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1화 모르는 일이 가득(1)
    2023년 11월 23일 19시 20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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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쪽이 다음 달에 공개될 쿠로네코 씨의 3D 모델입니다."

    "오오~"



     매월 열리는 본사 회의에서 매니저가 보여준 것은 쿠로네코 씨의 3D 모델이었다.

     지금까지 평면의 Live2D로 보던 것과 달리, 360도 전 방향에서 찬찬히 볼 수 있는 쿠로네코 씨는 신선했다.

     매니저에게서 마우스 조작을 넘겨받아 머리의 정수리부터 신발의 발끝까지 꼼꼼히 살펴본다. 음, 귀엽네.......



    "아, 바지."



     시점 카메라를 아래에서 들여다보니, 속옷까지 제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프로젝트에서 3D를 사용할 때는 호박 바지 등으로 숨기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시연회 때는 숨길 계획이 없으니, 속옷이 보일 정도로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

    "아, 네."



     스커트도 짧아서 조금만 굽히면 쉽게 보일 것 같은데 괜찮을까 .......



    "당일날은 장비 조정과 리허설을 꼼꼼히 할 예정이니 아침부터 스튜디오에 오셔야 합니다. 늦지 않도록 픽업 차량을 보내드릴 테니,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 두시면 됩니다."



     요즘은 프로젝트나 레슨을 위해 현장에 동행할 때, 기본적으로 매니저가 차를 태워준다.

     이는 제가 특별히 지각이 잦아서 엄격하게 감시를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소속 방송인의 이동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운영 방침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전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예전에 잡담에서 그런 이야기를 살짝 꺼냈더니 쿠로네코가 운영을 바꿨다는 둥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해할 수 없어.



    "다음 주부터 3D 강의가 시작될 예정인데, 괜찮습니까?"

    "다음 주에는 ......, 별 문제없어요."



     마침 봄방학이 끝났지만, 3학년이 되었다고 해서 곧장 바빠지는 것은 아니니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부터 레슨을 하려면 한 달 남짓한 시간밖에 없고, 조금이라도 3D의 몸에 익숙해지고 싶기 때문에 빨리 시작해도 문제없을 것 같다.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아, 회의 특유의 숨이 막히는 느낌을 폐 전체로 내뱉어낸다. 역시 어려운 생각을 하고 난 후에 폐로 들이마시는 공기는 각별하다.

     자, 오늘도 정오에 미팅이 끝났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자,



    "그건 그렇고..."



     자료를 정리하던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벌써 1년이 지났네요."

    "...... 정말 빨리 지나갔어요."



     작년 이맘때쯤, 나는 알테마 2기생 오디션에 지원했었다.

     변하지 않는 자신과 인간관계를 어떻게든 바꾸고 싶어서 취한 행동이었지만, 지원한 직후에는 계속 후회와 긴장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고, 합격 통보를 받은 뒤에도 이불속에서 덜덜 떨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그랬는데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정말 세월은 참 빠르다고 하지만, 느낌상으로는 아직 어제라고 할까, 내일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다.

     다음 달에는 데뷔 1주년과 그에 맞춘 3D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왠지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는 느낌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아이로 정말 괜찮을까 하는 불안한 나날이었지만, 지금은 좋은 추억이 됐지요. 아직 불안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지만, 쿠로네 씨도 지난 1년 동안 많이 성장했고요."

    "그렇게, 보여요?"

    "예. 전화를 무시하거나 메시지를 무시하는 일도 줄었으니까요."



     아, 그런 수준으로.......

     매니저 씨의 평가 기준이 너무 낮아서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지만, 뭐, 확실히 1년 전엔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을 무시하거나 애초에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그런 의미에서 드디어 사람답게 성장한 건가 싶기도 하다.



     어, 잠깐만.

     나는 1년 만에 드디어 인간으로서 출발선에 섰다......,라는 뜻!?



    "그래도 1주년까지는 아직 한 달 조금 남았으니, 앞으로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열심히 해 주세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은 해드릴 테니."



     매니저는 이 말을 남기고 회의실을 떠났다.

     오늘 함께 회의실을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바쁘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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