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이부키 마시로2023년 12월 03일 19시 01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다시 소개하자면, 이부키 마시로입니다. 평소에는 잡담이나 ASMR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존경하는 쿠로네코 씨께서 합방을 제안해 주셔서 매우 긴장하고 있습니다! 실례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자기소개를 들으면서, 알테마 공식 홈페이지의 탤런트 소개란을 살펴본다.
이부키 마시로의 페이지를 열자 핑크와 화이트의 그라데이션으로 물든 긴 머리의 소녀가 화면에 비쳤다.
소개 페이지에서는 허리부터 위까지만 나와있어서 있어서 알 수 없지만, 아마 트위터에 공개된 삼면도에서는 무릎 뒤쪽 정도까지 머리카락이 늘어졌을 것이다.
"얼레, 왠일로 착한 아이처럼 구네?"
"왠지 목소리 톤이 평소보다 높지 않아?"
아사이 씨와 아키라 군이 이부키를 놀리는 듯 야유를 날린다.
아까 이부키짱이 두 사람을 어린애 같다고 말한 탓에, 내 머릿속에는 두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
"선배, 이 녀석 이렇게 성실한 척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초 멍청이라서 별로 믿을 수 없슴다."
"평소에는 우리가 돌봐주는 쪽이라고요. 선배 앞에서는 똑 부러진 느낌이지만 어차피 금방 들통날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소개하는데 방해하지 마~! 게다가 모처럼 좋은 분위기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 안 좋은 점을 들춰내다니! 그럼 이쪽도 아키라 군과 시아짱을 방해한다!?"
"딱히 이부키처럼 나쁜 점이 없어서 괜찮습니다만? 오히려 착한 아이인 이부키가 남의 단점을 비웃을 수 있으려나~"
"아까 마음껏 안 좋은 점을 노출시켰으니 뭐든 상관없어. 어차피 난 사회 부적응자니까~"
"왜, 왠지 미안하네?"
"사과하지 마"
"어색해."
이 세 사람, 가만히 놔두면 내가 대화에 참여할 틈이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대화가 진행된다. 상대를 긁는 것을 대화로 쳐야 할지는 미묘하지만.
이대로라면 선배인데도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 나란히 걸어가면 한 명만 뒤에서 걷는 아이가 되어버린다.
선배의 위엄을 되찾기 위해, 이곳에서는 억지로라도 대화에 참여해서 자기소개를 해야 ......!
"이, 이부키짱은 ASMR 같은 걸 하는구나! 요즘 유행하고 있고 좋다고 생각해!"
좋다고 생각한다니 뭐야. 그보다 웬 눈치야.
일단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생각에 적당한 말을 내뱉어 버렸다.
하지만 이부키짱은 나의 서투른 대화의 실마리도 놓치지 않고서,
"사실 목소리로 하는 일에 관심이 있어서! ASMR에 도전하고 있어요!"
목소리의 일을 하고 싶어서 ASMR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다소 어긋났다고나 할까, 약간 날카롭다고나 할까. 최근 인터넷의 보급으로 아마추어도 동인 음성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VTuber 자체가 목소리로 하는 일이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ASMR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면 향후 미디어 노출이 늘어날 때 성우 등의 제의가 들어올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데뷔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자신의 꿈을 가지고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은 후배지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 쿠로네코 씨만 괜찮다면 4기생 합방이 끝난 후 솔로로 합방하지 않으실래요 ......? 쿠로네코 씨의 ASMR,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뭣."
"Discord에서는 바이노럴 마이크가 지원되지 않으니 만나서 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설마 4기생 합방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다음 합방 약속이 잡혀버렸다.
아니 뭐, 그냥 거절하면 되는 이야기지만, 나의 부족한 소통 능력과 어른들의 세계를 알아버린 지금의 쿠로네코 씨로서는 무턱대고 거절하는 것도 꽤나 어려운 일이다.
여기선 ......,
"이, 일단 회사에 문의해서 검토해 보겠습니다 ......"
"네! 잘 부탁드립니다!"
큭, 무력한 나를 용서해 줘.
그런데 다시 한번 이부키짱의 모습을 보니, 눈빛은 온순하고 순한 인상을 주는데 가슴은 흉폭할 정도로 커서 그 갭이 엄청나네요.
오프숄더 니트에서 보이는 가슴골이 흘러내릴 것 같을 정도로 크다.
알테마는 전연령대 콘텐츠의 VTuber 사무소지만, 2d 아바타와 ASMR이라는 정보만 놓고 보면 이부키짱은 개인으로 활동하는 약간 야한 VTuber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상대와의 합방은 뭐랄까, 좀 거시기한데.
아니 뭐, 이부키짱은 평소 건전한 ASMR이나 시추에이션 보이스로 활동하고 있는 성실한 아이지만.
"자, 다음은 아키라 군이."
"뭐, 못하는데? 다시 자기소개라니 부끄럽다고."
"잠깐, 선배에게 실례잖아?"
"뭐, 이름은 제대로 말했으니 동의. 그보다 시로가 자기 마음대로 자기소개를 시작한 것뿐이잖아?"
"윽, 그건 그렇지만 ......"
악동 콤비의 말에, 이부키짱은 방금 전의 기세를 잃어버렸다.
언뜻 보기에는 선배들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두 사람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부키짱이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보통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자기소개를 하고서 자신을 알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소통 방법이지만, 인방 업계에서는 이름만 밝히고 이후 자연스럽게 게임이나 장난을 치며 친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마 이 두 친구도 그런 동네 출신이라서 새삼스럽게 제대로 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귀찮았을 것이다. 참고로 고등학교 때 자기소개조차 실패한 내가 말하자면, 자기소개 따윈 엿이나 먹어라.
하지만 이부키짱은 믿음직하지 않은 선배인 나를 대신해 진행을 해준 것뿐이다. 원래대로라면 선배로서 진행을 맡아야 할 내가 진행을 맡지 못한 것이 잘못이다.
딱히 쿠로네코 씨를 상대로 같은 회사 소속이니 선후배니 하는 이유로 형식적으로 자기소개를 제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모처럼 후배가 신경 써줬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선배로서 명분상 좋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는 일단 도와줘볼까라는 느긋한 생각을 하고 있자,
"운다?"
이부키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더 이상 괴롭히면 내가 울어버릴 거야. 선배들 앞이니 회의니 상관없이 울어 버릴 테니까. 쿠로네코 씨가 아무리 말려도 멈추지 않을 테니까."
"이, 이봐"
"ㅈ됐네, 사과해라 아키라."
"내, 내가!? 너도 사과해!
"뭐든 상관없으니 일단 사과해, 귀찮아지기 전에."
"하아 ......, 울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여자는 귀찮아."
"우와 나왔다, 여성 비하. 그거 논란각입니다, 자 녹음했습니다. 지금 당장 사과해. 시로에게 사과해. 그리고 나한테도 사과해."
"내가 울고 싶을 정도라고, 그보다 역시 너도 잘못했잖아 이거."
"5, 4, 3,"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어! 울면서 카운트다운이 말이 되냐!? 사실은 꽤 여유 있잖아, 너어!"
"2ー"
"아이 진짜, 죄송합니다! 자기소개를 하면 되는 거잖아, 하면!"
"1."
"어, 이거 혹시 나도 사과하는 돼!? 어, 뭔가 죄송했습니다. 까라고 하면 까겠습니다, 예."
"0, ...... 용서할게."
그리고 방금 전의 소란스러움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내 말을 기다리는지,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럼 한 마디 해도 될까?
"난 뭘 보고 있는 거람."
동기들끼리 꽁냥대기는!728x90'인터넷방송(인방) > 미소녀가 되서 치켜세워지면서 인생 이지모드로 살고 싶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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