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슬라이드하며 확인해 보니 대부분 '축하합니다'와 같은 축하의 글들이었다. 그 안에는 화려한 일러스트나, 엽서, 혹은 마음이 가득 담긴 축하 트윗 등의 다양한 이름들이 알림창에 줄줄이 붙어 있었다.
"왠지 울 것 같아"
지금까지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은 엄마 말고는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쿠로네 코요이에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16년 동안 없었고, 아무도 내가 12월 24일이 생일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으니까. 기껏해야 초등학교 때 학급신문 같은 인쇄물에 '이달의 생일 친구' 같은 란에 조그맣게 소개되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나는 수백 명의 사람들로부터 축복을 받고 있다.
우와, 이거 울 지도 .......
"역시 뭔가 쓰는 편이 좋을까?"
음, 뭐라고 써야 할까?
처음 생각한 것은 '생일 이예이~'라는 문장이었다. 정말 쿠로가네 씨답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이게 과연 기업형 버튜버로서 적합한 말인가 하는 고민이 생겼다.
기업형 버튜버로서 그런 걸 의식한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말씀하신 대로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이런 유튜버에게 어떤 의미로 중요한 기념일이라고 생각하자 왠지 모르게 의식하게 되더라.
뭐 이건 자만심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사실로서, 쿠로네코 씨ㅡㅡ라기보다 어느새인가 소속된 버튜버를 동경해서 버튜버로 데뷔하는 신인 버튜버가 지금 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업의 얼굴로서 상식을 벗어나지 않고 모범적인 행동을 하라고 최근 운영진에게 꾸지람을 들었기 때문에, 트윗을 하는 손이 멈춰버린 것이다.
"음, 뭔가 이모티콘 같은 걸 많이 쓰면 그럴듯하겠지...... 그리고 일러스트 같은 거?"
다른 버튜버들의 생일 트윗을 보니, 평소에는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는 이모티콘이나 그림 이모티콘을 많이 써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리고 이날을 위해 의뢰했을 법한 화려한 일러스트가 첨부되어 있거나, 게릴라로 한정 굿즈를 판매하거나 하는 등 굉장히 공을 들여서 버튜버 대단하다! 는 느낌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뭐야?
한정 굿즈는 제작하기에 늦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일러스트는 매니저가 물어봤을 때 '아뇨, 부끄러워서 괜찮아요'라며 거절했고, 그냥 '생일 이예이~'라는 식의 무심한 트윗을 하려고 생각했었다.
이대로라면 또 안티 스레드에서 '기업 버튜버로서의 자각이 부족해' 라는 말을 듣게 될 것 같다.
아니 너희들은 기업 소속은커녕 버튜버도 아니고, 방송도 제대로 보지 않으면서 악의적인 편집이나 요약본만 보는 놈들이잖아! 니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뭐, 그들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
"으~......자자."
무난한 트윗을 하려고 머리를 쥐어뜯어 보았지만, 도무지 좋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적당히 트윗을 하는 것도 왠지 꺼림칙하다.
결국 내린 답은 방치, 다시 말해 도피다.
옛사람들은 도망치면 이긴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아니 땐 곳에 연기가 나지 않는 것처럼 트윗을 하지 않으면 불도 나지 않고 문제도 없는 것이다.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서 방의 불을 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소리 하나 없는 방은 마치 이후에 산타클로스가 올 것 같은 분위기지만, 만약 산타클로스를 만난다면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쿠로네 코요이에게 불만은 없고, 나는 지금의 삶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생일ㅡㅡ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클로스를 만나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감이 계속 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