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2화 선전포고(1)
    2023년 11월 28일 19시 28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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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잘 부탁해."



     갑작스러운 일에 벙찐 우리를 뒤로 하고,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여 만족한 카미쿠이 크즈레 외 1명은 무표정한 얼굴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

    "........."



     남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사고 회로가 완전히 단락된 나와 아리아뿐이었다.

     고요 속에서 흔들리는 고사목이 마치 지금 우리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했다. 춥다.



     이, 일단 상황을 정리해 보자.



     음, 우선 우리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HackLIVE와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었지.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소리를 듣는 핵라이브지만, 매니저는 이야기를 나눠보니 꽤나 친절해 보였고, 분명 담당 VTuber인 카미쿠이 크즈레와 히구라시 야에도 인터넷의 평판과 달리 마음씨 좋은 사람일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설픈 환상에 불과했던 것 같다 .......

     뚜껑을 열자마자 카미쿠이 크즈레는 "여어, 쿠로네코 씨. 이번 대결에서 지는 쪽은 은퇴할 때까지 평생 노예로 사는 걸로."라고 시비를 걸었다.

     혹시 이래놓고서 긴장 때문에 뒤숭숭한 말을 한 것일 뿐, 사실은 착한 아이예요! 라고 말해도, 아니 아니 그건 좀 무리잖아 ...... 라고 소통 장애의 전문가로서 말하고 싶다.



     즉, 이 상황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HackLIVE와 알테마의 전쟁!?"

    "그건 좀 비약한 느낌이 ......"

    "하지만 완전히 알테마를 박살 낼 기세였어."

    "그, 그건 그래."



     이 세계에서의 알테마는 버튜버 업계의 선구자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일방적으로 라이벌로 여겨지는 일은 여러 번 있었고, 애초에 기업 간의 대립이 일어나는 것도 경쟁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대부분 본인도 모르는 곳에서 하거나 마음속 깊이 숨겨두기 마련이지, 이렇게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내놓고 말하는 일은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일단 쫓아가자."



     이런 상황에서 먼저 행동을 취한 것은 의외로 아리아 쪽이었다.

     나와 함께 있을 때면 바보가 되는 그녀지만, 가끔씩 드러내는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미나토에 가까운 고스펙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선배로서 다른 곳의 버튜버와 다툼이 생겼을 때 앞장서서 맞설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리아가 나아가자, 그녀를 뒤따라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들이 대기실에 틀어박혀 버리면 그 진의를 캐묻지 못하게 되지만, 다행히도 빠르게 달리는 우리들에 비해 그들은 느긋하게 걷고 있었기 때문에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잠깐!"



     어떻게 불러 세울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리아가 카미쿠이 크즈레의 어깨를 뒤에서 잡아당겼다.



    "앙?"



     육식의 맹수를 연상시키는 눈빛으로 노려본다.

     너무 위협적이라서, 무심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아리아는 그런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덤벼드는 기세로,



    "아까 그거, 무슨 뜻이야?"

    "아까의?"

    "승부! 평생 노예라는 게 무슨 뜻이냐고?"

    "아~ 그거."



     방금 전에 자신들이 먼저 싸움을 걸어왔으면서도, 마치 그런 일도 있었다는 듯이 귀찮아하는 듯한 태도로 대응하는 카미쿠이 크즈레.

     옆에서는 온몸을 검은색 옷으로 두른 검은 머리의 기분 나쁜 여인ㅡㅡ히구라시 야에가 키득거리고 있다.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 아니면 뭐야, 너는 일본어를 못 알아듣는 거냐? 그럼 일을 맡기 전에 일본어 교실부터 다니는 게 좋다고."

    "뭣."



     그건 시시바 베아트릭스를 혼혈로 이해하고서 하는 도발일까?

     어쨌든 지금 한 말이 통했는지, 아리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갈 곳 없는 분노를 참는 듯 주먹을 쥐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무슨! 의도로! 시비를 걸었냐 묻는 거야!"

    "흥, 의도? 이유가 필요해? 참나, 이기적인 녀석이네."

    "...... 지금 당장 매니저를 불러도 돼."

    "호오, 해볼 테냐?"

    "........."

    "........."



     말없이 서로 노려보자 불꽃이 튄다.

     아마도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리아의 말대로 HackLIVE의 매니저와 쿠죠 씨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설령 그 매니저가 정말 배짱이 좋고 모든 일을 벌인 장본인이라고 해도, 쿠죠 씨가 개입하면 어떤 형태로든 원만한 형태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한 마디로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무엇보다도 그 결과 이 여자가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내가 말했던 은퇴 방송 중의 환생 선언, 그런 금기를 어기고도 아무렇지 않게 활동할 수 있는 카미쿠이 크즈레라는 버튜버라면, 분명 이 사건 자체를 없었던 일로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아리아는 감정적으로 행동하면서도 남은 이성을 총동원해 자신을 다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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