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짜증이 났다.
이 몸은 사소한 일에도 금방 감정이 흔들린다.
"뭣하면 이대로 한 번 더 젖어서 돌아가도 괜찮은데?"
"그건 곤란해. 모처럼 도와준 의미가 없어지니까. 하지만........"
야나기는 그간의 장난기 가득한, 마치 광대 같은 태도에서 한순간에 진지한 눈빛으로 변했다,
"울고 있는 너를 가만히 내버려 둘 만큼, 나는 매정하지 않으니까."
"........."
뭐야, 그거.
나는 딱히 울지 않았는데.......
"이건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내가 그냥 참견하는 것뿐이야. 벽이라고 생각해 줘도 상관없어. 그러니깐, 쌓아둔 것들 다 여기서 토해내 줘.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것도 나 같으면 말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
"......... 그, 것은."
평소 같으면 싫어하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귀찮은 상대라 생각해서 피하는 야나기 야에.
하지만 이때만큼은 그런 별거 아닌 상대라면 뒤탈 없이 무엇이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을.
기분을.
약한 소리를.
"아스카짱이 환생한다고 말했어."
"타치바나 아스카 씨가?"
"응 .......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HackLIVE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대."
"HackLIVE라고 하면 요즘 자주 듣는 이름이네. 원래는 개인이나 기업에서 다루기 힘들거나 괴팍하고 개성이 강한 방송인들을 중심으로 한 그룹이었나 봐. 논란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서 다소 안티가 많아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금은 꽤나 기세가 오른 것 같던데. ...... 타치바나 씨가 그곳으로 옮기다니 의외네."
"아스카짱은 안티가 많아서 ......"
"아~ 그렇구나."
아스카가 HackLIVE에 영입된 직접적인 이유는 안티가 많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런 면이 있었던 것 같다.
환생자들이 다수 소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HackLIVE에 소속되려는 VTuber가 많은 것은, 그런 상처가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스카가 HackLIVE에 가는 것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역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나도 쿠로네코 씨와 얽힌 바람에 안티가 많기는 해~. 더군다나 그녀는 개인 VTuber니까, 나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악플에 노출되어 있었겠지."
"지금까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갑자기 한계가 왔다면서 ......"
"사람이 한계에 부딪힐 때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법이야. 오히려 그녀는 잘도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고 팬들을 위해 활동해 왔다고 생각해."
"이 벽은 말도 할 줄 아네?"
"아하하, 미안 미안."
뭐, 일방적으로 혼자서 계속 떠드는 것보단 낫지만.
"그리고, 개인으로는 쿠로네코 씨와 함께 있기에 어울리지 않으니 기업에서 처음부터 열심히 한대."
"그렇구나. 그래서 쿠로네 씨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타치바나 씨가 먼저 돌아갔다?"
"하지만, 웃으면서 보내달라고 들었으니 그렇게 할 수밖에......!"
그것이 타치바나 아스카의 행복이라면, 나로 인해 일그러진 그녀의 인생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의 최소한의 배상이기 때문에.
"그래.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소망이라면 그것을 이루어 주는 것이 친구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
"하지만 거기에 쿠로네 씨의 마음은 있어?"
"뭐......"
내, 마음?
"네가 그렇게까지 괴로워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잖아? 그냥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자신과 현실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거잖아?"
"그건 ......"
"나 같으면 만약 쿠로네코 씨가 은퇴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막을 거야. 왜냐하면 쿠로네코 씨가 은퇴하면 내가 좋아하는 그녀를 다시는 만날 수 없으니까. 영혼이 같으니 환생하더라도 다시 친해지면 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건 아니야."
"........."
"왜냐면 내가 좋아하게 된 것은 쿠로네코 씨이니까. 쿠로네코 씨는 그녀만이 유일하니까, 은퇴하고 환생하면 그건 이미 다른 사람이야."
그렇게 말하고서, 야나기는 갑자기 당황한 듯이,
"아, 하지만 난 쿠로네 씨도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마음에는 변함없지만!"
그런 말은 들어도 별로 기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