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1화 겉(2)
    2023년 11월 09일 23시 19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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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가까이, 서로의 체온이 느껴질 것 같은 거리에서, 유우가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다.

     뻗었던 손이 힘없이 떨어져 내 어깨에 닿았다.



    "안 돼 ...... 역시 안 돼. 미움 당하고 싶지, 않아."

    "유우......"



     역시 유우는 내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렇게 울면서까지 유우는 내가 미워할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기쁘다.



     하지만 유우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들다.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다.



     애초에 내가 유우를 미워할 리가 없다.

     유는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 어떻게 하면 유우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까?

     

    "......"

     

     아까는 단지 싫어하지 않을 거라고 전했지만, 안 되었다.

     그래서 좀 더 알기 쉬운 말로 유우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한다. 



    "저기, 유우."

    "...... 마코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악마의 증명에 가까운 기분이 든다. 아주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나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반대로, 내가 유우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이야기하기로 했다.



    "우리, 여러 곳을 다녔잖아. 백화점에 가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 으, 응..."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유우와 함께한 모든 것이 소중하고 행복한 일들이었다.



    "백화점에 갔을 때는 내가 긴장해서 유우에게 폐를 끼쳤어."



     사람들과 함께 외출한 적이 없던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었다.

     그 상태였다면 자기혐오에 빠져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우가 차를 마시게 해 준 덕분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어....... 그때는 정말 기뻤어."



     분명, 그때 유우가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고마워, 유우. 나는 그 일 덕분에 사람과, 유우와 함께 외출하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어. 앞으로도 같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마코토."



     내가 이렇게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유우 덕분이다.

     그래서 유우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 사러 갔던 적도 있었지?"

    "...... 있었지."



     유우가 맞장구를 쳐준다.

     어느새 유우는, 고개는 숙이고 있지만 떨림이 멈춘 상태였다.

     

    "내가 유우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려고 가게에 데리고 갔었잖아."



     처음으로 내 의견을 관철시켰을 때의 이야기다.

     난색을 표하는 유우의 손을 잡고서 매장으로 향했다.



    "그러자 유우는 나한테 변했다고 말하고서, 그게 좋은 일이라고도 했어."



     내 의견을 더 많이 말하는 게 좋다고 말해줘서 기뻤다.

     그게 없었다면, 나는 말수가 더 적어졌을지도 모른다..



    "유우가 인정해 줬기 때문에 의견을 말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덕분에 유우와 대화하는 것이 더 즐거워졌어."



     유우를 만나고 나서야, 가족 외의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우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유우, 나 말이야, 유우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 응."



     지난 반년 동안,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것은 유우 덕분이다.

     이제는 유우를 만나기 전의 내가 무엇을 즐기며 살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혼자 있는 것은 외로웠으니까. 그래서 함께 있고 싶어."

    "...... 응."



     이제 혼자 밥을 먹는 건 싫다.

     아무리 고급 요리라도, 혼자 먹으면 맛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일이 있어.

     크리스마스도 있고, 새해가 되면 설도 있잖아. 그다음에는 밸런타인데이도 있고.

     ...... 사실 난 처음으로 초콜릿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어."

    "...... 응."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초콜릿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의리 초콜릿이라도 좋으니 유우에게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만약 유우가 없으면 그런 것들은 모두 사라져 버릴 거야....... 그건 싫어."



     지금까지도 즐거웠지만, 앞으로도 분명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유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유우가 소중해.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해."

    "......훌쩍."



     나는 앞으로도 계속 유우와 함께하고 싶다.

     미워하게 될 일은 없다.



     제발, 유우가 그걸 믿어줬으면 좋겠다.

     

    "......마코토."



     유우가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그 얼굴은 웃고 있다.



    "...... 고마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일은 아니야."



     오히려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야만 한다.



    "나도 마코토를 좋아해. 다른 어떤 것보다도."

    "......"

     

     유우의 그 말에 대해 생각하려던 ...... 무언가에 방해받는다.

     뭐지, 뭔가가 이상하다.



     유우는 그렇게 굳어버린 나를 보고, 조금은 쓸쓸하게 웃었다.



    "그럼 이제부터 세뇌를 풀게?"



     유우의 양손이 하얗게 빛난다.

     그리고 굳어 버린 내 머리에 다가갔고, 거기서 내 의식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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