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3화 4기생
    2023년 12월 02일 23시 47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

    "........"

    "........."

    "........."



     침묵이 자리를 지배한 지 5분, 분위기는 이미 한참 전에 바닥을 쳤었다.







     아키라 군으로부터 답장을 받은 날 밤.

     회의 겸 만남을 위해 통화를 하기로 한 나와 4기생들이었지만, 집합 시간인 8시가 지나도 Discord에 모인 것은 나와 아키라 군뿐이었다.

     뭐, 저녁에 갑자기 오늘 8시쯤에 미팅을 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합을 말했으니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현실적인 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인 내가 잘못한 거다.

     근데 말이야, 한 번도 얘기해 본 적 없는 상대랑 디스코드에서 둘이서만 있는 거 개어색하잖아!

     저쪽도 "안녕하세요 ......" 라는 인사 이후 전혀 말을 하지 않았고, 이쪽도 그런 상대에게 억지로 말을 걸 용기가 없었고.

     빨리 와 달라고 아직 보지 못한 후배에게 기도하고 있자, 집합시간보다 5분 정도 늦게 새로운 참가자가 통화를 하러 왔다.



    "죄,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이부키 마시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괜찮아요."



     친가에 사는 그녀는, 집안일 때문에 조금 늦을 것 같다고 미리 연락이 왔었다.

     조금 숨이 가쁜 것은 급하게 볼일을 본 탓일지, 아니면 선배를 대하는 긴장감 때문일지.

     아무튼, 드디어 도착한 아사히 군의 동기에게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해결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긴장한 탓인지 침묵이 흘렀다.



     마우스 클릭과 키보드 타이핑 소리, 그리고 가끔씩 울려 퍼지는 텀블러가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묘하게 귀에 거슬린다.

     여기선 선배로서 먼저 나서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직 한 명이 오지 않았는데 두 사람과 먼저 친해지면 뒤늦게 오는 애가 불쌍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에 말을 꺼내기가 주저된다.



     아, 빨리 오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자ㅡㅡPC의 시계는 8시 30분을 가리켰다. 

     약속 시간보다 30분이 넘은 시간이다. 참고로 사전 연락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 오면 조금 늦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겠지~ 라는 범주를 넘어선 것이라서, 통화 중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사히 군은 짜증이 났고, 이부키짱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 늦잠 잤습니다!"



     마지막 한 명, 아사이 시아가 왔다.







    "........"

    "........"

    "........."

    "........."



     아사이 씨가 통화에 참여한 지 5분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서, 그저 침묵의 시간만 흘렀다.

     한 명은 짜증, 한 명은 죄책감, 한 명은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스스로 말을 하려는 의지가 꺾여 버린 것 같다.



    "어, 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역시 이곳은 선배로서 내가 먼저 입을 열어 대화를 시작하려고 입을 열었다. 아니, 이 합방도 내가 먼저 제안한 것이니, 역시 내가 중심이 되어 움직여야 한다.

     우선은 지각에 대해서.



    "뭐, 늦잠을 자거나 하는 경우는 자주 있지~ 나도 디스코드에서 미팅할 때 꽤 지각했었고."

    "이 녀석, 매번 지각을 하고 있다고요. 늦잠, 미아, 깜빡함 등의 상습범이라니까요."

    "......시끄러."



     아키라 군의 해설에 시아 씨가 작게 대답했다.

     뭐, 방송인은 사회 부적응자가 많다고 기사화될 정도이니, 지각은 보통이지. 아니, 보통은 안 되겠지만.

     사실 나도 늦잠, 미아, 깜빡함, 확인 부족 등의 대부분의 실수를 겪어왔기 때문에, 재주껏 옹호하려 해도 설득력이 없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애초에 말이지, 아침에 보낸 메시지를 저녁에 확인한다니 너무 늦다고. 보나 마나 아침에 자고 저녁에 일어나서 답장만 하고는 다시 자서 방금 일어났다는 거잖아? 너무 많이 잤잖아, 골든 햄스터냐고..."

    "뭐? 너야말로 아침부터 업무 연락을 보낸다니, 상식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방송인은 아침에 자는 게 일이라고. 그보다, 골든 햄스터가 뭐냐. 설마 너 나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는 거야? 하항~ 사랑스러운 동물이라는 거네, 부끄럽게도."

    "보통은 아침에 일어난다고! 참고로 골든 햄스터는 하루에 14시간 이상 자. 너랑 똑같지, 특히 동글동글한 부분이라든가! 하하하하하!"

    "뭐? 뭐야 그거 짜증 나. 그보다, 방송인에게 상식을 요구하지 말라고."



     우, 우와 .......

     그야말로 견원지간으로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모범적인 말다툼을 벌이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나도 모르게 선배의 입장을 잊고 어안이 벙벙해져 버렸다.

     알테마에서는 동기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뿐이라 이렇게 정면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면 궁합이라든가 여러 가지가 있으니, 이렇게 서로 맞지 않는 것이 세상에서는 더 흔한 일인 것 같다 .......



     그런데, 이렇게 하는 동안에도 점점 더 뜨거워지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서 어떻게 말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자,



    "아~ 둘 다 그만. 선배들 앞에서 싸우지 마. 자, 시아짱은 제대로 반성하고 아키라 군도 너무 뭐라 말하지 마. 알았지?"

    "......죄송합니다."

    "미안 ......"



     이부키 마시로의 목소리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동기 따위는 해산이라고 말할 것 같은 기세로 말다툼을 벌이던 두 사람이 조용해졌다.

     끓는점이 낮은 아키라 군과 아사이 씨의 진압을 이 아이가 하는 거구나.



    "쿠로네코 씨, 미안해요. 이 둘은 좀 유치하다고나 할까, 통화하면 금방 서로한테 시비 거는 것 같아서 ....... 하지만 근본은 진지한 사람이에요!"

    "선생님, 성실한 사람은 지각 안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만 성실한 척하면서 착한 아이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말아 줄래? 못 하는 내가 눈에 띄잖아."

    "아니, 못한다고 인정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할 수 있으면 누가 고생해~"

    "둘 다, 내가 선배랑 얘기하고 있잖아. 조용히 해."

    "예."

    "예."



     뭐, 뭐지.

     이 아키라 군과 아사이 씨만으로는 콤비로서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데, 이부키짱이 끼어들면서 절묘하게 호흡을 맞추는 삼총사는.

     그녀가 끼어드는 것으로 완화제가 된다고나 할까, 오히려 끼어들었다고 오해한 것뿐이지 사실은 그녀가 이 콤비를 밖에서 눌러주는 그릇 담당이라고나 할까 .......



    "일단, 다시 한번 자기소개를 할까요? 선배."

    "아, 네."



     선배의 위엄, 종료의 안내.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