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5화 아키라(1)
    2023년 12월 03일 19시 44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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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분위기에서 자기소개를 하라니 새로운 고문이냐고 ......"



     목소리에서 마지못해 하는 분위기를 풍기며, 아키라 군이 입을 열었다.

     만약 그가 소개 페이지에 올라온 모습 그대로라면, 분명 화면 너머에서는 날카로운 눈빛을 더욱 날카롭게 하고, 습관적으로 흰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자기소개를 싫어하기 때문에 지금 그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자기소개라는 악습을 끊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힘없는 선배인 나로서는 의욕에 가득 찬 이부키짱의 압박을 뿌리칠 만큼의 용기도, 기개도 없었다.

     슬프지만 그는 이대로 싸늘해진 교실에서 반 친구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그 고문에 가까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해줄 수밖에 없다.



    "에... 아... 아키라 ...... 입니다"

    "........."

    "........."

    "어, 끝났어?"

    ".......옙."



     아니아니, 내 고등학교 때 자기소개에서도 조금 더 취미나 특기를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고. ...... 딱히 없다고 말했던 느낌도 들지만, 그건 아마 내 착각일 거야.



    "........."



     방금 전까지 의기양양하게 이부키짱을 놀리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지금의 아키라 군은 온순해진 상태였다.

     강렬한 악동 캐릭터의 이미지가 들었었지만, 생각해 보면 집합시간에 둘만 남았을 때에도 말없이 어색한 공기와 시간만 보냈었다.

     아마 그는 친한 사람들에게는 말이 많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낯을 가리는 타입으로 보인다. ...... 그거 나잖아.



    "것 봐, 시아짱. 아키라 군, 내가 자기소개할 때는 그렇게나 흥분했으면서 지 차례가 되니까 송곳니가 빠진 야수처럼 행동하고 있어."

    "저거 분명 바탕화면의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우클릭과 좌클릭을 번갈아 연타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을 거야."

    "시끄러워!"



     내가 아키라 군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있자, 이때다 싶어 아까의 반격에 나서는 이부키짱과 아사이 씨. ...... 이부키짱은 꽤 쌓였나 보네?

     무심코 큰 소리로 화를 냈던 아키라 군이었지만, 내 존재를 기억해 냈는지 다음 순간에는 조용해졌다.

     이거 일방적으로 친밀감을 느낀 것은 좋지만, 혼자 있는 나에 비해 저쪽은 동기 3명이서 장난을 치고 있으니,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완전 어웨이구나.

     아니, 하지만 학교에서도 토모짱의 그룹에 뒤늦게 합류해 친해졌던 나의 소통 능력이라면, 이미 형성된 4기생들 사이에 끼어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아, 저기, 취미는?"

    "FPS 등을 조금 ......"

    "엥, 그럼, 특기는?"

    "...... 딱히 ...... 없달까요?"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절대 신입 방송인의 면접만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아, 맞다. 왜 알테마에 들어오셨어요?"



     몇 초 전에 면접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질문 내용이 면접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부키짱은 목소리로 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활동 방침과 소속 이유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직전의 소재에서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말해보았다.

     내 물음에 아사히 군은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유행이라고 해서 지원했더니 뭔가 합격했슴다."

    "아, 네."



     의외로 간단한 대답이었지만,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아쉽게도 내가 먼저 이유를 물어본 것이 잘못이었다고 반성한다.

     VTuber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은 과도기라면 모를까, 여명기가 끝난 지금에 와서는 지원한 이유를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 원래부터 방송인이었다거나, 크리에이터였다거나, 그런 사람들이 스카우트되거나 오디션에 지원했다가 어떤 식으로든 적성을 발견하고 합격하는 경우가 요즘은 많아지고 있다.

     아마 아키라 군도 그런 유형일 것이다.

     유행에 편승한 것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살릴 수 있어서 지원했을 뿐이니까 떠받들리기 위해 지원했던 나 같은 사람보다 훨씬 건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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