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0 대군과 마녀 ①
    2021년 01월 27일 21시 55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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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2651eh/40/





     "카미유 전하, 조금 괜찮으시겠습니까?"


     케니스타 왕국의 왕도. 그 중심에서 제일 커다란 부지를 점유하는 것은 왕궁과 왕성이며, 왕국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제일 커다란 건물이기도 하다.

     그 중의 문관동의 한 방에서 집무를 보고 있던 카미유는, 지방도시의 치안유지 보고서에서 얼굴을 들고, 노크도 없이 들어온 작고 살찐 남자를 보며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재상인가."


     5년 전에 유학에서 돌아와 현재 19세가 된 카미유였지만, 그의 입장은 미묘했다.

     

     "노크 정도는 하는 게 어떤가요?"

     "이런이런, 죄송합니다. 저도 바쁜 몸이었으니, 용서를."

     가벼운 어조로 고개를 숙이는 재상인 카드 후작에게, 카미유는 모친에게서 물려받은 선명한 흑발을 쓸어올리면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용건은 뭔가요?"

     "앗차, 그랬군요. 이래저래 5년이나 되었지만.....약혼자와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


     족쇄로서 맺어진 약혼자.


     "딱히 아무 일도 없습니다. 상대는 아직 10살 아닙니까?"

     "그건 안되겠군요. 그녀가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결혼하실 예정이니, 지금 안에 마음을 통하게 두지 않으면, 그녀가 곤란해 하지 않겠습니까?"


     카미유가 귀족의 기반이 되는 이유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설령 기반이 없어진다 해도, 그래서 형이 암살을 단념해준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 영애라 해도, 어떤 벽지로 간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 사람이......'

     유학귀환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만났던, 흑발의 하프엘프 소녀.

     족쇄 삼아 맺어진 약혼녀가 흑발의 하프엘프라고 듣고서, 카미유는 그녀인가 기대하며 마음을 두근거렸지만, 그녀가 아직 5살의 아이라고 듣자, 제멋대로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실망하고 말았다.

     그랬기 때문에,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하프엘프라는 존재에게서 무의식 중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있다. 자신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그 대사를 어떤 의미로 입에 담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카미유는 다시 만날 것을 믿고서, 완고하게 약혼녀를 무시하고 있었다.


     "일단, 캐롤 양과 교류의 기회를 만드십시오. 이건 전하의 몸을 염려한 왕비님의 '부탁' 입니다."

     "........알겠습니다."


     재상이 돌아가고, 시녀도 물리친 집무실에서, 카미유는 혼자서 성대히 한숨을 지으면서도, 약혼자와 만나려고 예정을 짜기 시작했다.


       ***


     "캐, 캐롤 아가씨. 저까지 성에 와도 괜찮은 걸까요?"

     "응."

     화려한 마차 안에서 호쾌하게 시선을 두리번거리는 마이아를 보고, 저는 그녀의 손을 잡고서 안심시키려는 듯 탁탁 두드려 주었습니다.


     드디어 약혼자인 대군 씨를 만나러 성에 오는 날이 와버렸습니다.

     조금 지나서 성에 도착하였지만....


     "(아, 아가씨.....)"

     "(응. 괜찮아)"

     안내해주는 시녀들이 마치 부모의 원수라도 보는 듯한 얼굴로 저희들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마이아가 겁먹고 말았습니다.

     정말 적당히 하지 않을래요......? 이 나라에서 마이아의 가족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왕성에 섬멸마법을 쏘아서 불바다로 만들고 도망칠 수도 있다구요?


     저도 참 호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약하면 지킬 수 있는 것도 못 지킵니다.

     요즘엔 불이 안 나도록 빙계통만 쓰고 있던 영향인지, 제가 전신에 마력을 흘려보내자 주변의 기온이 내려가서, 걷는 발밑이 약간 얼어서 끼익하는 소리를 냅니다.

     안내해주는 시녀들의 표정은 약간 새파래졌으며, 성 안에서 느껴지던 조소같던 시선도 저의 마력을 느끼고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쪽이에요."

     "그래, 고마워."

     안색이 나빠진 시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저는 전신에 흐르고 있던 마력을 반절 정도 떨어트리고 열려진 문을 지나갔습니다.

     커다란 책상에서 한 남자가 고개를 들고서, 커다란 창의 역광을 받으며, 조용히 다가와 오도카니 혼잣말을 했습니다.


     "........비슷해."

     "네?"


     영문을 모를 말을 중얼거린 검은 머리의 청년은, 정신을 차린 듯 입가를 가리면서, 다시 저를 보았습니다.

     "아르세이데스 가문의 캐롤 양입니까?"

     "네, 카미유 전하시네요."

     그렇게 확인하고서, 이 5년 동안 주입된 카테시를 보여주자, 카미유 전하는 저를 소파로 안내하면서, 자그맣게 "작네."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제가 작은 건 알고 있다구요. 그런데......저도 그를 보고 어디선가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디였더라? 이런 어른 남자와 아는 사이가 된 적이 있었을까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성의 테라스에서 흑발의 소년과 밤에 만난 일이 있었는데, 상냥하고 명랑한 느낌이었던 그가 약혼자를 5년이나 방치했다니, 인상과 다릅니다.


     마이아가 겁먹은 표정으로 문가의 시녀들의 대열에 합류하자, 저의 정면에 앉은 카미유는 그런 마이아와 시녀들의 표정을 보고, 약간 한숨을 쉬었습니다.

     "불쾌한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면 미안합니다. 그녀들은 내 입장을 생각해주고 있기 때문에."

     ".........."

     뭐, 인족지상주의인 케니스타 왕국에서 아인인 약혼자를 가지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저도 압니다.

     "미안합니다."

     분위기가 변한 것을 눈치챈 걸까요, 카미유님이 소년같은 표정으로 웃습니다.

     "........"

     왠지......기묘한 기분입니다.

     "캐롤 양도 어린 시절에 갑자기 아홉 살이나 연상인 남자와 약혼하게 되어 곤란했을 겁니. 전 당신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습니. 지금은 아직 제게 힘이 없지만, 당신이 바라지 않는다면, 바로는 안되겠지만 당신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파혼할 수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 때까지는 저와 어울려 주시길."

     ".......응."

     

     카미유님은 거기까지 말하고서, 시녀들에게 고급 과자와 차 등을 마련하게 하고, 자신은 집무로 돌아갔습니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때우면 충분할까요?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졸음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카미유님의 책상에서 서류가 한 장, 둥실거리며 제 발밑에 떨어졌습니다.

     "이건......"

     아르세이데스 변경백령의 간이수지보고서? 의 일부같네요.

     "아, 미안합니다."

     카미유님이 고개를 들자 한 시녀가 서류를 가지러 왔습니다. 전 그걸 손으로 제지하고서 스스로 카미유의 책상까지 들고 갔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카미유님, 아르세이데스 령에 이런 부서는 없는데요?"

     "음?"

     제가 서류의 일부를 가리키자, 카미유님이 들여다 보았습니다.

     마의 숲에 인접한 아르세이데스 변경백령에, 와이번같은 대형생물에게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중장부대가 7년 전부터 가동하고 있어서, 나름대로의 예산이 든다고 쓰여져 있었지만, 그런 부대는 본 일이 없습니다.

     와이번 사건 후, 5년 전에 거대 웜이 출현한 일이 있었지만, 기사단에 피해만 내고 도망치고 말았으니까요. 그보다, 그건 그냥 지나가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쪽의 특별 예산의 조성금도 필요없잖아요?"

     "그렇군. .....하지만, 괜찮겠습니까? 당신의 실가잖아요?"


     실가를, 가족을 팔아넘기는 듯한 짓을 해도 괜찮은가? 라고 카미유님이 물어봤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왔으니까요."

     ".........그렇습니까."

     그것 만으로도 눈치채 준 카미유님이, 저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짧게 중얼거립니다. 그에게 있어서도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었나 봅니다.

     저희들은 둘 다 가족에게서 목숨을 위협받았었습니다.


     "......다음 달, 변경으로 시찰을 갈 예정입니다."

     "응?"

     서류를 넘겨주고 소파로 돌아가려 하던 저의 등에, 카미유님의 목소리가 닿아서, 돌아보자 그의 눈동자가 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당신도, 같이 오겠습니까?"

     "......."


     응~~............? 무슨 의도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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