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0화 속(1)
    2023년 11월 09일 22시 55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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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과응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어두운 방 안에서, 무릎을 감싸고 멍하니 앉아 있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싶었다.



    "......"



     세뇌가, 마코토의 인식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절친'으로 바꿔놓고 있었다.



     그 사실을, 나는 열흘 전 그날에야 알았다.

     반년 전 그날, '타인'이었던 나를 '절친'으로 만든 세뇌의 마법이 그런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낳고 있었다니.



     즉, 세뇌를 풀지 않으면 나는 마코토의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세뇌가 있는 한, 마코토가 나에게 호감을 가져도 그것이 '절친'에 덧씌워져 버린다.



    "......"



     하지만 세뇌를 풀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세뇌를 풀면 마코토가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마코토가 친절해도, 세뇌라는 마법은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니까.



    "......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세뇌를 풀어도 안 풀어도 문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기다리는 것은 지옥이다. 사면초가란 이런 때 쓰는 말이리라.



     한때 내가 악의적으로 걸었던 세뇌의 마법. 그것이 지금 나를 괴롭히고 있다.



    "...... 어떻게 하면 좋을까?"



     중얼거려도,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다.

     의미 없이 사라질 뿐이다.



    "......윽."



     조금 몸을 움직이자, 어지럼증이 나를 덮쳤다.

     어지럽다. 분명 잠을 못 잔 탓이다.



     그로부터 열흘. 그동안 나는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 몸이 튼튼하지 않았다면, 한참 전에 쓰러졌을 것이다.



    "...... 이제 싫어. 도망가고 싶어 ......"



     도망갈 곳이 있을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불평이 입에서 나온다.

     아니면, 현실에서 도망쳐서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겠다는 말일까.

     지금 이렇게 무릎을 안고 있는 것처럼.



     ...... 그것도 좋을 것 같다.

     현실도피해서, 이대로 아무것도 보지 않은 척, 눈을 감고서 '절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잊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변하지 않을 행복에 젖어서 살면 된다.

     그렇게 하면, 계속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 후후."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웃음은 그 행복을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무능한 나를 비웃는 것인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 아, 시간이다."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이 가까워졌다.

     내가 의미 없이 주저앉아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무자비하게 흘러간다.



    "...... 장 보러 가야지."



     저녁 장을 보지 않으면 요리를 할 수 없다.

     마코토에게 더 이상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쇼핑을 해야 했다.



    "......윽."



     밀려오는 어지럼증을 참으며, 일어서서 나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벽에 손을 짚으며 현관으로 향했다.





     

     ◆









    "이 정도일까......"

     

     그렇게 동네 상가로 가서 쇼핑을 마쳤다.

     피곤함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쇼핑백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어라? 마코토?"



     그 도중, 마코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굣길인 모양이다. 가방을 든 마코토가 조금 앞서 걷고 있다.



     아무래도 마코토는 나를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뒤돌아보게 하려고 말을 걸려 했다.



     그러자 말을 걸기 직전, 마코토는 모퉁이를 돌아 옆길로 들어섰다.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앞으로 내밀어 마코토를 쫓아간다.

     

     모퉁이를 돌자, 마침 마코토는 사거리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려는 참이었다.



    "여기는 ...... 케이크 가게?"



     분명 예전에 한 번 와본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마코토가 사다 주는 과자가 이 가게의 과자였던 것 같다.



    "............ 쿠후후후."



     마코토는 분명 나를 위해 사러 온 것이겠지.

     너무 기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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