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1화 모르는 일이 가득(3)
    2023년 11월 23일 19시 21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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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확실히 모션 캡쳐 슈트는 좀 촌스러워 보이긴 해.

     흰색이나 검은색 티셔츠와 바지에 벨트를 매는 모션 캡처도 있지만,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보다 정밀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전신 바디슈트 모션 캡처를 채택하고 있다.

     나도 처음 봤을 때 '우와'라는 소리가 나올 뻔했는걸.



    "그야 당연하죠. 예를 들어 미나토 씨가 자주 보는 할리우드 영화도 촬영하는 풍경을 보면 크로마키가 펼쳐진 스튜디오에서 전신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연기를 하고, 그걸 편집하여 영상으로 만들어지잖아요? 그걸 거부하는 건 배우들에게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여러 번 말했듯이 당신 앞만 아니라면 순순히 협조할 거라니깐. 보나 마나 그걸 입고 돌아다니는 나를 보고 낄낄댈 생각인 거잖아. 사람이 싫어하는 모습을 좋아하기는!"

    "그렇지 않은데요~? 그냥 저를 의식하는 미나토 씨가 귀엽다고 생각한 것뿐이라서."

    "아이 진짜, 말이 안 통해."



     치정 싸움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이런 심정일까.

     뭐랄까, 다른 곳에서 해달라는 느낌이다.



     그런데, 모션캡처 슈트라.

     몸의 라인이 확연히 드러나고 답답한 밀착감이 느껴지는 저것은, 확실히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상대라면 더 부끄러울 것 같다.



     아, 그럼 나도 저걸 입고 사람들 앞에서 움직여야 하는 건가.......

     왠지 이제야 내가 당사자가 된다는 실감이 생겨서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전신에 벨트를 두르는 타입의 옷이라면, 조금 이상하게 생겼다는 점만 빼면 신경 쓰이지 않을 텐데.......



    "아, 참고로 이 슈트만 20만 엔이니까 소중히 다뤄주세요."

    "그럼 스튜디오에서 꺼내지 마!"

    "참고로 이것저것 다 포함하면 500만 엔 가까이 들거든요."

    "빨리 돌려놔!"

    "정말~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점심 식사가 끝나면 스튜디오로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미나토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카미시로 시죠는 자주 말썽을 부린다고 미나토가 말했었지만, 확실히 이런 식으로 참견하면 정말 피곤할 것 같다.

     평소에는 차분한 성격의 미나토가 이렇게나 당황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신선했다.



    "수, 수고했어"

    "정말 그래......"



     그렇게 말하며, 미나토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서 쿠션을 껴안았다.

     우리 사무실은 소파도 그렇고, 테이블도 그렇고, 꽤 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많네.......



    "뭔가 큰일이네."

    "...... 이제 익숙해졌어. 요즘은 꽤 얌전해졌지만 말이야."



     ㅡㅡ아카츠키 미나토와 카미시로 시죠는 소꿉친구다.



     자신의 이야기를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미나토는 그 이상의 것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지금의 미나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모두의 모르는 일면을 더 많이 알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짱이 가르쳐 준 것처럼, 그 사람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두, 두 사람에 대해 더 알려줘."

    "......싫어."

    "왜?"

    "남에게 약점 따위는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깐."



     서, 성가셔......!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뭔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던 녀석이 하는 말일까, 그게.

     하지만 뭐랄까, 미나토는 자신만의 이상적인 아카츠키 미나토 같은 게 있는 것 같으니, 그것을 무시하며 억지로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카미시로 시죠에게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도, 그녀는 평소의 수다스러운 버릇치고는 남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절대로 넘지 않는 타입이라서, 쉽게 입을 열지는 않을 것이다.



     즉, 두 사람의 과거 이야기는 미나토가 입을 열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배고파?"

    "응."

    "그럼 내가 사줄 테니 밥 먹으러 갈까?"

    "앗싸~"



     최근 깨달은 것이지만, 미나토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돈을 쓰는 타입인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밥을 사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작은 깨달음이 쌓이면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뭐 먹을래?"

    "음, 햄버거."

    "근처에 맛있는 데가 있으려나 ...... 차라리 멀리까지 가서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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