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8화 끝나고 보면(1)
    2023년 11월 22일 19시 39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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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우우, 졌어요......"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마네코 냥이, 탁자에 고개를 파묻을 느낌으로 울상을 짓고 있었다.

     지금까지 두 시간 동안 함께 싸웠던 동료가 우울해하는 모습에 선배 유튜버로서 뭔가 센스 있는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다가,



    "뭐, 우리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



     라는 무미건조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럴 때는 내 현실 소통력의 부재가 안타깝다 ......!



     의외로 열띤 접전을 펼친 VTuber 학력왕 결정전은, 일반 청취자들의 예상대로 레웨니아 팀이 우승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 팀도 초반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후반에는 나름 선전하며 레웨니아 팀의 뒤를 한 발짝 뒤쫓고 있었으나, 마지막 과목인 도덕에서 참패를 당했다.



     애초에 도덕이라는 애매모호한 문제에 어떻게 점수를 매기느냐의 문제인데, 이번에는 보다 일반적인 윤리관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특별 규칙이 적용되어 우리 팀은 보기 좋게 0점을 연발하게 되었다.

     아니, 윤리관을 채점 기준으로 삼는다는 말은 채점자의 재량으로 점수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건데, 운영 측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규칙을 만들었을까?

     아마 그러는 편이 한 방에 반전을 노려서 기획이 더 흥할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뭐랄까 .......



     아니, 문제도 좋지 않았어.

     악플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나와 아마네코가 입을 한데 모아 "방송에서 고로시한다[각주:1]!!!!!" 라고 답변했더니 0점이었고, 아스카짱의 "받아들여서 개선하자"나 레웨니아의 "운영진에게 보고하고 경과를 관찰"이 제대로 점수를 따는 건 납득이 안 갔다.

     도덕이란 건 사람의 수만큼 정답이 있는 것이니 우리 팀도 조금은 점수를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쿠로네코 씨 ......"

    "어, 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개를 떨구고 있던 아마네코가 고개를 힘차게 들어 올렸다.

     방송하는 동안은 정신이 없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니 이 녀석은 작은 얼굴에 동그란 눈, 짧은 흑발이 잘 어울리는 미소녀였다. 뭐, 나만큼은 아니지만.

     아마네코는 큰 눈에 불꽃을 지피면서,



    "노력하는 것은 보통이에요. 다들 다름 아닌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런 상태로 졌으니 저는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윽,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래서 지고 나서 남는 것이 '노력했다'는 무형의 결과라고 해도, 그 자체로 가치는 있어도 의미는 전혀 없어요. 다들 열심히 했는데 이런 결과니까요."



     뭐, 결과가 전부이니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그것을 이유로 위로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 출연자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것이니까.

     그래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만족감일 뿐이고, 아마네코는 그런 정신적인 것보다는 제대로 된 결과를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



    "자, 쿠로네코 씨도 분하다면 같이 외치지 않으실래요? 분해~~!!!"

    "부, 분해~"

    "목소리 작지 않나요?"

    "부, 분해~!"

    "방송 중에는 그렇게나 외쳐대면서, 분할 때는 외칠 수 없나요?"

    "분 하 다 아 !!!!!!"



     헥헥거리며 어깨를 들썩인다.

     왜 방송도 아닌데 이렇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마음껏 소리를 지르자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시원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스태프들의 빤히 쳐다보는 눈빛이 따갑다.



    "쿠로네코 씨! 다음에는 꼭 이기자고요!"



     아, 다음이 있고 또 같은 팀으로 출전하는 거 전제구나. 뭐 괜찮지만.

     그러고 나서 아마네코는 한동안 혼자서 중얼거리며 반성문을 읊어댔다.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각 교과의 무작위 스피드퀴즈라면 한 번쯤은 ...... 으으,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았자 버스는 떠났으니~"



     이러한 자센이게 엄격한 태도가 데뷔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VTuber, 그것도 개인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뭐, 이런 녀석도 윤리의식이 엇나간 탓에 도덕 문제에서 점수를 못 받은 거지만.



    "휴,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발톱 자국을 남길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검은 고양이 씨, 감사합니다!

    "아, 저도요. 감사합니다."


     

    1. 공개적으로 망신을 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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