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키메라2021년 01월 31일 21시 07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65/
사르탄의 궁전인 이르・나・바넴의 지하에 만들어진 공간은, 원래 왕족의 묘지로 이용될 예정이었던 장소였다.
죽은 후에도 나라를 지켜보며, 이번에야말로 침략당하지 않겠다는 기원과 결의의 표시.
차가운 공기로 가득 찬 검은 돌의 공간. 그곳에는 '누구도 매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 대신, 제단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넓은 판에는 커다란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고, 그 위에 누운 여자에게서 흐르는 피의 마력을 연료로 삼아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흰 천에 뒤덮인 나체에는 핏기가 없었고, 가슴의 상하운동도 미세했다.
잃어버린 팔에서 생명의 원천을 많이 흘렸음에도, 여자는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끈질기게도 안 죽는군. 역시 '천름' 의 용자인가."
누운 여자를 내려다보는 자는, 여섯 팔의 괴물이었다.
사자의 다리와 도마뱀의 꼬리가 돋아난 괴물의 얼굴은, 호랑이같기도 하고 용같기도 했다.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는 이를 드러내며, 야수는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를 수중에 넣은 우월감에 웃었다.
"스콜라・아이언베일. 이국의 계집에게 정을 줘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려 하는 불쌍한 여자여. 네 덕택에 폐하의 계획은 곧 성취된다. 미운 용자이기는 하지만, 그 점에는 감사해두지."
그웬타가 맡은 계획의 예정으로는,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기에는 아직 먼 이야기였다.
마왕폐하에게서 하사받은 비의 [모독의 괴뢰] 로 사르탄 주민의 피부를 빼앗아 바꾸고, 남은 육체를 마력의 회수에 이용하는 것으로 이 커다란 설비를 발동시키려는 계획이었지만, 운이 좋게도 스콜라를 손에 넣은 덕분에 예정이 대폭 빨라졌다.
이 마술 [오브리비온 게이트] 가 작동한다면, 대륙의 바깥에 마왕령과 연결되는 전이문이 출현하여, 레스티아 대륙의 서쪽은 금세 마물이 발호하는 지옥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병력을 북쪽에 집중하고 있는 뉴엘 제국을 남쪽부터 함락시키는 일은 손쉽다.
마왕이 자랑하는 정예를 단번에 투입하여, 의지하던 스콜라・아이언베일을 잃은 제국을 유린하고, 이 세계의 패권을 단번에 빼앗는다.
인마전쟁의 설욕을 드디어 갚게 될 날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 용자들이 우리 영역에 설치한 봉인도 이제야 풀린다. 재앙의 마수는 눈뜨고, 대죄의 화신은 움직인다. 새로운 마물도 태어나서, 대전 무렵보다 훨씬 강대한 힘을 얻었다! 아무리 용자의 피가 이어져 있다 해도, 기껏해야 피가 옅어진 염가판의 모임. 이번에야말로 우리들의 비원은 달성된다!"
뉴엘, 아렌하이트, 카란드라, 리페리스, 바밀리아, 카무히, 사타르하츠, 그리온.
전부, 사악한 혼돈의 암흑으로 물드는 것이다ㅡㅡ!
불타는 복수의 기염을 토하는 그웬타.
하지만, 갑자기 느낀 마력의 기척에 혀를 찼다.
".......흥, 왕국에서 흘러 들어온 기묘한 녀석들인가? 갈바란 녀석, 귀찮은 걸 떠넘기다니."
정체를 알아보려고 몇 번이나 시도해 봤지만 전혀 알 수 없었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곧바로 그웬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왕국에서 공작활동을 하는 같은 마왕군의 장에 의해 보내진 인간과 기계.
하인켄・그레이크로우의 손으로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버거웠던 탓에 지금도 사르탄에서 유유히 활동하고 있는 의문의 2인조.
그웬타 자신도 왕녀와 왕자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만나보았지만, 확실히 버거워 보이는 녀석이기는 했다.
존재를 알려질 가능성을 우려해서 방치하기로 정했지만, 만일 대대적으로 움직인다면 어떻게 해서든 제거해야만 한다.
그 정도라면 어떻게든 된다. 그럴 자신이 있었기 때문의 방관.
왕국에서 활동하는 동포가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리스크를 짊어질 일은 없었다.
그 짜증이 홍련의 두 눈에 떠오른다.
"아무래도 궁전 안의 인간의 기척도 줄어든 모양이군. 하자르 녀석, 뭔가를 계획하고 있나? 뭐 좋다. 이 녀석도 저 녀석도, 이제 필요없다. 문이 열리면 몸소 죽여.....서......"
성 밖, 항구와 가까운 위치에 발생한 마력의 모임이, 이상한 정도의 속도로 폭발적인 팽창을 하는 것을 느꼈다.
그웬타는 능력으로 조종하는 인간과 시각의 공유를 할 수 없다.
반자동으로 움직이는 그들에게서 도대체 뭐가 일어나는지를 알려면, 불러와서 자신과 접촉할 필요가 있었다.
마왕에게서 하사받은 능력은 불완전했음에도, 힘에 취해 있었던 그웬타는 훈련을 하지 않았다.
그 폐해가 지금 처음으로 나타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 당혹감에 휩싸인 것이다.
ㅡㅡ그 마력이, 일직선으로 사르탄의 왕궁을 두르고 있던 결계에 충돌했다.
지상에 휘몰아치는 용서 없는 파괴의 굉음.
삼라만상을 제거하는 자비 없는 파멸의 섬광.
그것은, 그웬타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절대적인 강자의 힘이었다.
일 년 동안 공들여 마력을 주입해 만들어 낸, 마례장군 혼신의 방호마술. 그것에 급격히 금이 가고 있었다.
궁전 최상부에 새겨진 술식의 기점이 되는 마법진은 울림을 더하며 저항했지만, 아주 약간 버틴 것에 그쳤고, 결국 꿰뚫렸다.
제 몫을 다하지 못하게 된 결계는 거품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걸 그웬타도 느꼈다.
"뭐.....뭐야!? 도대체 무슨ㅡㅡ"
"놀랄 일은 아니잖아?"
조용해지는 굉음 안에서도 확실히 울렸던 어린 목소리의 주인은, 차가운 발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묘소의 입구에서 걸어왔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검은 복장. 안대에 떠오른 육망성과 용의 문장. 뒤틀린 두 갈래의 창.
"누구냐!"
여섯 팔을 벌리며 외친 그웬타에게, 소녀의 모습을 한 마수는 상냥하게 속삭였다.
"그건 저승길에 가르쳐 알려줄게. 왜냐면, 그 편이 더 분해할 것 같으니까."
화사하고 순수한 표정이야 어쨌든 어린 모습이다.
방출하는 존재감에 반하는 그 실체는, '동심' 이 근원이다.
걸맞지 않은 모습에 그웬타는 무의식적으로 반 걸음 물러섰지만, 계집 따위에게 두려워할까 보냐며 제단을 뛰어넘어 창백한 소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분출된 화염의 마력이 벽의 촛불에 불을 지펴서, 대치하는 두 마리를 선명한 빨강으로 비추었다.
"소문으로 듣던, 인간이 이끈다고 하는 불쌍하고도 비참한 들개 무리인가. 이 마례장군 그웬타에게, 이런 빈약한 놈을 상대하게 할 줄이야."
그런 기괴한 녀석들에게 스콜라를 빼앗기는 것은 수치일 뿐이다.
위협하는 그웬타에 대해 소녀가 취한 행동은ㅡㅡ조소.
순간, 그웬타의 오른쪽 세 팔이 밧줄처럼 꼬이더니 소녀를 때렸다.
딱딱한 충격음이 올렸다.
바위도 분쇄하는 일격은, 확실히 상대를 포착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상반신 정도나 되는 나선의 주먹은 소녀의 오른손에 쥐어진 창에 의해 세워졌다.
왕에게서 하사받은 검은 창은 굽혀지긴 했어도, 결코 부러질 기미는 없었다.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으로 분장한 이형의 소녀를 보고, 그웬타는 처음으로 인정한다는 듯한 표정을 만들었다.
"그하하핫! 지금까지 보람도 없는 고기들만 상대했지만, 네놈은 꽤 맛있어 보이는군, 어이!"
강하게 내딛으면 다시 힘을 가하자, 소녀는 그걸 이용하여 후방으로 뛰어 물러났다.
공중제비를 하며 착지하자, 그웬타의 행동이 허세였다며 냉소지었다.
소녀의 모습을 한 탐식의 괴물 [키메라] 인 할드로기아는 다시 경쾌하게 빙글 돌린 창의 끝으로 그웬타의 목을 겨누었다.
"사실 먹다 남긴 인간에 손을 대는 취미는 없지만, 잔반이 마왕을 자칭하는 건 두고 볼 수 없어. 그러니ㅡㅡ죽어."
이것이 그녀의 첫 전투의 무대. 불타오르지 않을 리가 없다.
오장육부를 공포에 떨게 하는 합성수의 포효에 맞서, 할드로기아는 과감하게도 무심히 한발 내딛으며 덤벼들었다.
◆
"결계의 소멸을 확인. 할드로기아님의 침입성공......쉽네요."
코드홀더는, 포격의 충격파에 의해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바이저 너머로 궁전을 확인하며 무기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가 서 있던 민가의 옥상은 충격을 견디지 못해 날아가 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가느다란 손톱 끝에서 부유의 역장을 발생시켜서 공중에 떠 있다.
노출이 많은 검고 날카로운 장갑을 두른, 전투태세의 코드홀더.
그녀의 등에는 거대한 금과 은의 포탑이 탑재되어 있었다.
거대한 미스릴의 도신과는 다른, 백팩유닛 [리베리온] 의 초 장거리 사격형태.
그 위력은 미루어 알만하다.
"인명피해 제로입니다, 마스터."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내리자, 흑의의 왕은 "흠." 이라고 중얼거리며 주변에 서 있는 검은 마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신중하게 장벽을 구축하고 있던 그녀들은 왕에게서 살짝 떨어져서,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왕은.
카론은.
콘솔 윈도우 너머로 왕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시작해버렸구나, 난....."
마을이 아비규환에 휩싸이는 걸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무릎 꿇은 부하를 보았다.
그리고 본래라면 성에서 나왔던 일이 없었던 방구석 부대가, 증원으로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카론은 의외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제 1단을 보낼 줄이야. 루슈카도 생각해 볼 일이군."
"저희들은 보물고의 파수꾼이지만, 당신을 수호하는 것이야말로 저희들의 존재의의."
"당신이 있는 장소야말로 저희들의 혼이 있을 곳입니다."
"부디 용서해주시길. 루슈카님은 저희들의 뜻을 받아들여주신 것 뿐입니다."
"뭐, 화내진 않았다."
카론이 성에서 나가지 않았다면 키메라들도 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주위에 몸을 녹아들게 하는 것이 가능한 그녀들이라면 산맥을 돌파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고, 방해가 안되게 행동하는 일도 쉬웠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최적의 인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8마리. 남은 것들은 또 하나의 역할인 보물고의 호위를 위해 왕성의 최상층에서 대기중이다.
그녀들이 이 멤버에 발탁되기 위해 한바탕 말썽을 피운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자 그럼."
포탑을 치우고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온 코드홀더가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카론은 한번 헛기침을 하였다.
그녀들도 기척이 바뀐 것을 느끼고 정신을 집중했다.
"너희들은 내 호위에 전념하도록 한다. 덤으로 인간도. 할드로기아처럼 공적을 쌓을 자리를 주지 못하는 건 가슴 아프군."
"그런 일은 없습니다. 단장의 공은 저희들의 공. 무엇보다 저희들에게 있어, 당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영예입니다."
부단장인 로이엔타레의 말에, 뒤에 늘어선 부하들도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동의를 나타냈다.
"로이엔타레는 항상 진지하구나. 어쨌든, 너희들을 믿고 있겠다. 나도......뭐, 이렇게까지 전란 속에 있는 건 처음 경험하는 일이니."
"예! 결코 카론님께 상처입히지 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좋다. 그리고 코드홀더는.....조금 대기해주었으면 한다."
"뭔가 신경쓰이는 일이 있으신가요?"
"마왕군이 사르탄과 뉴엘제국을 싸우게 하여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계획. 그게 사실이라면, 마왕군은 레스티아 대륙에 병사를 보내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 해로를 선택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제국에 동향을 읽힐 가능성이 있는 수단을 취할 만큼 어리석다고 생각할 수는 없으니, 아마 제국에 알려지지 않은 경로를 만들 것이라고 카론은 읽고 있었다.
"이만큼 화려하게 벌이면 그웬타라는 놈도 초조하겠지. 제국에 상관하지 않으면서, 자기들이 어부지리를 취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까지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간다. 계획의 전제로서도 전력의 증강을 시도할 터."
고화력 고기동. 올마이티하게 활약할 수 있는 코드홀더는 그 역할에 어울린다.
에스텔드 바로니아 본대도 바로 도착하겠지만, 제국의 암살자와 약속을 나누었으니 뒹굴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적에게 시간을 줄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압도적인 전력에 의한 시위 행동을 하기로 선택하여, 마왕군에게 눈치채이는 것도 상관없다는 듯 결계를 파괴하였기 때문에, 카론의 앞에 떠오른 헥스맵에는 모든 것이 비추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묘한 의식의 정체도, 몰래 숨어있던 마례장군의 종족도, 전부.
"나로선 고맙지만, 이 세계에서 보자면 치사한 힘이겠지."
플레이어의 기능은, 현재 카론의 권능으로 작용한다.
이 특수한 힘은 들여다 보는 것에 특화되어 있어서,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뭐든지 발가벗겨진다.
마왕의 부하와 인간의 부하에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적의 전모를 알아챌 수 없는 지금은 아직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다만, 윈도우에 비치는 전투의 형세만큼은 보지 않아도 쉽사리 상상되었다.
◆
촛대의 불이, 커다란 괴물을 덮치는 소녀의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격한 금속음과 불꽃이 튀기는 공방.
그 주도권을 거머쥔 자는, 마례장군 그웬타였다.
거체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자아내는 여섯 팔의 공격은, 할드로기아에게 공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형태가 변화하는 팔은 때로는 검이 되고, 창, 낫과 채찍으로도 변화하는, 변화무쌍한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자그마한 키메라를 덮쳐들었다.
개체보유스킬 《융합체Ⅴ》
개체보유스킬 《마례》
스탠스스킬 《아이언 보디Ⅴ》
스탠스스킬 《스트랭스 그래플Ⅲ》
무기를 갖지 않아도 공격의 바리에이션을 늘리는 키마이라의 스킬 <융합체>와, 육체를 더욱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마례>, 더욱 방어를 높이는 <아이언 보디> 와 공격을 늘리는 <스트랭스 그래플> 이라는, 그웬타가 가진 강화스킬 전부를 아낌없이 개방하였다.
이 계획을 방해받을 수는 없다며, 전신전령을 다해 제거하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다채로운 공격을 자아내고 소녀의 몸에는 무엇 하나 닿지 않았다.
둔중한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충돌음이, 부딪힐 때마다 유연하게 휘어지는 창에서 연주되어 어두운 사당에 울려퍼졌다.
자그맣다. 연약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물이다.
병적으로 흰 피부의 가느다란 팔은 가볍게 두 번 휘두른 창으로 변화무쌍한 그웬타의 공격을 적절히 막고, 흘리고, 부딪혔다.
"건방진 노옴!"
웨폰스킬・권《아기토》
웨폰스킬・권《열호장》
웨폰스킬・권《소진열파》
오른쪽 세 팔에서 나오는 스킬은 어느 것이나 중급 이상에 위치한 강력한 기술.
그것이 동시에 할드로기아의 가슴을 노리며 나아갔다.
교차된 창이 한층 새된 소리를 내었다.
잠깐의 교착.
버티고 있던 할드로기아의 다리가 붕 떴고, 그웬타의 금강력은 호사로운 마른 몸을 벽까지 날려버렸다.
벽에 구멍을 뚫을 기세의 할드로기아가 바로 자세틑 고치며 벽에 착지하는 것을 보고, 그웬타는 멈추지 않고 도약하여 주먹을 휘둘렀다.
인간 따윈 쉽사리 고깃덩어리로 바꿀 위력은 표적이 없는 벽에 꽂혀들었고, 굳어있던 흙과 돌이 안에서 폭발한 것처럼 비산하였다.
"놓치지 않는다!"
벽가에서 달리는 할드로기아를 쫓으면서도 그웬타의 공세는 전혀 틈을 만들지 않았다.
도망치는 것보다도 빨리 다가오는 여섯 무기에, 등을 돌리지 않은 할드로기아는 역시 창으로 자신을 지키는 일에 힘쓰면서 방 안을 뛰어다녔다.
웨폰스킬・도《악시온게일》
웨폰스킬・창《블러디 스러스트》
웨폰스킬・낫《카니지》
무기를 갖지 않아도, 변형된 팔에서 대응하는 웨폰스킬을 쓸 수 있다.
여러 마물이 혼합되어 생겨난 합성수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싸우고 있는데도, 공격을 하면 할 수록 옅어지는 유효타에 그웬타의 숨결이 바뀌어갔다.
일방적인 전개에 내몰린 것은 그웬타다.
도망치는 건 할드로기아인데도.
쫓는 자에게서 여유가 사라지는 것은 어째서인가.
'왜냐, 어째서냐! 왜 맞지 않는 거냐!'
마왕의 부활하기 전까지 투쟁이 끊이지 않았던 대륙에서 이름을 떨쳤다.
그 실력에 걸맞는 안목을 갖고 있다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다.
벌레처럼 뛰어다니면서 방어에 힘쓰는 할드로기아에 비하면, 그웬타 쪽이 속도도 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치는 느낌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단순한 힘의 차이를 메꾸려고, 정체 모를 소녀가 무언가의 특수한 스킬을 썼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게 뭔지를 찾는 것보다 빠르게, 할드로기아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그웬타는 함정에 빠지는 걸 경계하여 거리를 둔 채, 마찬가지로 다리를 멈추며 노려보았다.
할드로기아는 입구의 앞에 섰고, 그웬타는 제단을 등지고 있다.
기묘하게도 처음 싸웠을 때의 모습이 되었다.
"도망치는 능력밖에 없나? 인간에게 사육되면 꽤 겁쟁이가 되는 모양이구만!"
자신을 자랑하듯이 그웬타가 외쳤다.
마왕이 준 이 육체가 질 리가 없다.
두려워할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취약. 나약. 빈약. 이것이 전력이라면 상당한 모욕입니다."
사락사락하고 맨발에서 소리를 내어 지면의 감촉을 확인하며, 오른손에 두 갈래의 창을 한번에 쥔 검은 마물은 어긋난 안대를 고치고 나서 실망 섞인 탄식을 하였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단숨에 죽여보는 게 어때. 언제까지 놀고 있을 거야? 이런 걸 장군으로 세우다니, 마왕도 참 안됐어."
"그 대사, 곧바로 후회하게 만들겠다!"
그웬타는 좌우의 여섯 팔을 몸 앞으로 뻗어 하나로 뭉쳐서, 거대한 검으로 변화시켰다.
이제 곧 술식은 완성된다. 그렇게 되면 이 장소도, 스콜라・아이언베일도 불필요해진다.
이 사당을 할드로기아의 무덤으로 바꿀 생각으로, 주변과 함께 파괴하겠다며 최대급의 스킬을 쓰기 위해 한걸음 크게 내딛었다.
"죽어라!!"
딱, 하는 손가락이 울리는 소리.
그웬타는 개의치 않고 대검을 휘둘러서 고개 숙인 할드로기아의 몸통을 노렸다.
기세를 전부 검에 실으려고 오른다리를 내딛었다.
하지만, 느껴져야 할 지면의 단단한 감촉은 없었고, 그웬타는 시야가 기울어지는 것을 슬로우 모션처럼 바라보았다.
천천히 자세가 무너져갔고, 내밀고 있던 검은 휘둘러지는 일 없이, 팔을 전부 변형시킨 탓에 낙법도 못한 채 차가운 돌바닥에 쓰러졌다.
"그, 오오오오!!"
무엇을 당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바로 이해한 그웬타는, 모든 신경을 잃어버린 다리로 주입했다.
그러자, 흐르고 있던 피 대신에 육체가 만들어졌고, 수목이 뻗어가듯이 새로운 다리가 나타났다.
키마이라가 가진 스탠스 스킬 《융합체Ⅴ》 은 소량의 회복효과가 있다. 게임에선 HP의 가감만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육체에도 작용하고 있다.
괴로운 나머지 검을 난잡하게 휘두르며 후퇴하는 모습은, 할드로기아가 하고 있던 여유로운 모습보다 매우 볼품없는 것이었다.
동요. 당혹. 불가해. 이상.
'그놈과 마찬가지로 그림자를 사역하는 건가? 마술을 쓴 흔적은 느껴지지 않아. 이 그웬타에게 뒤떨어지는데도 어째서 대등하게 맞서는 거지. 아니, 잠깐......설마, 이 계집.......'
여섯 팔을 좌우로 크게 벌리고 자세를 잡은 후 필사적으로 탐구한 끝에 도달한 가정.
그 대답을 표시하는 듯, 할드로기아는 천천히 팔을 들어올렸다.
그 움직임에 맞추어서, '돌바닥이 뜯어졌다'.
"네놈......설마 동종인가!?"
합성수는 자연스레 생겨나는 마물과 다르게, 누군가의 손을 타야만 창조되는 특수한 생물이다.
그웬타는 자신과 동종의 몬스터를 본 일이 없었다. 자신이 옛날의 그 대전 속에서 생물병기로서 실험한 끝애 태어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의 일을 인간의 나라에서 하고 있었다면, 그 힘에 대한 갈망은 마왕에도 필적한다는 말이 된다.
"똑같이 취급하지 마."
그걸, 할드로기아는 부정했다.
"난 [키메라]. [키마이라] 가 아닌걸."
하지만, 그웬타는 '똑같은 게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가 느긋해서 다행이었어. 난 '겁쟁이' 니까 제대로 준비를 끝내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는 성격인걸. 이걸로 이제 방해꾼은 들어오지 못할 테니, 많이 놀아줄게."
종족의존스킬 《모형정원의 수호자Ⅹ》
개체보유스킬 《엘리미네이터》
폐쇄공간에서의 대미지를 대폭으로 경감시키는 《모형정원의 수호자》 와, 낮은 확률로 대상을 포식하는 [키메라] 만이 가진 유니크스킬 《엘리미네이터》.
개체보유스킬 《침식아성》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실내전 최강의 자리에 어울린다며 카론이 대놓고 칭찬하던 능력.
일정시간 같은 구역에 있는 것으로 발동하며, 배제되거나 이동하지 않는 한 일시적으로 그 구역을 자국의 지배 하에 둘 수 있는 <침식아성>.
방어에 치중하며 시간을 소모한 덕에, 이 사당은 《엘리미네이터》의 힘이 작용하여 할드로기아 그 자체가 되었다.
어디로 도망치든, 어디에 서 있든, 위장으로 변한 이 방에 사로잡혔다면 소화되는 것을 기다리는 길 밖에 없다.
"그럼 진심 어린 살육전을 하자. 뭐, 난 먹는 게 장기이니 인간처럼 먹다 남기는 짓은 안 할 테니까 안심해. 아, 아니면 서로 먹어볼래? 그 정도의 공격으로 나에게 닿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쌓아왔던 것까지 빼앗기면서 살아있는 건 비참하잖아?
할드로기아는 무의식적으로 제단에 기댄 그웬타를 보고, 다시 한번 탄식하였다.
죽이는 것이 먼저인지, 생각대로 움직이는 게 먼저인지.
빨리 해주지 않으면 말 그대로 먹어치우고 말 것 같다.
빨리 카론을 만나고 싶은 기분과 부딪히면서, 사치스러운 고민이라며 무심코 미소를 띄웠다.
그곳에는 앳된 모습 따윈 없었다.
점토를 주물럭거리며 반죽한 듯한, 인간의 얼굴이 무너질 정도로 일그러진 표정.
"재주껏, 노력해 줘야 해?"
횃대의 불이 단번에 사라지자, 방에는 제단에서 떠오른 붉은 빛이 광원이 되어 두 그림자만을 비추었다.
포효. 비명. 괴성. 통곡.
무럭무럭, 끼익끼익, 삐걱삐걱.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광경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녀의 식사는 수줍움과 조신함에 가려져야 하니까.
728x90'판타지 > 에스텔드 바로니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 늑대인간 (0) 2021.02.02 16 폭거 (0) 2021.02.01 14 거래 (0) 2021.01.31 13 움직임 (0) 2021.01.30 12 방아쇠 (0) 2021.01.30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