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비2023년 11월 24일 19시 22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ㅡㅡ나는 계속,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
비가, 내리고 있다.
봄 방학이 끝났을 때에 느끼는 지루한 수업이 끝나고,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3D 레슨도 쉬는 방과 후.
나는 아스카짱ㅡㅡ하자쿠라 릿카에게 불려 나와 역 앞 커피숍에 있다.
서로의 집은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릿카가 지정한 약속 장소는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라서 은연중 그녀의 친절함을 느꼈다.
도로변의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어제는 몹시 화창했었는데, 오늘은 두터운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다.
릿카가 대학에 급한 볼일이 생겨서 조금 늦어진다고 조금 전에 연락이 왔다.
문자만 봐도 엄청나게 미안한 마음이 전해져왔지만, 오히려 나야말로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기에 만나는 것이 늦어지는 것이 오히려 편했다.
주문한 크림소다가 나오자, 위에 올라간 아이스크림을 가느다란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먹으면서 어제의 LINE을 다시 본다.
거기에는 분명 아스카가 HackLIVE에 들어간다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은 오늘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자는 것으로 이어졌으며, 그 이상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HackLIVE라고 하면 예전에 나에게 스카우트 메일이 와서 조금 시끄러웠던 기업의 이름이다.
솔직히 그 일로 인해 좋은 인상을 갖지 못했지만, 딱히 이 업계만 놓고 보면 개인, 기업 할 것 없이 스카우트 자체는 흔한 일인 것 같아서 특별히 악감정을 품을 일도 없었다.
아마이 나아에게 물어보니, SNS의 주소를 공개하고 있는 유명 개인 VTuber들은 거의 매일같이 개인이나 기업에서 단체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고, 그 제의에 응해 기업 소속이 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HackLIVE가 내 지인인 아스카짱을 스카우트했다는 것은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닌 것이다.
다만, 그래, 예전부터 보아왔던 타치바나 아스카가 개인에서 기업으로 간다는 것이 고참으로서 반가운 한편, 섭섭한 것 같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복잡한 감정이 든다는 것이라서 .......
"하아......"
멜론과 완전히 녹아버린 크림소다를 빨대로 쭉쭉 빨아들이며 생각한다.
이제 곧 릿카가 올 텐데, 나는 그녀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 좋을까?
첫마디는 축하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역시 말이 안 나와서 가만히 있을까.
고민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빨대를 잘근잘근 씹고 있자,
"코요짱, 기다렸지!"
"아, 릿카짱."
"불러놓고 늦어서 미안해! 레포트의 제출 기한이 오늘까지인 걸 깜빡 잊어버려서......"
"괘, 괜찮아. 하지만 웬일로 릿카짱이 그런 걸 잊어버렸대......."
"아하하하......, 여러 가지로 생각하느라......"
그렇게 말하면서, 아스카는 익숙한 표정으로 점원을 불러 주문을 마쳤다. 대단해......, 나는 부르는 것만으로도 5분을 써버렸는데.
"미안, 갑자기 불러서. 학교나 레슨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꼭 코요짱에게는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어."
평소와 같은 분위기였다면 마음이라니 완전 고백이라며 내심 혼자서 흥분하고 있었을 텐데, 공교롭게도 오늘은 날씨도 안 좋고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아서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정말 기업 버튜버가 되는 거야 ......?"
"응. 결정한 일이야."
릿카짱의 눈빛에서 확고한 결심이 느껴졌다.
개인 VTuber의 꿈 중 하나는 기업의 소속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순수한 동경이거나, 명실상부한 프로로서 활동하고자 하는 마음, 혹은 기업이라는 뒷배와 브랜드 이미지를 원하기 때문 등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는 아마이 나아처럼 개인으로서 기업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는 버튜버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의 한정된 존재일 뿐, 버튜버로서 대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을 꿈꾼다.
뭐, 기업에 소속된 입장에서 말하자면 제약이 많다거나 수익 배분이나 인간관계 등의 개인에게는 없는 귀찮은 일들이 많아서 기업보다는 개인이 더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
역시 사람이라는 것은 그 이상으로 직함이라는 것을 더 동경하는 것 같다.
그래서 릿카짱이 기업 소속이 되는 것은 고참으로서 복잡한 마음 말고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고, 오히려 기뻐마지않을 일이다.
"역시 지금처럼 활동하기에는 한계가 있겠구나 싶었어."
개인은 광고의 처리나 방송에 필요한 절차, 스케줄 관리부터 여러 가지를 전부 혼자서 해야 하고, 게다가 릿카짱은 최근 일러스트레이터로서도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니 혼자서는 타치바나 아스카로서의 콘텐츠에 손을 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 소속이 되면 매니저가 어느 정도 관리를 해주고, 자신은 방송과 일러스트 작업에 집중할 수 있으니 역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릿카짱이니 잘 생각해서 내린 결론일 것이고, 핵라이브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수집한 후에 결정했을 것이다.
블랙 기업이라든가, 이상한 논란이 있다든가 하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아무 문제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만 전해야만 할 게 있어."
"뭐, 뭔데 ......?"
그 말을 듣는 것이, 나는 무서웠다.
하지만 나의 감정에 자비를 베풀지 않고, 마치 몇 번이나 연습한 것처럼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
"타치바나 아스카는 은퇴합니다. 은퇴하고서, HackLIVE의 신인 VTuber로서 데뷔합니다."
나는 계속 눈을 돌리고 있었다.
외면하고 외면하다가....... 그 업보가 이제야 찾아왔다.
"그러니. 쿠로네코짱. 웃으며 배웅해 줄 거지?"728x90'인터넷방송(인방) > 미소녀가 되서 치켜세워지면서 인생 이지모드로 살고 싶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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