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속(1)2023년 11월 10일 00시 03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마코토에게 설명한다.
내가 저지른 일을.
내가 저지른 죄를.
"...... 나는 세뇌당하고 있는 건가 ......"
"............ 응."
일단의 설명이 끝났을 때, 마코토는 당황스러워했다.
당연하다. 이런 설명을 갑자기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이상하다.
애초에 세뇌를 풀지 않는 한 인지저해가 걸리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의미 없는 일이다. 그건 알고 있다.
정말 마코토에게 설명하고 싶다면, 얼른 세뇌를 풀고 나서 설명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 그냥 도망치는 것에 불과하다.
"미안해 ......미안해......"
"유우......"
이렇게 사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시간 벌기다.
설명을 시작한 이상, 더 이상 세뇌를 해제하지 않을 수는 없다.
조금 있으면 세뇌를 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미루고 싶었다.
설령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스러웠더라도, 지금 마코토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정하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유우는 그 세뇌를 풀려고 하는 거지?"
"...... 응."
하지만 그 시간 벌기도 끝났다.
상황 설명도 사과도 끝났고, 이제 세뇌를 풀기만 하면 된다.
그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 저기, 마코토, 이런 짓을 해놓고 뻔뻔하다고 생각하지만, 부탁이 하나 있어."
"뭔데?"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입이 움직이고 있었다.
"...... 그 부탁이라는 것은, 그 ...... 나, 나를 싫어하지 말아줬으면 해."
"뭐?"
바보 같은 소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해제 후의 분노를 사게 될 뿐이지 않은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이런 부탁을 하다니, 반성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웃긴 말이라는 것은 알아. 하지만 뭐든지 할 테니까. 뭐든지 다 들어줄 테니까. ...... 제발 부탁해. 나를 싫어하지 말아줘."
...... 그래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코토에게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내가 유우를 싫어할 일은 없을 거야."
"...... 고마워."
그러자 마코토가 그런 말을 해주었다.
......마코토는 정말 다정하다.
물론 이 말이 세뇌된 그에게서 나온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정말 기뻤다.
아주 조금, 용기가 솟아날 정도로.
...... 그래, 이렇게 다정한 마코토이기에 나는 좋아하게 된 거다.
"............ 그럼 지금부터 ...... 풀어줄게."
각오를 다지며, 해제용 마법을 발동하고서 손을 뻗는다.
이 손이 마코토의 머리에 닿으면 세뇌 마법은 사라질 것이다.
나와 그의 사이에는 불과 1미터 정도의 거리밖에 없다.
마코토에게 다가가기 위해 나는 일어서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 으."
...... 그리고 그때, '그것'이 보였다.
"...... 으으...... 으으으으."
내가 아까 사 온, 식재료가 담긴 봉지가 거기에 있었다.
원래는 지금쯤 식탁에 올라와 있어야 할 그것들이.
그것을 보고 있자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했던 광경이 떠올랐다.
마코토와 함께 식탁에 둘러앉어서, 둘이서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
마코토가 맛있다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한다.
마코토도 나도 웃고 있고, 즐겁고, 행복해하는, 그런 광경.
"싫어...... 역시 싫어, 미움받고 싶지 않아."
"유우......"
어느새 나는 마법을 지우고 주저앉아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던 조금의 용기 따위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너무 힘들어서 곁에 있는 마코토에게 기대고 싶었지만, 지금의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어서. 그게 더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좋아?
여기서 도망치고 싶ㅇ.
이제 싫어, 도와줘.
그런 생각이 마구 떠오른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 그리고 마코토가 입을 연 것은 그런 때였다.
"저기, 유우."
"...... 마코토?"
마코토의 목소리는 천천히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런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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