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8화 극・얼티밋 선샤인 잡담 ~계절을 벗어난 여름과 함께~ [쿠로네코 씨/나츠나미 유이](3)
    2023년 11월 30일 00시 07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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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가 첫 상대라서 다행이야."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내가 시청자와 장난치는 것을 따스하게 지켜보거나, 아니면 놀리는 쪽으로 돌아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제대로 지적해 주는 것이 역시 나츠나미 유이의 장점이다.



    "뭐, 부탁을 받은 이상 제대로 해야지."



    : 방송하기 전에는 그렇게 고집을 부렸으면서

    : 어찌 되었든 협조해 주는 게 상냥해.

    : 여러 가지로 따지는 것도 다 쿠로네코 씨를 생각해서 그런 거지

    : 사랑이야, 사랑

    : 뽀뽀해

    : 첫 상대!?



    "할 리가 없잖아! ......, 아이 정말. 쿠로네코의 방송에 오면 여전히 이상해져."



     평소의 유이는 JK라는 설정을 지키며 밝고 활기차게 활동하는데, 나와 합방을 할 때는 아무래도 어딘가 모르게 원래의 모습이 섞여 버린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갭이 느껴져서 좋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유이 입장에서는 콘셉트가 무너지는 게 별로 좋지 않겠지.



    "그래서 오늘 방송은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이야기를 해볼게요"

    "갑자기 왔네."



    : 이야기 돌리는 방식이 너무 서툴지 않아?

    : 어마어마한 화제의 급커브. 야구단 입단이라도 노리고 있어?

    : 계기를 잘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싸의 습성이니 용서해 줘...

    : 평생 둘이서 떠들고 놀림당하는 것만 해도 만족

     

     

    "보통 이야기를 시작할 때 '그런 것으로 해두고'라고 말해두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



     한숨 돌릴 때나 화제 전환에 쓸 수 있는 유용한 문장이다.



    "그래서, 서로 근황 보고를 하려고 하는데요~ ...... 저는 근신이라서 계속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끝."

    "빨라!?"

    "어, 사람이란 게 다 그런 거잖아. 평소처럼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와서 자고. 이것 봐, 별다른 화젯거리가 없잖아."


     

    : 이해해.

    : 인생은 일상의 반복이니까...

    : 학교와 회사를 오가는 것만으로는 대화 소재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

    : 쿠로네코의 방송에서 처음으로 공감했다.



    "아니 아니, 좀 더 뭐랄까. 친구랑 놀다가 이런 일이 있었다든가, 등하교 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든가, 뭐 그런 거 있잖아?"



    : 친구 없음

    : 등하교 중에는 계속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서 딱히

    : 아이스바의 하나 더에 당첨됐는데 그런 얘기 들으면 기분 좋아?

    : 아싸 얕보지 마라

    : 집이 아니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거, 거짓말 ......"

    "유이, 평범한 사람은 말이지. 애초에 화제성 따위는 신경 안 쓰고 살아가니까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는 거라구."

    "넌 방송인이잖아."

    "아 맞다."



     하지만 평소에 '이거 방송에 쓸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니까.

     애초에 남에게 이야기할 만한 소재가 부족하지 않은 삶이었다면, 버튜버가 되어서 지금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았을 테고.



    "그럼 인터넷 뉴스에서 궁금했던 이야기나 새로 출시되는 게임 이야기라도 상관없을 것 같아. 사소한 관심사부터 화제를 넓혀야 해."

    "주제는 근황 보고니까 그냥 잡담 같은 건 필요 없는데?"

    "확실히 어느새 이야기 주제가 바뀌었네!? 그보다 쿠로네코가 금방 끝나니까 그런 거잖아!"

    "와하하."

    "적당히 웃는 것으로 넘어가지 말고!"



    :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하지만 이것도 잡담방송 때 화제를 만드는 좋은 조언이야!

    : 나는 매일 무미건조하게 보내니까 근황 보고만 늘어놓으면 고무링 같은 맛밖에 안 나거든.



    "고무줄이라면 몇 번이든 씹을 수 있잖아. 간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달라진다고 하더라."

    "씹지 말고 맛보지 마."

    "유이는 걱정도 팔자야."



     방송하기 전에는 그렇게나 의욕이 없었는데.



    "하아......, 애초에 스스로 제공할 수 없는 걸로 수다를 떨면 안 되잖아."

    "흐흥, 걱정 마. 원래부터 유이에게 제공받을 생각이었으니까!"

    "떠, 떠넘기기......"

    "실례야. 제대로 목적이 있다구."

    "목적?"



    : 설마...

    : 이봐, 그만해.

    : 숙덕숙덕

    : 뭐야?

    : 왜?



     갑자기 시끄러워진 채팅창을 뒤로한 채, 나는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이번의 진짜 목적을 전달한다.



    "바로바로~ 유이와 리스의 데이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자!"

    "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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