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9 병약한 공략대상자
    2021년 01월 27일 14시 56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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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2651eh/39/





     다섯 살 무렵에 마술사길드의 정원에서 만났던, 병약한 소년ㅡㅡ마로.

     마치 뇌가 떠올리는 걸 부정하는 것처럼, 조금 전에 마로와 만날 때까지 그의 일을 깨끗이 잊고 있었습니다.


     "캐롤, 가자. 안내할게."

     "응."

     모처럼 안내해준다고 했으니 친절은 받아들입니다. 그건 그렇고 마로는 꽤 건강해졌네요. 피부는 약간 창백하지만, 그 발걸음도 가볍고.....

     "쿨럭."

     갑자기 마로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빙글 돕니다.

     무심코 순식간에 부축하자, 마로는 저의 어깨에 쓰러집니다. ......가벼워! 뭔가요 이 체중의 가벼움은. 저의 스탯이 올라간 것을 무시해도, 8살 아이 정도인 저와 같은 정도밖에 안되는데요?

     "응?"

     발밑에서 반짝하고 뭔가가 반사되는 빛이 보여서 밑을 보니,

     "이건......"

     "미안, 캐롤. 이제 괜찮아."

     마로는 제 다리 밑으로 뻗었던 손을 바로 웅크리고는, 입가의 피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펜던트같은 물건을 소중히 집어넣었습니다.

     저 펜던트는......이전에 욕실에 들어갔을 때도 절대로 벗지 않았던 물건이었지요? 정말 소중한 것일까요?

     그건 그렇고 괜찮아 보였는데 갑자기 각혈이라니, 커졌는데도 전혀 건강해지지 않았네요.

     어린 시절에 강제로 마로를 욕실에 들여보냈었는데, 그것도 나왔었던 걸까요. ......어라? 같이 욕실에 들어가서.....

     뭔가를 떠올리려 하자,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로에게 이름 가르쳐 줬었어?"

     "뭐, 뭐야, 캐롤. 자기소개 했었잖아."

     ".......그랬었나?"

     내가 잊고 있었을 뿐?

     "그래서 캐롤은 어디로 가고 싶어?"

     "남아있는 작은 마석을 사줄 만한 곳을 찾고 있어."

     "아 그거라면 연구동의 접수에서 수업용으로 사줄 거라고 생각해, 자 가자."

     "응."

     이상하게 빨랐던 마로의 안내로, 연구동의 접수처까지 갔습니다.

     마로도 그렇지만, 연구동은 제가 아인이어도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보다도 흥미가 없다는 느낌?

     마석은 아직 많이 있었지만, 역시 500개나 내놓으면 의심받기 때문에 이번엔 100개 정도 만으로 해두죠. 일단 소금화 5닢이 되었습니다.


     "마로, 고마워. 그건 그렇고 꽤 잘 아네. 나와 같은 신입생 아니었어?"

     "여기엔 아버님의 연구소도 있어. 나도 방 하나를 쓰고 있고."

     "오오."

     그러고 보니 마술사길드에도 아버지의 일로 왔었지요. 어딘가의 교수라도 하고 있는 걸까요.

     "방을 빌렸어?"

     "응. .....옛날, 내가 연구에 쓰던 방에서 폭발이 일어나서, 나의 콜렉......귀중한 자료가 잿더미가 되고 말았어. 정말로.....정말로 귀중한 '자료' 였는데."

     "그랬구나."

     큰일이었네요. 마로가 피를 토할 것처럼 (방금 토했지만) 분해하고 있는 걸 보니, 꽤 중요한 자료였나 봅니다.

     저도 예전에, 어딘가의 귀족 저택의 지하실을 전투기술로 날려버린 일이 있었네요. 왜 날려버렸더라? 분명, 마이아가 스토커 비슷한 일을 당했는데, 그래서 아지트였던 어딘가의 저택으로 숨어 들어가서..... 왜 그럴까요, 떠올리려 하자 다시 손바닥에 땀이 차오릅니다.

     "마술에 의한 사고라고 하지만, 그런 짓은 하지 않았어. 지하실이었고, 위험한 것도 없었는데! 그래서 난 보다 엄중한 보관장소가 필요해져서, 이곳에 방을 마련했어."

     "오오......"

     혹시 부자? 라기 보다, 마로는 꽤 좋은 집안의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볼일은 끝났습니다. 이젠 돌아갈 뿐이지만,

     "돌아가는 길, 어디?"

     "배웅해줄게."

     역시 마로는 좋은 아이네요. 귀족이라서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했지만, 예전과 변함없이 아인인 저를 평범하게 대해줍니다.

     "괜찮아?"

     "응. 이후엔 콜렉.....자료의 정리를 할 뿐이니, 이 5년 사이 꽤 자료도 쌓였지만, 모처럼 학교에 왔으니, 더욱 모아야겠어."

     "......응?"

     마술에 자료가 필요한가 생각했지만, 학교 안이 아니면 모이지 않는 자료라도 있는 걸까요?


     마로가 귀가길을 안내해주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많아진 곳에 도착하자 마로는 먹이를 노리는 듯한 눈으로 주변을 경계하는 듯 둘러보았습니다.

     뭘 찾고 있는 걸까요?

     "아, 잠깐 기다려줘."

     "응."

     제가 대답하는 것보다 먼저 마로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뭘 하나 보고 있자, 마로는 펜던트를 꺼내서, 벤치에서 대화하고 있던 상급생 여학생의 옆을 지나가ㅡㅡ


     "으아."

     "꺄악."

     "당신, 왜 그런가요?" 

     삼사학년일까요? 마로가 귀여운 두 여학생 앞에서 현기증을 일으키자, 걱정이 되었는지 말을 거는 여학생의 가슴으로 쓰러졌습니다.

     "미, 미안해요, 저, 몸이 약해서...."

     "어머, 그거 큰일이네, 괜찮나요?"

     "예, 상냥한 누님 덕분에 전 괜찮아요. 고마워요."

     "아니 뭘....."

     병약미소년인 마로가 응석을 부리자, 상급생 언니들은 부끄러운 듯 볼을 물들였습니다.


     "........"

     뭘까요? 마로는 확실히 몸이 약하지만, 보고 있자니 기묘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어째서 저 펜던트를 그녀들의 다리 밑으로 내미는 것일까요?

     그리고 뭔가 대화를 한 마로는 그녀들과 헤어지자, 묘하게 빠른 걸음으로 나무 그늘에 주저앉아서, 펜던트의 수정 부분을 통해 그녀들을 멀리서 바라보았고, 몇 분 후에 돌아오자 그제서야 처음으로 제가 있다는 걸 떠올렸는지, 정말 놀라는 얼굴을 하였습니다.

     "봐, 봤어?"

     ".....꽤 열심이던데, 뭘 하고 있었어?"

     "저기.... 귀중한 자료가 있어서 잠깐...."

     "무슨 자료?"

     ".....새, 생물학의 자료야."

     제가 가만히 바라보니, 마로는 제게서 시선을 돌리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생물의 자료? 곤충이나 약초인가요? 그것치고는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은데요?

     "".........""

     제가 다시 가만히 마로의 얼굴을 보고 있자, 마로는 여기저기로 시선을 돌리면서.

     "앗, 나, 볼일이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 알겠지? 미안해, 캐롤."

     "응. 딱히 상관없지만."

     마로는 달리는 듯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각혈과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병약한데 달려도 괜찮은 걸까요?


     자 어떻게 할까요? 교실에 돌아가도 조용한 공간을 만들 뿐이었기 때문에, 다음 수업까지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뭘 해야 할까요.

     "......아."

     모처럼 연구동에 왔는데,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보는 걸 잊고 말았네요.

     어차피 다시 마석을 팔러 갈 것이니, 길을 기억하는 사이 다시 한번 가보지요.

     방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자, 이번엔 문제없이 연구동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곳에도 연구동은 있는 모양이지만, 여긴 마로의 아버지가 출자하고 있는 걸까요? 말하면 보여주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으로 적당한 사람을 발견해서 물어보자.

     "보는 것 만이라면 맘대로 봐도 좋아."

     "응."

     자신의 연구자료에서 얼굴을 안 든 채 그렇게 말했으니 멋대로 보기로 했습니다.

     "문이 무거워....."

     노크해도 도통 대답이 없어서 멋대로 들어가 봤는데, 정말로 연구 이외엔 관심이 없었는지, 자료가 무너져서 문을 반쯤 열자 고정되어 버리거나, 경첩이 녹슬어서 열기 어려운 문도 있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제 6계급 이상의 주문을 연구하고 있을까 기대했었지만, 여긴 다른 모양입니다.

     기대 밖이어서 앞으로 몇 군데 보고 돌아가려고 어느 문에 손을 대자, 다시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또 인가요....."

     하지만, 저도 플레이어 캐릭터와 동화하기 시작해서 스테이터스가 올라갔기 때문에, 보통의 자그마한 10살 아이와는 다릅니다.

     완력 스탯을 의식하면서 손에 힘을 주입하자, 꿈쩍도 안했던 문이 끼익끼익하는 소리를 냅니다.

     꽈앙.....!

     "............"

     실수했습니다. 아무래도 자물쇠가 걸렸던 모양입니다.

     문을 열자 동시에 자물쇠의 부품같은 것이 떨어졌기 때문에, 발로 옆에 치워둡니다. 아아, 녹슬어있네요. 제가 힘을 주입한 탓이 아니었네요, 분명.

     일단 어떻게 할까요?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모처럼이니 조금만 보도록 할까요.


     안으로 들어가자 방은 어두웠고, 창까지 제대로 커텐이 쳐져 있는 모양입니다.

     태양빛이 닿으면 변지되는 물건이라도 있는 걸까요. 이런 느낌은 사진 등의 암실을 연상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쓸데없이 바깥의 빛을 들이면 안되겠네요. 무얼 연구하는 지는 신경쓰이지만, 문을 닫아서 원래대로 되돌려 두지요.

     "응?"

     플레이어 상태 정도는 아니지만, 저도 밤눈은 좋은 편입니다. 몇 초 만에 암흑에 익숙해진 눈동자가 벽 한 면에 걸려있는 사진같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뭔가 데자뷰를 느낍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다가가자, 그 도중에 뚜껑이 열려있는 커다란 상자 안에, 말려진 천 같은 것이 몇 개 들어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등불].......!?"


     안 되겠다고는 생각하면서, 생활마법인 [등불] 을 쓴 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전신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벽 한면에 붙여진 사진같은 것에는, 많은 여자들과 그 다리밑에서 위를 찍은 것이 비쳐져 있었고, 조금 전의 상자에는 여자용이라고 생각되는 자그마한 천이 대량으로 들어있었습니다.


     ".......[Fire Ball] "


     

     그 날, 마술학교의 연구동 한 곳에서, 제 5계급 [화구] 라고 생각되는 마술의 사고가 있어서, 건물 한 쪽이 소멸했다고 합니다. 무섭네요.


       *


     날아갔던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상당히 쇼킹한 일이었기 때문에, 뇌가 무의식적으로 잊고 있던 모양입니다.

     마로. 그가 필두 궁정마술사의 아들, 병약한 공략대상자, 마론이었네요.

     게임에선 그렇게까지 그려지진 않았지만, 현실이란 무서운 법입니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마론을 공략하려고 하면 악역영애 캐롤이 나타났었는데, 설마, 설마 저것과 관련되고 마는 걸까요?

     학교에서 저택으로 돌아가서, 저것과 관련되어, 악행의 증거품을 무심코 불태우고 만 자신의 어리석음에 머리를 싸매고 있자, 학교에서 돌아온 딜크가 벌레씹은 얼굴로 제가 있는 별채까지 찾아와서, 테이블 위에 한 장의 서찰을 들이밀었습니다.


     ".........이거 뭐야?"

     "쳇, 왕궁에서 네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카미유님이 널 만나고 싶어하니, 이번 주말에 성에 오라는 분부다. 잘 들어, 착각하지 마. 너 같은 아인이 카미유님의 약혼자가 된 건 정치적 판단이다. 넌 평생 나한테 길러지면 되니까."

     "........."


     카미유라면.....혹시, 5년 동안이나 방치되었던 저의 약혼자인가요?

     이제 와서, 무슨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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