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3화 상황정리(2)
    2023년 11월 28일 20시 32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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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렇고 핵라이브가 이렇게까지 파격적인 일을 벌이다니. 편의점 측은 왜 광고 일을 맡긴 거람."

    "음~ 아마 팬이라서? 기획 담당자가."

    "담당자라면...... 아까의 나카이 씨? 꽤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였는데..."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쿠죠 씨와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에서는 전혀 팬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VTuber에게 일부러 편의점의 광고를 맡기는 시점에서 팬이야."

    "듣고 보면, 그럴지도 ......"



     이것이 VTuber 문화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진 2020년대라면 모를까, 지금은 아직 2019년이다.

     버튜버의 미디어 노출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각 기업들은 걸음마 단계인 가운데, 편의점과 버튜버의 독점 콜라보는 업계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얼마 전 VTuber 칩스라는 버튜버 카드가 부착된 감자칩이 편의점이나 오타쿠샵에서 판매된 적이 있지만, 그건 편의점 밖에서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독점 콜라보라고 하기에는 좀 달랐고.



     그래서 굳이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VTuber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겠다고 대형 편의점이 나선 걸 보면, 기획 담당자는 팬이거나 대단한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뭐, 핵라이브에 광고를 준 시점에서 그 사람 본인은 VTuber에 대해 그렇게 잘 모르는 것 같아. 대부분 다른 업체들이 콜라보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제성만 보고서 우리 알테마와 핵라이브를 지목한 것 같아."



     아무튼 VTuber 칩스는 출시하자마자 완판 되어 인터넷에서 고가에 재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경쟁사가 그렇게 성공했으니, 편의점의 높으신 분이 VTuber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좋든 나쁘든 핵라이브는 그만큼 지금의 버튜버 업계에 어느 정도 화제가 될 만한 존재니까.



    "그렇게는 말해도, 전부 상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리는 있는 말이야. 의외로 기업은 유행에 편승하는 경향도 있으니까."

    "말에 가시가 있는 표현이네 ......"

    "왜냐면, 모처럼 대형 프로젝트다 싶더니 콜라보 상대가 이상한 트러블을 몰고 찾아왔는걸. 가시 하나쯤은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

    "그렇긴 한데..."



     이번 일을 교훈 삼아서 원쓰리마트는 다음부터 거래처의 평판 같은 것을 제대로 조사했으면 좋겠다.

     뭐, 이번 건은 관계자를 포함해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우리끼리 조용히 처리할 생각이니, 편의점 측에서 자신들의 실수를 알아차릴 리가 없겠지만.



    "하지만 편의점도 유행을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나 봐. 그, 타피오카 같은 건 일찍부터 진열했잖아."

    "타피오카, 그러고 보니 요즘은 편의점에서 잘 안 보이네."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산업이니까... VTuber에게 제안할 정도로 재빠른 반면, 대중들이 싫증을 내면 금방 포기하는 것도 빨라."



     ...... 혹은, 그래서 카미쿠이 크즈레는 이번 광고에서 꼭 승리해 발자취를 남기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자, 이제 회의와 리허설이 있으니 가볼까?"

    "그래. 도대체 무엇을 하게 될지."

    "역시 지금부터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



     리허설이라고 해서 본방송처럼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코너별 흐름을 가볍게 체크하는 정도의 간단한 것이다.

     특히 우리 버튜버들은 맨몸이 아닌 장비에 의존하는 Live2D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쪽의 점검이 특히 중요하다.

     이번에는 상품 개발자와 진행자가 실사이기 때문에 그 부분도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리허설을 해야 한다.



     마침 이쪽으로 마중 나온 쿠죠 씨와 복도에서 만나 회의실로 향한다.

     이미 대기하고 있던 카미쿠이 크즈레와 히구라시 야에가 가볍게 인사를 건네왔기 때문에 나도 똑같이 인사를 건네고, 그녀들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무래도 예상대로, 본방송 전부터 뭔가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이제 편의점 측의 안내원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ㅡㅡ



    "........."



     불현듯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니 쿠죠 씨가 나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세요?" 

    "...... 아뇨, 괜찮습니다."



     뭐, 뭐지.

     혹시 뭔가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일까?

     아니, 하지만 회의실에 들어왔을 뿐이고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는데 .......

     으음, 쿠죠 씨는 직감이 예리해서 숨기는 것이 통하지 않으니, 이건 HackLIVE보다 더 큰 적이 될지도 몰라.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



     잠시 후, 이번 출연진이 모두 모이자 회의가 시작되었다.

     카미쿠이 크즈레는 회의 중에도, 그리고 리허설이 끝난 뒤에도 조용해서 마치 폭풍 전의 고요함을 우리들에게 예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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