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2화 선전포고(2)
    2023년 11월 28일 19시 29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뭐 듣고 싶으면 말해줄게."

    "크즈레, 나는 먼저 대기실로 갈게. 나머지는 알아서 해."

    "그래 그래, 이건 내가 시작한 일이니까. 넌 상관없어."



     회의와 리허설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히구라시 야에는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애초에 이 이야기와 상관없는 건지 카미쿠이 크즈레를 놔두고 자신의 대기실로 향했다.

     일단 HackLIVE 전체가 하는 선전포고는 아닌 것 같아서 안심했다.



    "자, 그래서 아까 그 말의 뜻이었지? 그래도 내 타깃은 쿠로네코 씨지 네가 아닌데?"

    "쿠로네코 씨가, 목적 ......?"



     아, 큰일이다.

     가뜩이나 상대의 시비조에 화를 내던 아리아가, 알테마가 아닌 쿠로네코 씨 개인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을 알고 완전히 화를 내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성을 쥐어짜서 떨기만 하던 주먹이, 지금은 완전히 멈춰서 ......,



    "잠깐, 스톱. 그건 정말 위험해!"

    "말리지 마! 지금이라면 컨디션 난조로 결석시킬 수 있으니까!

    "그게 안 되는 건데!?"



     뒤에서 붙잡아서 억지로 말린다.

     하지만 나는 키가 작은 반면 아리아는 여자치고는 꽤 큰 편이라서, 껴안고 있다기보다는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 등에 가슴이, 쿠로네코 씨의 가슴이, 평생 이대로 살고 싶어 ......"

    "야! 저항해! 풀려고 해! 포기하지 마! 내 촉감을 즐기지 말라고 바보야!"



     왜 막는 쪽이 저항하라고 부탁하는 거지, 이상한걸.

     더 이상 싸워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 내 쪽에서 아리아의 구속을 풀었다.

     뭐, 체격 차이로 언제든지 풀어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이 녀석 나름대로 내가 다칠까 봐 우려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아, 조금만 더"



     정정, 이거 사심이잖아.



    "이봐, 바쁘면 이제 간다."

    "아, 죄송합니다."



     이 멍청이에게 대화를 맡기기에는 좀 불안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에, 여기부터는 내가 상대가 된다.

     아무래도 그녀는 아리아가 아니라 내가 목적인 것 같으니 딱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문제아를 상대하는 것은 좀 부담스럽다고나 할까 .......



    "그래, 너야, 너, 쿠로네코 씨. 내가 이번에 때려잡고 싶은 건 너 한 명뿐이라고."

    "...... 왜?"

    "정보 유출, 그걸 했던 것은 내 동기야."

    "뭐?"

    "과거에 출연했던 프로그램에서 거래처 사람한테 미인계로 네 주소를 입수한 모양인데, 그 녀석이 그걸 당시 매니저에게 일거리와 맞바꿔서 알려줬다고 하더라."

    "뭐??"

    "항상 일 욕심이 많은 콤비였는데, 역시나 유출이 들통나서 함께 해고당했어. 자초지종, 동정의 여지가 없는 멍청한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내 마지막 동기였으니까. 쿠로네코 씨, 너를 쳐부수는 게 최소한의 도리 아니겠어?"

    "뭐어~!?"



     이, 이 녀석, 무슨 소리야.

     그럼 방금 전의 말은 이메일 주소가 유출된 피해자인 나한테, 너 때문에 동기들이 해고당했다는 거다! 승부다! 라는, 완전히 적반하장에서 비롯된 화풀이였다는 말이잖아.

     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터무니없어 ......!



    "부, 불합리해 ......!"

    "카캇, 나는 이런 식으로 사는 사람이니까."



     아니, 하지만 이런 무모한 이유를 밀어붙이고 주변을 끌어들이면서 활동하는 것이 그녀의 스타일이라면 여러모로 납득이 간다.

     논리정연하며 이성적이며 이치에 맞는 행동을 했다면, 애초에 이 녀석은 버튜버계에서 위험한 녀석 취급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 고집을 밀어붙일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카미쿠이 크즈레한테 있다는 증거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한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만족스러워하면서도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뭐, 내가 너에게 화가 난 것은 그것만이 아니야."

    "뭐, 아직 더 있구나 ......"



     이 이상 무슨 불합리한 말을 쏟아낼 수 있다니.

     하지만 더 이상 나와 HackLIVE의 악연 따위는 없는 것 같은데 .......

     너무 많은 일 때문에 이완된 공기 속에서, 나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다가ㅡㅡ다시금 공기가 팽팽해지는 기척에 현실로 돌아왔다.

     눈앞에는, 짐승이 있었다.



    "나는 말이야, 네가, 알테마가 활개 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논란이니, 기업 중 최고니, 동접이 어떠니, 채널 등록이 어쩌니, 다 하찮아. 그중에서 제일 큰소리치는 네가 제일 마음에 안 들어."

    "........."

    "첫 방송에서 소문나서 기분 좋았어? 다들 칭찬해 줘서 즐거웠어? 그냥 우연히 발견되었을 뿐이라고."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