 떠올랐다.


     "좋다. 진심으로 적대하고 싶다면 기쁘게 상대해주겠다."


     리페리스 뿐만이 아닌, 이 사르탄에서도 방해를 하는 모양이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존재를 눈치챈 상태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마음대로 저지르면서도 가치가 없는 듯 적당히 다루어지는 것도 참을 수 없다.

     

     "여기까지 업신여겼다. 답례는 성대하게, 울며 기뻐할 만한 걸로 해주지."

     

     코드홀더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카론의 악착같은 얼굴을 데이터파일로 보존하면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두 번의 전투를 치렀지만, 어느 쪽도 상응하는 목적이 있었다. 신도 딜아젤은 엘프, 리페리스 왕국은 라돌 공국에게서 구하는 측의 입장을 취했었지만, 이번엔 전혀 다른 방침이 될 것이다.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가장 잘하고, 가장 좋아하는 전투가 다가온다.

     레스티아 대륙에 최대의 전란이 찾아온다.





     사르탄의 궁전 이르바넴의 옥좌에서, 상인왕 하자르는 미소의 가면을 쓰고 아랫단의 인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자르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검정과 빨강의 갑옷을 입은 남자는, 딱딱한 얼굴을 분노로 일그러뜨렸다.


     "그래서, 마을의 소동의 원인은 판명되었나."


     뒷골목을 일부 붕괴시킨 의문의 습격사건의 범인은 누구였는가.

     남자의 물음에 하자르는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태연히 대답하였다.


     "아니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의심스러운 인물은 있었지만, 범인은 아니어서요."

     "거짓말이군."


     하지만, 남자는 딱 잘라 부정했다.


     "어제 이리셰나 왕녀가 시녀도 없이 검은 남자와 교전했다는 이야기를 거리에서 들은 자가 있고, 궁전에도 초대했다고 하던데."

     "하지만, 범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말을 믿으라고 생각하나? 제국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레이브하울 장군."


     하자르의 눈에서 미소가 사라지는 걸 보고, 뉴엘제국 5열장 중 한 명인 카리우스그레이브하울도 험악한 분위기를 띄웠다.

     

     "상인왕, 이쪽은 언제든지 귀국에 대한 침공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걸 이해하고 있는가."

     "예,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건, 귀국이 제국의 군비증강을 원조하고 있어서다. 그렇지 않았다면 옛날에 멸망시켰지. 그리고....."


     카리우스는, 목이 멘 듯 말을 끊고는, 바라던 바가 아닌 것처럼 눈을 돌렸다.

     그 분은 결코 입에 담지는 않지만 걱정하고 있다. 그래야 할 처지라는 건 알고 있다. 

     피를 나눈 육친에 대한 그리움을 아는 입장에서는, 참견이라는 건 알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콜라님도, 계시니."


     이번엔 하자르가 눈을 깔았다.


     "이 나라에 망명한 후 벌써 삼 년이나 되었는데, 아직 돌아오려 하지 않는 건 어째서인가. 최근 반 년 동안은 모습도 보지 못했다. 도대체 그 분은 어떻게 되었는가, 아니면 계속 숨길 것이냐."

     "그녀의 의지입니다. 어디까지나 제국에서의 빈객인 이상, 저희들이 의견을 낼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그 쪽의 문제가 아닙닊. 가능하다면 집안 사람끼리 해결해줬으면 합니다."

     "그걸 막고 있지 않은가. 이쪽에서 아무리 글과 전언, 통신마술로 불러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아. 당신들이 뭔가를 해서 방해하고, 대 제국의 인질로서 유폐했을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

     "대답은 바뀌지 않습니다. 서약은 폐하께서 직접 내리신 것. 저희들이 일절 관여하지 않고 관계도 가지지 않는 걸 원하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해서 파기하고 데려가겠다니요?"

     

     사르탄이 품은 폭탄이며, 제국에 대한 비장의 수.

     갑자기 이 나라를 방문해서 제 것인 양 살기 시작한 전대미문의 제 1왕녀

     오랫동안 하자르의 고민의 원인이 되었지만, 나이 차가 나는 귀여운 여동생에게 나쁜 벌레가 달라붙지 않도록, 협박 비슷한 조약을 체결한 탓에 사르탄도 손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사람에게 사랑받는 매력이 넘치고, 누구나 친해지고 싶어할 모습은, 선조를 지옥에 빠트렸던 자들의 자손을 증오하는 인간에게는 맹독이었기 때문에, 모든 외출을 금지시키는 짓도 분명히 하긴 했었다.

     새로운 방법의 괴롭힘인가 진심으로 생각할 정도로 사정도 묻지 않고 망명을 이어나가는 그녀를, 오히려 강제로 붙잡아두고 싶었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을 터였다.


     ".......죄송하지만."


     하자르가 무언가를 숨기는 건 카리우스도 느끼고 있다. 그것이 공주전하에 관한 것이라는 것도.

     하지만 증거를 전혀 잡을 수 없었다. 성의 사람에게서는 숨기는 일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고, 이 남자 만이 뭔가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본래라면 며칠 더 체류하며 찾고 싶었지만, 이미 기일을 5일이나 넘기고 말았다. 이 이상 머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게 최후통첩이 된다.


     "마왕군에 대한 공세작전에 협력할 셈은 없는 건가?"

     "예."

     ".....그 전에 스콜라님은 돌려받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군. 폐하께선 '따르지 않겠다면 다함께' 라고 말씀하셨다. 결행은 3일 후 새벽.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최대한의 저항을 하겠습니다."


     그럴싸한 전력을 갖지 않은 사르탄으로선 승산도 없을 것이다. 역사를 되풀이 하게 되는 것은 하자르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제국에 굴할 거라면 죽는 편을 고르는 것이 사르탄이다.

     카리우스는 하자르의 결의를 보고, 섭섭한 듯 눈을 가늘게 하였다.

     카리우스는 이 나라가 싫지 않았다. 전쟁이 아닌, 상업으로 일어선 것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승자의 주장에 불과하다. 세대를 거듭해도 굴욕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유감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본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등을 보이며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하즈르는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거머쥐었다.

     완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을 확인한 후 천천히 일어서서는, 벽가로 이동하여 드리웠던 천의 뒷쪽에 숨겨진 스위치를 조작하였다.

     조용해진 공간에 돌이 움직이는 소리가 울린다.

     나타난 계단의 아래로 내려가자, 그곳에는 제단이 있었다.

     붉은 마력광이 빛나는 마술식의 중앙에는, 청자색의 머리카락을 한 여자가 얇은 천만 입고 잠든 듯 누워있었다.

     얕은 호흡을 되풀이 하고 있지만, 그녀의 왼팔은 없었고, 그 상처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서 마술식에 힘을 공급하고 있었다.

     가엾은 모습에, 하자르는 옆에 무릎을 꿇고서 조심스레 이마를 어루만질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전부 자신이 불러일으킨 일이다. 부인의 죽음도, 딸들의 실종도, 그녀의 희생도.

     사실은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왕에게 잘난 듯한 말을 할 입장이 아니다.

     오히려 부럽다고 생각할 정도로 풍족하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갖고 싶은 것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아니면 안된다. 그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넌, 비웃으려나."


     이미 가족을 잃은 지금, 버팀목이 되는 것이 몹시 싫어하던 상대라니 볼품없다고.

     

     "이제 제국과의 이야기는 끝났나."


     암흑의 저편에서, 바위를 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하자르는 일어서서, 다시 가면을 썼다.

     땅울림을 울리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거대한 그림자가, 점점 마술의 붉은 빛에 비추어졌다.

     여섯 팔과 여섯 눈. 사자의 다리에 도마뱀 꼬리.

     그리고 양 옆에, 딸 두 사람을 대동하고서.


     "그웬타님."


     천천히 엎드리는, 자존심의 티끌도 안 느껴지는 왕의 모습을, 마왕군의 장, [키마이라] 인 그웬타는 승리를 확신하먀 비웃었다.


     "이걸로 제국은 아무 것도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왕국도 언젠가 무너뜨린다! 뭔가 방해꾼이 서성거리는 모양이지만, 이제 우리들 마신장을 멈출 수 있는 자는 없도다!"


     깊게 파고든 마의 손길은 모르는 사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잠식하였다.

     이 음모를 타파할 수 있는 건, 순수한 힘 뿐이다.

     약육강식의 이치의 위에 선 자의 도래를 하자르는 기다린다.

     그 끝에 모든 것이 멸망이 있다고 한다면, 기쁘게 재판을 받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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