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2화 찬란하게(1)
    2023년 11월 25일 23시 23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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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만난 그녀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마치 태양과 같은 소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너희들, 신나게 가자!"



     화면 너머에서 쿠로네코 씨가 주먹을 치켜든다.

     이에 화답하듯, 채팅창에서는 열기에 휩싸인 시청자들이 "우오오오오오오오오"라고 외치고 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나도 무심코 댓글을 달려고 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이 멈춰버렸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거람 .......



     한 달 전 쿠로네 코요이와 싸우는 듯한 이별을 맞이한 이후, 나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그렇게나 환생에 대한 결심을 굳혔지만, 그녀와의 대화에서 그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부정당하자 내 안의 결심은 쉽게 흔들렸고, 어느새 HackLIVE에도 환생은 보류한다는 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타치바나 아스카의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전과 같은 활발한 활동은 잠잠해지고,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응원해 주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는 의무감만으로 잡담 방송과 일러스트 작업 방송만을 간신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활동을 하게 되면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눈치챌 수밖에 없고, 마슈마로와 방송 다시 보기의 댓글창에는 매일같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안티의 무정한 목소리도.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걱정과 격려의 목소리조차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계속 배신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안티들의 비방만큼이나 정신적 부담이 되고 있다.



    "이제, 모르겠어 ......"



     나의 어두운 감정과는 달리, 화면 너머 쿠로네코 씨는 즐겁게 뛰어다니며 노래하고 있다.

     손을 뻗으면 금방 닿을 수 있는 곳에 그녀는 있지만, 결코 그 손은 닿지 않는다. 닿는 일은 없다.

     아니, 어쩌면 나는 더 이상 손을 뻗을 자격조차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3D 공개라는 화려한 무대에서 열심히 빛나는 그녀는 내가 언젠가 매료되었던 모습 그 자체였고, 옆에 나란히 서고 싶다는 환상은 결국 동경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동경은 동경인 채로 이대로 조용히 포기하는 것이 좋을까.

     꿈꾸는 시간은 이제 끝내고, 그녀가 이대로 계속 빛날 수 있도록, 나라는 불순물로 인해 퇴색되지 않도록, 환생을 해서라도 미련 없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아, 하아......"



     숨을 들썩거리도 두 발로 열심히 서 있는 모습에서, 지금까지의 소심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소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분명 이 라이브를 하기로 결심한 날부터,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수개월에 걸쳐 레슨을 계속해 왔을 것이다.

     아마추어의 눈으로 봐도 지금의 그녀는 확실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아아, 그녀는 데뷔한 이후에도 계속 노력하고 있었구나.

     역시 나에게는──........



    "휴식!"



     갑자기 쿠로네코가 목소리를 높였다.

     방금 전의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전력의 퍼포먼스와는 달리, 지금의 그녀는 방송 시작 당시와 같은 느긋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너무나 빠른 전환 속도에, 채팅창을 포함해 나조차 무심코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피곤하잖아. 인생은 뭐든 적당히 느슨하게 하는 게 중요하거든."



     그렇게 말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 쿠로네코짱.

     자유분방하다고 해야 하나, 이런 큰 무대에서도 드러나는 그녀 다운 행동에 채팅창에는 질책과 긍정, 그리고 당황스러움과 여러 가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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