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 프러포즈 (끝)
    2023년 12월 09일 20시 10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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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마리는 그날 남편의 권유로 외식을 하고 있다.

     남편 케빈은 아내를 초대해 외식을 하고 있다.



     가게는 케빈이 골랐다.

     왕도에서 유행하는, 한 달 이상 전에 예약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다.



    "케빈 씨. 이렇게 멋진 가게에 데려와 주셔서 감사해요."

    "나야말로 함께 와줘서 고마워."

    "그런, 당연하잖아요. 왜냐면 우리는......"

    "우리는?"

    "부, 부부니까요."



     말해버렸다며 쑥스러워하는 아내 마리.

     즐거워 보인다.



     진지한 표정을 짓는 케빈.

     무언가를 견디는 승려 같았다.



    "이런 커플들이 많이 찾는 가게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독신일 때는 왠지 들어가기 어려워서......"

    "아, 이해해.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거지."

    "네. 특히 이런 가게는 좀처럼 갈 마음이 안 들기도 했고요."

    "가벼운 데이트보다는 기념일 같은 날에 갈 만한 곳이니까."

    "맞아요. 그래서 오늘은 정말 기대가 컸어요. 케빈 씨와 결혼한 덕분이에요. 정말 고맙습니다."



     아내 마리는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더 많이 남편 케빈에게 고마워했다.

     "아름다운 야경 ......", "케빈 씨의 가게를 고르는 센스, 멋지네요 ......"라는 그녀의 중얼거림이 남편의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남편 케빈은 표정이 진지했다.

     "안 돼 ...... 아직, 지금이 아니야. 견뎌라, 견뎌야만 해 ......"라는 그의 중얼거림은 아내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음식은 훌륭했다.

     맛뿐만 아니라 모양새까지 갖춘 최고급 셰프의 요리에, 두 사람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모두 정말 맛있어. 훌륭한 요리네."

    "네, 맞아요. 보기에도 예쁘고 즐거워요. 군데군데 커플을 위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는 게 좀 쑥스럽긴 하지만 ......"



     커플을 위한 가게답게, 음식의 디자인도 커플을 위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야경이 보이는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는데, 두 사람의 접시에 소스로 쓰인 새가 서로를 향하고 있는 등의 소소한 부분에서 두 사람의 행복한 관계를 연상케 하는 배려가 가득했다.



     디저트가 끝나자, 두 사람은 야경을 바라보며 칵테일을 즐긴다.

     두 사람은 위장결혼이다. 이럴 때 남편 케빈은 아내 마리의 어깨를 끌어안지 않고, 아내 마리는 남편 케빈의 어깨에 기대지 않는다.

     하지만 소박한 두 사람은 정말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부부 데이트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마리 씨"

    "케빈 씨, 정말 고마워요. 저는 정말 행복해요."



     마리는 촉촉한 눈망울로 케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말로 마리는 행복했다.

     이렇게 행복해도 괜찮을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케빈은 심호흡을 했다.

     그가 손을 번쩍 들자, 뒤에서 웨이터가 새빨간 장미꽃 한 송이를 가져왔다.

     눈을 동그랗게 뜬 마리에게 케빈은 꽃다발을 건넸다.



    "마리 씨."

    "...... 네."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남편의 제안에, 마리는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마리는 이미 눈앞의 남편과 결혼한 상태인데.

     동요한 마리는, 불안한 마음에 "이미 결혼했잖아요......"라고 중얼거렸다.



    "아, 맞다! 이미 결혼했었지."

    "네. 아, 이것도 연출인가요. 케빈 씨는 대단해요, 설마 프러포즈의 체험까지."

    "아, 아냐!"

    "프러포즈 아닌가요?"

    "아, 아니, 프러포즈 맞아! 하, 하지만, 아닌데 ......"



     케빈은 어정쩡한 표정으로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가려고 애를 쓴다.

     그런 그를 보며, 마리의 마음속에 어떤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케빈 씨"

    "응."

    "저기, 혹시 진짜 프러포즈인가요?"

    "......맞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남편의 모습에, 마리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의 부부생활이 주마등처럼 마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매일 아침 우연히 마주치던 조깅하는 케빈.

     마리에게 처음으로 반지를 사준 케빈.

     언제나 말없이 마리를 지지해 준 케빈.

     케빈과 함께 있는 편안한 집.

     마리가 항상 보고 싶어 하는 케빈의 미소.

     야근으로 늦어지는 케빈을 위해 일부러 늦은 시간에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던 것은, 정말로 우연 때문이었을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마리에게, 똑같이 열이 오른 케빈이 말한다.



    "마리 씨"

    "네 ......"

    "나는, 사랑에 빠졌어."

    "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을 모른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어서, 미안 ...... 그래도 이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어."



     케빈은 다시 한번 꽃다발을 마리에게 건넸다.

     마리는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마리 씨. 저와 진짜 부부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마리는 고민에 빠졌다. 정말이지, 곤란한 상황이었다.

     마리는 정말 연애에 문외한이었다.

     지금까지 좋아하는 사람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케빈이 꽃다발을 건네며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기뻤다.

     너무 기쁘고 행복해서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던 것이다.



    "케빈 씨 ......"

    "응."

    "저는, 사랑을 전혀 몰랐어요"

    "그렇구나."

    "하지만 정말 기뻐요. 정말 행복해요."



     마리는 웃었다.

     늘 그렇듯, 싱글벙글 웃었다.

     그야 그렇다. 마리는 언제나 케빈 덕분에 가장 행복했다.

     그러니 가장 행복한 지금 이 순간, 같은 표정을 짓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 ...... 친구부터 시작하지 않을래?"

    "...... 이미 친구고, 부부잖아요."

    "아, 그랬었지. 어, 그럼, 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 연인부터 시작하면 어때요?"

    "연...... 인 ......!"



     연인이라는 파워워드에, 두 사람은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대, 대단해. 설마 내가 ...... '연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줄이야 ......" "연인이란 뭘 하는 거죠 ......", "잘 모르지만 ...... 손을 잡는다던가?" "왠지, 많이 데이트해야 할 것 같아요." "많이 데이트하자." "네 ......"라는 것이 그 후 두 사람의 대화였다.



     그날 귀갓길에, 두 사람은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두 사람 모두 손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하지만 매우 행복했다.



    "케빈 씨, 저와 결혼해 줘서 고마워요."

    "마리 씨, 나와 결혼해줘서 고마워."



     두 사람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정하게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행복한 위장결혼이 행복한 진짜 결혼이 될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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