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2화 깊어지는 오해(2)
    2023년 12월 02일 23시 26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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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아, 피곤하다 ......"



     이상한 오해를 받은 탓에 쓸데없는 심적 부담을 안게 된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교복을 그 자리에 벗어던지고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버렸다.

     푹신푹신하게 온몸을 받쳐주는 매트리스 위에서 의미 없이 두 번, 세 번 몸을 뒤집으며 업무용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아, 제출물의 독촉이 왔었네."



     항상 업무용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어느 정도는 업무 연락이나 채팅을 확인하지만, 역시나 집에 돌아와서 안정된 후에 다시 한번 확인하다 보면 놓친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매니저의 독촉은 알아차리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반면, 어차피 평생 모르고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복잡한 심정도 든다.

     하지만 제출 기한이 가까워지면 쿠죠 씨가 집에 와서 제출물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 뒤에서 일하면서 감시를 해주기 때문에 게을리할 수는 없다.

     

     쿠죠 씨는 오늘 중으로 제출하라고 했지만,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일단 다음 주 중으로 반드시 ...... 라며 넉넉한 기한을 정해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이번 주 중 ......, 주말에는 ......, 이렇게 단계적인 공방전을 펼친 끝에 내일까지의 기한을 얻어냈다. 앗싸.

     ...... 아니,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다음 주와 오늘 중의 사이에서 최종적으로 내일이라는 것은 결국 쿠죠 씨에게 당한 거 아니야?



    "뭐, 뭐 좋아. 그보다 채팅에 답장해야지."



     어젯밤부터 쌓여있던 루리 씨의 애묘 사진에 귀엽다고 적당히 답장하고, 여전히 시끄러운 야나기의 사랑의 시를 읽고, 정기적으로 도착하는 야마다 씨의 추천 웹소설에 '좋아요' 스탬프를 누른다.

     마지막으로 알테마 서버에서 아이바 쿄스케의 이름을 발견하여 "야이 할렘놈아~"라고 장난스럽게 말을 거는 것으로 채팅의 확인은 끝났다.

     다른 채팅은 학교에서 답장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남은 것은 중요도가 낮은 것들만 있었다.



     자, 이제 집에 가서 할 일은 끝났으니 다음에는 내일 제출물이라도 정리해야지 생각하고 있자 새로운 채팅 알림이 왔다.



    아키라≫ 동기에게서 확인했습니다. 합방 괜찮을 것 같네요



     4기생인 아키라 군이다.

     아마 타이밍적으로 내가 알테마 서버에 글을 쓴 것을 보고 채팅을 보낸 것 같다.



     그한테는 오늘 아침 중에 가오에게 연락을 취하게 하여, 4기생과 합방이 가능한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솔직히 갑자기 합방하자고 갑자기 제안하면 기겁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가오와 아사히 군은 남자끼리 어느 정도 교류가 있었던 모양인지 이야기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가끔은 그 녀석도 도움이 되는구나.



     아, 그래도 아키라 군은 가오가 있었기 때문에 문제없었지만, 그의 동기들한테서 "논란만 일어나는 믿을 수 없는 쿠로네코 씨와 합방하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들으면 어떡하지?" 라며 혹독하게 거절당하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이제야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가오 녀석, 직접 4기생들과 합방을 해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 놓더니, 자신은 알선만 하고 나머지는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라고 하다니.

     그런 식으로 4기생 합동 방송을 제안받으면, 설령 당사자가 없어도 분위기상 거절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으면서.

     뭐, 그 사람 나름대로 "이제 너도 4기생과 접해보는 건 어때?" 라는 배려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끝까지 돌봐달라는 느낌이다.



     그렇다, 나와 4기생과의 직접적인 인연은 아직 없다.

     그들이 데뷔한 시기가 여름이 끝날 무렵이었기 때문에, 타이밍상 나는 광고를 위해 베아코와 협업이 많아지기도 했고 그 이후 근신하는 등으로 관여할 기회가 없었다.

     가끔 스튜디오에서 스쳐 지나갈 때 인사를 하거나 사무실에서 마주치는 정도였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기억은 거의 없다.

     애초에 내가 먼저 나서서 후배에게 말을 거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고, 그 때문에 상대방도 논란만 일어나는 선배에게 어떻게 말을 걸면 좋을지 거리감을 종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합방은 드디어 4기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로서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올해 들어 근신도 많았고, 특정 인물과 합방만 하다 보니 고립된 느낌이라 다른 방송인들에 비해 새로운 교류가 없었으니까.

     좋아~ 여기서 한번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의지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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