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8화 둘이서, 같이(1)
    2023년 11월 15일 21시 19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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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은 좋아한다.

     자기가 태어난 날이기 때문에, 이 날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도 좋아한다.

     왠지 의미 없이 크리스마스라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날. 아마 다들 그럴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과 같은 정도로 생일도 크리스마스이브도 꺼려진다, 싫어하지는 않는다.



     꿈에 산타할아버지가 나왔기 때문에 '미소녀가 되어서 귀여움 받으며 인생 이지 모드로 살고 싶어!'라고 소원을 빌어보았다. 그랬더니 전생했다. 갑작스럽다고 생각하겠지? 그래, 갑작스러웠어.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나는 자꾸 불안해진다. 이게 다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 꾼 꿈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것이 크리스마스이브를 기점으로 갑자기 깨어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오래전에 남자였다는 자의식은 사라지고, 지금은 여자로서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여고생 특유의 소녀 감성이라는 것도, 요즘은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행복하기 때문에, 이 삶을 잃고 싶지 않다.



     그런 망설임과 불안이야말로 내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어둠의 정체다.

     생일날에 방송을하지 않는 것도, 누구와도 놀지 않는 것도 그런 나약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혼자 있고 싶기 때문에.



     요컨대 도피다.

     나는 계속 도망칠 수밖에 없으니까.



     사람들의 호의에서 도망치고 자신의 약점으로부터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치고 계속 도망치다 보니 도착한 곳이 바로 이것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행복 때문에, 지금은 반대로 외로움에 짓눌려 버릴 것 같다.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내 마음을 조여 온다.



    "쓸쓸해 ......"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이미 이제 와서──,



    "코요이 ......?"

    "......어."



     그곳에 있던 것은 아카츠키 미나토였다.

     꿈?



    "인터폰을 눌러도 나오지 않아서 마음대로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그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그 속에는 걱정과 다정함이 섞여 있었다.

     아마도 내 눈이 부어오른 것을 말하는 것 같다.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는 케이크와 과자, 그리고 엎드려 울고 있는 모습은 분명 혼란스러웠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말하자면 나야말로 왜냐는 감정이다.

     분명 어제의 시점에서는 우리 집에 오겠다고 한 적도 없었고, 나도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



    "LINE은 읽음 표시도 안 돼 전화도 안 받아, SNS도 업데이트가 안 돼서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니깐!"

    "아 ......"



     그러고 보니 스마트폰의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트위터도 어제 잠을 자고 난 후로 트윗을 하지 않은 그대로다.



    "쿠로네코 씨가 생일인데도 아무 말도 없다며 인터넷이 떠들썩하고, 아무리 LINE을 보내도 읽지 않고!"

    "으으, 미안해 ......"

    "하아......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야. 사고나 이상한 헌팅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거든."

    "허, 헌팅 같은 거 안 당했어."

    "귀엽다고 하면 좋다고 따라갈 것 같은 사람이 무슨......"



     아니, 귀엽다는 말을 들으면 그야 누구든 나쁜 기분은 안 들잖아!

     

     그러고서, 미나토는 방을 둘러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밥은?"

    "이, 이거"

    "이거라니, 케이크?"

    "예, 옛,."

    "케이크는 밥이 아닌데요."

    "따로 먹을 것도 없었고 ......"

    "먹을 게 없다니, 하아...... 이제 됐어."



     미나토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

     무시당하는 모습에서 마주 보는 모습으로.



    "그래서?"

    "그래서라니?"

    "생일날은 약속이 있다던 쿠로네코 씨는 집에서 밥도 먹지 않고 뭘 하고 있는 걸까나?"

    "크, 크리스마스파티."

    "혼자서?"

    "네 ......"

    "울면서?"

    "네 ............"

    "흠~"

    ".........으으."



     어, 어색하다.

     뭐랄까, 일한다고 하면서 골프를 치러 간 것이 들통난 남편의 심정일까.

     거짓말과 변명이 들통나서 추궁당하는 느낌이다. 아니 실제로도 그렇지만.



    "어째서 ......?"

    "어?"

    "왜 그렇게 될 때까지......"

    "미나토?"

    "코요이한테 무슨 고민이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생일날 혼자 울 바에는 말해주지 그랬어 ......!"



     그 얼굴은, 마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분노에 떨고,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왜, 왜 미나토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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