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7화 Rainy Dayz(1)
    2023년 11월 24일 22시 11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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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는 변함없이 계속 내리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라니?"

    "........."



     하루 뒤, 나와 릿카짱은 다시 그 카페에 있었다.

     마주 앉은 릿카짱은 설마 그런 일이 있었던 다음날, 그것도 내 쪽에서 불러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왠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은 죄책감 때문일까? 아니면 불쾌감 때문일까? 안타깝게도 나는 짐작할 수 없었다.



     점원이 가져다준 핫 코코아로 입술을 적시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솔직히 하루만으로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라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애초에 이 문제는 하루도 열흘도,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젯밤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기세만으로 릿카짱을 불렀는데 ......, 이렇게 대면해 봐도 역시 답을 찾지 못했다.



     ㅡㅡ그렇다면 역시 .......



    "어제 집에 돌아와서 계속 생각했어. 내가 릿카짱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고."

    "...... 아무것도, 없어. 그런 거."



     그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보여준 분명한 거절이었다. 마치 더 이상 어제의 이야기를 되풀이하지 말아 달라는 것처럼.



    "────읏."



     지금까지 계속 긍정해 주던 친구의 거절에, 흥분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결심했다. 후회만은 하지 않겠다고.



    "싫어. 절대 싫어. 친구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는 건 절대 싫어. 어제는 후회했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자신을 후회했어. 그래서 오늘 나는 전할래. 내 마음을, 생각을, 하자쿠라 릿카와 대화하기 위해 다시 이곳에 왔어."

    "나는 그런 것 ......, 원하지 않아."



     그녀는 힘없이 말했다.



    "이것은 이미 내 마음속으로 결정한 일이야. 타치바나 아스카는 끝내고 다시 시작하려는. 그것이 나와 너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싫어! 듣고 싶지 않아!"



     가게에 울려 퍼지는 음량으로 릿카짱이 외친다.

     다행히 우리 말고는 손님이 없었고, 점원도 치정싸움을 하는 손님으로 생각했는지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그녀가 이토록 정신이 팔려서, 무엇을 거부하고 있는 것인지.



     타치바나 아스카는 쿠로네 코요이에게 거부당하는 것을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환생한들 목소리만 들어도 전생이 금방 들통나버리는 이 세상에서, 안티나 옛 팬들이 아무리 손가락질해도 상관없지만 내게서 부정당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용납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쿠로네코 씨와 대등하게 서기 위해, 기업의 버튜버가 되기 위해 환생한 것이기 때문에.

     그 본인으로부터 부정과 거절을 당하면, 그녀 안에 있는 모든 전제 조건이 무너져 버린다. 은퇴할 이유를 잃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까지 쿠로네코 씨한테는 울지 말고 웃으며 배웅해 달라고 한 것이다.



    "릿카짱 ......"



     마음이, 아프다.

     슬픈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나는 앞으로 더 큰 상처를 주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설령 그것이 그녀의 뜻에 맞지 않는 말이라 할지라도, 나는 말해야만 한다.

     그녀를 위해서라든가 하는 겉치레가 아닌, 내가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고집을 위해서.



    "역시 은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환생 따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떻게, 왜, .......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

    "쿠로네 코요이의 최애는 타치바나 아스카니까."



     말을 내뱉을 때마다 내 마음이 삐걱거렸다.

     하지만 이런 고통보다, 타치바나 아스카가 지금까지 받아온 고통이 더 아플 수밖에 없다.



    "계속 활동했으면 좋겠어."



     나는 그녀에게 너무 가혹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랑 엮인 것만으로도 자신의 활동이 망가져 마음이 닳아 없어지고 있는데도, 도망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으니까.



    "못하겠어. 지금 와서 그런 일 ....... 왜냐면 나는 이미 결정했으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해.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안 되니까 결정했는데. 왜, 어째서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거야 ......"

    "내가, 내가 좋아하는 건 타치바나 아스카야! HackLIVE의 누군가가 아닌, 평범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타치바나 아스카라고!"



     게임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를 특별히 재미있게 하는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소녀.

     가상의 여자아이를 자칭하는, 별 볼일 없는 평범한 실물 크기의 소녀.

     열심히 노력하는, 그런 평범한 소녀에게 매력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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