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1화 사과를 약간(1)
    2023년 11월 27일 22시 07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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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쿠죠 씨와 무사히 합류한 우리는, 이번 광고주인 프랜차이즈 편의점 [원쓰리마트]의 기획 담당자 분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VTuber 업계는 꽤 젊은 사람들이 스태프나 높은 직책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회사인 편의점 업계는 당연하게도 나이가 많거나 경력을 쌓은 중장년층이 높은 직책을 맡고 있다.

     그래서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나와 아리아는 쿠죠 씨 뒤에 숨어있었지만, 쿠죠 씨 본인은 50대 정도의 정장 차림의 남성과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런 때 매니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하면 이런 귀찮은 일이나 싫은 일도 다 혼자서 해야 하는데, 매니저가 있으면 대화 같은 것을 오히려 솔선수범해서 해 주니까. 든든하다.



     그렇게 쿠죠 씨의 말빨에 기분이 좋아진 기획 담당자는ㅡㅡ이름은 아마 나카이였던 것 같다ㅡㅡ활짝 웃으며 이번 기획의 성공을 확신하는 듯했다.

     아직 리허설도 하지 않았는데 성급한 느낌도 있지만, 쿠죠 씨와 함께라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확신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연배가 높은 사람이 기대를 걸면 조금 부담스러워지는 게 나다.

     옆에서 굳어 있는 아리아도 첫 대형 광고라서 그런지 완전히 긴장하고 있어서, 다음 순간에는 영혼이 날아갈 것 같은 위험한 얼굴을 짓고 있다.

     음, 이럴 때일수록 내가 선배로서 정신차려야 .......



    "........."

    "......!?"



     쿠죠 씨의 몸으로 인해 저쪽에서 우리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이용하여 완전히 식어버린 아리아의 손을 잡아 주자,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차피 어설픈 위로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의 손길이 닿는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다.

     그 덕분인지 아까까지만 해도 얼음장 같았던 아리아의 손바닥은 어느새 조금씩 열을 띠게 되었다.

     긴장해서 체온이 내려갔으니, 반대로 체온이 올라가면 긴장도 풀린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제 손을 떼어도 ......



    "응?"



     아니, 잠깐, 뭔가 손이 땀이. 엄청나게 땀이 나기 시작했는데!?

     급히 손을 떼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마치 바이스처럼 단단히 고정된 내 손은 아리아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너, 최애를 거부하는 타입의 오타쿠가 아니었냐고!



    "음, 무슨 일이시죠?"



     나카이 씨가 이상한 우리들의 모습을 알아차렸다.

     이런, 모처럼 쿠죠 씨 덕분에 나카이 씨의 기분이 좋아졌는데, 우리의 실수로 인해 알테마의 인상을 나쁘게 할 수는 없다.

     당황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애교 섞인 웃음을 지으며,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하, 하하하..."

    "그렇습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 배려가 오히려 아프다 ......!

     나쁜 건 전적으로 이쪽인데도 불구하고 걱정해 주는 나카이 씨에게 미안해하고 있자,



    "........."



     쿠죠 씨의 무언의 압력을 느꼈다.

     조용히 있으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아리아는 손을 놓지 않는다고!

     오히려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다.

     어, 혹시 이건 내가 대화를 끝마칠 때까지 참아야 하는 건가?



     ◆



    "뒤에서 뭘 하고 있나 싶더라니, 중요한 인사 자리에서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준비된 대기실에서 무릎을 꿇게 된 우리는, 사이좋게 쿠죠 씨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

     

    "으으, 죄송합니다 ......"



     솔직히 내가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만, 후배의 앞이니 솔직하게 사과한다.

     만약 이게 동기였다면 나는 쿠죠 씨가 상대였어도 끝까지 저항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번의 전범인 아리아는, 무릎을 꿇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당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만 저질러버렸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넌 좀 더 반성해!?"



     이 녀석, 전혀 반성하는 기색조차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설교를 듣고 있는 것도 아리아가 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인데.



    "아뇨, 쿠로네 씨도 쿠로네 씨입니다. 후배의 멘탈 케어는 중요하지만 그 자리에서 뭔가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애초에 쿠로네 씨가 그런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될지 조금만 생각했다면 상상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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