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쿠로네코와는 금방 친해질 수 없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나는 열심히 노력해서 네게 다가갈 테니까. 그리고 딱히 내가 사라지거나 코요짱과 사이가 나빠지는 것도 아닌걸. 그러니 걱정하지 마."
"하지만 ......"
"이게 내 행복이니까. 응?"
말은 나오지 않았다.
환생해서라도 쿠로네코 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그녀의 각오에 짓눌렸기 때문이다.
"싸구려 말이 되어 버렸지만, 타치바나 아스카는 찬짱의 마음속에 계속 살아있을 거예요."
설령 환생한다고 해도 VTuber의 은퇴는 죽음과 동의어다.
마음속에 계속 살아있을 거라는 말을 아무리 아름답게 말해도, 그 사람은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다음에 만날 그녀는 '처음 보는' 누군가가 될 것이다.
시청자에게는 꿈을 향한 감동적인 은퇴라도, 친구인 나로서는 그 은퇴가 타치바나 아스카의 죽음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을 나는 전생(시청자)에서 현생(VTuber)을 거치며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부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
역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선택한 결과를 부정하는 건 내 고집일 뿐이니까.
친구가 아닌 팬으로서, 타치바나 아스카가 꿈을 향해 은퇴한다면 응원해야 한다는, 내 마음을 억누르는 감정이 우선시 되어 버렸다.
혹은 친구와의 관계를 더 이상 깨뜨리고 싶지 않은 나의 소심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의 정답은, 웃으며 배웅하는 것이다. 응원해 주는 것.
그것이 친구로서의 친절함이다.
유일한 정답.
"코요짱, 울지 마."
나는 지금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손가락을 뺨에 대어보아도 눈물의 흔적은 없었다.
그럼, 분명 잘 웃고 있는 거겠지.
릿카짱은 전하고 싶은 말을 다 전했는지, 한동안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천천히 남은 커피를 다 마신 릿카짱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 비, 아직 내리고 있으니 조심해."
이때 떠나는 뒷모습을 향해 감정에 몸을 맡겨 소리를 냈으면 좋았겠지만, 역시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나 대신 계산해 주는 그녀를 따라잡기는 쉬운 일인데, 등짝이 붙어버린 듯 소파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몸이 움직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오래전에 비워진 크림소다 잔을 멍하니 바라보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한 건지 자문해 본다.
아니, 분명 모든 것을 잘못한 것이겠지.
어쩌면, 내가 만나버린 것이 .......
싫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마자 바로 떨쳐버린다.
더 이상 여기 있을 수는 없다, 빨리 돌아가자.
화가 날 정도로 경쾌한 종소리가 울리는 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간다.
처마 밑 우산꽂이에서 자신의 우산을 꺼내려는데, 분명 놓아두었던 우산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커피숍에서 우산 도둑이라니 ......"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원래부터 우산을 쓸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비를 맞고 돌아가기로 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가뜩이나 긴장으로 차가워진 몸이 온몸을 때리는 비로 인해 더욱 차가워진다.
그 자극이 계기가 된 것일까. 지금까지 왠지 모르게 어렴풋이 느껴졌던 타치바나 아스카의 은퇴가 드디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 뭐지.
이렇게 몸은 차가워졌는데, 이상하게 뜨겁네 .......
갈 곳 없는 슬픔을 씻어내려는 듯, 비는 여전히 계속 내리고 있다.
"쿠로네 씨?"
싫은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