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번외편 2 집안 데이트 후편
    2023년 12월 09일 23시 42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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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빈 씨, 점심이에요."

    "응."

    "점심은 샌드위치를 만들게요."

    "그래."



     수첩을 보며 지시하는 아내를 보고, 남편 케빈은 미소를 지었다.



     아내 마리는 구운 닭고기를 끼워 넣은 고급스러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남편 케빈은 샐러드와 야채수프를 만들었다.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고, 아내와 남편은 식탁에 앉는다.



    "마리 씨, 그럼 먹도록 하자."

    "아, 잠깐만요."

    "음?"



     아내 마리가 샌드위치를 집어든다.

     그리고 그것을 남편 케빈의 입으로 들이대었다.



    "자, 앙......"

    "......"



     예상치 못한 전개와, 불안한 듯 부끄러워하는 아내의 모습에 생각이 멈춘 케빈.



    "미, 미안해요! 역시 안 되겠어요."

    "괘, 괜찮아, 마리 씨."



     눈물을 짓는 아내 마리, 당황한 남편 케빈.

     케빈은 그후부터 마리를 필사적으로 설득하여, 겨우 앙을 하게 만들었다.



    (이, 이건 ......!)



     표정이 진지해진 케빈을 보자 마리는 겁에 질려서 묻는다.



    "케빈 씨. 어때요?"

    "그 ......"

    "......?"

    "나도 해봐도 될까?"

    "네. 물론이죠."



     케빈은 샌드위치를 들고 마리에게 들이댔다.

     마리는 깜짝 놀랐다.



    "케빈 씨, 큰일 났어요."

    "뭐가?"

    "너무 떨려서 맛을 모르겠어요......!"

    "나도 그랬어."



     아내 마리에 따르면, 연인이 음식을 먹여주면 사랑에 빠진 마음이 향신료가 되어 밥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향신료가 될 만한 경험치가 부족한 것 같네요."

    "그런가......"



     두 사람은 그 후로 평범하게 점심을 먹었다.

     대신 서로의 요리의 맛을 제대로 맛보았다.



    "야채수프 맛있어요. 과식할 것 같아요."

    "샌드위치도 맛있어. 매콤한 게 내 취향이야."

    "정말요? 다행이다........"



     아내 마리는 문득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남편 케빈은 고개를 끄덕인다.



    "......앙은 못하겠지만......"

    "?"

    "사실 저, 케빈 씨와 함께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밥이 맛있어요."



     환하게 웃는 아내 마리.

     표정이 진지해지는 남편 케빈.

     갑작스러운 아내의 공격에 너무 놀라서 잠시 밥맛을 잊어버렸다는 것은, 아내한테 비밀이다.







    ****







     이후에도 두 사람은 집안 데이트를 이어갔다.



     아내 마리의 수첩에 적힌 듯한 일정에 따라 카드놀이를 하고, 낮잠을 자고,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낮잠에서 먼저 깨어난 케빈은 처음 보는 아내의 잠든 모습을 제대로 만끽했다. 두 사람은 아직 침실이 따로 있다.



     저녁을 먹고 목욕을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두 사람.



     그리고 어째선지 잠옷 위에 앞치마를 두른 아내 마리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케빈 씨, 오늘은 고마웠어요."

    "그래, 이것으로 집안 데이트는 끝?"

    "........................ 네, 끝났어요."

    "...... 마리 씨"

    "끝났어요."

    "그 수첩 ......"

    "............"



     수첩을 뒤로 숨기는 마리를 보자, 케빈은 장난기가 발동해 수첩에 손을 뻗는다.



     소파에 앉은 채 "케빈 씨, 안 돼요", "마리 씨, 조금만 보자."라고 장난을 치는 사이, 자세가 흐트러진 아내가 남편의 가슴으로 넘어졌다.



    "............"

    "............"

    "마리 씨"

    "네!"

    "조금만 더 집안 데이트를 계속해도 될까?"



     빨간 얼굴과 촉촉한 눈망울로 이상해하는 아내를, 남편 케빈은 꼭 껴안는다.

     그러고는 귀에다 대고 "오늘 하루도 고마워. 여보를 좋아하게 돼서 기뻤어."라고 속삭였다.



     팔을 풀자, 거기에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아내 마리가 있었다.



    "마리 씨"

    "케빈 씨는 치사해요."

    "그, 그래."

    "이러면 데이트를 끝내고 싶지 않잖아요....... ......"



     아내 마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남편 케빈은 사랑하는 아내를 울게 한 것에 대해 동요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케빈 씨"

    "응."

    "저도 그래요."

    "......"

    "저도 케빈 씨를 좋아해요"



     아내 마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번 남편의 가슴에 꼭 안겼다.

     남편 케빈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채로 아내를 다시 한 번 껴안았다.



    "케빈 씨. 저에게 이렇게 좋은 감정을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케빈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결혼을 결심했을 때, 이런 감정을 느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에게는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런 케빈의 시야에, 바닥에 떨어진 아내 마리의 수첩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적힌 마지막 일정을 보고 케빈은 빙그레 웃는다.



    "마리 씨. 집안 데이트의 마지막 일정 말인데."

    "아 ......네."

    "모처럼이니까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을래?"



     아내 마리는 바닥에 떨어진 수첩을 본 것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남편 케빈은 그런 아내가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랐다.



    "케빈 씨만 싫지 않다면"

    "싫지 않아."

    "네 ......"



     그렇게 남편 케빈은, 아내 마리에게 수첩에 적힌 마지막 일정인 굿나잇 키스를 했다.



     미소 짓는 두 사람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정말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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