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초코케이크2023년 11월 15일 19시 46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집에 돌아갈 즈음에는 아침부터 이어졌던 생일 축하 분위기가 어느새 사라지고, 반 친구들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이브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크리스마스를 혼자 외롭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느끼는 당연한 욕구인 것 같으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이성친구가 있는 아이는 용기를 내어 상대방의 계획을 물어보러 가기도 하고, 단순히 친한 그룹과 함께 보내고 싶어 하는 아이는 가라오케에 볼링 같은 가게의 예약에 여념이 없다.
뭐, 나는 지난번 초대받았을 때 약속이 있다고 말한 후로 다른 사람에게서 더 이상 초대받지 않게 되었지만.
아니, 그렇다고 해서 결코 소외된 것은 아니다. 반 친구의 초대를 거절했으니 저 녀석은 졸업할 때까지 철저하게 무시하자, 같은 식의 흔하고 교활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절대. ...... 그렇지?
그리고 설령 놀자고 해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누구와 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날은 조용히,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내 성격에 맞다.
역 앞으로 나가보니 역시나 애어른 할 것 없이 커플을 동반한 인싸 커플들로 북적거렸다.
마침 방과 후라서, 업무가 끝난 사람들이 역 앞의 눈에 띄는 상징물 주변에 여러 명 우두커니 서 있다.
그 중에는 약속한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를 노리고 호객행위를 하는 보기에도 가벼운 남자도 있었지만,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를 꼬실 리가 없지 .......
뭐, 그런 겉으로 보기에 바보 같은 행동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서 하게 되는 것이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의 마력인 것 같다.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
생일이 되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나조차도, 어느새 역 앞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그 흥겨움에 휩싸여 평소에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원래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금방 자리를 뜬다.
오늘의 목적은 예약한 생일 케이크를 받는 것뿐이다.
가능하다면 KFC도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역시 이 시기에 예약도 없이 치킨을 사기는 어렵겠지.
으으, 인파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약간 취해버렸다.
얼른 할 일만 하고 돌아가자.
최대한 발밑만 보면서 서둘러 목적지로 향한다.
도중에 작업남으로 보이는 남성이 말을 걸었지만, 계속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자 금방 포기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들은 원하는 여성을 끈질기게 집중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원나잇을 즐기기 위해 쏘다보면 맞을 거라는 생각으로 말을 걸고 반응이 둔한 여성은 금방 잘라버리는구나.
한 마디로 '헌팅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라는 평생 쓸모없을 것 같은 지식이 생겼다.
드디어 케이크 가게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그곳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무리 다른 가게보다 처리 속도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이 시간대는 케이크 가게의 피크타임이라서 그런지 수령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 사이에 시간을 때우기 위해 트위터라도 볼까 싶어서 스마트폰을 꺼냈는데, 그제야 깨달았다.
"어라, 전원이 꺼져 있네."
오늘은 배가 고프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스마트폰을 그렇게 많이 만지지 않았기 때문에 충전이 안 된 것을 몰랐다.
그러고 보니,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제는 베개에 던져놓고 그대로 잠이 들어서 충전을 깜빡 잊고 있었다. 아침에 전원은 켜져 있었지만, 늦게까지 정신이 팔려서 잔량까지는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구나.
뭐, 오늘은 약속이 있다고 매니저에게도 말했으니 아주 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문제없을 것 같다.
평소에는 24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이런 생일 정도는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사이 내 차례가 돌아왔다.
올해는 호화로운 초코케이크다.
혼자서 다 먹기엔 확실히 무리일 정도로 커서, 오히려 혼자 먹는 외로움이 더 부각된다. 혼자 먹는 생일 케이크는 익숙하지만.
그래도 초코케이크다.
만약 아침에 초콜릿을 먹었다면 초코와 초코로 중복되었을 것이다.
굳이 중복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역시 생일 케이크를 가장 맛있게 먹는 요령은 그날은 비슷한 맛을 입에 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침에 초코소라빵를 먹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정답이었다.
점심 한정 메뉴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의 도시락을 맛볼 수 있었고, 초코소라빵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초코케이크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의외로 올해 생일은 운이 좋은 것 같다.728x90'인터넷방송(인방) > 미소녀가 되서 치켜세워지면서 인생 이지모드로 살고 싶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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