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2화 선전포고(3)
    2023년 11월 28일 19시 51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연이어 튀어나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쿠로네코 씨가 운이 좋아서 지금의 위치에 있다는 것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VTuber계에 만연한 숫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분명 카미쿠이 크즈레가 방금 말한 것에 대해서는 나와 그녀의 생각이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나는 개인으로 활동할 때, 그리고 기업에 소속되어서도 여러 사람을 만났거든. 아무리 노력해도 성장하지 못하는 녀석, 일부러 화를 내서 주목을 받는 녀석, 단 한 번의 실언으로 다시는 방송을 할 수 없게 된 녀석... HackLIVE에는 그런 사연 있는 녀석들이 많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라는 것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척하면서 우리를 이야기하고, 결국에는 [알테마]의 VTuber는 구독자 수가, 동접이, 어쩌고 지껄인다고."



     우리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녀들이 나쁜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시청자가 나쁜 것도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타인과 비교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언제나 악의 없이 좋은 의도로 자신의 가치관을 이기적으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 뒤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젠장맞을. 그럼 내가, 그 녀석들이 좋아하는 알테마를, 쿠로네코 씨를 합법적으로, 정당한 방법으로, 철저하게 부숴주겠어. 숫자가 전부가 아니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패배자라고 멸시받던 존재가 승승장구하는 고양이를 물어뜯는 순간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겠어."



     나를 노려보는 그 눈빛은 역시 사나운 육식동물이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그 자리에서 물려 죽을 것 같은 기세.

     게다가, 완전히 압도되었다.



    ".........읏."



     동기의 복수가 이유라면 나도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 서 있는 카미쿠이 크즈레는 쿠로네코 씨의 밑에 있는 패자들을 대표해서 멋대로 여기 서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생각으로는 그녀에게 동의할 수 있다.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수많은 시청자를 가진 내가 말해도 결국 가진 자의 말일뿐이다.

     가지지 못한 인간들은, 가진 자의 공감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모든 것을 가진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그녀에게 던질 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럼 이만. 오늘은 어디 승자로서 발악해 봐."



     카미쿠이 크즈레가 등을 돌린다.

     아마 그녀가 말하는 평생 노예란, 알테마를 써서 자신들의 체면을 깎아내린다거나, 지금의 굳어진 VTuber 업계의 가치관을 무너뜨리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아마 우리는 그녀의 의도대로 패배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한 발짝도 내디딜 수가 없었다.

     이미 마음에서 지고 있었다.



    "잠깐, 기다려."



     목소리가 들려온다.

     의지가 강한, 듣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목소리가.



    "앙?"



     카미쿠이 크즈레가 고개를 돌린다.

     그 얼굴은 분노에 휩싸인 채로ㅡㅡ아니, 마치 사냥할 만한 먹잇감을 발견한 듯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 시선 끝에 있는 것은, 호나미 아리아.

     나의 후배.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런 건 상관없어. 숫자가 많아? 운이 좋아? 흥, 칭찬해 줘서 고마워. 그 질투심, 기분 좋네?"

    "좀 치잖아. 딱히 구독자가 많은 것도 아닌, 단순한 3기생 주제에."

    "그래, 나는 쿠로네코 씨나 선배들에 비해서 아직 미숙해. 하지만 그래도 알테마의 버튜버야. 내가 좋아하는 선배에게 시비를 걸었는데 얌전히 물러날 리가 없잖아."



     나를 보호하듯 앞에 서 있는 아리아.

     그 뒷모습은, 당당함과는 달리 작게 떨고 있었다.

     ...... 나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고 있는 거구나.



    "그럼 어쩌려고? 이대로 매니저에게 보고하고 이 이야기를 끝낼까? 그렇게 불완전하게 되면, 나 언제 폭발할지 나도 몰라."

    "그건......."

    "──방송으로 쳐부순다."



     한 걸음 내딛는다.

     내가 서지 않았던 아리아의 자리에.

     거기서 한 걸음 더 앞으로.



    "앙?"

    "그쪽이 원하는 대로, 이번 일에서. 매니저의 개입 없이, 패배한 사람은 평생 노예라는 조건으로."



     왜냐면, 후배가 열심히 하는데 선배가 노력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널 이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