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잡담] 반성회 [쿠로네코 씨/알테마](1)

 

"네,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다냐

: 오랜만입니다.

: 기다렸어



　길고도 짧은 근신 기간이 끝나고 오랜만의 방송.

　평소처럼 인사를 하는 것에도 약간 어색함을 느끼며 방송을 시작하자, 시청자들도 어딘지 모르게 남의 일 같은지 낮은 민도를 숨기며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음~ 오랜만의 방송입니다. 그렇게 말해도 2주 정도?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 기다렸습니다!

: 복귀 방송 반가워

: 사건 다음날의 사과방송 이후

: 근신 중엔 뭐 하고 있었어?



"근신 중?　특별히 한 건 없었어.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공부나 하고 있었거든."



: 공부?

: 공부라고요?

: 그 쿠로네코가?



"어이, 내가 공부하면 이상해?"



: 그렇지 않은걸~

: 공부 중요하지

: 정말로 수험생인가...?

: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 없잖아



"너희들, 오늘은 얌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하네 ......"



　아무래도 2주 정도로는 시청자도 별로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 복귀했는데 한번 정도는 봐주는 거지

: 요즘 시청자의 민도가 나빠졌다고는 생각했어요.

: 올해 들어 좀 분위기가 안 좋은 일이 많았지?

: 앞으로는 업계에서 가장 성실한 시청자가 되자.

: 일단은 세계정세에 대해 채팅으로 이야기해도 되지?

: 쿠로네코가 지지하는 정당 있어? 외국도 괜찮아.

: VTuber로서 보기에 국내의 사회 격차에서 발생하는 빈곤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우리 청취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잠깐잠깐, 방송과 상관없는 얘기 하지 마!　그보다 정치 얘기는 위험해!"



　정치와 종교와 야구 얘기는 인터넷에서 하지 말라고 의무교육에서 배웠다고!



　아무튼, 아무래도 시청자들은 내가 근신하는 2주 동안 여러 가지로 느끼는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뭐, 최근, 아니 올 한 해는 VTuber가 유명해진 덕분에 전체적으로 신규 시청자가 늘었고, 나의 경우 3D 공개를 통해 유입된 사람이 많았던 탓에 채팅창이 다소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화기애애했던 투닥거림도 어느새 신규 진입으로 인해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고, 그중에는 그런 옥신각신을 걱정하는 사람도 간간이 눈에 띄게 되었다.

　쿠로네코 씨의 채팅창의 민도가 나쁘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특히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광고 방송의 그것으로 이어진 거다.



　그 방송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쿠로네코의 시청자였다는 것도 아니고, 시청자가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 청취자들에 대한 방임주의가 쌓이고 쌓여 초래한 결과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최소한의 배포 규칙을 정하자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방송 규칙을 정했습니다!　우리 시청자라고 하면 최소한 이것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거지."



: 요즘 유행하는 거네.

: 올해 들어 규칙을 정하는 사람이 늘었다지?

: 이것만은 어쩔 수 없어

: 지금까지는 암묵적으로만 하고 명시하지 않았으니까.



　뭔가 어수선해지기 쉬운 이 동네, 최근 들어서는 방송 규칙을 개요란에 기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작년에도 써놓은 사람은 있었지만, 올해 들어 신규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선배들을 따라 규칙을 정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우리도 일부 온건파 시청자들이 종종 마슈마로에서 규칙을 정하라고 했지만 그동안 무시해 왔는데,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규칙이라는 것은 당사자가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를 떠나서, 명시해 놓으면 거기에 규칙이 제대로 있다는 증거로 연결되는 것이니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그 부분은 제대로 해 놓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규칙에 신경 쓰는 것도 나는 좋아하지 않으니 최소한으로 가자."



: 그래

: 갑자기 빡빡해지면 당황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 지금의 분위기도 싫지 않아.

: 규칙은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그래. 그럼 우선...... 뭘로 할래?　뭔가 해달라는 규칙 있어?"



: 매일 방송한다.

: 안녕하다냐는 반드시 

: 시청자의 말에는 절대복종한다.



"그건 시청자가 아니라 나에 대한 규칙이잖아!　게다가 뭔가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