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원쓰리마트] 콜라보 상품을 개발하라! [알테마/HackLIVE](3)

　왔다, 여기다.

　아까까지 HackLIVE에게 말을 많이 시킨 탓에,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 언제 발언권이 주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찾아온 기회는 스스로 잘 잡아야 한다,



"알테마가 먼저 해. 아까부터 우리가 너무 많이 말했으니까. 이제 그만 그쪽에서 말하게 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화를 낼 거야."

"은근슬쩍 나를 포함시키지 마."

"그렇군요, 그럼 알테마 분들에게 먼저 신상품을 발표하도록 하지요!　괜찮으세요?"

"아, 네, 네 ......"



 왜지?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카미쿠이 크즈레라면 분명 선공을 택할 것 같았는데.

 일부러 미운 놈 떡 주는 것처럼 우리한테 먼저 양보하다니 ......?

 

 스태프가 컴퓨터를 조작해 스튜디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우리가 생각한 상품을 비춘다.

 글씨가 예쁜 베아코가 생각한 것이 아닌, 글씨가 좀 지저분한 내 자료가 비쳐서 부끄럽다.



: 이거 쿠로네코의 글씨잖아

: 왔다

: 여자애들은 좀 더 예쁜 글씨를 쓰는 거 아닌가요?

: 베아코의 글씨로 써!



"시, 시끄러!"

"실화냐 ......"

"너도 진짜로 놀라지 말고!"



　저것이 방송용 연기이고 오버액션이라면 순수하게 짜증만 내고 말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카미쿠이 크즈레는 자신의 얼굴이 Live2D에 반영되지 않는데도 입을 쩍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제일 아파!



"자, 베아코. 하자."

"으, 응"



　아직 긴장한 듯한 베아코는 어딘지 어색해 보인다.

　아무리 각오를 다지고 확인 작업을 반복해도, 막상 방송이 시작되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다 날아가 버리고 긴장감에 휩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렇다 해도 타고난 성격이 경험을 쌓는다고 해서 쉽게 적응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나 역시 긴장해서 아까부터 현장의 분위기에 먹히고 있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만, 만약 내가 전부 말하게 된다면 베아코가 인형이 되어버릴 것 같고 .......

　에잇, 일단 부딪히는 수밖에 없어!



"그럼 먼저 빵 제품부터 발표 부탁드립니다. 알테마 분들이 끝나면 HackLIVE 쪽으로 넘어가고, 그 후 설문 조사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네."



: 빵 왔다~

: 빵 좋아, 빵!

: 빵댕이 먹고 싶어

: 괜찮아? 말할 수 있어?

: 이 아이는 어떤 Vtuber인가요?

: 음란 고양이



"음, 저희가 생각한 콜라보레이션 상품은 이것입니다. 반찬이 모두 담긴 빵!"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일러스트를 내밀었다.

　

: 우와...

: 이거 뭐야?

: 음식으로 실험이라도 하는 거야? 맛을 어디까지 추가해도 반찬이 맛있는지 실험이라도 하는 것 같아.

: 의외로 볼만한 그림이라서 웃겨

: 화백은 어디에...

: 이런 건 중학생이 좋아할 것 같아



"이것은 ......, 음, 뭔가요?"

"카레 야키소바 고로케 빵입니다."

"네?"

"카레 야키소바 고로케 빵입니다"

"...... 그렇군요"



: 사회자가 당황하는 것 같아...

: 반대로 왜 이걸로 하려고 생각했어?

: 도전정신은 인정한다.

: HackLIVE의 승리!

: 중학생도 먹지 않아

: Vtuber는 밥도 먹어요?



　채팅창이 난장판이 되었다.

　나나 카미쿠이 크즈레가 논란이 일어날만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내가 가져온 콜라보레이션 상품이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아니, 확실히 생각한 내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꽤 반신반의로 생각했던 거다.

　베아코가 추천하길래 빵 부문의 간판 상품으로 가져왔지만, 분명히 승부에서 졌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무식해 보이는 것들은 가끔씩 먹고 싶어 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