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0화 가오 선생의 방과후 상담실(1)
    2023년 12월 02일 22시 14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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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너는 뭘 고민하고 있는 거지?"

    "뭐?"



     방송이 끝난 후 잠시.

     아마네코 냥처럼 반성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의 근황을 보고하는 것도 아닌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고, 슬슬 뭔가 이유를 대며 통화를 끝내려던 찰나에 가오가 입을 열었다.



    "방송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알테마의 방송을 거의 다 섭렵한 사람이다. 즉,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다 파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

    "스, 스토커라는 말씀이신가요?"



     갑작스러운 가오의 커밍아웃에 나도 모르게 겁먹는다.

     그런 건 이자요이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



    "아니! 네놈이 안고 있는 문제도 나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것뿐이다!"

    "아하."



     급락하던 가오의 주가가 아슬아슬한 곳에서 멈춰 섰다.

     이럴 때에도 말투가 수상한 가오지만, 나름대로 나를 걱정해주고 있는 것 같다.



    "모처럼이니 이대로 가왕 선생님의 상담 교실 방과후 편을 개최해도 괜찮다만."

    "방과후 편이라니, 완전 야한 거잖아 ...... 영혼의 구원은 어디로 가버린 거야 ......"

    "네놈에 맞게 명칭을 바꾼 것뿐이다!"



     이것도 그 나름대로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일까.

     아무래도 방송에서 가오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을 어느 정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

     뭐, 이쪽에 맞췄다지만 여전히 어색한 단어 선택이라서 의미가 불분명했지만.



    "그래서? 상담자인 쿠로네코 씨는 뭘 고민하고 있는 거지? 내게 속내를 털어놓아라."

    "음......"



     솔직히 왜 가오한테 상담할 필요가 있냐, 좀 더 친한 상대가 낫지 않겠냐 등의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말은 거침없이 나왔다.

     그것은 가오가 남자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리 친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솔직히 이대로 합방을 계속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무리 합방을 해도 그것으로 내가 성장했다는 느낌도 없고, 극복해야 할 부분도 그렇게 쉽게 고칠 수 있었다면 고생 안 했고. 난 길을 잃은 걸까."

    "흠, 언어화할 수 있을 정도로는 생각의 정리가 된 것 같군"

    "뭐, 지난번 합방 후의 반성회에서 이것저것 많이 들었으니까 ......"



     그리고 아싸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보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하고 마는 것 같아.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하지만~ 애드리브 연습을 하라든가 멘탈을 단련하라든가 하는 건 무리야! 의식하는 것만으로 어떻게든 될 거였다면 활동한 지 반년 정도 지났을 때 논란이 없었겠지! 벌써 1년 반이나 하고 있는데도 어쩔 수 없으니까 불가능해, 무리무리무리무리~!"

    "그렇겠지. 네가 말하는 방송력, 실력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단련해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쌓여서 생기는 거다. 조금 합방한 정도로 어떻게든 되는 거였다면 지금쯤 버튜버계는 유유백서의 말기처럼 실력 인플레이션이 일어났겠지."

    "크으으....."'



     대응력, 정신력,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 속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즉, 아싸가 그늘에서 음습하게 키워온 것을 한 달 정도 햇볕에 노출시킨다고 해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들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도전과 성장을 포기하는 것은 오히려 방송인, 아니 사람으로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뻔한 말을 하자면 넌 열심히 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는 체감하지 못할지 몰라도 데뷔했을 때와 비교하면 훨씬 성장했을 테고,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배우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야 나도 예전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자각은 있지만 ......, 그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조바심도 있어서 ......"

    "너 같은 성격한테는 지겨운 말이겠지. 자각이 있기에, 자기 분석이 가능하기에 이런 식의 무미건조한 말은 의미가 없다.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눈에 보이는 한계돌파(싱귤래리티)겠지?"



     어쩌면 그 싱귤래리티의 사용법은 잘못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무엇을 가지고 성장이라고 판단하는가? 그 성과란? 결말은 어디로? 도대체 너는 무엇이 되어야 만족하는가? 그게 전혀 불분명하군."

    "커헉."



     마, 말해서는 안 될 것을 말했구나, 이 가오 .......

     너무 직설적인 말이 가슴 한가운데를 관통해 피를 토하나 싶었다.

     아니, 하지만 사실 그 말이 맞으니 뭐라 반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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