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2화 깊어지는 오해(1)
    2023년 12월 02일 23시 25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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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쿠로네 씨에게 나쁜 벌레가 달라붙기 전에 우리끼리 크리스마스 일정을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뭐?"



     항상 여자애들에게 너무 친절하다니, 신경 쓰이는 대사를 너무 한다느니 하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치정싸움이라는 이름의 연애에서 잠시 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나서 다소 개운한 표정의 스즈짱이 나를 향해 말했다.



    "음, 그거 혹시 크리스마스 데이트에 나도 참여하라는 얘기?"

    "데이트가 아니라 파티."



     아니, 아까까지 보기 싫은 애정행각을 눈앞에서 보여줬는데, 그런 상태에서 둘만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하는 건 무슨 심보인지.



    "좋아! 마이는 초대해도 안 오니까 매년 둘이서만 했는데, 올해는 셋이서 즐겁게 보내자!"



     우와, 이쪽도 의욕이 넘치네.

     뭐, 의외로 질투심 많은 스즈짱이 초대해준 것이고,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토모짱 입장에서는 그녀만 허락한다면 인원이 늘어나는 걸 거절할 리가 없지.

     하지만 참여한다고 말하면, 나는 백합 사이에 끼어있는 방해꾼이 되어 어색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어차피 스즈짱도 진심으로 초대하는 게 아니라 친구라면서 신경 쓴 것일 테고, 여기서는 적당히 거절해야──,



    ".........

    ".........



     아니, 두 사람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면 이 초대가 배려 차원의 인사말이 아닌 순수하게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도 이상한 거리낌 없이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가...... 하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 같은데 이미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미안, 사실 이미 약속이 잡혀 있어. 그래서 같이 놀 수 없어."

    "그렇구나~. 아쉽지만 이미 정해져 있다면 어쩔 수 없겠네."



     생각해보니 항상 이벤트 시즌에 놀자는 말을 들어도 매번 방송이나 레슨으로 스케줄이 꽉 차서 대부분 거절하고 있는 것 같다 .......

     그, VTuber는 이벤트 시즌에는 뭔가 해야 한다는 경향이 있잖아.

     일단 쿠죠 씨는 내가 학생이라서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스케줄을 짜주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거래처나 스튜디오 관계상 일정을 조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반 친구들이 놀자고 해도 항상 거절하는 성격 나쁜 녀석으로 확정되지나 않았으면 좋겠는데 ....... 따, 딱히 반 친구들의 평가 따위는 상관없지만, 그것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건 싫어서 신경 쓰는 것뿐이야.



    "크리스마스에 예정되어 있다라 ......, KFC의 아르바이트 같은 거?"

    "아~ KFC는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크리스마스를 비울 수 있냐고 꼭 물어본대잖아? 그럼 어쩔 수 없겠네."

    "그래, KFC라면 어쩔 수 없지. 그곳의 크리스마스는 전쟁터니까."



     내 걱정과는 다르게 이상한 자기 해석을 하며 팔짱을 끼고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토모짱과 스즈짱.

     어, 혹시 내가 크리스마스에 약속이 있다고 해서 KFC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어?

     보통 크리스마스에 약속이 있다고 하면 다른 친구들과 놀기로 약속했거나 남자친구와 데이트할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지 않아?

     그런데도 제일 먼저 아르바이트라고 단언하는 걸 보면, 나한테 그런 상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으으으으음 ......"



     정정하고 싶다.

     정정하고 싶지만, 착각은 오히려 이용하라고 했던 아마네코 냥의 말을 떠올리며 참는다.

     매번 놀자고 해도 거절하는 것은 아르바이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설명이 편하고, 크리스마스는 아무래도 스케줄을 뺄 수 없어서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게 편하다.

     오히려 오해라고 한들 VTuber 활동 대신의 바쁜 이유를 설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 녀석이 뭐가 바쁘냐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를 고민한 나는,



    "KFC 할인 예약, 곧 종료됩니다~...... 서둘러주세요~......"



     힘없이 흐름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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